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 선악의 경계는 무엇일까

  • 오피니언
  • 사외칼럼

[공감] 선악의 경계는 무엇일까

  • 승인 2017-07-18 14:46
  • 신문게재 2017-07-19 22면
  • 이향배(충남대 한문학과 교수)이향배(충남대 한문학과 교수)
▲ 이향배(충남대 한문학과 교수)
▲ 이향배(충남대 한문학과 교수)
대부분의 사람들은 선을 좋아하고 악을 미워한다. “선악의 기준이 뭡니까” 하고 물어보면 “글쎄요”라고 말할 뿐 대답하는 사람이 매우 드물다. 선은 남을 돕는 것이고 악은 살인하거나 훔치는 것이라는 식으로 대답할 뿐이다. 사실 선악의 문제는 매우 어려운 철학적 명제로 고금의 철학가들도 명확하게 개념을 정의한 사람이 드물다. 우리가 선을 좋아하고 악을 싫어하며 살지만 정작 무엇이 선이고 무엇이 악인지는 정확하게 모른다. 일반적인 통념에 의해서 선악을 판단할 뿐이다.

선악의 개념이 어떠하든 간에 매일 끊임없이 누군가는 선을 실천하고 누군가는 악행을 저지른다. 세상이 유지되는 비결이다. 악행은 범죄로 이어져 세상의 질서를 어지럽힌다. 악이 세상을 어지럽히는 것을 막기 위해 우리는 선악을 판단할 수 있는 양심과 도덕을 교육하고 경찰과 검찰 법원 사법부 등을 설치하여 범죄행위를 미연에 방지하고 범죄자를 처벌하고 있다.

사람들은 이 세상에서 모든 악이 사라지기를 원한다. 그러나 불행히도 유사(有史)이래로 한순간도 악이 사라진 적은 없다. 한때는 범죄와의 전쟁을 하며 세상에서 악을 뿌리 뽑으려고 애썼지만 여전히 수많은 악이 사라지지 않고 공존한다. 그렇다면 과연 이 세상에서 악은 없앨 수 있는 대상인가 하는 문제에 직면한다.

사실 선은 악을 상대로 한 말이다. 악이 없다면 선도 없다. 선악은 마치 정반대의 개념인 것처럼 보이지만 동전의 앞면과 뒷면처럼 늘 한 몸으로 따라다닌다. 예를 들면 이번에 개혁의 대상으로 거론되는 검찰은 범죄자를 색출하는 대표적인 기관이다. 그들의 권력은 국가로부터 주어졌지만 가만히 살펴보면 사회적 파장을 일으킬 수 있는 범죄자를 색출했을 때 강해진다. 검찰의 정의 실현은 범죄자를 법에 기준하여 정당하게 처단하는 일이다. 그렇다면 아이러니하게도 범죄자는 검찰이 존재할 수 있는 가장 근원적인 힘이다. 범죄자가 없다면 검찰 조직이 과연 필요할까. 이런 관점으로 볼 때 이상하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범죄자는 검찰의 고객인 것이다. 다시 말하면 악(범죄자)의 기반위에 선(검찰)이 서있는 형상이다.

선악은 종교에서 말하는 것처럼 천사와 악마가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욕망에서 판가름된다. 인간의 욕망 그 자제가 나쁜 것은 아니다. 우리가 자신의 꿈을 발전시켜 사회적으로 실현하려는 뜻과 부귀공명을 이루어 잘 살려는 의지가 욕망에서 나온다. 다만 그것을 추구하는 방식이 그릇되거나 지나치게 되면 누구나 악으로 갈 소지가 다분하다. 선악의 갈림길은 결국 자신의 욕망을 어떻게 관리하는가에 달려 있다. 선비들은 욕망을 조절하기 위해 수양하고 공부했다.

욕망의 인간은 지위고하에 상관없이 누구나 악행을 저지를 수 있다. 특히 능력과 권력을 가진 자의 삐뚤어진 욕망은 사회적 파괴력과 영향력이 더욱더 크다. 앞으로는 4차 산업혁명 시대이다. 인간과 로봇이 공존하고 영생을 도모하며 기술융합을 통해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시대이다. 인간의 욕망과 융합기술이 결합할 때 어떤 시대가 펼쳐질 지 아무도 모른다. 인간의 욕망을 관리할 수 있는 인성 교육이 더욱 중요해지는 대목이다.

