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소수민족 취재탐방기] 한국과 똑같은 딱지치기 모습에 ‘깜짝’

[중국 소수민족 취재탐방기] 한국과 똑같은 딱지치기 모습에 ‘깜짝’

5. 오전 9시가 되어서야 기상하는 소수민족 ‘먀오족’

  • 승인 2017-06-30 00:03
  • 김인환 시인김인환 시인
▲ 먀오족 꾸냥들의 정장 모습. 의상의 종류가 80종이 넘는다./사진=김인환
▲ 먀오족 꾸냥들의 정장 모습. 의상의 종류가 80종이 넘는다./사진=김인환


시간이 지나면서 나를 환영 한다는 사람들의 숫자가 늘어나기 시작했다.

아들과 딸은 그 사이 식사를 마치고 나간 후였다. 공산당 당위원회 부서기, 여맹위원장 등 5명이 더 추가되었다. 집안은 금새 잔치분위기로 변한다. 앉아있던 나는 그들의 떠드는 소리에 정신이 혼미해질 지경이었다. 나를 환영하기 위해서 모인 것인지 먹고 마시며 떠들기 위해 모였는지 모르겠다. 얼핏 듣기에 그들이 하고 있는 이야기는 부락 발전과 말 싸움에 관한 이야기임엔 틀림없었다. 여자들도(촌장 부인을 포함) 남자들과 똑 같았다.

하나같이 마시고 떠든다. 나는 기회를 보다가 슬쩍 일어났다. 모두의 시선이 내게 쏠린다. 내가 피곤해서 일찍 실례해도 되겠느냐고 하니까 촌장이 벌떡 일어나 “그렇게 하라”고 하면서 내 배낭을 둘러메고 앞장을 선다. 삐거덕 거리는 목조 건물 2층으로 따라 올라갔다.

2층에도 중앙에는 홀이 있고 양 쪽에 방들이 있었다. 방마다 문은 없었고 커튼이 한 장씩 늘여져 있을 뿐이었다. 창문이 있는 방에 들어가 전구를 키니 거의 어둠을 벗겨낼 정도였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이 지역엔 전기사정이 안 좋아 30촉 정도로 만족하고 있다고 한다.

창가 쪽엔 나무판때기로 만든 침대가 놓여있고 홋 이불 두 장이 놓여있다.

촌장이 인사를 하고 내려가자마자 나는 옷 입은 채로 쓸어져 잠이 들었다. 얼마나 잤을까? 소변이 급해 일어나보니 아랫 층에서는 그 때까지도 손님들의 떠드는 소리가 들려온다.

시계를 보니 새벽 한 시가 넘었다. 화장실을 가기 위해 1층으로 내려가는 바람에 나는 이들과 다시 만나야 했고 그제서야 그들도 하나 둘씩 돌아가기 시작했다.

이튿날 나는 평소의 습관대로 새벽 6시 경에 일어나 밖으로 나갔다. 한 여름의 새벽 공기가 시원하다. 부락을 한 바퀴 돌 때까지 사람의 그림자는 한 명도 보이질 않는다. 부락 옆으로는 큰 내( 川 )가 흐르고 있었다. 작은 돌밭들을 지나 물가로 가서 세수를 했다. 마음 같아서는 옷을 훌훌 벗고 목욕이라도 하고 싶었다.

내( 川 )의 길이는 건너편 까지가 대충 50m 정도, 가장 깊은 곳은 내 허리 쯤까지 찰 정도이다. 물론 장마가 질 때면 상황은 틀리리라. (밤마다 바로 이 물가에서 청춘 남녀들의 러브 스토리가 만발하고 있다는 사실을 안 것은 훗날의 이야기이다.) 냇물은 동쪽에서부터 흘러와 서쪽으로 쉼 없이 흘러간다. 무척 맑은 냇물이다.

