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도시평] 좋은 뉴스가 좋은 댓글을 낳는다

  • 오피니언
  • 중도시평

[중도시평] 좋은 뉴스가 좋은 댓글을 낳는다

이승선 충남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 승인 2019-10-29 14:27
  • 신문게재 2019-10-30 22면
  • 고미선 기자고미선 기자
이승선교수
이승선 충남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카카오가 포털 다음의 연예뉴스 댓글을 폐지하기로 결정했다. 또 인물연관 검색어와 실시간 검색어도 폐지를 검토하는 등 개편을 약속했다. 댓글을 폐지함으로써 표현의 자유가 위축될 수도 있다는 점을 걱정하면서도 언론사들은 대체로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언론은 네이버도 이런 기류에 동참해야 한다는 주문을 내놓는다. 언론은 가수 설리의 죽음 같은 사회적 문제가 영리만을 추구하는 포털과 악성 댓글을 쏟아 낸 이용자들에게서 비롯되는 것이라고 진단한다. 선정적인 소재와 자극적인 제목을 달아 온라인 이용자들을 낚아채려한 뉴스 공급자로서 언론의 책임을 쏙 뺐다. 그런고로 카카오 정책을 보도하는 언론의 진단은 부실하고 평가는 발만스럽기 짝 없다. 언론은 포털을 뉴스 생태계 황폐화의 주범이라고 지목하지만 필자가 보기에 뉴스에 관한 한 언론이 그 책임의 발원지다.

이를테면 신문은 독자 관리 정책을 게을리 했다. 거칠게 표현하자면 유료독자 정책을 포기했다. 신문 스스로 만 오천 원이나 만 팔천 원의 구독료를 기꺼이 지불하고 신문을 봐야 할 이유를 독자한테서 빼앗았다. 신문 전체의 재원 중 광고료 대비 구독료의 비중이 일정한 수준을 넘어서야 신문의 품질을 제대로 관리할 수 있다. 독자가 지불하는 구독료에 기대어야 국가 경제 환경이나 기업의 경영 여건에 덜 휘둘릴 수 있다. 중앙정부와 지역정부는 기업과 더불어 신문에게 가장 큰 광고주이기도 한데, 이들의 홍보 정책에 오염되지 않고 시민들에게 양질의 뉴스를 지속적으로 공급하는 길은 유료 독자의 지갑을 열 수 있느냐 여부에 달려 있다. 시민들로 하여금 기꺼이 지불할 가치가 있는 뉴스를 공급한다는 평가를 얻어야 한다. 정부가 제공하는 홈페이지 보도 자료와 언론사의 이름으로 제공하는 뉴스 간에 질적 차이가 없다면 시민은 언론에 지갑을 열어 줄 필요를 느끼지 못할 것이다. 언론은 기관의 보도 자료와 뉴스 기사의 품질 차별화를 하는 데 옹색했다. 언론을 언론답게 만드는 데스킹 기능도 오작동을 반복했다. 시민들은 지갑을 닫았다.

나아가 언론은 뉴스를 만들어 포털에 거저 공급하고 검색되게 하는 데 급급했을 뿐, 구독료를 지불하는 자사 독자의 효용을 돌아보지 않았다. 어떤 지불도 하지 않은 이용자와 값비싼 구독료를 지불하는 유료 독자들 간에 차별적 대우가 사라졌다. 시민들은 굳이 지갑을 열어 계속 유료 독자로 남아야 할 이유를 발견하지 못했다. 애써 지불하던 독자는 신문을 떠나 무료의 온라인으로 이동했다. 차츰 '읽는 독자'들이 포털에 노출되는 선정적, 자극적 뉴스 아이템을 '보는 이용자'로 질적 변화를 했다. 사회적으로 '읽는 힘'이 쇠퇴했다. 읽기는 생각을 되새김하는 과정을 거치는 데 신문은 독자들의, 독자가 되려는 시민들의 '읽기'를, 그리하여 시민들이 성찰할 수 있는 시간을 삭제시켰다. 대신 기사를 클릭하는 숫자와 그 숫자에 붙어오는 광고비의 단맛에 취했다. 그뿐이랴, 언론은 덤으로 던져지는 실검 순위에 비틀거렸다. 같은 사안의 보도를 두고 대부분 언론의 온라인 기사의 제목과 지면 뉴스의 언어는 언죽번죽 너무 달랐다.

