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 톡] 내 맘에 단비

[공감 톡] 내 맘에 단비

  • 승인 2017-06-09 00:01
  • 김소영(태민)김소영(태민)
▲ 게티 이미지 뱅크
▲ 게티 이미지 뱅크


며칠 전 봄 가뭄이 연일 계속되던 중 단비가 내렸다. 미세먼지와 꽃가루로 목과 코가 예민해지던 차에 반가운 비였다.

그러나 반가움도 잠깐. 갑자기 내리는 비에 우산을 안 가지고 등교한 딸아이가 생각이 났다.
‘어쩌지... 하교 중일 텐데 우산을 가지고 버스정류장에 나가 기다려야 하나?’

우산을 챙기고 있는 동안
‘띠띠띠 삐리리~’
현관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딸이 벌써 집에 도착했던 것이다.

‘에고, 비에 젖어 투덜거리는 소리를 들어야겠구나’
제법 내리는 비에 젖어 투덜거리는 딸내미의 투정을 들을 각오를 하고 돌아보는 순간 예상 밖의 뽀송뽀송한 아이가 웃으며 들어오는 것이 아닌가.

“뭐야, 비 맞지 않았어?”
“응, 엄마 오늘 참 기분이 좋아”
연신 싱글거리며 입가에 웃음이 가득한 딸을 보며 궁금증이 더해갔다.

“무슨 일인데? 빨리 말해봐”
“그게 말이야. 내가 버스를 타려고 가던 중에 비가 내리는 거야. 그래서 막 뛰고 있는데 어떤 아저씨가 우산을 주면서 쓰고 가라는 거야.”
“그 아저씨는 어쩌구?”
“그래서 내가 그랬지. 괜찮아요. 아저씨 쓰고 가세요 라고”
연신 미소를 지어가며 기대하라는 표정으로 눈을 깜박거리기를 반복하며 말을 이어갔다.

”저기 길 건너편이 아저씨 회사야. 학생은 더 가야되지? 그러니까 이거 쓰고 가“라며 그 아저씨는 딸아이의 손에 우산을 쥐어주고 횡단보도를 쏜살같이 건너가더라는 것이었다.

“엄마, 대박이지?”
그래, 대박이다.

이 일은 참 아무렇지도 않은 일일 수도, 별일 아닐 수도 있는 일이다.
그러나 슬프게도 현대 사회에서는 이젠 평범한 일이 아닌 것이 돼버렸다.

길에서 우연히 만난 아저씨.
당신은 비를 좀 맞더라도 자라는 청소년을 사랑하는 마음.
딸아이는 예기치 않았던 그 참사람을 ‘대박’이라는 말로 표현 하였다. 엄마인 나도 그렇게 밖에는 달리 표현할 적당한 말을 찾지 못했다. 그래, 정말 대박인 것이다.

▲ 게티 이미지 뱅크
▲ 게티 이미지 뱅크

오늘 일로 인해 행복해하는 딸아이를 보니 일본 빙점의 작가 ‘미우라 아야꼬’가 생각났다.

자신의 행운을 이웃가게와 나누려 했던 아야꼬. 아야꼬의 가슴에 자리잡고 있던 배려가 우리 딸에게도 심어진 것이다.
내리던 비는 땅을 충분히 적시지도 못한 채 곧 그치고 말았지만 단비보다 더한 따뜻한 비가 딸아이의 가슴에 내리고 있는 것이다. 아낌없는 배려. 그것이 지금 고2 소녀의 가슴에 뿌려진 것이다. 세상은 아직 각박하지만은 아닌 세상이다. 부모의 손길이 미치지 않는 또 다른 곳에 따뜻한 이웃의 손길이 있는 것이다.

딸아이의 행복한 미소는 귀가하는 가족들마다에게 전해졌다. 그리고 함께 행복해 했고 함께 감사했다. 그야말로 대박이고 큰 축복이다.

오늘 아이는 따뜻한 배려심을 직접 경험했고 그로인한 감동과 어른에 대한 긍정적 감정을 갖게 되었으니 얼마나 큰 행운인가. 말하지 않아도, 가르치려 하지 않아도, 아이의 가슴 깊이 심어진 남을 위한 배려.

