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소수민족 취재탐방기] 160여 개의 정자 '장관'… 한국과 비슷한 김치 맛에 깜짝

[중국 소수민족 취재탐방기] 160여 개의 정자 '장관'… 한국과 비슷한 김치 맛에 깜짝

7. 고루(鼓樓정자)문화가 특이한 소수민족 侗族(뚱주)

  • 승인 2017-07-14 10:54
  • 김인환 시인김인환 시인
▲  딱지치기 중인 동족 어린이들(사진 김인환)
▲ 딱지치기 중인 동족 어린이들(사진 김인환)


柳州市 정부 왕 국장은 소수민족 첫 탐방지인 융쑤이쎈 먀오족부터 시작해서 나의 은인인 셈이다. 곳곳으로 떠날 때 늘 그가 도착지에 정부요인들을 소개해 주었고, 나의 안위를 위해 배려해 주었다.

그의 곁에는 팽선생이란 친구가 있었는데, 자신은 문화인이라고 자칭하면서 놀고 먹는 직업이었다. 심지어 나에게도 떠날 때 인사가 용돈 좀 내놓고 가라였다. 4월 초 늦은 봄, 초여름 기운이 감돌 무렵 山江县(싼장쎈)으로 떠났다.

왕 국장은 山江县까지만 친구 삼아 같이 갔다오라면서 그에게 봉투를 주는 눈치였다. 柳州에서 山江县까지는 덜덜거리는 시외버스로 무려 4시간. 아침 일찍 출발했는데 도착해보니 점심시간이 되었다.

石도 배가 출출하다며 앞장 서서 식당을 찾는다. 둘이서 실컷 먹었는데도 합쳐서 10元(한국 돈으로 1800원 정도)이다. 시골이라 인심도 좋고 음식값도 엄청 싸구나 싶었다. 식사 후 초대소를 찾았다. 대도시 3성급 정도의 초대소로 시설도 괜찮아 보였다. 방 하나에 1박하면 130元인데 70元에 해 주겠다고 한다. 방에 여장을 풀고 县정부에 전화를 했더니 柳州市 왕 국장으로 부터 연락을 받았다며 현지 부국장 2명이 찾아 왔다.

저녁식사를 초대했다. 팽선생과 함께 갔는데 처음부터 인사가 술이다.

피곤해서 일찍 돌아가 쉬고 싶은데 팽선생은 더 마시자고 조르기까지 한다. 겨우 다독여가며 일찍 정부인사들과 인사를 나누고 초소로 돌아왔다.

내일은 나 혼자 농촌으로(侗族부락)들어가야 하니까 샤워를 끝내고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 관객들 앞에서 공연 중인 동족 청년들(사진 김인환)
▲ 관객들 앞에서 공연 중인 동족 청년들(사진 김인환)

侗族의 단백질 섭취 방법

이튿날은 팽선생과 이별을 했다. 山江县 두 명의 부국장이 안내를 한다. 미니버스를 타고 한 시간 쯤 농촌길을 달려 도착한 곳은 린치썅 平岩村이었다.

부락 입구에는 길이가 약 200m, 폭이 약 10m되는 큰 다리가 있었다. 다리 밑으로는 냇물이 흐르고, 다리 양 쪽 끝에는 높은 고루(鼓樓)가 있다. 다리 중간에도 몇 개의 고루 (우리나라의 높은 정자와 같음)가 세워져 있다. 다리를 지나면 부락 입구가 시작되는데 여기에는 전통복장차림의 동족 남녀 청년들이 두 줄로 서서 외국인들을 맞이한다. 환영가를 부르며 맞이하는데 들고있는 바구니 안에는 알록달록한 사탕들이 가득 들어있어 손님들로 하여금 하나씩 들고가게 한다. 그 다음에는 또 다른 빈 바구니를 들고 돈을 요구한다. 꼭 넣어야할 의무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손님들은 작은 금액 몇 푼 씩을 넣게 마련이다.
얼마후 만난 村长 杨씨. 그는 30대 초반의 앳된 청년이었다.

