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즘] 크리스마스 선물

  • 오피니언
  • 프리즘

[프리즘] 크리스마스 선물

임숙빈 을지대 간호대학장

  • 승인 2020-12-22 15:11
  • 신문게재 2020-12-23 19면
  • 신가람 기자신가람 기자
임숙빈
임숙빈 을지대 간호대학장
너무도 추운 겨울을 지내고 있다. 이 정도 겨울 날씨야 당연하지만 마음의 추위가 그 어느 때보다도 매서운 한 해를 보내고 있다. 코로나 상황이 조금이라도 진정되면 운영하려고 주춤주춤 미뤘던 비교과 프로그램들을 마무리하는 분주함 속에 어느새 눈앞에 와 있는 새해에 깜짝 놀랄 지경이다.

그래도 설마 설마했다. 물론 이것저것 따져보면서 이 겨울이 심상치 않으리라 예상했지만, 그래도 한편으로는 설마 이렇게 오래도록 코로나에 발 묶여 지내겠냐는 바램 같은 기대 또한 없지 않았다. 하지만 전국적으로, 아니 세계적으로 맹위를 떨치고 있는 코로나의 위력에 무력감마저 느끼며 쓰고 있는 마스크를 다진다.



이렇게 중요해진 마스크이지만 어느 뉴스통신사에서 성인을 대상으로 크리스마스 선물 계획에 관한 조사를 했더니 마스크 등의 방역물품이 받고 싶지 않은 선물 1위에 등극했다고 한다. 어린이들이 받고 싶지 않은 선물로 책이나 학용품을 말하는 것과 유사한 현상이라고나 할까. 사실 제일 필요한 것이기는 하지만 선물로 받고 싶지는 않을 수도 있겠다 싶기는 하다.

방역물품 외에도 받고 싶지 않은 선물에 꽃다발, 게임기, 건강식품, 손편지 등이 상위를 차지했다고 한다. 필자도 비슷하게 싫어하는 것이 있어서 기사를 읽으며 웃었지만, 손편지가 상위순위인 것은 다소 유감스러웠다. 지난주 연구실 책장 위 상자에서 오래전에 받은 편지와 카드 뭉치를 발견했을 때의 느낌은 사뭇 달랐기 때문이다. 선물 취향이야 개별적인 것이니 여러 말 할 것 없지만 시간이라는 변수가 영향을 미치는 선물도 있다.



여러 교수들이 그렇듯이 필자도 버리지 못하고 쌓아두는 병(?)이 있기도 하고, 의례적이지 않은 개별적인 메시지를 담은 편지나 카드를 버리기는 쉽지 않아 상자에 담아 두던 것이었다. 그런데 오랜 편지나 카드가 순간 살아나면서 현실의 분주함도 잊은 채 시간여행을 떠나게 만드는 마력은 대단했다. 찐한 그 느낌은 경험해본 사람이라면 바로 끄덕일 것이다. 우선 갖가지 모양과 그림의 카드가 예쁘고 신기했고, 편지지에 빼곡이 쓴 사연들을 보며 보낸 이의 그 시절 그 얼굴을 떠올릴 수 있었다.

이름 다른 날의 축하나 위로의 메시지들과 연말연시의 기원들이, 이제까지 살아온 게 혼자만의 힘이 아니라는 것을 새삼 깨닫게 해주었다. 이미 고인이 된 언니의 편지는 그리움을, 지금은 서먹해진 동료의 카드는 아쉬움을, 졸업한 제자들의 편지는 보고픔을 불러일으켰다. 그중에서도 한 제자의 편지가 그 날 추억여행의 하이라이트였다. 제법 긴 손편지는 한 해를 보내는 인사를 적었고, 자신의 방황과 그로 인해 부진했던 학업 성적에 대한 반성과 새해의 다짐을 적고 있었다. 문득 당시에 너무 나쁜 점수를 준 것은 아니었어야 했을텐데 싶은 마음이 들 만큼 자기 성찰이 훌륭했다.

이에 비해 비대면 수업에 이어 불가피하게 비대면 시험까지 치러야 하는 경우 요즈음 학생들이 가장 우려하는 것은 자신의 공부가 아니다. 비대면의 상황에서 부정행위를 하는 학생이 점수를 잘 받는 부당함이 발생할까 싶어서 걱정하는 게 훨씬 크다. 상대평가라는 교육정책이 만들어낸 씁쓸한 우리네 현상이다. 어이쿠, 매사에 학교 상황으로 돌아가는 생각의 고리를 끊을 수가 없으니 분명히 직업병을 가지고 있는가 보다. 편지상자에 감동하다가 학생들 걱정으로 가다니.

