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소수민족 취재탐방기] 먀오족은 고구려, 발해의 후손들 ?

[중국 소수민족 취재탐방기] 먀오족은 고구려, 발해의 후손들 ?

6. 말(馬)싸움이 유명한 소수민족 먀오족(苗族)

  • 승인 2017-07-07 00:01
  • 김인환 시인김인환 시인
▲ 먀오족 여인이 베틀로 실을 짜고 있다./사진=김인환
▲ 먀오족 여인이 베틀로 실을 짜고 있다./사진=김인환


먀오족의 장례모습, 사자(死者)의 노잣돈

먀오족의 말싸움은 거의 일 년열 두 달 진행되고 있었다. 툰(屯)대항 말 싸움이 한 달에 열흘 간, 월 말 결승전이 사흘 간, 7개 촌(村)대항전이 일주일 간, 그리고 연말 결승전이 열흘 간 치러지고, 평일에도 쉬는 날 없이 말 싸움이 속개되는 형국이었다. 그러자니 촌장이 참가하는 회의는 연중무휴로 계속되었다.

내가 먀오족촌에 들어온 지 열흘 쯤 지났을 무렵이었다. 아침부터 집안 분위기가 이상하다 싶었는데, 부락의 한 노인네가 사망을 했다는 것이었다. 다시 말해 상갓집이 생긴 것이다.

사망자는 71세의 할머니였다. 부락 사람들은 대부분 인척관계로서 촌장과도 6촌간이라 했다.
아침 일찍부터 서두르는 촌장을 따라 초상집을 같이 방문하기로 했다.

부락 입구에 있는 상가엔 이미 십여 명이 문상을 하고 나오는 길이었다. 집 앞에서는 한 사나이가 조문객들로부터 조위금을 접수받고 있었다. 앞서 가던 촌장이 그와 인사를 나누더니 봉투를 내놓고 안으로 들어간다. 나는 봉투를 준비하지 못해 집으로 돌아왔다.

마침 촌장 부인을 집 앞에서 만나 조위금은 보통 얼마 쯤 하느냐고 물었더니 액수는 얘길 안하고 홀수는 하지 말고 짝수로 하라고만 한다. 나는 봉투에 600위안(한국 돈으로 110000원 정도)을 넣어 다시 초상집으로 갔다. 액수가 큰 것인지, 작은 것인지 모른 채 보통 한국의 경우만을 생각하고 준비했던 것인데 이것이 뒷날 두고두고 화제가 될 줄은 상상도 못했다.

일반 조문객들은 보통 조위금이라는 것이 2위안부터 시작해 4위안, 6위안, 8위안이 대부분이고 가까운 친척의 경우에는 20위안, 40위안 60위안, 80위안까지 한다는 것. 100위안을 넘는 경우는 아주 특별한 경우라는 얘기였다. 그런데 부락사람도 아닌 외국인이 600위안이나 했으니 이는 거금 중에서도 상당한 거금이었던 셈.

훗날 촌장은 이 이야기를 하면서 역시 한국인은 부자라는 것과 촌장네 집에 온 손님이었다 해서 한동안 촌장의 어깨가 으쓱거렸었다며 웃는다. 부락 전체 가구 수가 50여 호에 불과 했기에 조문행렬은 이튿날로 모두 끝냈다.

먀오족의 장례습관은 특이했다. 고인이 30세 이하거나, 나이가 들었더라도 자살한 사람은 평지 아무데나 묻고 30세 이상 40세 까지는 산 입구에, 40세부터 50세 까지는 산 중턱에, 50세부터는 산꼭대기 아무 곳이나 묘를 쓴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고인 가족의 경제적 형편에 따라 관을 쓰기도 하고, 쓰지 않기도 해서 그 기준은 전혀 없다고 했다. 어제 고인이 된 할머니는 20여 년 간병으로 삼하게 앓던 환자여서 한국식 표현으로 호상이라고 부르는데 3일장을 치루는 동안 가족 모두는 슬퍼한다기보다 기분 좋은 모습들로서 3일째에는 꽹과리를 치며 춤을 추기까지 했다.

무덤을 새로 만들고 유족들은 무언가를 관 속에 꾸깃꾸깃 쑤셔 넣는다. 가까이 가서 보니 100위안짜리 돈 다발이었다. 고인이 먼 길을 떠나는데 필요한 노잣돈이라며 관 속 빈 공간에 가짜 돈을 쑤셔 넣는 유족들.

가짜돈은 그림은 실제 돈과 똑 같고 크기는 실제 돈의 두 배 쯤 컸다. 무덤가에선 고인이 평소 입었던 옷가지들을 불태우며 100위안짜리 가짜 돈을 무수히 불사르고 있었다.

