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만필] 너희의 꿈을 응원해

  • 오피니언
  • 교단만필

[교단만필] 너희의 꿈을 응원해

여울초등학교 교사 송문현

  • 승인 2019-11-28 11:44
  • 신문게재 2019-11-29 22면
  • 임병안 기자임병안 기자
(여울초)송문현
세종 여울초 송문현 교사
여울초등학교의 역사는 올해 3년 차로 매우 짧으나 작년부터 시작된 전통이 하나 있다. 11월이 되면 일반 '학예회'의 모습과는 다른 '여울진로페스타'가 열린다. 이 행사는 학예발표회, 진로프로젝트 발표 수업, 진로 체험 부스 등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채워져 있다. 학생들의 참여가 빛을 발해서인지 2년 연속 학부모, 학생, 교사 모두에게 만족도가 가장 높은 행사로 선정됐다.

4학년은 다른 학년과 다르게 진로프로젝트 발표 수업을 한다. 작년 4학년 선생님들의 수업 소감과 함께 교장 선생님께서 정말 감동적이었다고 하셨던 말씀들이 프로젝트 수업을 준비하는 내내 머릿속을 맴돌았다. 그래서인지 이 프로젝트를 시작하기에 앞서 부담감이 느껴졌다.



그런데 3월, 우리 반 아이들의 넘치는 에너지와 통통 튀는 개성들을 만나자 부담감과 걱정을 뛰어넘는 근거 없는 자신감이 어디선가 생겨났다. 아이들이 가진 개성처럼 각자의 꿈이 다르니 작년과는 또 다른 멋진 프로젝트가 될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감이 생겼다. 2학기가 되고 '나의 꿈 변천사'를 주제로 프로젝트가 시작됐다. '진로프로젝트'를 시작할 때 의외로 꿈이 없다고 답하는 친구들이 많았다. 그래서 자신의 꿈이 무엇인지를 생각해보기 전에 어떻게 꿈이 변해왔는지에 대해 알아보는 것이 첫 번째 주제로 적절하다고 생각했다. 아이들은 어릴 적에는 경찰, 소방관, 대통령 등 멋있어 보이는 직업들을 꿈으로 많이 정했다. 그러나 성장해나가면서 점점 관심사와 꿈이 가까워지는 모습을 보였다.

두 번째 주제는 '진로 멘토'였다. 아이들은 의외로 자신의 꿈을 이룬 직업인들을 찾는 것을 힘겨워했다. 로봇공학자가 꿈인 지훈이가 진로 멘토로 누구를 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난감해했다. 함께 검색을 하다 마침내 오준호 박사님을 발견해 냈을 때 구세주를 만난 기분이었다. 우리나라에도 그렇게 훌륭한 분이 계시다니, 내가 알던 세상도 매우 좁았나 보다. 아이들과 함께 성장한다는 말이 이제야 실감이 났다.



진로 멘토에 대해 알아본 아이들은 다음 주제인 '나의 진로 계획 세우기'를 거뜬히 해냈다. 중고등학교 때 할 동아리 활동부터 위대한 업적을 몇 살 때 이룰 것인지 생각하는 것까지 아이들의 계획은 나의 상상을 뛰어넘었다. 대학을 가지 않고 요리를 배우러 프랑스로 떠나겠다는 현성이의 계획은 뻔한 진로 계획이 아니라 살아있는 꿈을 이야기하는 것 같아 좋았다.

'최고의 직업상'을 받게 되었을 때 어떤 수상소감을 말할 것인지 적어보는 것으로 우리의 진로프로젝트 수업은 끝이 났다. 감사 인사로 가득 찬 수상소감보다는 사회적인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도록 다양한 수상소감 자료를 함께 살펴봤다. 그리고 몇 번의 수정 끝에 나온 아이들의 수상소감은 세상 그 누구보다 진솔했고, 감동적이었다. 언젠가는 꼭 많은 이들 앞에서 말할 수 있는 날이 오길 바란다.

11월 1일, 4학년 진로프로젝트 발표 수업으로 '여울진로페스타'가 시작되었다. 오전 9시부터 진행된 수업임에도 부모님들이 많이 오셔서 아이들의 꿈을 귀담아 들어주셨다. 떨려서 못하겠다던 아이들은 거짓말처럼 당당하게 자신의 꿈을 부모님 앞에서 이야기했다. 그리고 다른 친구들의 이야기를 듣고 함께 응원해주듯 열심히 박수를 쳤다. 발표가 끝나고 우리 반 아이들은 모두가 교실 앞으로 나와 '꿈꾸지 않으면'을 함께 불렀다. 아이들의 발표를 진지하게 들어주시던 부모님들께서 아이들이 진심을 담아 부르는 노래를 들으시곤 눈물을 보이셨다.