작달막한 키에 우람찬 체구, 약간은 험상궃은 얼굴이지만 웃을 때는 소년같기만 했다. 두 명의 부장은 촌장집에서 茶 한 잔씩을 마시고 돌아갔다.

杨촌장은 부모님을 모시고 부인과 어린아이 등 5명의 가족이었다. 삐거덕 거리는 목조건물 2층 방 하나를 가리키며 숙소로 쓰라고 한다.

목조침대 하나가 덜렁 놓여있을 뿐 책상도 없고 장식품이라곤 아무것도 없다.

뒤늦게 들었지만 저녁 7시에 전기가 들어오고 밤 11시엔 자동 소등이 된단다. 말이 전기불이지 30촉이 될까 말까한 정도였다. 소수민족 촌 어디를 가도 전기사정은 엇비슷 했다.

베낭을 내려놓기 바쁘게 杨 촌장이 올라와 고기를 잡으러 갈 터인데 같이 가자고 했다. 무슨 재밌는 일이라도 있겠지! 하고 따라 나섰다.

10여 분 쯤 논길 밭길을 따라가다보니 한국 평수로 500여 평쯤 되는 큰 논이 나왔다. 이제 곧 모판을 짜고 모를 꼽을 시기가 될 때였다.

▲ 독일인 관광객들과 함께. 중앙이 필자
▲ 독일인 관광객들과 함께. 중앙이 필자

논에는 발 뒷꿈치까지 담길 정도의 물이 찰랑거렸는데 논바닥엔 큼직큼직한 논고동들이 깔려있다시피 했다. 어릴 적 생각이 난다. 나도 초등학교, 중학교 어린시절에는 논마다 다니며 논고동을 줏어담듯 많이도 잡았었다. 이제는 화학비료가 일반화 되면서 사라져버린 모습이 되었지만, 杨 촌장은 같이 간 친구 두 명과 역시 큰 물통에 커다란 논고동들을 주워담기 시작했다. 30분도 채 되지 않아 커다란 물통에 가득 채워진 논고동들이 소담스럽기만 하다.

잠시 후 이들은 발길질로 이곳 저곳에서 펄딱이는 고기떼들을 한 곳으로 몰아가기 시작했다. 가만히 보니까 논 한 쪽에는 사방 2M정도의 큰 구덩이가 파여 있었는데 고기들을 그 구덩이로 몰아가는 것이었다. 어느정도 고기들을 몰았다고 생각되자 한 명이 빈 물통을 든 채 구덩이 안으로 뛰어 든다. 그리고 퍼 올리는 물통 속의 펄떡이는 고기들을 다른 통에 골라 담는데 어떻게 아는지 암놈들은 다시 논 바탕에 골라 내 던지고 숫놈들, 그것도 큰 고기들만 챙겨 담는다. 암놈들과 작은 것들은 다시 방류시켜 자라고 새끼치기까지 한 위에 1년에 몇 번 쯤 같은 방법으로 고기를 잡아먹는 아주 지혜로운 양어방법임을 느끼게 된다.

논 고등 한 통에 물고기 한 통까지 잡고나서 그들은 논둑에 앉아 담배를 피우며 이야기 꽃을 피우고 있다. 옆으로는 무릎까지 찰 정도의 냇물이 흐르고 있었다. 조심조심 물가로 내려갔다. 쑥이 연한 녹색을 띄운 채 냇가 뚝을 뒤덮고 있다. 한창 먹기 좋을 때이다. 그런데 알고보니 소수민족 侗族들은 쑥을 먹을 줄도 모르고 먹어본 일도 없다고 했다. 손으로 뜯어도 삽시간에 한 보따리를 뜯을 수 있었다.

