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 책읽기]말과 글에 따스한 온기가 필요한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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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는 책읽기]말과 글에 따스한 온기가 필요한 순간

  • 승인 2017-03-16 15:07
  • 신문게재 2017-03-17 12면
  • 박수영 기자박수영 기자
[사서들의 맛있는 책읽기]언어의 온도/이기주/말글터/2016


연보랏빛 표지, 손안에 쏘옥 들어오는 책 사이즈, ‘언어의 온도’라는 다소 생소한 책 제목까지 그냥 지나치기에는 너무 매력적인 요소들이 많은 책이다.

언어에는 나름의 온도가 있다. 따뜻함과 차가움의 정도가 저마다 다르다.

온기 있는 언어는 슬픔을 감싸 안아주고 용광로처럼 뜨거운 언어에는 감정이 잔뜩 실리기 때문에 듣는 사람의 정서에 화상을 입힐 수 있으며 반대로 얼음장같이 차가운 표현은 상대의 마음을 꽁꽁 얼어붙게 한다. 그럼 지금 우리들이 사용하는 언어 온도는 과연 몇 도쯤 될까? 무심결에 내뱉은 말 한마디 때문에 소중한 사람이 곁을 떠났다면 ‘말 온도’가 너무 뜨거웠던 것이고 한두 줄 문장 때문에 누군가 당신을 향한 마음의 문을 닫았다면 그건 ‘글 온도’가 너무 차갑기 때문일지 모른다.

작가는 우리가 이 책을 읽으면서 각자의 언어 온도를 스스로 되짚어봤으면 하는 바람으로 ‘말, 마음에 새기는 것’, ‘글, 지지 않는 꽃’, ‘행, 살아있다는 증거’ 세 개의 챕터 속에 저자가 일상에서 발견한 의미 있는 말과 글, 단어의 어원과 유래, 그런 언어가 지닌 소중함과 절실함을 농밀하게 담았다.

흔히들 사랑이란 상대가 원하는 걸 해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사랑하면 헌신, 베품, 주는 것 이란 단어들이 떠오르기에. 그러나 작가는 이런 사랑을 작은 사랑이라고 말한다. 보다 큰 사랑은 상대가 싫어하는 걸 하지 않는 것이라면서. 선물을 주고받으며 좋아하는 연인들의 모습보다 “당신 말 들을게요” 하고 말하는 어르신의 한마디가 더 가슴 찡한 이유가 이런 까닭은 아닐는지.

우리는 일상 속에서 수많은 말을 하고 산다. 그러나 제대로 된 말은 과연 얼마나 하며 불필요하거나 잘못된 말은 얼마나 할까? ‘다언은 실언으로 가는 지름길이다’이라고 한다. 즉 어떤 말을 하느냐보다 어떻게 말하느냐가 중요하고, 어떻게 말을 하느냐보다 때론 어떤 말을 하지 않느냐가 더 중요한 법이라고. 언총(言塚)이란 하지 말아야 할 말을 묻는 무덤이다. 앞으로 언총(言塚)을 자주 이용하여 사랑하는 사람의 가슴에 상처 주는 과오를 범하지 않겠다는 다짐을 해 본다.

종종 우리는 “힘 좀 내”, “화이팅”이란 위로의 말을 듣고 말한다. 이 말이 어떤 날에는 위로와 위안을 주지만 진짜 힘낼 기력조차 없을 때에는 오히려 부작용을 가져온다. ‘위로는, 헤아림이라는 땅에서 피는 꽃이다.’ 상대에 대한 ‘앎’이 빠져 있는 위로는 되레 큰 상처를 준다. 상대의 감정을 찬찬히 느낀 다음, 슬픔을 달래 줄 따뜻한 말을 조금 느린 박자로 꺼내도 늦지 않는다.

유행가 가사 중에 ‘님’이라는 글자에 점하나를 찍으면 ‘남’이라는 글자가 되듯이 ‘사람’에서 슬며시 받침을 바꾸면 ‘사랑’이 되고 ‘사람’에서 은밀하게 모음을 빼면 ‘삶’이 된다. 세 단어가 닮아서일까. 사랑에 얽매이지 않고 살아가는 사람도, 사랑이 끼어들지 않는 삶도 없는 듯하다. 결국 사람이 사랑을 이루며 살아가는 것, 그게 바로, 삶이 아닐까? ‘사람’, ‘사랑’, ‘삶’의 삼각관계를 이토록 명쾌하게 설명해주는 이기주 작가만의 대체할 수 없는 문장에 또 한번 밑줄을 쫙 긋고 말았다.

요즘 젊은 세대를 삼포세대, 사포세대, 오포세대라 일컬으며 갈수록 포기해야 할 일들만 생기는 부정적인 현실이 우리들을 우울하게 만든다. 취업난으로 인한 경제적 궁핍은 너무도 힘든 현실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마냥 포기하고 산다고 해서 과연 후회 없는 삶이 될 수 있을까? 보통 결혼은 해도 후회 안 해도 후회라고 말하면서 그래도 하고 후회하는 편이 낫다고들한다. 왜냐하면 우린 어떤 일에 실패했다는 사실보다, 무언가를 시도하지 않았거나 스스로 솔직하지 못했다는 사실을 깨달을 때 더 깊은 무력감에 빠지게 되기 때문이다.

책을 읽는 내내 따뜻한 온기를 느끼고 잔잔한 감동을 받으며 나의 언행을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다. 성인 정상 체온은 36.5도 이다. 우리 신체는 정상 체온의 범주를 벗어나면 몸에 안 좋은 반응이 일어나 약을 먹고 치료를 한다. 그럼 언어의 온도 문제로 주변 사람들과 트러블이 발생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바로 그 순간 ‘언어의 온도’의 책장을 펼쳐 그 속에서 어긋난 언어의 온도를 치유할 수 있는 항생제를 찾아보면 어떨까요?

현진오(판암도서관 사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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