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 오디세이] 대통령을 모르는 척 좀 해주자

  • 오피니언
  • 시사오디세이

[시사 오디세이] 대통령을 모르는 척 좀 해주자

  • 승인 2017-05-29 10:14
  • 신문게재 2017-05-30 20면
  • 이창섭 충남대 체육교육과 교수이창섭 충남대 체육교육과 교수
▲ 이창섭 충남대 체육교육과 교수
▲ 이창섭 충남대 체육교육과 교수
광폭 탕평인사, 파격적인 탈권위 행보, 지체나 거침없이 시작하는 개혁조치, 눈높이를 맞추는 친서민적 소통행보.

새 대통령의 국정운영 출발이 매우 인상적이다. 행보 하나하나가 세간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하다. 역대 대통령들보다 신선하다. 국정농단 사태로 치러진 초유의 조기 대선, 인수위 운영마저 생략된 정권의 출발이다. 대통령 선거와 선거 결과 못지않게 선출된 대통령의 국정 운영이 더 걱정되었던 터라 새 대통령의 행보를 보는 국민의 안도감은 클 수밖에 없다.

하지만, 새로운 정부는 이제 그 첫걸음을 떼고 있다. 대통령의 일거수일투족이나 역대 정부 때마다 언론의 호들갑에 일희일비 할 일만은 아니다. 이제 좀 진득하게 기다려주자. 새 대통령이 제대로 일할 수 있도록 인내를 가지고 기다려보기도 하자. 대통령을 모르는 척 좀 해주자.

인수 기간도 없이 시작한 정권으로서 임기 중 해야 할 국정과제를 확정짓고 국가의 백년대계, 그리고 진정으로 국민을 위한 일을 착수할 수 있도록 응원하며 지켜보자. 설령 하고자 하는 일이 자신의 의견과 다르더라도 믿어보자. 매사에 국민 눈치 보며 결국엔 일의 본질을 잊는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충분한 기회를 주자. 대통령의 성공이 곧 국민의 성공이기 때문이다.

대통령 선거 직후만 해도 과연 선거과정에서 극명하게 갈라진 국민정서를 통합하며 안정적 국정운영을 시작할 수 있겠는가 하는 걱정이 컸었다.

게다가 어느 대통령이든 초기 국정장악을 위해 필요한 것은 개혁을 화두로 하는 조치가 필수적이기에, 효과적인 국정운영 출발에 대한 국민 불안은 가중될 상황이었다. 개혁과 통합이 공존하는 정치, 개혁을 위해 불가피한 적폐청산과 안정을 위한 통합과 대연정 협치는 공존이 결코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새 대통령에게는 부담이 배가될 수밖에 없다. 게다가 조급해지면 이념이나 진영논리에 의해 일의 본질을 잊게 될 수도 있다. 사실 진보나 보수 모두 국가나 국민을 위하고자 하는 출발점은 같다. 그럼에도, 자신의 이념만 옳다고 주장하는 적지 않은 사람들에 의해 국론 분열은 재점화 가능성이 있다. 선거과정에서 분열이 심화된 현재의 국민정서라면 어느 정권도 제대로 일할 수 없기는 마찬가지다. 새 대통령의 소신 있는 국정운영을 기다려줘야 하는 이유다.

최근 위정자들은 국민 지지도만 보고 일하는 듯하다. 물론 그래야 한다. 하지만, 여론만 쳐다보며 국정운영을 하면 꼭 해야 할 일은 놓칠 수 있음이 문제다. 현실적으로 사드배치, 안보문제, 미·중·일 외교문제, 어느 것 하나 국민 모두의 지지를 받아가며 할 수는 없다. 전적으로 국민이 바라는 일을 해야 한다지만, 대통령은 국민을 이해, 설득, 이해시켜서라도 해야 할 일은 해야 한다. 국민이 당장엔 원치 않는다 해도 장기적 관점에서 검토 시행해야 할 일도 많다.

새 대통령의 임기 5년은 짧지도 않지만 길지만도 않다. 하지만, 조급해서는 안 된다. 대통령도 국민도 열정과 욕심만 앞세워선 안 된다. 서둘러 얻을 수 있는 것은 많지 않다. 신중히 검토해 순위를 정해 몇 가지 핵심과제에 집중해야 할 것이다. 국민 다수가 지지하는 과제와 거센 저항이 있을 과제를 구분해 접근할 필요가 있다.

문제인 대통령은 역대 최대 차 득표 당선에도 과반에 미달하는 득표를 했다. 쉽게 국민 동의를 얻기 어려울 수도 있는 이유다. 조급한 판단이나 무리한 설득과 추진은 출범 초기 의욕 넘치는 대통령에게는 무리수를 두게 하기 쉽다.

어디 그뿐인가. '허니문' 시기는 잠깐일 수 있다. 무소불위의 기득권 언론도 만만치 않을 것이다. 언론은 언제나 정권 속성에 따라 잣대를 달리하는 변신의 귀재다. 역대 정권에서 대통령이 임기 내내 제대로 일할 수 없게 만든 요인들이다.