그들은 그런 잡풀을 무엇 때문에 뜯고 있느냐고 물어온다.

집에 가서 국을 끓여 먹으면 맛도 좋고 영양가도 높다고 했더니 모두 의아한 눈초리들이다. 집에 돌아온 杨씨는 잡아온 고기들을 굽기도 하고, 찜도 쪘으며, 매운탕도 끓였다. 같이 갔던 친구들과 가족들, 가까운 이웃들이 함께 찾아와 물고기 파티를 연다. 이렇게 해서 1년에 몇 번 쯤은 칼슘과 단백질을 섭취하는 侗族들이다.

이틀에 한 번 꼴로 공연 있어

이튿날은 평소 습관대로 6시에 일어나 1시간 반 동안 마을을 둘러보고 가벼운 운동도 한 후 7시 30분이 되어서 돌아왔는데도 아직도 집안은 컴컴하기만 하다. 9시가 넘어서야 杨 촌장 내외가 일어나 아침준비를 하는 눈치다. 식사시간 맞추기가 어려워 걱정이 된다.

아침식사 후 1시간에 한 대 밖에 없다는 시골버스를 타고 린치현에 가 보았다. 이들 말로는 린치현이라 부르지 않고 썅미엔이라 호칭한다. 초라한 시골장도 있다. 나를 안내한 젊은이는 총각이라 했다. 현재 28세로 광서공대(4년제)기계제도반을 졸업했지만 취직이 어려워 고향에 돌아와 공무원이 된 모양이다. 한 달 수입이 800 元이라고 했다. 점심을 내가 샀다. 점심 식사 후 부식거리를 들만큼 사 들고 역시 시골버스로 돌아왔다. 힘들여 부식을 사들고 왔는데도 杨씨 내외는 좋다 어쩧다 아무런 말이 없다. 과일은 내가 맛보기 전에 저희들끼리 먼저 먹기 시작하는 모습이 태연하기만하다.

저녁시간엔 杨 촌장과 미주(막걸리 종류)를 나누며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다음 날은 乡정부를 가 보기로 했다. 乡정부에서는 내가 杨 촌장집에 와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乡长이 반갑게 맞이해 주었고 점심도 그가 베플어 주었다. 오후에 집에 돌아와보니 부락 공연장에서 관광객 상대로 공연이 있다고 했다. 부락 윗 능선에는 공터가 있고 큰 고루가 있는데 그 앞이 공연장으로 변한다. 막상 가보니 관광객이란 3명의 독일인들 뿐이었다.

관광객이 부락에 들어온다는 사전 연락만 있으면 인원수에 따라 복장과 악기를 갖추고 최소 5명에서 20여 명 출연진이 결정된다고 한다.

이들은 관광객이 들어오는 길목에서부터 환영가를 부르며 붉은 천을 지나도록 하는데 술도 한잔씩 권하면서 환영의 뜻을 표시한다.

이 때 관광객들은 약간의 돈을 내 놓는데 1인당 10元 이상은 없는 것 같다. 이들은 의도적으로 돈을 내 놓도록 유도하는 눈치가 확연하다. 그러나 결코 강요는 하지 않는다.

공연시간은 30분 정도, 먀오족과 비슷하기도 하고 조금 다른 면도 보인다. 대나무 사이사이를 건너 뛰는 놀이나 마지막 강강수월래 비슷한 놀이에는 관광객들을 끌어들여 같이 즐기도록 연출이 되어 있다.

▲ 관람객들 앞에서 합창 중인 동족꾸냥들(사진 김인환)
▲ 관람객들 앞에서 합창 중인 동족꾸냥들(사진 김인환)

다음 날은 杨 촌장이 乡정부에 가는 날이라며 같이 가자고 한다. 나는 어제도 갔다 왔다. 乡长에게 점심대접도 받고 왔다고 해도 막무가내다. 32세 밖에 되지 않은 杨 촌장은 무척 저돌적인 성격의 소유자다.