'나는 꿈꾸고 있어요.' 우리가 한 학기 동안 진행했던 진로프로젝트의 주제이다. 이 말 그대로 눈에 드러나지 않아도 아이들은 저마다 꿈을 꾸고 있었다. 이번 프로젝트가 아니었다면 나도 아이들의 꿈이 무엇인지 관심을 기울이지 않은 채 그저 주어진 교육과정을 행하고 있었지 않았을까. 아이들은 부른 노래 가사처럼 배우고 가르치는 것이 아이들에게 꿈을 꾸게끔 만들고 희망을 주는 일이라는 걸 새삼 깨닫게 된다. 아이들이 꿈을 향해 나아갈 때 힘들 때도 있겠지만, 오늘을 기억하며 자신의 꿈을 응원해주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주길 바란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안산시 '신인감독 김연경' 상록수체육관서 최종전
  2. 양산국화축제, 6만 5천여 점 국화 작품 전시 성황리에 폐막
  3. 우송정보대 간호학과, 재학생 위한 '취업 멘토링 프로그램' 개최
  4. 대전, 영상콘텐츠 중심지로 도약하다
  5. 대전대·건양대·목원대 SW중심대학 사업단, 지·산·학 협력 활성화 위해 맞손
  1. 세종시 '국가상징구역' 국제공모작 13개 윤곽...국민의 원픽은
  2. (사)충남지역혁신사업단, 나사렛대 평생교육원과 업무협약 체결
  3. 건양대 인공지능학과 'KAICTS 2025 추계학술대회' 최우수논문상 영예
  4. 조승래 국회의원, 충남대 후배들과 만나 소통
  5. 배재대 IPP사업단 2026년도 일학습병행 참여기업 모집

헤드라인 뉴스


대전 특화 방산기술 유럽시장서 `호평`…수출상담 성과

대전 특화 방산기술 유럽시장서 '호평'…수출상담 성과

대전 방산기업들이 동유럽 시장에서 1521만 달러 규모의 수출 상담 성과를 올렸다. 한화로는 223억 4195만 원에 달한다. 21일 대전테크노파크에 따르면 지난 13일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열린 '방위산업 기술 비즈니스 교류'에서 대전 지역 7개 방산·드론 기업이 이같은 결과를 냈다. 이번 상담회는 대전TP와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가 공동으로 방산 사절단을 파견해 진행한 1대 1 비즈니스 상담회로, 폴란드 바르샤바 현지에서 개최됐다. 폴란드는 최근 동북 지역 국경 안보 강화에 나서며 국방예산을 확대하고 군 현대화를 추진하고..

3·8민주의거사업회, 기념관 운영 맡아 민주 교육과정 연다
3·8민주의거사업회, 기념관 운영 맡아 민주 교육과정 연다

대전3·8민주의거기념사업회가 내년부터 3·8민주기념관을 직접 운영하며 일반 시민이 참여하는 민주주의 교육프로그램 신설을 준비한다. 20일 대전시와 (사)대전3·8민주의거기념사업회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4일 개관한 중구 선화동 3·8민주의거기념관을 그동안 대전시가 직접 운영하던 것에서 기념사업회에 운영을 위탁하는 방식으로 내년 1월 전환된다. 3·8민주의거기념관은 1960년 3월 8일 대전에서 시작된 고등학생들의 민주화 시위로, 당시 이승만 정부의 부정부패와 불의에 항거하며 민주주의를 위해 나섰던 학생들의 용기와 희생을 상징하는..

한겨울에 피어난 봄...국립세종수목원 `제라늄 전시회` 개막
한겨울에 피어난 봄...국립세종수목원 '제라늄 전시회' 개막

연일 계속되는 초겨울 추위 속에서도 국립세종수목원 지중해온실에서는 봄을 미리 만날 수 있는 특별한 전시가 열린다. 한국수목원정원관리원(이사장 심상택)은 11월 22일부터 2026년 3월 1일까지 국립세종수목원 지중해온실에서 제라늄 품종 전시회 '우린, 지금부터 봄'을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제라늄전문협회와 협업해 진행되며, 약 350종의 제라늄을 한자리에서 만나볼 수 있다. 제라늄은 남아프리카가 원산지로, 화려한 꽃과 쉬운 관리로 한국 베란다 정원에 적합한 식물로 인기를 끌고 있다. 특히 겨울철에도 꽃을 피워 봄을 미리 준비하는 식..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주택재건축 부지 내 장기 방치 차량 ‘눈살’ 주택재건축 부지 내 장기 방치 차량 ‘눈살’

  • 은빛 물결 억새의 향연 은빛 물결 억새의 향연

  • 구직자로 북적이는 KB굿잡 대전 일자리페스티벌 구직자로 북적이는 KB굿잡 대전 일자리페스티벌

  • 크리스마스 트리 앞에서 ‘찰칵’ 크리스마스 트리 앞에서 ‘찰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