행복한 하루였다. 딸에게 거름이 되는 오늘이 되어 행복했고, 이렇게 남을 배려 할 줄 아는 분들과 이웃해서 살고 있다는 것이 행복했다.

김소영(태민) 수필가

▲ 게티 이미지 뱅크
▲ 게티 이미지 뱅크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NASA 아르테미스 2호 발사, 한국 큐브위성 'K-라드큐브' 사출 성공… 교신 시도 중
  2. [아침을 여는 명언 캘리] 2026년 4월3일 금요일
  3. 영재고·과학고 의·치대 진학 감소세 "이공계 중시 정책 효과"
  4. 민주진보 세종교육감 '임전수 후보' 선출… 6자 구도 새판
  5. [교단만필] 과학의 도시 대전에서, 과학교사로 함께 한다는 것
  1. 대전을지대병원, 환자와 보호자 위로하는 음악회 개최
  2. 교육부 라이즈 재구조화…"시도별 성과 미흡 과제도 폐지"
  3. 충남도, 중소기업·소상공인 지원 추진
  4. "직업환경 보건 지켜질 때 사고와 참사도 예방할 수 있어"
  5. [사이언스칼럼] 문제해결형 탄소 활용 기술

헤드라인 뉴스


또다시 단전위기 둔산전자타운…관리비 납부 갈등 봉합 `난항`

또다시 단전위기 둔산전자타운…관리비 납부 갈등 봉합 '난항'

전제자품 전문상가인 대전 둔산전자타운이 점포 입점상인 간의 관리비 징수와 집행 주체에 대한 갈등으로 쇠락을 거듭하고 있다. 전기요금조차 납부하기 어려워 또다시 단전 경고장이 게시됐고, 주변 상권 역시 침체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2일 찾은 대전 서구 탄방동의 둔산전자타운은 입구부터 단전을 예고하는 안내문이 붙은 채 손님을 맞이하고 있었다. 전기요금을 오랫동안 연체한 탓에 1차 복도와 편의시설부터 단전을 시작해 2차 엘리베이터와 급수용 그리고 상가점포와 사무실까지 단전에도 납부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건물 전체에 단전이 이뤄질 수 있..

영재고·과학고 의·치대 진학 감소세 "이공계 중시 정책 효과"
영재고·과학고 의·치대 진학 감소세 "이공계 중시 정책 효과"

영재고·과학고 학생들의 의·치대 진학률이 감소하고 있다. 이공계 인재 육성을 위한 제도적 장치와 함께 이재명 정부의 과학기술 중시 정책 기조 등이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이다. 2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 소속 더불어민주당 황정아 의원이 교육부로부터 받아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영재학교와 과학고를 졸업한 학생들의 의대 진학이 2024학년도 대비 2026학년도 42% 감소했다. N수생을 포함한 수치로, 2024학년도 167명에서 2026년 97명으로 줄었다. 의대 정원이 대폭 늘어난 2025학년도엔 157명이 의대에 진학했..

대전 원도심, 문화로 다시 숨 쉬다…도시재생과 예술의 결합
대전 원도심, 문화로 다시 숨 쉬다…도시재생과 예술의 결합

대전 원도심은 오랜 시간 지역 문화예술의 뿌리 역할을 해왔지만, 도시 확장과 함께 문화 인프라가 신도심으로 이동하며 점차 활력을 잃어왔다. 공연장과 전시시설, 문화공간이 특정 지역에 집중되면서 시민들의 문화 향유 기회 역시 불균형이 심화됐다는 지적이 이어져 왔다. 이에 대전시가 원도심의 역사성과 문화 자산을 바탕으로 새로운 문화 생태계 구축에 나섰다. 도시재생과 예술을 결합한 '3대 특화 문화시설' 조성을 통해 원도심을 다시 문화 중심지로 복원하고, 일상 속 문화 접근성을 높이겠다는 전략이다. 이번 사업이 지역 간 문화 격차 해소와..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벚꽃 활짝…대전에 봄 왔네 벚꽃 활짝…대전에 봄 왔네

  • 고유가에 운행 포기 속출 고유가에 운행 포기 속출

  • 대전 도심을 푸르게 대전 도심을 푸르게

  • 버스와 트램의 장점 살린 3칸 굴절차량 도심 주행 버스와 트램의 장점 살린 3칸 굴절차량 도심 주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