이 부탁의 청년 대표로서 乡 정부 산하의 30개 屯대표들이 회의를 하는 날이었다.

중국공산당 소수민족 청년단 정기회의라고 했다. 굳이 자리에 동석해도 된다며 구경만 하란다. 회의는 일방적이었다. 미리 준비된 유인물을 차례대로 읽어 무척 진부하다는 느낌이 든다. 이날 회의의 주요내용은 가족계획에 관한 것이었다. 소수민족에 한해 1가구 2자녀가 허용 되는 중국법에 근거 집집마다 결혼한 여성들의 명단을 확보하고 임신 여부에 관한 조사를 벌리겠다는 내용도 들어 있었다. 그들과 함께 점심까지 나누고 杨 촌장과 함께 집으로 돌아왔다. 저녁 무렵 중국인 관광객 7명이 왔다면서 다시 공연이 시작되었다.

공연 관람료는 1인당 6元씩을 받는다고 한다. 20명 이상이면 회당 200위안, 300위안, 최고 500위안까지 받는다고 한다.
부락 곳곳에는 어색한 영어로 HOSTEL이란 간판이 보였는데 1인당 숙박비 계산이 아니라, 房단위로 받는다고 한다. 房 하나에 큰 것은 40元, 작은 것은 20-30元, 10元짜리도 있다고 했다. 크고 작은 것은 房 크기가 아니라 침대 숫자로 계산하고 있었다.

역사 깊은 고루(鼓楼)문화

侗族은 고루문화가 일품이다. 내를 따라 계속 올라가면서 흐르는 냇물 위에로 다리가 있는데, 다리 위에 집을 짓고(일종의 누각)이곳에서 한가한 시간을 보내던 풍속. 160여 개의 고루가 있어 侗族의 즐기는 모양을 보기 위해 관광객이 몰려온다.
侗族들은 자신들의 모습 그대로 자연스럽고 일체의 장식도 없다.

내가 묵었던 마을 입구에 첫 번째 고루가 있어 관광객이 가장 많이 오는 곳인데 이들이 직접 만든 민속공예품들을 팔고 있다. 관광객들은 집요하게 매달리며 공예품 팔기에 혈안이된 일부 장사꾼들이 귀찮을 정도다. 杨 촌장과 건너편 높은 산에도 올라가 보고 이들의 모심기에도 참여, 한 시간 정도 모를 심어 보았다. 1년에 2모작으로 쌀 걱정은 안 해도 되는 모양이다.

모든 농삿일은 소수민족 어디나 똑 같듯이 여자들이 하고 있다.

杨 촌장 역시 내가 해 보자고 조르는 통에 참여했고 일 솜씨가 무척 서툴었다. 모 심는 작업을 끝내고 다리위로 올라와 고루를 바라보며 잠시 쉬고 있는데 키가 장대같이 큰 사나이가 큰 카메라를 목에 걸고 또 작은 카메라를 든 채 고루의 아래 위를 탐색 중이다.

가까히 가서 보니 이 고장 사람은 아닌듯 싶다. 그런데 그 얼굴이 재미있다. 저절로 웃움이 나온다. 옛날 고우영씨가 그린 <수호지>에 등장하는 뻐드렁니, 바로 그 인상이다. 긴 막대기 양 쪽 끝에 뭔가를 메고 다니며 팔고 있는 사나이와 거의 흡사했다. 자기를 유심히 살피는 나를 보고 다가와 인사를 청한다.

알고보니 아주 먼 곳에서 왔다. 汕头市 관상국 소장이라고 자기 소개를 하며 자신은 아마추어 사진 작가라고 했다.

