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비밀번호 자백법'은 누구를 위한 법인가?

  • 오피니언
  • 독자 칼럼

[기고] '비밀번호 자백법'은 누구를 위한 법인가?

조용승 법무법인 유앤아이 변호사

  • 승인 2020-11-25 08:18
  • 윤희진 기자윤희진 기자
조용승변호사22
조용승 변호사
이른바, ‘비밀번호 자백법’ 논란은 2020년 11월 12일 추미애 법무부 장관으로부터 시작됐다. 추미애 장관은 당시 갈등을 빚고 있는 윤석열 검찰총장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한동훈 법무연수원 연구위원(검사장)이 아이폰 비밀번호를 알려주지 않아 '검·언 유착'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수사에 곤란을 겪고 있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법무부에 외국 입법례를 참조해 피의자의 휴대전화 비밀번호 공개를 강제하는 '비밀번호 자백법' 제정을 검토하라고 공개 지시했다.

위 '비밀번호 자백법'의 주된 내용은 피의자가 휴대전화 비밀번호를 악의적으로 숨기고 수사를 방해하는 경우 법원의 명령 등 일정 요건 아래 그 이행을 강제하고 불이행 시에는 제제를 하는 내용인 것으로 알려졌다.

추미애 장관의 지시가 알려지자, 당사자인 한동훈 연구위원이 가장 먼저 반발했다. 한동훈 연구위원은 법무부가 추미애 장관의 지시로 검·언유착 사건에 대해 직접감찰에 착수한 후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으로 좌천된 인물이다.

한동훈 연구위원은 개인 입장문을 내고, "모든 국민을 위한 이 나라 헌법의 근간을 무너뜨리겠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대한변호사협회에서도 '비밀번호 자백법'의 위헌성을 지적하며 철회를 요구했다.



전화를 걸고 문자를 보내는 기능에 한정됐던 휴대전화가 스마트폰으로 진화하면서 요즘의 휴대전화에는 개인의 모든 정보가 담겨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러한 휴대전화에는 사용자의 통화기록과 이메일, 문자, 사진 등 모든 일상이 담겨있고 이는 피의자에게 불리한 증거로 사용될 수 있다. 때문에 피의자로 하여금 휴대전화 비밀번호를 공개할 것을 강제하는 것은 헌법 제12조 제2항에서 금지하고 있는 '형사상 불리한 진술을 강요'하는 것과 다름없다.

헌법 제12조 제1항은 "누구든지 법률에 의하지 않고는 체포·구금·압수·수색·심문을 받지 않으며, 법률과 적법한 절차에 의하지 않고는 처벌·보안처분·강제 노역을 받지 않는다"는 적법 절차의 원리를 명시하고 있다. 이는 입법·사법·행정의 모든 국가 작용에 적용되는 원칙이며 공권력의 남용을 막고 개인의 기본권을 보장하기 위하여 법치국가라면 반드시 지켜야 하는 것이다.

추미애 장관이 추진하는 '비밀번호 자백법'이 헌법상 자기부죄거부의 원칙, 피의자 및 피고인의 방어권 보장에 반한다는 것은 너무나 명백하다.

정당, 법률가, 시민단체들이 '비밀번호 자백법'의 위헌성을 지적하고 있다. 여당 국회의원인 백혜련 의원은 유감스럽다고 했고, 박성민 최고위원은 헌법상의 가치에 맞지 않는다고 했으며, 박범계 의원은 국민적 공감대를 얻기에는 아직 부족한 상황이라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국가인권위원회까지 나서서 인권 침해 여부를 살펴보겠다고 하자, 그제야 추미애 장관은 “아직 확정된 건 아니다”라며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추미애 장관이 '비밀번호 자백법' 제정을 지시하게 된 경위를 살펴보면 '비밀번호 자백법'은 오직 한동훈 연구위원을 어떻게든 이른바, '검·언 유착' 사건에 옭아매기 위한 타깃으로 제정하려는 법률임에 의문의 여지가 없다. 위와 같은 추미애 장관의 지시는 국민의 기본권을 무시한 직권남용에 해당함이 분명함에도 집권당 어느 누구도 이를 제지하는 사람이 없다.

해외에 서버를 두고 범죄를 저지르는 기업의 경우 아무리 압수수색 영장이 있어도 밝혀낼 수 없어 디지털 시대에 대비한 연구를 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는 추 장관의 말에는 일부 공감하지만, 검찰개혁을 명분으로 법무부와 대검이 심각한 갈등을 빚고 있는 이 시점에선 아직 이르다.