어쨌거나 풍성한 연말 풍경을 찾아보기 어려워진 2020년, 우리는 크고 작은 크리스마스 선물이라도 나눌 수 있을까? 아니, 나누려고 노력해야 한다, 형편껏 서로의 마음을 주고받아야 한다. 코로나 상황만이 아니라 정치 경제 모두 두려움으로 꽁꽁 얼어붙고 있지만 우리 서로의 온기에 기대어 살아내도록 하자. /임숙빈 을지대 간호대학장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베일 벗은 대전역세권 개발계획…내년 2월 첫삽 확정
  2. 대학 경쟁시킨 뒤 차등 지원?… 서울대 10개 만들기 사업 놓고 '설왕설래'
  3. 전국 학교 릴레이 파업… 20일 세종·충북, 12월 4일 대전·충남
  4. [기고] 디지털포용법과 사회통합
  5. 어기구 의원, ‘K-스틸법’ 후속 국가재정법 개정안 대표 발의
  1. 양상추 가격 급등 현상에 대전 소상공인도 직격탄... 높아진 가격에 한숨만
  2. '사건 25%↑' 대전경찰, 우수부서 찾아 시상…서부署·중부署 등
  3. 구직자로 북적이는 KB굿잡 대전 일자리페스티벌
  4. 대전상의-국정원 '기업 기술유출 예방 설명회' 개최
  5. 설동호 교육감 시정연설 "모두 균등한 기회 누리는 든든한 대전교육 만들 것"

헤드라인 뉴스


충청권 집값 `온도차`… 대전·충남은 감소, 세종·충북은 상승

충청권 집값 '온도차'… 대전·충남은 감소, 세종·충북은 상승

충청권 부동산 가격이 지역별로 뚜렷한 온도차를 보이고 있다. 대전과 충남 집값은 여전히 하락세를 이어간 반면, 세종은 오름폭을 키우며 상승세를 이어갔다. 충북은 보합에서 상승으로 전환했다. 20일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11월 셋째 주(17일 기준) 전국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에 따르면, 전국 매매가격은 0.07% 올랐다. 전주(0.06%)보다 0.01%포인트 오른 수치인데, 서울과 수도권, 지방 모두 상승했다는 분석이다. 충청권에선 대전의 집값은 0.02% 내렸다. 올해 들어 꾸준한 하락세를 보이며 누적 하락률이 2.11%를 기록했..

특수공집방·국회법 위반 이장우 대전시장·김태흠 충남지사 유죄
특수공집방·국회법 위반 이장우 대전시장·김태흠 충남지사 유죄

국회 패스트트랙(Fast Track: 신속처리안건) 충돌 사건으로 기소된 이장우 대전시장과 김태흠 충남지사에게 유죄가 선고됐다. 당시 대표였던 황교안 전 국무총리와 원내대표였던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을 비롯한 자유한국당 인사들도 마찬가지다.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 11부(장찬 부장판사)는 19일 오후 2시 특수공무집행방해와 국회법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된 황교안 전 총리와 나경원 의원, 이장우 시장과 김태흠 지사 등 26명에 대한 선고 공판에서 유죄를 인정하고 벌금형을 선고했다. 나 의원은 특수공무집행방해 등 혐의로 벌금 2000만원,..

[단독] 대전 법동 으뜸새마을금고, 불법 선거 논란
[단독] 대전 법동 으뜸새마을금고, 불법 선거 논란

사상 첫 직선제로 이사장을 선출한 대전 대덕구 법동 으뜸새마을금고가 불법 선거 논란에 휩싸였다. 이에 대해 수사를 벌인 경찰은 최근 사전 선거 운동 혐의 등으로 올해 7월 당선된 이사장 A씨를 검찰에 넘긴 것으로 알려졌다. 20일 경찰과 법조계에 따르면 올해 법동 으뜸새마을금고 이사장에 선출된 A씨는 공식 선거 운동 예정일 전부터 실질적인 선거유세를 펼쳤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새마을금고 이사장 선거는 2021년 제6대 선거까지 간선제로 진행됐지만, 올해 치러진 제7대 선거는 금고 설립 이후 처음으로 전체 회원이 투표에 참여했다...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은빛 물결 억새의 향연 은빛 물결 억새의 향연

  • 구직자로 북적이는 KB굿잡 대전 일자리페스티벌 구직자로 북적이는 KB굿잡 대전 일자리페스티벌

  • 크리스마스 트리 앞에서 ‘찰칵’ 크리스마스 트리 앞에서 ‘찰칵’

  • 추위와 독감 환자 급증에 다시 등장한 마스크 추위와 독감 환자 급증에 다시 등장한 마스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