소수민족 촌에 와서 우연히 만난 중국관광객을 만나니 반가웠다. 게다가 아마추어 사진작가라니? 그는 HOSTEL에 묵고 있었는데 이틀 후엔 근무지인 汕头로 돌아가야 한다고 한다. 큰 키에 유머러스하게 생긴 모습이 재미있었다. 그 이튿날도 같이 붙어다니며 고루를 구경했다 그는 侗族의 고루문화에 일가견을 갖고 있었다. 많은 역사적인 이야기와 밝히기 어려운 侗族의 한의 역사를 풀어 놓았다. 그래도 전통문화를 고수하고 있는 소수민족 侗族. 그는 나중에 汕头에도 꼭 찾아달라며 전화번호와 집주소를 적어 주었다.(나는 몇 달 후 여러차례 전화를 받고나서 汕头를 방문했었다. 부인은 유치원 원장이고 하나밖에 없는 딸은 여대생이였다. 덕분에 汕头구경을 실컷 했다. 그러나 3일 만에 태풍경보가 발효되면서 그는 관상대 근무지에서 24시간 근무중이라 일찍 혜주로 돌아오고 말았다.)

▲ 부락 앞에서 외국인들을 환영하는 동족 청년들(사진 김인환)
▲ 부락 앞에서 외국인들을 환영하는 동족 청년들(사진 김인환)

일부일처제 고수하는 侗族

과거에는 부인을 몇 명씩 두고 남성들은 호기를 부리던 시절도 있었지만, 지금은 일부일처제가 일반화 되어 있다는 侗族.
여자는 17-18세가 되면 서둘러 결혼하는 편인데 반해 남자들은 22-23살에 결혼하는 습관이 있다. 이곳에서도 어린이들의 놀이 모습을 볼 수 있었는데 딱지치기, 자치기, 굴렁쇠 굴리기, 여자애들의 고무줄 놀이 등을 보면서 한국의 어린이들과 너무나 똑 같아 어리둥절하기도 했다.

딱지를 접는 방법도 같았지만 쳐서 먹기, 벽에 붙였다가 떨어뜨려 먹기도 똑 같았고, 자치기며 다마 치기(유리구슬 치기)도 방법은 한 가지여서 이러한 풍습이 한국에서 중국으로 건너온 것인지, 중국에서 한국으로 건너간 것인지 그 유래가 알고 싶어졌다.

사람들이 사는 집은 대부분이 木家였고, 검정칠을 해서 외관상으로는 밝지가 않았다.

한 집 밖에 없는 작은 식당엘 갔다가 한국의 김치와는 만드는 방법은 틀리지만 김치와 맛이 거의 같은 음식을 보고 딱지치기 하는 아이들을 보았던 만큼이나 놀랐다. 원래 이런 습관이 있었느냐고 물어보니 대대로 해먹던 음식이라는 것이었다.

侗族의 인구는 약 267만 명

주로 广西를 비롯해 湖南,贵州省 등 3개 省에 분포되어 있는 侗族은 인구가 약 267만 여 명이라고 한다. 결혼습관도 간단했다. 예물은 크게 중요하지 않고 집은 남자 쪽에서 준비하는 게 관례이다. 3대까지 동성 결혼이 가능하고 이혼도 간단하다. 그러나 여자가 잉태를 한 기간이나, 아이가 태어나서 6개월 전에는 이혼이 안된다. 사람이 죽었을 경우 36세 이하면 당일로 장례절차를 마치고 36세 이상이라야 3일장을 치룬다.

3월 3일은 侗族의 명절이다. 명절기간은 5일동안 부락마다 흥겨운 놀이판을 벌인다. 명절 이틀 전부터 집집마다 부여들은 바빠지기 시작한다. 새 옷을 만들고 두부를 만들며 술 안주를 준비한다. 처녀들은 청년들이 초대하여 강가에 나가 고기도 잡고 새우를 잡아 야식을 즐긴다. 3월 3일은 명절기간의 클라이막스다. 아침 일찍 밭에 나아가 파, 마늘을 뽑아 맑은 강물에서 깨끗이 씻는다. 청년들은 대오를 지어 길가에 서서 처녀들을 기다린다. 그러다가 마음에 드는 처녀가 오면 파, 마늘을 담은 바구니를 건네 준다. 처녀가 순순히 받으면 주위의 관중들은 환호성을 지른다.

