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 책]리더·남편·아버지로서의 조선의 왕들은 어땠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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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는 책]리더·남편·아버지로서의 조선의 왕들은 어땠을까?

  • 승인 2016-11-17 11:12
  • 신문게재 2016-11-18 12면
  • 박수영 기자박수영 기자
[사서들의 맛있는 책읽기]설민석의 조선왕조실록

▲ 설민석의 조선왕조실록, 세계사, 2016 刊
▲ 설민석의 조선왕조실록, 세계사, 2016 刊
2016년 11월을 역사는 어떻게 기록할까. 현재의 우리가 미래의 평가를 알 수는 없지만 이번 가을 역시 역사의 한 장면으로 남을 것 같다. 우리의 일상이 후손에겐 역사가 된다고 생각하니 책임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올바른 해답을 얻기 위해서라도 역사 속에서 혜안을 찾아야 할 것 같다.

다행히 우리 선조들은 『조선왕조실록』이라는 엄청난 역사적 기록을 남겨 주었다. 『조선왕조실록』은 왕실에서 일어난 정치적 내용뿐만 아니라 민초들의 다양한 삶까지 세세하게 기록하고 있다. 왕이라도 내용을 볼 수 없었기에 공정성과 객관성 측면에서도 사료적 가치가 무척 높다. 그러나 총 2077책이나 되는 분량으로 하루 100쪽씩 읽어도 4년 3개월이 걸린다니 일반인들이 읽어내기란 쉽지 않다.

다수의 방송에서 대중강의로 유명한 설민석이 조선왕조실록을 펴냈다. 500페이지가 넘는 책이지만 특유의 흡인력과 재치 있는 말투로 금방 읽어낼 수 있다. 조선 왕들의 순서대로 특징과 업적, 핵심적인 사건을 그림과 도표, 질의응답으로 구성하여 실제 강의를 보는 느낌이다. 또한 왕이기 이전에 아들과 남편, 아버지로서의 인간적이 모습까지 싣고 있어 흥미를 더해준다. 역사의 큰 맥락을 쉽게 짚어주니 조선역사 입문서로 알맞은 책인 것 같다.

조선의 역사는 찬란하게 빛날 때도 있었지만 처참하게 일그러지던 시절도 있었다. 이 책은 27명의 왕들의 특징을 '금수저 호랑이(숙종)'이나 '신데렐라 호랑이(철종)'처럼 호랑이로 비유하거나, '흥청망청(연산군)', '탕평군주(영조)'처럼 4글자로 정리해서 전해준다. 그중에서도 '위대한 호랑이' 세종과 '도망간 고양이' 선조의 대비가 가장 눈에 띄었다.

세종이 최고의 군주로 존경받는 이유는 백성을 사랑하는 마음, '애민(愛民)' 정신을 몸소 보여줬기 때문일 것이다. 세종의 업적은 오롯이 백성에 대한 사랑에서 탄생했다. 조선 최초로 여론조사를 실시했고, 노비에게 100일의 출산휴가를 주었으며, 한글 창제와 과학기술의 발달에도 백성을 살피는 마음이 담겨 있었다.

이에 비해 선조는 임진왜란 당시 궁궐과 백성을 버리고 의주로 피신했다. 게다가 전장에서 눈부신 활약을 펼친 이순신 장군과, 분조를 이끌며 백성을 위로한 광해군을 탐탁지 않게 생각했다. 전쟁 후에도 앞장서서 싸운 선무공신보다 선조를 따라 피난 갔던 호송공신을 더 높이 평가했다.

선조는 학문을 좋아했고 영특했으며 개인적으로는 뛰어난 능력을 갖추었지만 국가의 리더로서 책임감이 부족한 비겁한 임금이었다.

또 조선 최고의 카리스마 태종은 강력한 왕권을 휘둘렀지만 권력에 눈 먼 왕은 아니었다고 한다. 물러날 때를 알고 자발적으로 양위한 유일한 임금이었으며 '진짜 호랑이'에 비유했다. 그 외에도 중립외교와 대동법 시행 등 백성을 사랑한 전쟁의 영웅이었지만 인조반정으로 쫓겨난 광해군을 '억울한 호랑이'로 재평가한 부분도 눈에 띄었다.

책을 읽으면서 조선의 왕들은 어떠했는지 리더의 자격에 대해서 생각하게 되었다. 조선왕조 500년 동안 애민군주와 폭군이 있었고, 나라를 위해 목숨 바친 충신과 사리사욕에 눈먼 간신이 있었다. 백성의 입장에서는 애민군주를 만나면 천만다행인 것이고 무능한 왕을 만나면 일생이 고달플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우리 손으로 세종을 선택할 수도 있고 연산군을 선택할 수도 있다. 그러기 위해서 우리 모두 사회에 대한 끊임없는 애정과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이 책은 말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사람들에게 희망과 위로가 될 세종대왕의 말씀으로 옮겨 적어 본다.

▲ 이현경 한밭도서관 사서
▲ 이현경 한밭도서관 사서
세종대왕이 말씀하시길 “그대의 자질은 아름답다. 그런 자질을 가지고 아무 것도 하지 않겠다 해도 내 뭐라 할 수 없지만, 그대가 만약 온 마음과 힘을 다해 노력한다면 무슨 일인들 해내지 못하겠는가.” (세종 22년(1440) 7월 21일)

이현경 한밭도서관 사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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