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만필] 단 한 아이만을 위한 교단일기

  • 오피니언
  • 교단만필

[교단만필] 단 한 아이만을 위한 교단일기

세종 새움초 교사 장은정

  • 승인 2019-10-17 10:57
  • 신문게재 2019-10-18 22면
  • 임병안 기자임병안 기자
장은정 교사
새움초 장은정 교사
바야흐로 나를 나타내는 표현과 방법들이 점점 더 중요한 시대가 되어가고 있다. 이는, 교실에서의 삶을 살고 있는 교사들에게도 그대로 적용되어, 교사들이 자신을 나타낼 수 있는 표현과 수단들이 백사장의 모래알만큼이나 다양해지고 있고, 딱 그만큼 중요해지고 있는 추세다. 어떤 교사에겐 그게 유튜브가 될 수도 있고, 또 다른 이에겐 어쩌면 예술작품이 될 수도 있겠다.

조금은 아날로그적이고 진부하게 들릴지도 모르겠지만, 나에겐 그 방법 중 하나가 교단일기 쓰기가 아닐까 한다. 그날의 수업 이야기들을 촘촘히 적어 학부모님들께 발송하거나, 동료교사들에게 공개하는 일은 교사가 되고부터 꾸준히 하고 있는 교육활동 중 하나다.

높게 쌓여 있던 교단의 높이를 낮춰 학생들과 보다 진실 되게 소통하고, 굳게 닫혀 있던 교실의 문을 열어 부모님들께서 좀 더 편하게 교실 문을 두드리시고자 하는 시도로 적기 시작한 것이, 어느덧 나의 교실을 표현해주는 중요한 랜드마크 같은 것으로 자리매김하게 되었다. 그간 기록한 종이들도 켜켜이 쌓여 책 한권 분량이 나올 만큼, 나의 교단일기는 몇 년 사이에 양적으로도 훌쩍 쌓였다.

그렇다면 나에게 교단일기는 어떤 의미였을까.

누군가 나에게 그간 기록해온 교단일기를 한마디 말로 정의 내리라고 한다면, 또다른 말들도 많겠지만, 그건 바로 '사랑'이었노라고 말하고 싶다.

부모님들께서 교사에게 듣고 싶은 말이 아이에 대한 칭찬이라는 걸 경험적으로 터득하기 훨씬 이전부터, 나는 교단일기엔 꼭 아이들의 칭찬거리들을 적어 발송해드려야겠다고 다짐하곤 했었다. 그리고 그런 다짐을 하는 날이면 왠지 모르게 더 아이의 예쁜 점을 찾으려고 노력하는 기특한 나의 모습을 발견하게 되기도 했었다.

그런 의미에서 교단일기는 나에게 '지켜보기'와 '관계 맺기'를 지속하게 해주는 강한 동기부여가 되어주기도 했었던 것 같다. 수업을 통해 아이에게 일어나는 지식의 외연적 확장뿐만 아니라, 등굣길에서 아이와 나눈 한마디, 점심 먹으면서 나눈 시시콜콜한 농담들도 모두 교단일기의 좋은 소재가 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재미있게도, 요새는 교단일기를 쓰기에 더욱 좋은 환경이 되었다.

학급 증설로 2학기 때 새로 개설된 반을 담임하게 되었는데, 그래서 오늘의 나는 단 한 아이만을 위한 담임으로 존재하고 있기 때문이다. ㅡ그렇다, 현재 나의 반엔 아이가 단 한 명이다ㅡ.

하루 6시간을 꼬박 단 한 아이만을 지켜보고, 단 한 아이하고만 관계 맺을 수 있는 특별한 사명이 내게 주어진 셈이다. 단 한 아이만을 위한 수업을 설계하고 실행하는 작업에 심장이 두근 두근거리는 날들이다.

원체 의미 부여하는 것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단 한 명을 위한 교단 일기라는 이 말 앞에선 아직도 마음이 벅차다. 아이 하나, 그리고 나 하나 있는 우리 교실에서, 아이는 오늘도 웃고, 배우고, 꿈을 꾸고, 나는 아이를 지켜보고, 아이에게 다가가며, 아이의 어제를 기록하고 있는 중이다. 오늘을 사는 아이와, 아이의 내일을 열어주는 내가 합작하는 이 선율에 어떤 아름다운 말들이 담기게 될지,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하루하루다.