이향배(충남대 한문학과 교수)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충청권 부동산 시장 온도차 '뚜렷'
  2. 오인철 충남도의원, 2025 대한민국 지방자치평가 의정정책대상 수상
  3. 위기브, ‘끊김 없는 고향사랑기부’ 위한 사전예약… "선의가 멈추지 않도록"
  4. 국제라이온스협회 356-B지구 강도묵 전 총재 사랑의 밥차 급식 봉사
  5. '방학 땐 교사 없이 오롯이…' 파업 나선 대전 유치원 방과후과정 전담사 처우 수면 위로
  1. 제1회 국제파크골프연합회장배 스크린파크골프대회 성료
  2. 대전사랑메세나·동안미소한의원, 연말연시 자선 영화제 성황리 개최
  3. 육상 꿈나무들 힘찬 도약 응원
  4. [독자칼럼]대전시 외국인정책에 대한 다섯 가지 제언
  5. [2025 충남 안전골든벨 왕중왕전] 전형식 충남도 정무부지사 "안전지식 체득하는 시간되길"

헤드라인 뉴스


[지방자치 30년, 다음을 묻다] 대전·충남 통합 `벼랑끝 지방` 구원투수 될까

[지방자치 30년, 다음을 묻다] 대전·충남 통합 '벼랑끝 지방' 구원투수 될까

지방자치 30년은 성과와 한계가 동시에 드러난 시간이다. 주민과 가까운 행정은 자리 잡았지만, 지역이 스스로 방향을 정하고 책임질 수 있는 구조는 아직 완성되지 않았다. 제도는 커졌지만 지방의 선택지는 오히려 좁아졌다는 평가도 나온다. 인구 감소와 재정 압박, 수도권 일극 구조가 겹치며 지방자치는 다시 시험대에 올랐다. 지금의 자치 체계가 지역의 지속가능성을 담보할 수 있는지, 아니면 구조 자체를 다시 점검해야 할 시점인지에 대한 질문이 커지고 있다. 2026년은 지방자치 30년을 지나 민선 9기를 앞둔 해다. 이제는 제도의 확대가..

대전 충남 통합 내년 지방선거 뇌관되나
대전 충남 통합 내년 지방선거 뇌관되나

대전 충남 통합이 지역 의제로선 매우 이례적으로 정국 현안으로 떠오른 가운데 내년 지방선거 뇌관으로 까지 부상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정부 여당이 강력 드라이브를 걸면서 보수 야당은 여당 발(發) 이슈에 함몰되지 않기 위한 원심력이 거세지고 있기 때문이다. 내년 6월 통합 단체장 선출이 유력한데 기존 대전시장과 충남지사를 준비하던 여야 정치인들의 교통 정리 때 진통이 불가피한 것도 부담이다. 정치권에 따르면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18일 대전 충남 민주당 의원들과 오찬에서 행정통합에 대해 지원사격을 하면서 정치권이 긴박하게 움직이..

정부, 카페 일회용 컵 따로 계산제 추진에 대전 자영업자 우려 목소리
정부, 카페 일회용 컵 따로 계산제 추진에 대전 자영업자 우려 목소리

정부가 카페 등에서 일회용 컵값을 따로 받는 '컵 따로 계산제' 방안을 추진하자 카페 자영업자들의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 매장 내에서 사용하는 다회용 머그잔과 테이크아웃 일회용 컵 가격을 각각 분리한다는 게 핵심인데, 제도 시행 시 소비자들은 일회용 컵 선택 시 일정 부분 돈을 내야 한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2026년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 촉진에 관한 법률을 개정해 2027년부터 카페 등에서 일회용 컵 무상 제공을 금지할 계획이다. 최근 기후에너지환경부가 최근 대통령 업무 보고에서 컵 따로 계산제를 탈 플라스틱 종합 대..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동지 팥죽 새알 만들어요’ ‘동지 팥죽 새알 만들어요’

  • 신나는 스케이트 신나는 스케이트

  • 성금으로 잇는 희망…유성구 주민들 ‘순회모금’ 동참 성금으로 잇는 희망…유성구 주민들 ‘순회모금’ 동참

  • 시니어 모델들의 우아한 워킹 시니어 모델들의 우아한 워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