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집배원이다]③ "하루에 63빌딩 서너 차례는 걸어 내려가는 셈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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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집배원이다]③ "하루에 63빌딩 서너 차례는 걸어 내려가는 셈이죠"

  • 승인 2017-06-30 06:51
[나는 집배원이다]③ "하루에 63빌딩 서너 차례는 걸어 내려가는 셈이죠"

20~30층 고층아파트 오르내리다 땀 범벅…오토바이 지상통행 금지엔 난감

신도시 '인구 급팽창'…화성우체국 집배원 한 명이 3천280여 가구 담당



(화성=연합뉴스) 강영훈 기자 = 이달 26일 오전 9시 경기도 화성시 동탄신도시에 있는 화성우체국.

올해로 16년 차인 집배원 박혜관(41·8급)씨가 우편물 배달을 위한 준비 작업에 여념이 없다.



일반 우편물, 등기 우편물, 택배, 국제소포 등을 종류별로 분류해 오토바이 적재함에 넣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가 하루에 배달하는 우편물은 일반 우편물 1천여 통, 등기 우편물 100여 통 정도다. 여기에 택배 20∼30여 개를 덤으로 처리한다.

택배 물량이 넘치는 데다 해외 직구가 느는 추세여서 소포 위탁 근무자의 일손이 부족한 탓이다.

적재함에 우편물을 한가득 실은 박씨는 커다란 택배 상자 예닐곱 개를 더 얹고서야 첫 배달지인 동탄1신도시 A 아파트로 출발했다.

1∼2분도 채 되지 않아 A 아파트에 들어선 뒤 경비실에 신분증을 맡기고 출입증을 받아들면 '오늘의 전투'가 시작된다.



매일 방문하는 집배원이라고 해도 출입증이 없으면 아파트 현관문 안쪽에 있는 우편함에 다가서지도 못한다.

신도시의 일부 아파트는 출입증은 내주지만 지상에서는 오토바이를 포함한 차량 통행을 금지하고 있다고 박씨는 귀띔했다.

지상에는 아파트 건물과 커뮤니티, 어린이 놀이시설과 조경 등을 갖추고 있다는 이유로 우편배달 오토바이라 할지라도 지하 주차장으로만 다니라는 것이다.

박씨는 "지하 주차장 바닥은 코팅돼 있어 물기나 기름기가 살짝이라도 묻어 있으면 넘어지기 십상"이라며 "시간은 촉박한데, 각 동을 뛰어다니며 우편물을 배달하려니 힘이 배로 든다"고 고충을 털어놨다.

A 아파트는 고맙게도 오토바이 지상 운행을 허용하고 있다. 오토바이를 타고 1동으로 이동한 박씨는 일반 우편물을 한 움큼 쥔 뒤 택배 상자 몇 개를 골라 안으로 들어갔다.



우편물을 한 손으로 휙휙 넘기며 능숙하게 우편함에 꽂아 넣는 솜씨에서 16년차 베테랑의 내공이 느껴진다. 언뜻 보기엔 쉬워 보이지만, 하나라도 틀리면 안 되기에 집중력을 요하는 작업이다.

박씨는 "일차적으로 분류해 놓은 우편물이지만 우편함에 꽂기 전에 다시 한 번 자세히 본다"며 "배달이 잘못되면 '감점'이 주어지는 등 집배원에게 페널티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가가호호 방문해 전달해야 하는 등기 우편물과 택배 배달을 위해 가장 위층인 20층에 올랐다.

위에서부터 훑고 내려오는 게 가장 신속하고 몸도 편하다. 문제는 홀로 사는 직장인, 맞벌이 부부 등이 많은 신도시 특성상 낮에는 집에 사람이 없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는 점이다.

역시나 이날도 첫 집부터 사람이 없다. 수차례 벨을 눌러도 기척이 없어 전화를 걸어 보니 고객은 "양수기 함에 넣어주세요"라고 짧게 말하고 전화를 끊었다.



