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에서]나의 유성복합터미널

  • 오피니언
  • 편집국에서

[편집국에서]나의 유성복합터미널

  • 승인 2017-06-21 16:14
  • 신문게재 2017-06-22 3면
  • 임효인 기자임효인 기자
풍경 하나. 대학생 때 나는 매주 천안행 버스에 올랐다. 비좁은 유성시외버스정류소는 금요일 저녁이면 나처럼 집에 가려는 대학생들로 우글거렸다. 당시 천안행 버스는 비지정석 선착순 탑승이었던 터라 몸싸움은 물론, 버스가 서는 위치를 ‘때려맞춰’ 움직이는 눈치 싸움을 벌여야 했다. 명절을 앞둔 때면 이 같은 상황은 더 심해져 ‘전쟁통이냐’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어떻게 광역시 터미널(정류소)이 이럴 수 있어?’라고 수백 번은 생각했다. 한 줄기 마음 속 희망이 있었다면 이 낡고 비좁은 정류소가 ‘유성복합터미널’로 수년 내 바뀐다는 소식이었다. 내가 졸업할 때까지 조성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조성 안 됐다) 후배들은 나 같은 ‘전쟁’을 겪지 않아도 될 거란 안도 비슷한 감정이었다.

풍경 둘. 수습기자 시절 여러 출입처를 사나흘씩 체험했다. 선배가 지시하는 취재 내용을 이해하고 기사를 써내는 게 과제였다. 당시 행정에 출입하던 선배는 내게 유성복합터미널 조성이 소송으로 미뤄지고 있으니 현장에 가 인근 분위기를 살펴보라는 지시를 내렸다. 현충원역과 구암역 인근 부동산 문을 열심히 두드렸다. 공인중개사들은 하나같이 “부동산 시장이 꽁꽁 얼어붙었다”, “첫 삽 뜨기 전까지는 조성을 믿을 수 없다”고 말했다. 대학시절 내내 꿈꾸던 일이 실현되기까지 제법 어려울 것이란 예감이 스쳤다.

저마다 어떤 공간이나 물건에 얽힌 사연이 있듯 위의 풍경들은 유성복합터미널을 떠올렸을 때 그려지는 나의 이야기다. 첫 번째 풍경은 비단 나 혼자만의 기억은 아닐 테다. 좁은 정류소를 빠져나가던 버스가 위협적이라고 느꼈던 이들이라면, 술 마신 저녁 문고리가 떨어져 나간 화장실을 불안하게 이용했던 이들이라면 저마다 비슷한 장면을 간직하며 새 터미널을 기대했을 것이다.

정작 현실은 두 번째 풍경에 가깝다. 올 하반기 착공하겠다는 대전시의 말을 믿기보다 ‘첫 삽’ 뜨는 모습을 봤어야 했다. 당초 2019년 조성될 수 있었을 것으로 예상됐던 유성복합터미널의 미래가 처참하다. 대전도시공사가 사업자인 롯데컨소시엄에 협약해지를 통보했고 새 사업자를 구한다고 한다. 굴지의 대기업도 사업성을 이유로 손 놓고 있던 차에 누가 관심을 보일지 모르겠다. 대전시와 도시공사는 여러 유인책을 고심하겠다고 하는데 결국 시민의 혈세를 붓는 것 아닌가 싶다.

대중교통은 그 도시의 수준을 평가하는 단면이다. 20일 유성시외버스정류소에서 만난 40대 인천시민은 “군(郡) 단위에서나 볼 수 있는 터미널 같다”고 했다. 인근에서 활동하는 택시기사는 “(유성시외버스정류소) 버스에서 내린 승객들이 정류소 보고 한마디씩 하면 내가 죄송하다고 하고 만다”고 말했다. 도시의 수준이 나아지는 데 걸리는 긴긴 시간이 더 더디게 느껴진다. 기대 속 터미널을 볼 수는 있는 걸까.