남자는 여자와 언제 바구니를 돌려줄 것인지 시간과 장소를 약속한다. 바구니를 돌려줄 때 바구니 안에는 사탕을 담아서 돌려 준다. 그리고 청춘 남녀들이 언덕에 올라 노래를 부르며 즐거워 한다.

▲ 동족 시장 풍경(사진  김인환)
▲ 동족 시장 풍경(사진 김인환)

侗族에는 명절에 관한 전설 두 가지가 있다. 옛날 동족은 오동나무 꽃이 피는 시기를 계기로 하여 모내기를 시작했다. 어느 한 해는 오동나무가 꽃이 피질 않아 결국 그 해 농사를 그르치고 말았다. 그때부터 옛날의 경험을 되짚지 않기 위해 사람들은 농번기가 되면 서로서로 집을 돌면서 모내기철이 되었음을 알려준다고 한다.

또 한 가지 전설은 매우 슬프면서도 로맨틱하다.

옛날 良英,后生 두 청춘남녀가 있었는데 둘이는 열렬히 사랑하는 사이였다. 그런데 처녀의 부모님은 이미 돈 많은 집 아들에게 시집을 보내기로 약속을 한 상태여서 뒤늦게 비밀사랑에 빠졌던 처녀는 부모님으로부터 호되게 얻어맞기까지 했다. 돈 많은 아들에게 시집보내기로 한 날은 3월 4일 이었다. 그 전날 저녁 그러니까 3월 3일 良英과 后生은 金洞 앞에서 만나 남몰래 도망치고 말았다. 훗날 사람들은 이 한 쌍의 연인들을 기념하기 위해 매년 3월 3일이 되면 이곳에 모여 생황(피리 종류)을 불며 노래를 부르는 등 청춘남녀들의 사랑의 싻을 틔우기 시작했다는 이야기다.

부지런하고 순박한 侗族의 모습들이 눈에 선하다.<다음 주에 계속>

김인환 시인


김인환 시인은 시집<님의 마음에:1968년> (비가 내리는 :1970년) (다시 한밤에 돌아와:1973년) (시음집:1978년:한국 최초의 음반시집) (바람의 노래:1992년) (저 높은 곳을 향하여:1998년) (낙엽이 되어보지 못한 그대는;2013년) 등의 시집과 방송칼럼집 (내일을 향하여), 시론집으로 (마두금을 어디서 찾나) 등이 있다. 1972년 부산 최초의 시 전문지를 발간한 바 있으며 MBC, KBS, 한국경제 등에서 30여 년 간 언론인으로 활약했다. 부산 크리스천 문인협회 회장, 중국 광동성 한인문학회 회장을 역임했다. 현재 한국 문인협회, 현대시인협회,국제 펜클럽,대전 펜클럽 회원으로 있다.



侗族의 진혼곡

안개비가 내린다
千年 前侗 族 선비가 앉았던
고루(鼓楼)안 낡은 의자에 앉아
밑으로 흐르는 강물을 본다
건드리면 천 년의 역사가 흔들릴 듯
푸른 물살의 숨결 아련하다

죽은 사람들의 영혼을 불러
어디로 가는지도 모를 먼 길로 떠나보내는
마을 사람들의 진혼곡은
허공에 흩어지며 안개비가 된다

얼마큼의 시간이 흐른 뒤에야
侗族의 가슴에 소망의 꽃잎이 싹 틀까
자글 자글 잔주름 사이 사이
고여있는 고난과 비탄

이제 곧 떠나야 할
이방인의 가슴 한 구석에
이불처럼 덮혀오는 수심
지울 수 없어라

<2014년 월간문학에 발표작품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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