[월요아침] 호남고속철도, 저속 철도로 만들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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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아침] 호남고속철도, 저속 철도로 만들 것인가

  • 승인 2016-10-30 11:11
  • 신문게재 2016-10-31 22면
  • 윤석우 충남도의장윤석우 충남도의장
▲ 윤석우 충남도의장
▲ 윤석우 충남도의장
우리나라 철도 역사는 1899년 9월 18일 경인선의 개통으로 시작됐다.

수운이나 우마차, 인력거나 자전거 등에 의존하던 당시의 우리나라에서 철도의 개통은 가히 획기적인 사건이었다.

경인선의 뒤를 이어 1905년 경부선이 개통되었고 러일전쟁의 전쟁물자 공급수단으로 사용된 경의선은 일본군에 의하여 군용 부설철도로 1906년에 개통되었다.

1914년에는 대전과 목포 사이의 호남선이 개통되었고, 1929년에는 조치원과 충주를 잇는 충북선, 1936년에는 전라선, 1939년에는 꿈과 낭만이 가득한 경춘선이 뒤를 이었다. 하지만 우리사회 꿈의 낭보를 울렸던 철도는 남북전쟁으로 하여금 본래의 기능을 상실하게 된다. 한반도 분단이 결국, 철도까지 멈추게 하면서 우리나라 경제는 악화일로를 걷기도 했다.

그런 아픔도 잠시, 철도는 60년대와 70년대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의 동력을 발판삼아 경제발전과 지역사회 개발의 주역으로 부상하는 전환점을 마련하게 된다. 이후 증기기관차는 디젤기관차와 디젤전기기관차로 발전해 오늘날에도 무궁화 열차가 매일 수백 ㎞의 철로를 쉬지 않고 누비고 있다.

2004년. 우리나라의 교통 체계에도 변화가 생기기 시작한다. 바로 전기를 이용하는 KTX(Korea Train eXpress) 경부고속철도가 개통하면서부터다. 당시 KTX 신설은 한국 교통 체계의 혁명이라고 일컫기도 했다.

KTX는 속도면에서 비행기 다음으로 빠르고, 안전성에서는 비행기와 선박보다 뛰어나다. 수송면 역시 선박 다음으로 이미 정평이 나 있는 상태다. 심지어 기후영향도 받지 않으면서 '정확하고 빠른' 이라는 수식어가 따라붙고 있다.

이처럼 정확하고 빠른 KTX가 제 속도를 내지 못한다면, 과연 미래의 교통수단으로 각광받을 수 있을까?

최근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KTX 일부 구간이 자동차 보다 느린 곳이 수두룩하다고 한다. 실제 대전~김천, 천안아산~오송 등 전국 10여 곳이 저속 운행하는 곳으로 꼽혔다. 경부고속철 KTX 광명~천안아산역 구간은 지난해 136일이나 90㎞ 이하 저속운행 한 것으로 나타났다. 작년 11월에는 70㎞이하 서행한 경우도 있었다.

이처럼 시속 300㎞ 이상을 자랑하는 KTX가 일부 구간에서 시속 60~90㎞ 밖에 운행을 못한다면 많은 승객은 답답함을 느끼기 마련이다. 그 손실은 고스란히 열차를 이용하는 국민들의 몫이 된다.

최근 한국철도시설공단이 KTX 세종역 신설을 위한 타당성 조사를 하는 것 역시 이 같은 상황을 우려하게 만들고 있다. 세종역이 찬란한 백제문화역사의 관문인 공주역과 국내 유일의 분기점인 오송역 사이에 들어설 것이 불 보듯 뻔한 사실이기 때문이다.

공주역과 오송역 간 거리는 44㎞에 불과하다. 시간으로 따지면 10여 분 남짓으로 중간에 세종역이 신설되면 22㎞씩 반분하게 되어 44㎞ 거리에 KTX 기차역 3개가 들어서는 국내 유일의 초미니 구간이 된다.

이는 한국철도시설공단에서 준용하고 있는 적정 역간 거리 57㎞, 최소 역간 거리 42.7㎞을 크게 벗어남으로써 고속철이 아닌 저속철로 전락해 철도의 경쟁력 약화는 물론 호남권 이용객 등 사회·경제적 비용 증가로 국가발전을 저해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될 것이다.

만약, 세종역 신설이 현실화 된다면 고속철도의 기능상실과 함께 운행의 비효율성 유발, 이용객의 사회적 비용 증가 등 경제적 측면과 지역 간의 갈등 초래 등 수많은 역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전망된다. 즉, 충남 서남부권 개발의 중심지인 공주역의 이용객 감소로 지역 균형발전의 원동력을 상실하는 결과를 가져옴과 동시에 오송역의 기능저하 등 충청권의 상생 발전에 악영향을 미칠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KTX 세종역 신설은 단순히 정치적 공약·논리만으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 세종특별자치시 탄생에 함께 힘을 합쳤던 것처럼 충청권은 상호 간의 이해와 협력이 무엇보다 중요한 때다. 그리고 지속적인 대화가 필수적이다.

무엇이 진정 국가발전과 국토균형발전에 도움이 되는지 우리는 함께 고민하고 또 고민해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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