시장에서 흔히 보이던 가짜돈 돈다발에 대한 궁금증이 현장을 보고서야 이해가 갔고 실감이 났다. 가짜돈 100위안짜리 100장을 묶은 것이 한 다발에 20위안이라 했다. 이날 할머니 관 속에는 100위안짜리 다발이 30개가 들어갔고, 밖에서 불태운 것이 또 30다발이라니까 도합 1200위안(한국 돈 약 220000원)을 할머니의 노잣돈으로 쓴 셈이 된다.

▲ 시중에서 판매중인 가짜 돈/사진=김인환
▲ 시중에서 판매중인 가짜 돈/사진=김인환


먀오족 여인들의 ‘주름치마’까지 우리 모습 닮아

먀오족 여인들의 치마를 보며 어디선가 많이 보았던 기억이 새록새록 솟아난다. 그것은 다름 아닌 주름치마였다. 60년, 70년대에 한동안 우리나라에서도 유행하던 것이 주름치마였다. 이 유행이 한국에서 건너왔을 리는 없고 먀오족의 옛 풍습이 그대로 잔존 해 남아있는 것이라는데 이는 옛 문헌에서 얼핏 보았던 고구려와 발해민족의 주름치마와 똑 같았다.

이 부분은 또 있다. 우연히 먀오족 가정을 방문했을 때의 일이다.

베틀을 이용한 베짜기의 모습을 보게 된 것이다. 그 모습이 옛날 어머니가 하시던 모습과 너무나도 똑 같았다. 하도 신기해서 사진을 몇 장 찍고 한참이나 시간 가는 줄 모르고 구경을 했다. 베짜기는 사람의 오른 쪽 다리를 앞뒤로 밀었다 당겼다 하면서 동력이 베틀신으로부터 신끈→신대→용두머리→눈썹대→눈썹노리→눈썹끈→잉앗대→속대를 지나 잉앗실에 걸려있는 날실을 아래위로 오르내리게 하는데 주름치마를 입은 여인이 머리엔 수건까지 감아 얹고 마치 어머니의 환영을 보는 듯 추억에 젖게 한다.

옆에 있던 촌장의 이야기로는 집집마다 베틀이 없는 집이 없다면서 요즘은 거의 옷을 사 입지, 베틀로 옷감을 짜는 경우는 많이 없어지는 경향이라고 한다.

그러나 촌장 역시도 어린 시절엔 어머님이 모두 베틀로 실을 짜서 옷을 만들어 주셨다면서 아직도 간혹 저렇듯 베틀로 실을 짜는 여인들이 있다면서 그 역시 신기해하는 눈치다.

유구한 역사를 자랑하는 베틀 실 짜기가 먀오족 촌민들은 과연 언제부터였을까?

거슬러 거슬러 올라가면 엣 고구려와 발해민족들의 전통과 풍습이었음을 이들은 알고나 있을까? 소수민족 먀오족은 고구려와 발해의 후손들이라는 생각이 점점 깊어지기만 했다.

훗날 내가 먀오족이 틀림없는 고구려, 발해의 유목민이라는 것을 실감케 된 것은 그들의 민속춤 공연을 이름 있는 먀오족 대표 무용단을 통해 보게 되면서 부터였다.

우리나라 춤사위는 하느적 흐느적 연약한 편이나 먀오족의 춤사위는 대단히 역동적이라는 사실이다. 지금도 북한의 전통춤을 보면 그 춤사위가 마치 칼춤을 추듯 공격적이고 활달하다.

1천여 년 전 당나라에 멸망한 고구려, 발해의 유민들이 강제로 끌려와 겪은 고초는, 그리고 수난은 어느 정도였을까? 지금은 중국 각 지역에 흩어져 살고 있지만 옛날 고구려, 발해의
전통, 습관은 면면히 이어지고 있다.

나는 훗날 중국 모 대학 교수가 썼다는 귀한 논문을 볼 기회가 있었다. 어떤 경로로 이 교수가 그런 논문을 발표했는지 의심이 가는 내용이었는데, 현재 중국의 소수민족 먀오족은 과거 당나라에 멸망한 고구려와 발해의 민족들이 강제로 중국에 끌려왔고 그들의 후손들이 바로 오늘날의 먀오족이라는 주장이었다. 먀오족의 분파는 48개나 된다.

이들이 처음 끌려온 곳이 후난성(湖南省), 꽝시(廣西), 운난성(雲南省) 등 여러 곳이었으므로 이들의 분파라는 것은 처음 도착한 곳에서부터 비롯된 것이 아닐까 생각된다.

먀오족 여성들의 기질은 활달하고 능동적이다. 아침을 먹기가 바쁘게 여자들이 나가는 곳은 논밭이다. 낮에 남편들이 모여 미주를 마시며 말 싸움 운운 하며 밖에서 겉돌기만 할 때 여인들의 관심은 오직 농사일뿐이었다. 남편들이 하는 일이란 매일 저녁 저녁식사 준비를 하는 일이다. 내(川)에서 흔한 물고기를 잡아다가 반찬을 준비하는 일이 많다.