요즘 같이 단 한 아이만을 위한 기록이라면 '육아일기'라는 표현이 더 적합할 지도 모르겠지만, 늘 '교단일기'를 쓰는 마음으로ㅡ, 즉 '사랑'으로, 아이를 바라보고 싶다. 아이의 오늘과 내일 앞에, 나는 오늘도 교사로서 나의 존재의 의미를 느끼는 터,

"아이야, 선생님은 너에게 주고 싶은 것들이, 너무나도, 정말이지 너무나도 많구나."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버스전용차로 시행중입니다’
  2. 여고·등산로서 상습 신체 노출… 50대 남성 검거
  3. [대전노인신문] 대전 어르신들 체육으로 하나됐다…제25회 어르신 체육대회 성료
  4. 원자력연, 원전 방사능 폐수지 굳혀서 처분기술 개발…특허로 이어져
  5. [대전노인신문] 詩 한 편 편지 한 장
  1. [대전노인신문] 대전 대덕구 목상동 새마을부녀회, '어르신 효 잔치' 개최
  2. [날씨] 추석 연휴 충청권 구름 많아…추석 밤부터 약한 비
  3. 집주인 모자 찾아가 흉기 휘두르고 불 지른 70대 체포
  4. [대전노인신문] "추석 명절 이야기"
  5. 대전 펜싱 간판스타 오상욱, 아시안게임서 '금메달'

헤드라인 뉴스


세월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건 추석의 의미

세월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건 추석의 의미

민족 최대 명절인 추석을 맞아 거리를 걷다 보면 예전과는 사뭇 달라진 명절 풍경을 실감하게 된다. 온라인 장보기와 간편식, 모바일 선물 등이 일상화된 지금과 달리 약 20년 전 추석은 지금보다는 조금 더 불편했고 느린 것만은 확실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며 추석 풍경이 달라진 것은 많지만 추석의 의미는 변하지 않았다는 건 확실하다. 가족과 친지가 직접 만나 웃음과 정겨움을 나누는 모습은 예나 지금이나 똑같다. 예전 추석의 모습은 지금과는 얼마나 달랐는지 사진으로 살펴보자. 먼저 고향을 가는 길도 만만치 않았다. 열차표 예매가 정해진..

세종사랑 맛집 `98곳` 라인업… 우리 동네 어디에 있나?
세종사랑 맛집 '98곳' 라인업… 우리 동네 어디에 있나?

"상권 침체는 없다. 우리는 맛으로 승부하고, 고객들을 불러 모은다." 자영업자의 무덤으로 통하는 세종특별자치시에도 맛집들이 건재하고 있다. 세종사랑 맛집 98곳이 이름을 올리며, 읍면동 맛집 지도를 서서히 완성해가고 있다. (재)세종시문화관광재단(대표이사 박영국)은 작년부터 시민 추천과 전문가 평가를 거쳐 선정한 '세종사랑 맛집'을 총 98개소로 확대했다. 작년 11월 44개소에 이어 이번에 신규 선정한 맛집은 모두 54개다. 최근 이름을 올린 맛집 54개소는 신도심 33개소, 구도심 21개소로 구성됐고, 한식과 중식, 일식, 카..

대전 펜싱 간판스타 오상욱, 아시안게임서 `금메달`
대전 펜싱 간판스타 오상욱, 아시안게임서 '금메달'

대전 펜싱 간판스타 오상욱이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따냈다. 오상욱(대전시청)은 23일 일본 아이치현 도쿄나메의 아이치 스카이 엑스포에서 열린 아시안게임 남자 사브로 개인전 결승에서 선천펑(중국)을 15대 13으로 꺾고 우승을 차지했다. 이로써 대한민국 선수단 8번째 금메달 주인공이 됐다. 펜싱에서는 전날 여자 에페 개인전의 송세라(부산시청)에 이어 두 번째 '금빛 찌르기'가 펼쳐졌다. 오상욱은 2023년 열린 2022 항저우 대회에 이어 남자 사브르 개인전 타이틀 방어에 성공했다. 한국은 2010년 광저우,..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세월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건 추석의 의미 세월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건 추석의 의미

  • ‘버스전용차로 시행중입니다’ ‘버스전용차로 시행중입니다’

  • ‘풍요롭고 즐거운 추석 명절 되세요’ ‘풍요롭고 즐거운 추석 명절 되세요’

  • 귀성객 맞이 서대전역 방역 ‘꼼꼼하게’ 귀성객 맞이 서대전역 방역 ‘꼼꼼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