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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재묵 대전세종연구원장 |
어쨌든 천년이라는 긴 시간에 걸친 지역의 역사를 되짚어보고, '전라도 천년' 담론을 지역 정체성 강화와 지역 만들기 사업의 자산으로 적극적으로 활용하고자 했다는 점은 다른 지역에서 눈여겨 볼만한 일이다. 미상불 오랜 역사는 이미 지역 만들기의 핵심적인 상징 자산으로 널리 활용되어 왔다. 한편에서는 '첨단'과 '최신'이 지역 만들기의 주제가 되고 있지만, 그보다 더 보편적으로 활용되고 있는 지역 만들기의 자산은 오래되고 낡은 것, 즉 역사가 아닐까 생각한다. 오래된 것이 지역 주민의 자긍심을 높여주고 외부 사람들의 발길을 끌어당기는 힘을 갖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오래된 것의 가치가 강조되고 오래됨을 둘러싼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기준이 되는 시간의 단위도 이제 백년에서 천년으로 점프한 것으로 보인다. 백년이나 수 백년 되었다는 것으로는 강한 느낌을 주기 어려운 시대가 된 것이다. 그래서 최근에는 천년의 세월을 견디어온 나무와 정원, 천년 동안 지속되어온 사찰, 길, 마을, 도시 등이 새로운 지역의 브랜드로 부상하고 있다. 오래된 역사를 기반으로 한 장소 마켓팅은 그러한 유형적 자산을 많이 보유하고 있는 외국에서 더 활발한 것 같다. 고대도시 유적은 물론 원형이 비교적 잘 보전되어 있는 중세도시 및 근대도시는 어느 나라에서나 주요 관광자원이 되고 있다. 동양에서도 중국의 4대 고성이나 일본의 교토 같은 도시들은 천년 또는 이천년 이전 삶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게 해준다. 오랜 기간에 걸쳐 무수히 많은 변화가 이루어졌음에도 불구하고, 이들 도시들은 휴먼 스케일의 생활공간과 독특한 생활약식, 그래서 후대인들과 외국인들에게는 이색적일 수밖에 없는 생활양식을 보여주기 때문에 사람들을 끌어들인다.
이 대목에서 우리가 생각해봐야 할 것은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도시는 향후 천년의 세월이 흐른 후 어떻게 될 것인가 하는 문제이다. 도대체 도시가 천년동안 지속되기라도 할 것인가? 만약 지속된다면 미래세대는 이 도시를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 우리가 중세도시를 찾아 나서듯이 미래세대도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도시를 애써 방문하게 될 것인가? 분명한 것은 많은 고대 유적과 중세 및 근대도시가 오늘날 우리 세대에게 전해지고 있듯이, 현재 우리가 만들고 있는 도시의 하부구조와 삶의 양식도 오랜 세월 동안 존속될 것이라는 점이다. 그런 점에서 도시를 계획하고 만들어 나가는 사람들은 우리가 생각할 수 있는 가장 먼 미래까지의 지속가능성을 고려하는 장기적 안목을 가져야 하고, 현 세대 뿐만 아니라 미래세대의 관점과 이익까지 포용하는 책임감을 지녀야 한다. 미래세대가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즐겨 찾는 도시를 만드는 일이 천년도시 만들기이다. (박재묵 대전세종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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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익준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