해가 어둑어둑해질 무렵 집에 돌아온 여성들은 남편이 차려놓은 저녁식사를 나눈다. 그런 후 부인들은 목욕을 하고 화장까지 마친 후 새 옷까지 갈아입고 외출을 한다.

어디로 가는 것일까? 부인들은 부인들대로 처녀들은 처녀들대로 따로따로 모이는 곳이 틀린다. 처녀들이 모이는 곳엔 으레히 총각들 이 몰리게 마련. 이들은 밤새껏 미주를 마시며 무엇이 그리 즐거운지 희희락락 웃음판이다. 새벽 1시, 2시나 되어서야 이들은 집에 돌아오고 또 이튿날 아침이면 아침 밥 먹기가 바쁘게 농기구를 챙겨들고 논밭으로 나간다.

집안의 경제권은 당연히 부인들의 몫이다. 그래서 먀오족은 남존여비 사상이 아닌 여존남비 사상이 농후하다. 촌장집도 마찬가지다. 부인은 저녁식사가 끝나기가 무섭게 외출을 했고 둘째 딸 역시 마찬가지였다. 1층엔 촌장 부부와 아들의 방이 있고 2층엔 넓은 홀 왼 쪽으로 두 개의 방이 있는데 하나는 딸이 쓰는 빙이고 하나는 고구마, 감자, 옥수수 등을 아무렇게나 쌓아둔 헛간 같은 곳이었다. 홀 오른 쪽으로도 두 개의 방이 있었는데 그 중 창문 쪽의 방에 내가 거처하고 있었다.

내가 이 곳에 온지 한 달쯤 되었을 때였다.

그날도 나는 촌장을 따라 말 싸움 현장에 가 있다가 배가 사알살 아파오기 시작, 어딘가에 잠시라도 눕고 싶었다. 서둘러 집으로 돌아왔다. 아무도 없을 줄 알았는데 대문이 잠겨있지 않았다. 나는 대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목조건물이었는지라 2층을 오르려면 삐거덕 삐거덕 소리가 요란했다. 내가 중간 쯤 올라갔을 무렵이었는데 위에서부터 쫘악 주르르 쫘악 주르르 물 끼얹는 소리가 요란하다. 이게 웬 소리지? 하며 조심조심 끝까지 올라가보니 아뿔싸 ! 나는 고개를 돌려야만 했다 언제 들어왔는지 둘째 딸이 커다란 다라 안에 벌거벗은 채로 서서 물을 끼얹고 있었다.

십대 소녀라고 보이지 안 을 만큼 풍만한 가슴을 출렁이며 샤워를 하고 있는 것이었다. 나는 내려가지도 못하고 오르지도 못한 채 쩔쩔매고 있는 순간, 그녀와 눈이 마주쳤다. 그가 후닥닥 방으로 뛰어 달아난다. 나는 그제서야 내 방으로 들어가 길게 누워 버렸다.

얼마나 지났을까? 이상한 소리에 눈을 떠 보니 그녀가 발가벗은 몸 그대로 나를 덮쳐 온다. 화들짝 놀라 그녀를 밀쳤다. 힘이 보통이 아니다. 나와 그녀는 엎치락 뒤치락을 몇 번째 계속 하면서 나는 소리를 질렀다. “ 뿌싱, 뿌싱!(안 돼, 안 돼)”

그래도 그녀는 못 들은 척 나를 덮칠 기세다 나도 모르게 그녀의 뺨을 세차게 내려쳤다. 그 순간 그녀는 매서운 눈초리로 나를 쏘아 보더니 그길로 휑하니 나가 버린다. 그로부터 한참이나 나는 정신이 몽롱한 채 누워있었다. (아하! 이제 떠날 때가 되었구나!) 나는 더 이상 이 집에 있고 싶은 마음이 사라지고 있었다. 나는 그날 저녁 촌장에게 내 건강이 좋지 않아 곧 떠나야겠다고 뜻을 전했다. 둘째 딸은 식사시간에 만났어도 시침을 뚝 딴 채 아무렇지도 않다.
<다음 주에 계속>

김인환 시인


김인환 시인은 시집<님의 마음에:1968년> (비가 내리는 :1970년) (다시 한밤에 돌아와:1973년) (시음집:1978년:한국 최초의 음반시집) (바람의 노래:1992년) (저 높은 곳을 향하여:1998년) (낙엽이 되어보지 못한 그대는;2013년) 등의 시집과 방송칼럼집 (내일을 향하여), 시론집으로 (마두금을 어디서 찾나) 등이 있다. 1972년 부산 최초의 시 전문지를 발간한 바 있으며 MBC, KBS, 한국경제 등에서 30여 년 간 언론인으로 활약했다. 부산 크리스천 문인협회 회장, 중국 광동성 한인문학회 회장을 역임했다. 현재 한국 문인협회, 현대시인협회,국제 펜클럽,대전 펜클럽 회원으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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