임효인 사회부 기자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당진시, 고추 병해충 방제 '골든타임'…예찰·방제 당부
  2. [기자수첩] 법원 앞에서 외치는 정치, 법정 안에서 판단할 사안
  3. 대전중수청 세종 개청에 지역 충격… 이전 계획은 아직 미정
  4. 천안시, 천흥2일반산단 승인·고시…북부권 첨단산업 클러스터 본격화
  5. 아산시, 초사동회전교차로 설치공사 조기 완료 박차
  1. '송영길 후보' 승부수, "행정수도특별법 당론 통과" 확약
  2. 경주 해파랑길, 걷기 장소로 인기
  3. 세종교육청 '교육문화원', 조치원 핫플레이스 가능성 확인
  4. 세종시 거점 '충청 정보보호 클러스터' 개소… "수도권 산업 분산"
  5. 하나은행 '대덕테크노밸리금융센터지점' 이전 개점식 열고 본격 출발

헤드라인 뉴스


‘서천갯벌 블루카본 생태복원’ 충남도-기아㈜-해수부 손잡아

‘서천갯벌 블루카본 생태복원’ 충남도-기아㈜-해수부 손잡아

충남도는 28일 서울 그랜트 인터컨티넨탈 파르나스에서 해양수산부, 서천군, 기아(주), 해양환경공단, 한국해양재단과 함께 '민관협력 서천갯벌 블루카본 생태복원사업' 추진을 위한 6자간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협약식에는 박수현 지사를 비롯해 황종우 해수부 장관, 유승광 서천군수, 송호성 기아(주) 대표이사, 강용석 해양환경공단 이사장, 김양수 한국해양재단 이사장 등이 참석했다. 블루카본은 해양·연안 생태계가 대기 중 이산화탄소를 흡수해 해양 퇴적물·생물체 등에 저장하는 탄소다. 이번 사업은 기아(주) 사회공헌(ESG) 사업 일..

발전공기업 통합본사 충남 유치 총력전…박수현 지사, 기후부 장관에 지원 요청
발전공기업 통합본사 충남 유치 총력전…박수현 지사, 기후부 장관에 지원 요청

박수현 충남지사가 발전공기업 통합 본사와 함께 한국환경공단과 한국환경산업기술원 등 기후에너지환경부 소관 공공기관 충남 유치를 위한 대정부 행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 박 지사는 28일 한강홍수통제소에서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을 만나 ▲발전공기업 통합 본사 충남 설치 ▲기후부 소관 공공기관 충남혁신도시 일괄 이전 ▲태안화력 2호기 폐지 일정 한시 연장 등을 건의했다. 이번 면담은 이달 20일 국회에서 김정호 기후에너지환경위원장과 이소영 여당 간사를 만나 발전공기업 통합본사 충남 유치 필요성을 설명한 데 이어 마련된 것으로, 도는..

코스피 장중 6000선도 내줬다... 10% 이상 폭락에 개미들 `패닉`
코스피 장중 6000선도 내줬다... 10% 이상 폭락에 개미들 '패닉'

코스피가 장중 6000선을 내주며 10% 이상 폭락하는 등 매도 사이드카에 이어 서킷브레이크까지 발동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투톱과 여느 종목할 것 없이 내림세가 이어지며 코스피 '1만피'을 외치던 개인투자자들의 공포가 극에 달하며 곡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2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코스피 지수는 전날보다 732.12(-10.84%) 하락한 6023.66으로 장을 마감했다. 지수는 6400.27로 개장했으나, 한때 5992.91로 -11.29%까지 밀리면서 6000선을 내주기도 했다. 코스닥 지수도 전날보다..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폭염에 달궈진 도로 식히는 살수차 폭염에 달궈진 도로 식히는 살수차

  •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권리당원 투표 시작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권리당원 투표 시작

  • 여름방학에 배우는 사자소학 여름방학에 배우는 사자소학

  • ‘덥다 더워’…쉴 새 없이 돌아가는 에어컨 실외기 ‘덥다 더워’…쉴 새 없이 돌아가는 에어컨 실외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