다시 부락으로 돌아와도 사람들은 한 명도 눈에 뜨이질 않는다. 오전 9시가 지난 후에야 한 명,두 명씩 보이기 시작한다. (소수민족 어디에나 비슷했다. 오전 9시가 넘어서야 식사준비를 시작하고, 10시 쯤 되어서야 아침식사를 했으며, 오후 2시가 지나서야 점심을 먹기 시작하고, 저녁 7시가 훨신 넘은 다음에야 저녁식사를 시작한다. 당뇨환자인 나는 아침식사를 일찍 하는 습관이 있어서 이 문제가 가장 힘들었다. 그래서 생각해 낸 것이 내 스스로 아침을 해 먹기 시작했다.)

촌장집에서도 마찬가지였다. 9시가 지나서야 부인과 딸이 일어나고 뒤이어 촌장이 일어났다. 그제서야 아침식사 준비를 하기 시작한다.

10시가 되었을 무렵, 촌장이 직접 2층으로 올라와 어젯밤은 잘 쉬었느냐며 식사를 하러 가잔다. 아침밥은 언제 해 놓은 것인지 모를 정도의 찬 밥 덩어리였다. 그리고 어제 저녁에 먹다남은 반찬 종류였다. 손님을 대접한다면서 찬 밥이 왠 말인가싶어 무척 불쾌했다. 그러나 찬밥은 소수민족 어디를 가나 가장 선호하는 음식임을 나중에서야 알게 되었다.

아침식사를 마치자마자 촌장은 오전에 회의가 있다며 나가고, 부인과 딸은 으레히 그러려니 하고, 옷을 갈아입고 논,밭으로 나간다. 소수민족 대부분이 그랬다. 농삿일은 대부분 여성들의 몫이였다. 남자들이 하는 일이란 가끔 소를 몰아 쟁기질을 하는 정도였고, 이들이 좋아하는 말 싸움에 관한 일들이 대부분이었다. 특히 먀오족은 더 심할 정도였다.

아침식사를 마치고 나는 촌장을 따라 나섰다. 회의라고 해서 거창한 회의실이 따로 있는 게 아니라 공산단 당위원회 서기의 집이었다. 집 구조는 촌장의 집과 거의 동일한 수준이었다. 1층 중앙엔 큰 홀이 있는데 이미 5~6명이 자리를 하고 있었다. 미주를 돌려 마시는 폼이 마치 우리네들의 콜라나 사이다, 아니면 커피를 마시는 것과 비슷하다. 엊저녁에도 이들이 마신 것은 미주였다. 도수는 5도~6도 정도로 우리네 막걸리보다 싱겁다. 지금 역시 대낮부터 이들이 마시는 것이 바로 미주였다.

▲ 먀오족의 말싸움 장면/사진=김인환
▲ 먀오족의 말싸움 장면/사진=김인환

이들의 화제는 말 싸움에 관한 것이었다. 이야기 도중, 누구네 말은 어떻고, 누구네 말은 어떠하니, 이번엔 참여 시키자, 참여 시키지 말자 등등 말들의 신상명세가 펼쳐지고 있었다.

나는 중간에 지루해 슬그머니 자리를 박자고 나와 버렸다. 다시 부락을 한 바퀴 돌고 아이들이 노는 곳을 두리번 거리며 돌아보다가 어느 한 순간, 나는 깜짝 놀라고 말았다. 이들이 하는 놀이가 딱지치기였는데 한국의 어린이들과 너무나 똑 같았다. 딱지를 땅 바닥에 놓고 때려서 엎어지면 따 먹는 것, 벽 아무데나 붙였다가 떨어질 때 상대방의 딱지에 조금이라도 붙으면 따 먹는 것 등이 어떻게 이렇듯 똑 같을 수 있는지 신기할 정도였다.
이들이 갖고 노는 딱지를 하나 집어서 풀어보니 딱지를 접는 방법도 똑 같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과연 이들 어린이들이 갖고 노는 딱지치기가 중국에서 시작된 것인지? 아니면 한국에서 시작된 것인지? 연구해 볼 필요가 있다는 생각을 해 본다.