텍스트를 읽지 않는 사회에 성찰은 뿌리 내리지 못한다. 존엄한 인간의 존재에 대한 감수성은 얕아지고 특정 정보의 과소비에 기인한 혐오가 독버섯처럼 자란다. 혐오와 결합한 댓글은 왜바람마냥 아무데서나 솟아나 목표한 인물에 대해 치명상을 입힌다. '악플도 사랑의 표징이다'라는 따위의 막말이 공론장을 버젓이 활개치고 다닐 때 언론은 입을 다물었다가 말 화살을 맞고 사람이 죽어나가면 그 때 가서야 비로소 포털 책임론이나 악플러 각성론 같은 입말을 뻥긋한다. 자발없이 선정적인 기사를 생산하고 자극적인 정보를 재생산해서 포털에 유통시켜 온 행태를 언론 스스로 자제해 나가야 한다. 그러지 않는 한 일부 포털의 연예 기사 댓글 폐지 정책의 효과는 언 발에 오줌 누기나 한 가지일 것이다.

/이승선 충남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도마 퀸’ 여서정, 금빛 질주 이어간다.
  2. 부산 영도 아이들이 고른 53곳, 한 장의 지도로
  3. 대전시 트램 공사에 버스전용차로 축소 대책마련 시급
  4. 국군의날 기념행사를 '국민과 함께' 원년되나
  5. 서산해미읍성, 600년 시간의 문 활짝, "서산의 맛과 사람들 한자리에"
  1. 제8대 세종경찰청장에 김보준 안보수사심의관 임명... 경찰청 경무관 인사 단행
  2. 대전 옛 대덕경찰서에 ‘육군 AX 거점’ 10월 문 연다
  3. 전기연 원장에 강상희교수·원자력연 원장에 정우식 교수 선임
  4. 예산장터 삼국축제 10주년…'린' 소주 20만 병에 축제 홍보
  5. 상용화 문턱에서 좌절 '자기부상열차' 역사속으로

헤드라인 뉴스


[르포] "이게 선사시대 움집?"…둔산선사유적지 곳곳 `허술한 보존`

[르포] "이게 선사시대 움집?"…둔산선사유적지 곳곳 '허술한 보존'

29일 대전 서구 월평동 도심 한복판에 자리한 둔산선사유적지. 따스한 가을 햇살 아래 시민들은 산책을 하거나 벤치에 앉아 책을 읽으며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겉으로 보면 여느 도심 공원과 크게 다르지 않은 풍경이다. 하지만 유적지를 들여다보니 곳곳에서 어색한 장면이 눈에 띄었다. 입구에서 가장 먼저 보이는 것은 청동기시대 집터를 재현한 움집 세 채다. 그러나 가까이 다가가자 선사시대 움집 재현은 다소 실망스러운 모습이었다. 움집 외벽은 짚이나 갈대로 덮여 있었지만, 지붕에는 인조 볏짚 형태의 합성소재가 덧씌워져 있었고 군데군데 파란..

초고령화로 농협 조합원 10명 중 8명은 60세 이상… `기반 흔들`
초고령화로 농협 조합원 10명 중 8명은 60세 이상… '기반 흔들'

초고령화에 따라 농업협동조합 조합원 10명 중 8명은 60대 이상으로 나타났다. 신규 가입 조합원 역시 40대 미만은 7%대에 불과해 농협의 기반이 흔들리고 있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국민의힘 강승규 의원(충남 홍성·예산)이 농협중앙회의 조합원 현황을 분석해 30일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2026년 8월 기준 농협 조합원은 모두 202만 8464명으로 집계됐다. 2021년 208만 7359명에서 2022년 207만 6055명, 2023년 206만 3765명, 2024년 204만 6229명, 2025년 202만 7481명으..

공주시 제72회 백제문화제 10월 3일 개막... 웅진백제 역사·예술의 진수를 만난다
공주시 제72회 백제문화제 10월 3일 개막... 웅진백제 역사·예술의 진수를 만난다

제72회 백제문화제가 오는 10월 3일 개막하는 가운데 웅진백제의 역사와 예술을 결합한 대표 프로그램들이 관람객을 맞는다. 30일 공주시에 따르면 올해 백제문화제는 웅진백제의 핵심 유물인 '청동거울'과 무령왕비 서거 1,500주년의 역사적 의미를 담은 공연과 퍼레이드 등을 선보인다. 대표 공연인 '웅진판타지아'는 10월 4~5일과 7~10일 오후 9시 금강신관공원 주무대에서 모두 6차례 열린다. '청동거울에 비친, 찬란한 백제'를 주제로 대형 LED와 특수효과를 활용한 무대에 전문 무용수 등 40여 명이 출연한다. 공연은 잠들어 있..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금빛으로 빛난 대전의 영웅들 금빛으로 빛난 대전의 영웅들

  • ‘나이는 숫자일 뿐’ ‘나이는 숫자일 뿐’

  • ‘개점휴업 언제까지’…구민들 의회 정상화 촉구 ‘개점휴업 언제까지’…구민들 의회 정상화 촉구

  • 10월부터 안전모 미착용 집중단속…벌점 10점도 부과 10월부터 안전모 미착용 집중단속…벌점 10점도 부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