물건이 없어지면 집배원이 소위 '독박'을 쓰는 경우도 종종 있어서 고객에게 전화나 문자메시지로 요구 사항을 남겨 달라고 요청하는 것도 잊지 않는다.

박씨는 "고객이 인근 마트에 물건을 맡겨달라기에 그렇게 했는데, 물건이 없어졌다고 항의해서 사비로 수십만 원을 물어준 적도 있다"며 "집에 사람이 없으니 밤에 오라고 떼를 쓰는 사람들도 있어 애를 먹기도 한다"고 전했다.

배달 전후로 고객과 연락해야 하는 경우가 잦아지다 보니 시간은 점점 촉박해졌다.

엘리베이터가 오기까지 기다릴 수 없어 걸어 내려가는 게 속이 편하다. 20층 정도는 우스운 고층아파트가 즐비한 신도시에서는 사실 빈번한 일이다.

박씨는 "하루에 63빌딩을 서너 차례는 걸어 내려가는 것 같다"며 "체력을 고려해 걸어 오르는 것은 3층까지만 하는데, 적어도 7층부터는 걸어 내려가는 일이 태반"이라고 전했다.

전날부터 비가 온 화성지역 낮 기온은 26도로 그리 덥진 않았지만 박씨의 얼굴은 금세 땀으로 범벅이 됐다.

어깨에 둘러멘 등기 우편물 가방의 무게가 꽤 나가고, 오토바이를 탈 때 헬멧을 착용해 땀을 식힐 새가 없어서다.

그는 기억하기도 힘들 정도로 많은 아파트 동을 오르내리며 1천 개가 넘는 우편물을 배달하고 우체국으로 복귀, 다음날 배달할 우편물을 분류한 뒤 오후 7시께 퇴근한다.

자고 일어나면 아파트 한 채가 올라간다는 우스갯소리가 있을 만큼 급격히 팽창하는 신도시의 특성상 우편물의 양이 늘어 밤늦게까지 야근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석우동과 반송동 일대 6만 가구를 담당하는 박씨의 소속 팀은 원래 15명이지만 최근 3명이 빠져 12명으로 줄었다.

오토바이 운전 중 사고를 당한 직원이 부상으로 병원 신세를 지고 있고, 또 다른 1명은 개인 사유로 자리를 옮겼다. 비정규직 1명은 고된 업무를 견디지 못해 그만뒀다.

이 팀에 집배원이 부족해져 박씨는 다른 팀에서 지원 나온 상태다.

박씨는 "한 명이 빠지면 동료들이 관할 구역을 쪼개 나눠 맡는 식이다. 이 때문에 외근직은 1년에 연차휴가를 하루 이틀밖에 사용하지 못한다"며 "인력은 부족한데, 충원은 느린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토로했다.



화성우체국에 따르면 관내인 동탄 1·2신도시 가구 수는 지난해 5월 말 12만1천여 가구에서 올해 5월 말 13만7천여 가구로 1만6천여 가구(13.1%)가 증가했다. 이 기간 인구는 35만5천여 명에서 38만6천여 명으로 3만1천여 명(8.8%) 늘었다.

반면 집배원 숫자는 제자리걸음이다. 이 기간 집배원 증원 인원은 단 7명에 불과하다.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27명이 과중한 업무 등을 이유로 퇴직했다.

현재 화성우체국 소속 집배원 1인이 담당하는 가구는 3천283 가구에 이른다.

김태훈 우정노조 화성지부장은 "집배원들은 동료의 빈자리를 메워주는 '겸배'를 하고도 수당조차 받아가지 못한다"며 "가장 큰 문제인 증원은 신축 아파트 입주가 거의 다 된 이후에도 한참 걸린다"고 말했다. 기존 인력으로 더는 버틸 수 없는 '한계 상황'이 돼야 간신히 증원이 이뤄진다는 것이다.

ky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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