추미애 장관이 추진하는 '비밀번호 자백법' 제정이 과연 '검찰개혁'의 선상에 있는 것인지 몇 번을 고쳐 생각해봐도 이해하기 어렵다. 추미애 장관은 그동안 나라를 혼란스럽게 한 일탈과 폭주를 멈추고 이 나라가 정상적인 법치주의 국가로 되돌아 갈 수 있도록 결자해지해야 할 것이다.

/조용승 법무법인 유앤아이 변호사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대전 중앙로지하상가 비대위, 대전시에 공청회 요구... 경쟁 입찰 조회수 부풀리기 의혹 제기도
  2. [대전다문화] 열대과일의 나라 태국에서 보내는 여름휴가 ? 두리안을 즐기기 전 알아야 할 주의사항
  3. 약국 찾아가 고성과 욕설 난동 '여전'…"가중처벌 약사폭력방지법 시행 덜 알려져"
  4. 중앙로지하상가 비대위, 대전시에 공청회 요구
  5. [인터뷰] 송호석 금강환경청장 "대청호 지속가능 관리방안 찾고, 지역협력으로 수해 예방"
  1. [대전다문화] 7월 17일 '제헌절', 대한민국 헌법이 태어난 날입니다
  2. [대전다문화] 세계 일회용 비닐봉투 없는 날
  3. 설동호 대전교육감 새 특수학교 신설 추진할까 "적극 검토"
  4. 충남대 동문 교수들 "이진숙 실천형 리더십… 교육개혁 적임자"
  5. 제6회 인천국제해양포럼, 7월 3일 송도서 개막

헤드라인 뉴스


이재명 대통령, 4일 취임 후 첫 대전 방문 ‘타운홀미팅’

이재명 대통령, 4일 취임 후 첫 대전 방문 ‘타운홀미팅’

이재명 대통령이 4일 취임 후 처음으로 대전을 방문한다. 이 대통령은 이날 오후 대전 유성구 도룡동 대전컨벤션센터에서 ‘국민소통 행보 2탄, 충청의 마음을 듣다’를 주제로 타운홀 미팅 시간을 갖는다. 국민의 현장 목소리를 듣고 자유롭게 토론과 질문을 하는 자리로, 불황으로 어려움을 겪는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를 비롯해 과학기술인 등 300여명이 참석할 예정이다. 이번 미팅은 사전에 참석자를 선정하는 관행에서 벗어나 전날인 3일 오후 2시 대통령실 홈페이지를 통해 행사 일정을 공개하고 행사 당일 현장에서 선착순으로 300여 명을 참석시킨..

[대전 자영업은 처음이지?] 41. 대전 서구 가장동 돼지고기 구이·찜
[대전 자영업은 처음이지?] 41. 대전 서구 가장동 돼지고기 구이·찜

자영업으로 제2의 인생에 도전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정년퇴직을 앞두거나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자신만의 가게를 차리는 소상공인의 길로 접어들기도 한다. 자영업은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음식이나 메뉴 등을 주제로 해야 성공한다는 법칙이 있다. 무엇이든 한 가지에 몰두해 질리도록 파악하고 있어야 소비자에게 선택받기 때문이다. 자영업은 포화상태인 레드오션으로 불린다. 그러나 위치와 입지 등을 세밀하게 분석하고, 아이템을 선정하면 성공의 가능성은 충분하다. 이에 중도일보는 자영업 시작의 첫 단추를 올바르게 끼울 수 있도록 대전의 주요 상권..

트로트 신동 김태웅, 대전의 자랑으로 떠오르다
트로트 신동 김태웅, 대전의 자랑으로 떠오르다

요즘 대전에서, 아니 대한민국에서 가장 잘 나가는 초등생이 있다. 청아하고 구성진 트로트 메들리로 대중의 귀를 사로잡고 있는 대전의 트로트 신동 김태웅(10·대전 석교초 4) 군이다. 김 군이 대중에게 얼굴을 알린 건 2년 전 'KBS 전국노래자랑 대전 동구 편'에 출연하면서부터다. 당시 김 군은 '님이어'라는 노래로 인기상을 받으며 관객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공중파 TV를 통해 강렬한 인상을 남긴 김 군은 이후 케이블 예능 프로 '신동 가요제'에 출연해 화제를 모았다. 김 군은 이 무대에서 '엄마꽃'이라는 노래를 애절하게 불러 패..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취약계층을 위한 정성 가득 삼계탕 취약계층을 위한 정성 가득 삼계탕

  • 대통령 기자회견 시청하는 상인들 대통령 기자회견 시청하는 상인들

  • 의정활동 체험 ‘재미있어요’ 의정활동 체험 ‘재미있어요’

  • 도심 열기 식히는 살수차 도심 열기 식히는 살수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