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도칼럼] 그대 그런 친구인가, 그런 친구를 두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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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도칼럼] 그대 그런 친구인가, 그런 친구를 두었는가?

손종학 충남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 승인 2018-10-10 13:15
  • 방원기 기자방원기 기자
손종학 01086489915
손종학 충남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지난여름은 정말 더워서 힘들었다. 1994년 여름의 폭서 이후 사상 최고의 무더위였다고 하니 폭염이라는 말을 사용해도 전혀 어색하지 않다고 할 수 있다. 에어컨 바람을 썩 좋아하지 않는 필자도 머리에서 열기가 뿜어 나오는 것 같은 느낌에 어쩔 수 없이 인공 냉방장치의 신세를 피할 수가 없었다. 여름이 위대했다고 고백한 어느 시인의 말이 이번 여름만큼은 왠지 진리의 말로 들리지 않고 이 더위를 이겨낸 내가, 아니 우리 인간이 위대한 것인지도 모르겠다는 교만의 마음을 머릿속에 담기도 하였다. 이런 생각이 지배하기에 필자 스스로 기특하고 대견스럽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다. 그래서일까? 요즈음의 가을 날씨는 너무 좋고도 아름답기에 높고 푸른 가을 하늘의 진수를 마음껏 누리며 지내고 싶다. 폭서를 견뎌낸 자만이 받을 수 있는 승자의 전리품이라는 생각에 당연한 마음으로 이 가을날의 풍요로움을 만끽하고 싶기에 그렇다.

그러나 사실 우리 인간이 어찌 위대하다 할 수 있단 말인가? 불완전체인 우리로 하여금 여름을 견디게 해준 것도 부족해서 가을의 풍성함까지 제공해준 그 어떤 존재나 자연이 고맙고 감사할 뿐이지 않을까? 서양의 추수감사절이나 우리의 추석도 어쩌면 여름 견디게 해주고 수확의 기쁨이라는 풍성한 열매로 가을을 맞이하게 해준 것에 대한 감사의 표시일지도 모르겠다. 그러기에 가을은 누군가에 대한 감사의 계절이다.

감사라는 말 앞에 갑자기 5, 6년 전의 일이 떠올랐다. 당시 필자는 기획, 발전기금, 예산 등을 다루는 학교 보직을 맡고 있었다. 그 어떤 일 하나 쉬운 일이 없었지만 가장 어려운 일은 역시 발전기금의 확보였다. 예나 지금이나 경제 형편은 언제나 어려운 것이기에 발전기금을 조성하는 일이 제일 힘든 일이라는 것은 해당 보직을 맡아 본 사람들은 누구나 동의할 것이다. 당시 우리 대학도 정말 어려웠다. 도무지 길이 보이지 않았고, 희망의 끈마저 놓고 싶던 그때, 당시 총장께서 취임하면서 당신의 1년 연봉 전액을 학교를 위하여 쾌척하셨고, 그것을 종자돈 삼아 '1대1 장학맨토링'이라는 제도를 만들자, 지역민들이, 동문들이, 학생을 비롯한 학교 구성원들이, 기업들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연이어 발전기금을 주시기 시작하였다. 그 결과 2년 연속 평소 발전기금 모금액과 납부액의 세 배 가까이 이르는 발전기금을 조성하는 성과를 얻을 수 있었다.

두 눈으로 실적을 최종 확인하는 순간, 발전기금 조성에 참여해주신 모든 분들이 고마웠고, 그분들께 마음 깊은 곳에서 우러나오는 감사를 드렸다. 보직을 마치고 강단으로 돌아온 뒤에도 이분들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쉬 지울 수가 없었다. 그러나 당시에는 별다른 감정이 없었지만 세월이 가면 갈수록 점점 또렷하게 추억되는 분이 있다. 그분은 바로 총장의 어릴 적 친구로 비록 큰 사업을 경영하는 것도, 모아둔 재산이 그리 많은 것이 아니었음에도 그분은 학교를 몸소 방문하여 외부에 알리지 말라는 당부와 함께 발전기금을 내주셨다. 아마도 그분의 마음속에는 많은 선한 기부자들의 마음이기도 한 대학 발전과 교육을 위한 정성의 마음이 당연히 있었을 것이지만, 단지 그것에 그치지 않는 그 어떤 마음이 있었으리라는 생각이 든다. 친구가 총장이 된 것에 대한 자랑스러운 마음과 축하의 마음, 학교를 잘 발전시킨 총장이 되어 달라는 기도의 마음과 어릴 적 친구를 사랑하는 깊은 마음 등등이 담겨 있었으리라고 미루어 짐작한다. 그 마음이 땀 흘려 모은 귀한 돈을 편지 봉투 속에 담아 발걸음을 학교로, 장한 친구에게로 향하게 했다고 믿는다.



필자 스스로에게 물어본다. '난 친구를 위하여 그렇게 할 수 있을까?' 영 자신이 없다. 쉽게 따를 수 없는 훌륭한 마음이다. 한 번 더 자문한다. '난 그런 친구를 두었는가?' 문득 그런 친구를 둔 총장은 참으로 행복하신 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 그 분 스스로 먼저 베풀었던 것은 아닐까? 결국 본인 스스로가 그런 친구이기에 그런 친구를 둔 것은 아닐까? 그리곤 다짐하듯 홀로 묻는다. '그대 그런 친구인가, 그런 친구를 두었는가?'

생각이 깊어질수록 이제 이름조차 기억 못하는 그 친구 분에게 더 깊은 감사 인사 하나 드리지 못한 죄송함을 피할 수가 없다. 속죄가 되련만, 감사의 계절인 이 가을날 존경의 마음을 담아 꼭 전하고 싶다. 건강하시고, 행복하시길... 손종학 충남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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