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에서] “원자력연구원을 어떻게 믿고 서약하라는 겁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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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원자력연구원을 어떻게 믿고 서약하라는 겁니까”

  • 승인 2017-05-31 16:49
  • 신문게재 2017-06-01 3면
  • 최소망 기자최소망 기자
▲ 최소망 경제과학부 기자
▲ 최소망 경제과학부 기자


“원자력연구원을 어떻게 믿고 서약하라는 겁니까!”

31일 오전 한국원자력연구원, 원자력시설안전성시민검증단의 본격적인 첫 회의가 시작되기도 전에 고성이 터져 나왔다.

최근 원자력연구원 방사성폐기물 무단 폐기, 하나로원자로 내진보강 공사 부실 의혹 등 각종 원자력 안전 문제가 드러나면서 시민들은 불신이 극에 달한 상황이다.

상황이 이런 만큼 회의 분위기는 화기애애하게 연출되지 못했다.

본격적인 회의가 시작되기 전부터 불꽃 튀는 설전이 이어졌다.

발단은 검증단 위원들 자리에 올려져 있었던 ‘출입자 서약서’였다.

원자력연구원 측은 20여명이 넘는 시민검증단 위원들에게 출입관련 서약을 받고자 이들 자리에 A4용지 한 장을 올려놓았다.

검증단 한 위원이 “우리가 연구원을 믿지 못해 이곳까지 와서 설명을 듣고 의혹을 풀고자 노력는데, 연구원을 어떻게 믿고 개인 정보까지 제공하며 출입 서약을 하라는 말입니까”라며 문제를 제기했다.

이어 “서약서 내용은 애매모호하고 구체적인 기준도 없다”며 “과도한 조치로 보이는 일방적인 이 서약서는 폐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약서에는 ‘연구원 방문기간에 지득한 중요사항을 일체 누설하거나 도용하지 않는다’, ‘연구원에서 제공받은 자료를 연구원의 승인 없이 외부에 공개하지 않는다’, ‘연구원 기밀을 누설한 경우 법률에 따라 민ㆍ형사상의 책임을 부담하고 모든 손해를 배상한다’ 등의 내용이 포함돼 있었다.

검증단 위원들은 서약서 내용이 검증단 활동에 제약이 되리라 판단하고, 하나같이 서약서에 서명하길 거부했다.

연구원 측은 검증단 위원의 원활한 연구원 출입을 위해, 즉, 검증단 편의를 위해 마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연구원 국가 보안 ‘갑’ 구역에 해당해 어쩔 수 없는 조치였다고도 덧붙였다.

그러나 검증단 위원들은 지금까지 원자력연구원이 쌓아온 불신 때문에 서약은 절대 할 수 없다는 뜻을 내놓았다.

원자력연구원이 국민 불신에서 벗어나고자 최근 대전시ㆍ유성구와 원자력안전협정도 맺고, 시민검증단 활동도 인정하는 등 긍정적인 소통 행보를 보이는 것에는 박수를 보낸다.

그러나 갈 길은 아직 멀었다.

하재주 원자력연구원 원장은 이날 “새로운 기준(New Standard)을 적용해 연구원을 재건축하고 모든 부분에 숨김없이 솔직하게 설명하고자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하 원장의 과감한 약속이 조속히 이행되길 바란다. 경제과학부 최소망 기자 somangcho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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