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 중기부 이전과 행정수도 완성

  • 오피니언
  • 월요논단

[월요논단] 중기부 이전과 행정수도 완성

박재묵 충남대 명예교수

  • 승인 2020-11-15 22:54
  • 신문게재 2020-11-16 18면
  • 방원기 기자방원기 기자
박재묵
박재묵 충남대 명예교수
대전에 있는 중소벤처기업부가 세종시로의 청사 이전 의사를 공식적으로 표명함에 따라 대전지역에서는 중기부의 이전을 반대하는 다양한 움직임이 확인되고 있다. 시장을 비롯한 정치권 인사들은 관계 요로에 반대 의사를 전달하기 위해 바쁘게 움직이고 있고, 많은 단체는 중기부의 이전을 반대한다는 뜻을 담은 성명서를 발표하고 있으며, 시내 곳곳에는 근래 보기 드물게 많은 현수막이 내걸려 있다.

중기부의 이전은 몇 가지 점에서 문제를 안고 있다. 첫 번째 문제는 중기부가 내세우는 이전의 명분이 뚜렷하고 그래서 그 명분이 설득력이 있어야 하는데, 과연 그런가 하는 점이다. 중기부에서는 사무공간의 부족과 관련 부처와의 협력·협업의 필요성을 이전의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다. 사무공간의 부족은 해결되어야 하겠지만, 이 문제 해결을 위해 세종시로의 이전이 불가피하다고 하기는 어렵다. 언론에 보도되었듯이, 공간 부족의 문제는 현재의 정부대전청사 부지 내에 청사 신축을 통해서도 해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유관 부처와의 협력·협업의 필요성은 대체로 수긍할 수 있는 이유이다. 가까이 있을수록 협력·협업이 잘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역시 절대적인 명분이 되기에는 부족하다. 세종청사와 대전청사 간의 거리가 멀지 않고 이동 시간이 30분 내외임을 고려할 때, 공간적 분리 때문에 협력·협업이 어렵다고 말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이처럼 결정적인 명분이 없기 때문에 일각에서는 직원들에 대한 아파트 특별 분양을 염두에 둔 이전 추진이라고 말하고 있다. 정말로 믿고 싶지 않은 일이다.



두 번째 문제는 국가균형발전 정책의 취지에 부합하는가의 문제이다. 행정수도는 물론 행정중심복합도시의 건설은 인구 및 경제력의 수도권 일극 집중을 방지하기 위해 수도권 소재 행정기관을 지방으로 이전하기 위한 사업이다. 따라서 중기부처럼 비수도권 지역에 소재하는 행정기관을 세종시로 이전하는 것은 당초의 정책 취지와 잘 부합되지 않는다. 사실은 정부가 대전청사를 건설하여 중기부의 전신인 중소기업청 등의 외청들을 입주시킨 것 자체가 국가균형발전을 도모하기 위한 조치가 아니었던가?

세 번째 문제는 중기부 이전이 충청권 내 지자체 간 협력체계를 손상하고 나아가서 갈등을 낳을 우려가 있다는 점이다. 세종시는 지금 행정수도 완성을 확고한 시정 목표로 설정하여 추진하고 있고, 이 목표는 여당을 중심으로 한 정치권으로부터도 기대 이상의 큰 지지를 받고 있다. 행정수도 완성이 더 큰 탄력을 얻기 위해서는 충청권 전체 주민의 의지 결집이 절대적이다. 안타깝게도 행정수도와 행정중심복합도시를 추진할 당시의 충청권 분위기와 현재의 분위기는 상당히 다르다. 한마디로 말해서 충청권 4개 지자체 간의 협력보다는 발전을 둘러싼 경쟁이 더 눈에 많이 띈다. 이러한 상황에서 아무런 대책 없이 중기부 이전이 추진된다면, 그나마 유지되어 오던 상생협력이 손상을 입을 가능성이 있고 이것은 다시 행정수도 완성 추진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세종시는 자신들이 추진하지 않을 일로 유탄을 맞을 수도 있다



