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상현의 재미있는 고사성어] 제23강 교토삼굴(狡兎三窟)

  • 문화
  • 장상현의 재미있는 고사성어

[장상현의 재미있는 고사성어] 제23강 교토삼굴(狡兎三窟)

장상현/ 인문학 교수

  • 승인 2020-06-16 10:56
  • 수정 2020-06-16 10:57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제 23강 교토삼굴(狡兎三窟) : 영리(怜悧)한 토끼는 굴(屈)을 셋(3개)이나 판다.

狡(교활할 교), 兎(토끼 토), 三(석 삼), 窟(굴 굴)로 구성되었으며, 사기(史記) 맹상군 열전(孟嘗君列傳)에 보인다.



이 말은 앞으로의 환란을 피하기 위해 대책을 세워 놓는 지혜나, 무슨 일이든지 준비성을 가져야 한다는 것을 비유할 때 흔히들 사용한다.

제(齊)나라 재상 맹상군(孟嘗君)은 집에다 3천 명이나 되는 식객(食客)을 거느리고 있는 것으로 유명했거니와, 그 식객들은 저마다 재주 또는 학식이 뛰어났다고 자부하며, 주인의 눈에 들어 출세해 볼까 하는 자들이었는데 풍환(憑驩)이라는 사람도 그중의 한 사람이었다.



어느 날, 맹상군이 식객들을 둘러보며 말했다. "누가 설(薛)나라에 가서 내가 빌려준 돈을 징수해 오겠는가?" 그러자 모두들 가기를 원치 않는데 오직 풍환만이 혼자 나서서 자기가 그 임무를 맡겠다고 청했다.

맹상군은 평소 그를 눈여겨보지 않았지만, 지원자가 한 사람이니 선택의 여지가 없어 풍환에게 그 임무를 맡겼다. 출발에 즈음하여 풍환이 맹상군에게 물었다. "징수가 끝나면 그 돈으로 무엇을 사 올까요?" 맹상군은 "무엇이든 자네 마음대로 사 오게. 단, 우리 집에 없는 것이어야 하네."

설 나라에 도착한 풍환은 채무자들을 불러 모아 차용증을 하나하나 본 다음 채무자들에게 말했다. "맹상군께서는 여러분의 성심성의를 오로지 고맙게 생각하시고는 나더러 채무를 면제해 주라고 하셨소이다." 그리고는 받은 이자를 일일이 다시 돌려주고, 차용증을 거두어 더미에다 불을 질렀다. 모든 차용증은 삽시간에 재가 되었고, 채무자들은 기뻐 날뛰며 '맹상군 만세!'를 외쳤다. 이윽고 돌아온 풍환에게 맹상군이 물었다. "그대는 나를 위해 뭘 사 왔는가?" 풍환은 "나리의 저택에는 없는 것 없이 다 갖춰져 있으나, 다만 한 가지 의(義)가 빠졌습니다. 그래서 그걸 사 왔습니다." "그게 무슨 소린가?"

풍환은 차용증을 모두 불살라 버림으로써 의를 사 왔다고 태연히 말했다. 맹상군은 기가 막히고 화도 났으나, 자기가 한 말이 있으므로 나무랄 수도 없어 속으로만 '이런 미친 놈!'하면서 속상해 했다.

일 년 후, 맹상군은 임금의 미움을 사는 바람에 재상 자리에서 쫓겨나게 되었다.

그 많던 식객들은 맹상군의 몰락을 보자마자 뿔뿔이 흩어져 버렸다. 그렇지만 풍환만은 맹상군 곁을 떠나지 않았고, 맹상군에게 맹상군의 영지인 설(薛) 땅으로 가서 훗날을 도모하라고 권했다.

맹상군은 가산을 정리해 설 땅으로 향했다. 설 땅에 도착한 맹상군은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영지의 백성들이 모두 몰려나와 환영했기 때문이다. 이에 맹상군은 풍환을 보고 "지난번에 그대가 '의(義)'를 샀다고 한 것이 무슨 뜻인지 이제야 알겠네." 맹상군이 고마워하며 칭찬하자, 풍환이 말했다. "교활(영리)한 토끼는 굴이 세 개나 있기 때문에 위험에서 벗어날 수 있지만, 주군께서는 아직 하나밖에 준비되지 않았으니 안심할 수 없습니다. 제가 나머지 굴 두 개를 마련해 드리지요."

그런 다음 풍환은 위(魏)나라로 가서 위왕(魏王)을 알현한 자리에서. "맹상군이 제나라 조정에서 쫓겨난 사실을 전하께서도 아실 것입니다. 그 같은 큰 인물을 불러들여 위나라 재상으로 삼으시면 반드시 부국강병(富國强兵)을 이룰 수 있을 것입니다."

위나라왕 역시 맹상군의 명성은 들어서 잘 알고 있었으므로 기뻐하며 사신을 보냈다. 그런데 풍환은 사신보다 먼저 제(齊)나라로 돌아와 제나라 왕에게 "위나라가 맹상군을 재상으로 임명하기 위하여 데려가려한다"고 말했다 이 보고를 들은 제나라왕은 "아니, 위왕이 맹상군을 데려다 재상으로 쓰겠다고? 그건 안 되지." 정신이 번쩍 든 제왕은 즉시 사신을 맹상군에게 보내 사과하고 달래었다.

풍환이 맹상군에게 말했다. "이것으로 주군께서는 굴 세 개를 마련하셨습니다. 이제부터는 베개를 높이 베고 편안히 주무십시오."

우리는 위태로울 때를 대비해 유비무환(有備無患)이라는 말을 많이 쓴다.