대통령만 바라보는 듯한 나라, 모든 잘못된 일의 원인과 책임을 대통령에게 돌려대는 나라, 정권 출범 후 그리 오래지 않아 예외 없이 대통령을 흔들어 온 나라, 그런 일들이 문제의식 없이 비교적 일상화된 나라. 이건 아니다.

우리 이제는 생각을 달리 해보자. 대통령이 국가와 국민이라는 본질만 바라보고 일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자. 여론조사 결과나 국민 눈치만 살피다가 처음과는 달리 일의 본질에서 벗어나 버리는 일이 없도록, 대통령이 하는 일을 모르는 척 좀 해주자. 일도 생각도 이전의 방식대로 하면서 이전보다 더 나은 결과를 바랄 수는 없지 않은가.

이창섭 충남대 체육교육과 교수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대전 중앙로지하상가 비대위, 대전시에 공청회 요구... 경쟁 입찰 조회수 부풀리기 의혹 제기도
  2. [대전다문화] 열대과일의 나라 태국에서 보내는 여름휴가 ? 두리안을 즐기기 전 알아야 할 주의사항
  3. 중앙로지하상가 비대위, 대전시에 공청회 요구
  4. [대전다문화] 세계 일회용 비닐봉투 없는 날
  5. [대전다문화] 7월 17일 '제헌절', 대한민국 헌법이 태어난 날입니다
  1. 한국영상대 학생들, 웹툰·웹소설 마케팅 현장에 뛰어들다
  2. [대전다문화] 대전시 가족센터·다문화가족지원센터 7월 프로그램 안내
  3. 중·고등학생 수행평가 2학기부턴 진짜 학교에서만 "본래 목적 집중"
  4. 의정활동 체험 ‘재미있어요’
  5. 더 길어진 여름에…지난해 열대야 발생일수 역대 1위

헤드라인 뉴스


이재명 대통령, 4일 취임 후 첫 대전 방문 ‘타운홀미팅’

이재명 대통령, 4일 취임 후 첫 대전 방문 ‘타운홀미팅’

이재명 대통령이 4일 취임 후 처음으로 대전을 방문한다. 이 대통령은 이날 오후 대전 유성구 도룡동 대전컨벤션센터에서 ‘국민소통 행보 2탄, 충청의 마음을 듣다’를 주제로 타운홀 미팅 시간을 갖는다. 국민의 현장 목소리를 듣고 자유롭게 토론과 질문을 하는 자리로, 불황으로 어려움을 겪는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를 비롯해 과학기술인 등 300여명이 참석할 예정이다. 이번 미팅은 사전에 참석자를 선정하는 관행에서 벗어나 전날인 3일 오후 2시 대통령실 홈페이지를 통해 행사 일정을 공개하고 행사 당일 현장에서 선착순으로 300여 명을 참석시킨..

[대전 자영업은 처음이지?] 41. 대전 서구 가장동 돼지고기 구이·찜
[대전 자영업은 처음이지?] 41. 대전 서구 가장동 돼지고기 구이·찜

자영업으로 제2의 인생에 도전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정년퇴직을 앞두거나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자신만의 가게를 차리는 소상공인의 길로 접어들기도 한다. 자영업은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음식이나 메뉴 등을 주제로 해야 성공한다는 법칙이 있다. 무엇이든 한 가지에 몰두해 질리도록 파악하고 있어야 소비자에게 선택받기 때문이다. 자영업은 포화상태인 레드오션으로 불린다. 그러나 위치와 입지 등을 세밀하게 분석하고, 아이템을 선정하면 성공의 가능성은 충분하다. 이에 중도일보는 자영업 시작의 첫 단추를 올바르게 끼울 수 있도록 대전의 주요 상권..

트로트 신동 김태웅, 대전의 자랑으로 떠오르다
트로트 신동 김태웅, 대전의 자랑으로 떠오르다

요즘 대전에서, 아니 대한민국에서 가장 잘 나가는 초등생이 있다. 청아하고 구성진 트로트 메들리로 대중의 귀를 사로잡고 있는 대전의 트로트 신동 김태웅(10·대전 석교초 4) 군이다. 김 군이 대중에게 얼굴을 알린 건 2년 전 'KBS 전국노래자랑 대전 동구 편'에 출연하면서부터다. 당시 김 군은 '님이어'라는 노래로 인기상을 받으며 관객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공중파 TV를 통해 강렬한 인상을 남긴 김 군은 이후 케이블 예능 프로 '신동 가요제'에 출연해 화제를 모았다. 김 군은 이 무대에서 '엄마꽃'이라는 노래를 애절하게 불러 패..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취약계층을 위한 정성 가득 삼계탕 취약계층을 위한 정성 가득 삼계탕

  • 대통령 기자회견 시청하는 상인들 대통령 기자회견 시청하는 상인들

  • 의정활동 체험 ‘재미있어요’ 의정활동 체험 ‘재미있어요’

  • 도심 열기 식히는 살수차 도심 열기 식히는 살수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