12시가 넘어 회의 장소로 돌아갔다. 아직도 그들의 이야기는 끝날 기미가 보이질 않는다. 오후 1시 경에 서기가 직접 일어나 점심 준비를 한다. 커다란 양푼 위엔 식은 밥 덩어리가 가득 차 있고 반찬이라곤 안주로 먹던 땅콩과 식은 국이 한 그릇씩 퍼다 먹는게 다다. 나 보고도 같이 하자고 하는데 도저히 식성이 일어나질 않는다. 괜찮다고 사양하고 부락 한 쪽에 있는 구멍가게를 찾았다. 언제 갔다 놓았는지 모를 빵들이 보인다. 두 개에 1위안 (한국 돈 800원). 그래도 맛을 보니 팥빵이었다. 나는 그것으로 점심을 대신하고 회의가 열리는 쪽으로 돌아갔다. 찬 밥 덩이로 점심식사를 마친 촌장 일행이 우루루 몰려 나온다.

어디를 가느냐니까, 말 싸움 현장으로 가는 중이란다. 나도 모르게 신바람이 났다. 생전 처음 보는 말 싸움 구경이 아닌가. 부락에서 30분 쯤 내려가니 커다란 운동장이 나오고 빙 둘러 나무담장을 둘러친 경기장이 나타난다. 마당엔 먼지가 풀풀나는 곳인데 모래를 뿌린 것 같은데도 말들이 뛰어다니는 곳이어서 맨 땅이나 다름없었다.

촌장이 바쁘게 이 곳 저 곳을 뛰어다닌다. 근 한 시간이 지나서야 말 주인 두 사람이 말을 끌고 나오는데 경기장 안에 들어와서는 목에 걸었던 목걸이를 풀고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에게 무어라고 이야기를 한다. 아마도 잘 싸우라는 이야기겠지. 말은 알아들었다는 듯이 머리를 좌우로 흔들며 히잉! 히잉! 하며 콧소리를 내기도 한다. 그리고 두 말 사이에 어느 정도 간격을 둔 후 말 주인은 말의 엉덩이를 냅다 내려치자 그 길로 상대방의 말을 향해 달려간다.

주심과 심판 같은 사람이 2~3명이 보이고 그 중에 누군가가 소리를 지른다. 말의 주인과 응원객들이 소리를 지르며 응원을 한다. 말들은 서로 엉키기도 하고, 뒤로 돌아선 채 서로 뒷 발질을 하기도 한다. 뒷 발로 선 채 서로 앞 발로 상대방을 때리기도 하고, 서로 흥분을 가라 않치지 못한 채 싸움을 계속한다. 그러다가 슬그머니 한 마리가 상대방을 피해 달아나기 시작한다. 그러면 싸움은 끝이다. 이긴 말은 주인이 뛰어 들어가 목걸이를 한 후 말 머리를 쓰다듬으며 운동장을 한 바퀴 돈다. 이른바 우승 퍼레이드인 샘이다. 말이 본부석 앞으로 돌아온 후 가까이 가서 보니 얼굴에서 피가 흐른다. 격한 말 싸움 흔적이었고, 승자의 표식이기도 했다. 〈다음 주에 계속〉

김인환 시인


김인환 시인은 시집<님의 마음에:1968년> (비가 내리는 :1970년) (다시 한밤에 돌아와:1973년) (시음집:1978년:한국 최초의 음반시집) (바람의 노래:1992년) (저 높은 곳을 향하여:1998년) (낙엽이 되어보지 못한 그대는;2013년) 등의 시집과 방송칼럼집 (내일을 향하여), 시론집으로 (마두금을 어디서 찾나) 등이 있다. 1972년 부산 최초의 시 전문지를 발간한 바 있으며 MBC, KBS, 한국경제 등에서 30여 년 간 언론인으로 활약했다. 부산 크리스천 문인협회 회장, 중국 광동성 한인문학회 회장을 역임했다. 현재 한국 문인협회, 현대시인협회,국제 펜클럽,대전 펜클럽 회원으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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