또한 '천하가 비록 편안하다고 해도 전쟁을 잊고 있으면 반드시 위태롭다. 곧 天下雖安 忘戰必危(천하수안 망전필위)'의 교훈을 굳게 새기고 있다.

6월은 호국보훈의 달이며 약10일 후면 대한민국이 절대 잊어서는 안 될 절체절명(絶體絶命)의 위기를 겪었던 6. 25가 다가온다. 그때 얼마나 많은 젊은이들이 나라를 위해 피를 흘리며 고귀한 생명을 명예스럽게 생각하며 조국을 위해 희생되었던가?

그런데 최근 가슴이 무너지는 소식이 언론매체를 통해 전해진다. 6. 25영웅이며 우리 군(軍)의 자존심인 백선엽 예비역 대장이 서울 현충원 안장불가! 친일세력 등으로 몰아붙이는 분위기이다. 이게 무슨 짓인가?…… 정신 차려야 한다.

한비자(韓非子)는 天下難事必作於易, 天下大事必作於細(천하난사필작어이 천하대사필작어세)라 하였다.

이 조그마한 생각이 군심(軍心)을 조각내고 민심의 이반(離反)을 야기(惹起)시켜 제 2의 6. 25를 자초(自招)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어떤 방법을 쓰더라도 대한민국을 적(敵)으로부터 지켜내야 하며, 아름다운 강산과 건전한 미풍양속을 후손에게 물려주어야 한다.

새삼 교토삼굴(狡免三窟)이란 고사성어의 교훈이 가슴에 강하게 와 닫는다.

장상현/인문학 교수

5-장상현-박사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대전 충남 통합논의"…金총리-與 충청권 의원 전격회동
  2. 대전역 철도입체화, 국가계획 문턱 넘을까
  3. '물리적 충돌·노노갈등까지' 대전교육청 공무직 파업 장기화… 교육감 책임론
  4. 대전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간담회 열려
  5. [대전, 일류 문화도시의 현주소] 국립시설 '0개'·문화지표 최하위…민선8기 3년의 성적표
  1. 대전충남 행정통합 발걸음이 빨라진다
  2. 이대통령의 우주청 분리구조 언급에 대전 연구중심 역할 커질까
  3. 대전 동구, '어린이 눈썰매장'… 24일 본격 개장
  4. [기고] 한화이글스 불꽃쇼와 무기산업의 도시 대전
  5. 대전연구원 신임 원장에 최진혁 충남대 명예교수

헤드라인 뉴스


10·15부동산 대책 2개월째 지방은 여전히 침체… "지방 위한 정책 마련 필요" 목소리

10·15부동산 대책 2개월째 지방은 여전히 침체… "지방 위한 정책 마련 필요" 목소리

정부 10·15 정책이 발표된 지 두 달이 지난 가운데, 지방을 위한 정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스트레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 3단계가 내년 상반기까지 유예되는 등 긍정적 신호가 나오고 있지만, 지방 부동산 시장 침체가 여전히 이어지고 있어서다. 15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해 누적 매매가격 변동률(12월 8일 기준)을 보면, 수도권은 2.91% 오른 반면, 지방은 1.21% 하락했다. 서울의 경우 8.06%로 꾸준히 상승곡선을 그린 반면, 대전은 2.15% 하락했다. 가장 하락세가 큰 곳은 대구(-3...

[대전, 일류 문화도시의 현주소] 제2문화예술복합단지대·국현 대전관… 대형 문화시설 `엇갈린 진척도`
[대전, 일류 문화도시의 현주소] 제2문화예술복합단지대·국현 대전관… 대형 문화시설 '엇갈린 진척도'

대전시는 오랜 기간 문화 인프라의 절대적 부족과 국립 시설 공백 속에서 '문화의 변방'이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민선 8기 이장우 호(號)는 이 격차를 메우기 위해 대형 시설과 클러스터 조성 등 다양한 확충 사업을 펼쳤지만, 대부분은 장기 과제로 남아 있다. 이 때문에 민선 8기 종착점을 6개월 앞두고 문화분야 현안 사업의 점검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특히 대전시가 내세운 '일류 문화도시' 목표를 실질적으로 이루기 위해서는 단순한 인프라 확충보다는 향후 운영 구조와 사업화 방안을 어떻게 마련할는지도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중도일..

내란특검, 윤석열·정진석·박종준·김성훈·문상호… 충청 대거 기소
내란특검, 윤석열·정진석·박종준·김성훈·문상호… 충청 대거 기소

12·3 비상계엄 사태에 적극 가담하거나 직간접적으로 관여한 충청 출신 인사들이 대거 법원의 심판을 받게 됐다. 12·3 비상계엄 관련 내란·외환 의혹을 수사한 내란 특별검사팀(특별검사 조은석)은 180일간의 활동을 종료하면서 15일 '윤석열 전 대통령 등에 의한 내란·외환 행위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수사결과'를 발표했다. ▲정진석·박종준·김성훈·문상호·노상원 등 충청 인사 기소=6월 18일 출범한 특검팀은 그동안 모두 249건의 사건을 접수해 215건을 처분하고 남은 34건을 경찰청 국가수사본부(국수본)에 넘겼다. 우선 윤석..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대전의 밤은 낮보다 화려하다’ ‘대전의 밤은 낮보다 화려하다’

  • ‘헌혈이 필요해’ ‘헌혈이 필요해’

  • 까치밥 먹는 직박구리 까치밥 먹는 직박구리

  • ‘겨울엔 실내가 최고’…대전 곤충생태관 인기 ‘겨울엔 실내가 최고’…대전 곤충생태관 인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