다행히 11일 괴산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충청권 현장최고위원회의에서 여당 대표는 국회의 세종시 이전을 추진하겠다고 하면서, 중기부 이전에 대해서는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중기부 이전은 대전시민의 의견을 경청해서 신중하게 결정하겠으며, 일방적으로 강행하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는 것이 요점이다. 일단 환영할 만한 발언이다. 명분이 약한 작은 일을 서둘러 추진하다가 그보다 더 큰 일을 망치는 우를 범하지 않아야 한다. 중기부 이전에 비하여 행정수도 완성은 상당히 큰일이다. 박재묵 충남대 명예교수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의정부1동 입체주차장 운영 중단
  2. 파주시, ‘마장호수 휴 캠핑장’ 운영 재개
  3. 천안 삼은1번가 골목형상점가, '길거리 오픈축제' 개최
  4. 2025 K-축제의 세계화 원년...날아오른 국내 축제는
  5. 충남도의회 "학교급식 종사자 체계적 검진 지원"
  1. [기획] ㈜아라 성공적인 글로벌화 "충남경제진흥원 글로벌강소기업1000+ 덕분"
  2. 대전 특성화고 지원자 100% 넘었다… 협약형 특성화고 효과 톡톡
  3. [사설] 특성화고 '인기', 교육 내실화 이어지나
  4. 청설모의 겨울나기 준비
  5. "대전하천 홍수량 5~8% 늘어"vs"3년 만에 과도한 상향 아닌가" 갈등

헤드라인 뉴스


"트램·공공어린이 재활병원 국비 대거확보" 대전시 현안 탄력

"트램·공공어린이 재활병원 국비 대거확보" 대전시 현안 탄력

대전시가 이재명 정부의 2026년도 예산안에서 트램 등 핵심 사업에 필요한 국비를 대거 확보하면서 주요 현안 추진에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이장우 대전시장은 2일 확대간부회의에서 "트램을 비롯해 공공어린이재활병원, 웹툰클러스터 예산이 상당 부분 반영된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여야가 내년도 예산안 처리 법정시한 마지막 날인 이날 4조 3000억원을 감액하고, 감액 범위 내에서 증액해 정부안인 728조 원 규모로 전격 합의한 것과 관련해 언급한 것이다. 재선 국회의원 출신 광역단체장인 이 시장은 주요 현안 예산 반영 여부를 여의도..

원·달러 환율 1460원대 중후반 고착화… 지역 수출기업들 `발동동`
원·달러 환율 1460원대 중후반 고착화… 지역 수출기업들 '발동동'

#. 대전에서 수출기업을 운영하는 A 대표는 매일 아침 눈을 뜨면 가장 먼저 원·달러 환율을 확인하는 것이 일상이 됐다. 환율이 10~20원만 변동해도 회사의 수익 구조가 즉각적으로 갈리기 때문이다. A대표는 "원자재 대금 결제에 적용되는 환율이 중요하다 보니 낮과 밤을 가리지 않고 수시로 환율을 확인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라며 "환율 변동성이 커지면서 기업 경영의 부담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원·달러 환율이 1460원대 중후반에서 움직이면서 지역 수출기업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원자재를 사들여 수출하는 구조를 가..

李 “숨겨진 내란 어둠 밝혀 진정 정의로운 국민통합 문 열어야”
李 “숨겨진 내란 어둠 밝혀 진정 정의로운 국민통합 문 열어야”

이재명 대통령은 2일 “곳곳에 숨겨진 내란의 어둠을 온전히 밝혀내서 진정으로 정의로운 국민 통합의 문을 활짝 열어야 한다”고 밝혔다. 12·3 비상계엄 1년을 앞두고 이날 오전 대통령실에서 열린 제52차 국무회의에서다. 이 대통령은 모두 발언을 통해 “지난해 12월 3일 우리 국민들이 피로써 쟁취해 왔던 민주주의, 그리고 헌법 질서가 중대한 위기를 맞았다”며 “그렇지만 국민의 집단 지성이 빚어낸 빛의 혁명이 내란의 밤 어둠을 몰아내고 대한민국 민주주의가 다시 환하게 빛나는 새벽을 열었다”고 말했다. 또 “그렇게 위대한 빛의 혁명으로..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고사리 손으로 ‘쏙’…구세군 자선냄비 모금 시작 고사리 손으로 ‘쏙’…구세군 자선냄비 모금 시작

  • 대전도시철도 1호선 식장산역 착공…첫 지상 역사 대전도시철도 1호선 식장산역 착공…첫 지상 역사

  • 대전서 개최된 전 세계 미용인의 축제 대전서 개최된 전 세계 미용인의 축제

  • 청설모의 겨울나기 준비 청설모의 겨울나기 준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