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안시성 리뷰] 방향성을 잃어버린 거대 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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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안시성 리뷰] 방향성을 잃어버린 거대 서사

  • 승인 2018-09-26 01:33
  • 한윤창 기자한윤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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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는 속담이 그대로 맞아 떨어졌다. 추석 극장가를 겨냥한 대작 영화 안시성 이야기다. 200억 원이 넘는 제작비에 한국전쟁사상 가장 흥미진진한 소재를 다룬 데다 조인성, 배성우 등 굵직한 배우가 출연하지만, 안시성은 콘셉트 부재 속에서 엉성한 서사 전개만 드러내고 말았다.

135분의 러닝타임 동안 안시성은 발랄한 히어로물과 장중한 영웅신화 사이에서 갈팡질팡한다. 영화를 보기 시작한 관객들이 가장 처음 놀라는 부분은 배우들의 연기다. 수많은 후기가 방증하듯 조인성과 배성우를 비롯한 배우들이 전형적인 사극 톤 연기를 하지 않는 데서 연기력 논란도 일고 있다. 처음부터 히어로물로 콘셉트를 설정했다면 현대극 톤의 대사도 자연스러웠겠지만, 영화는 비장미를 주된 흐름으로 삼은 탓에 연기와 분위기 사이에서 치명적인 언발란스가 발생한다.

소탈하고 무게 잡지 않은 양만춘의 리더십을 비춰주면서도 우상화에 적합한 인물 앙각촬영이 빈번히 사용되고, 장엄한 음악 속에서 어설픈 대사가 이어지는 장면들도 영화의 콘셉트를 혼란스럽게 한다. 근본적인 장르 설정의 부재로 양만춘이 마블식 히어로와 햄릿형 영웅, 지사형 영웅의 면모를 오가며 끝까지 캐릭터를 확립하지 못한다. 흉터와 거친 피부 분장에도 꽃다운 미모가 가려지지 않는 셀럽 조인성의 모습만이 작중 지속적으로 비춰진다.

영화 안시성의 만듦새는 근본적으로 작품 '사이즈'에 대한 의구심을 가중시킨다. 서사 스케일에 따라 적합한 주요 등장인물 내지 에피소드 규모가 필요한데도 안시성에는 그런 고려가 보이지 않는다. 감독과 편집기사 중 누구의 의도인지 알 수 없지만 영화는 서사전개 상 내적논리와 흐름 있는 감정선을 제시하지 못한 채 빠른 서사전개에 치중한다. 두 시간이 조금 넘는 영화 한 편에 주연급 등장인물 다수의 에피소드와 안시성 전투 전모를 모두 담느라 허둥대고 만다.

각 등장인물의 사연과 안시성 전투의 상황이 맞물리지 않고 겉도는 이유도 서사 스케일에 비해 충분하지 않은 러닝타임 탓이 크다. 갑자기 주요 장면에 등장해 극 전개에 큰 영향을 끼치는 인물들과, 미처 관객과 친숙해지기도 전에 극적인 죽음을 맞이하는 인물들이 빠르게 스쳐지나간다. 그 과정에서 설득력 있는 개연성과 감정선은 생략된다.

도무지 종잡을 수 없는 상황 설정에 야심차게 촬영한 대규모 전투신은 빛이 바랬다. 슬로 모션과 선회찰영이 결합된 액션 연출이 맥락을 잃고 스펙타클한 볼거리만을 제공한다. 단순한 선악구도와 양만춘 우상화로 인해 안시성 전투의 상황적 박진감을 찾아보기 힘들다. 양만춘과 이세민 사이의 치열한 지략대결은 부각되지 못한다.
한윤창 기자 storm0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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