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에서]왜 서민들에게 미필적 고의(未必的 故意)를 범하게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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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왜 서민들에게 미필적 고의(未必的 故意)를 범하게 하는가?

  • 승인 2017-07-17 15:52
  • 신문게재 2017-07-18 3면
  • 김민영 기자김민영 기자
대전의 한적한 변두리에서 작은 노래방을 운영하는 A씨는 얼마전 억울한 일을 겪었다며 하소연했다. 손님이 들어와 맥주를 요구했고, 무알콜 맥주를 주자 항의했다. ‘가짜’말고 ‘진짜’를 달라는 이유다. 장사도 안되고 손님을 그냥 보낼 수 없었던 A씨는 캔맥주를 판매했다. 캔맥주를 받은 손님 일행은 깨끗이 맥주를 비웠고, 노래방 비용 계산서를 청구하자 “노래방에서 캔맥주 판매는 불법아니냐. 신고하겠다”노래방 이용요금도, 맥주값도 못주겠다고 막무가내로 버텼다.

A씨는 너무 억울했지만, 영업정지나 벌금형 등 보다는 나을것 같아서 손님을 그냥 보내줬다고 말했다.

여성들은 화장품 가게와 네일샵 등에서 비일비재하게 반영구 눈썹문신 등을 접하고 있고, 실제 이용하고 있다. 마취주사도 아닌 마취크림과 문신용 일회용 바늘을 이용해 시술을 하고 있지만 이 문신도 모두 불법이다.

불법이라는 타이틀 때문에 시술받은 고객들에게 돈을 뜯기고 협박을 당해도 반영구아티스트들은 하소연 할곳이 없다.

의료인에 의해서만 문신을 받아야 합법이지만, 지역에서 피부과 의사가 눈썹 문신을 하거나 타투를 해주는 병원이 있다는 이야기는 들은바 없다.

미필적 고의라는 법률 용어가 있다.

범죄사실이 발생할 가능성을 인식하고 있지만 행위를 하는 경우를 말한다.

예를 들어 엽총으로 사냥을 하는 경우 자칫하면 주위의 사람에게 맞을 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면서 총을 쏘는데, 역시 사람에게 맞아 사망할 경우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죄가 성립된다.

오래전부터 노래방 운영주들과 반영구아티스트들은 미필적 고의 범죄에 노출돼왔다.

맥주 판매가 발각되면 범법자로 몰려 노래방 운영에 어려움이 있거나 불법영업으로 신고를 당해 벌금형을 선고받을 수 있다는 예견을 하고 있지만, 예견된 범법행위를 안할 수 없다.

손님들이 노래방에서의 주류 판매를 요구하고 있고, 이를 제공하지 않는 노래방은 살아 남을 수가 없다.

주류 판매를 통해 대단한 수익을 올리려는 것이 아니다. 운영자체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어쩔수 없는 선택이 돼버린 것이다. 타투아티스트들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문제는 이들 불법 행위를 행할수 밖에 없는 대상자들이 대부분 서민이라는 것이다.

법은 이상이 아니다. 현실에서 서민들이 접하고 있고, 실천하는 것이 법이다. 현실과 다른 법은 서민들을 미필적 고의 범법자로 만드는 도구에 불과할 수 있다.

김민영 사회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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