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소리] 지속가능한 '가치소비'에 눈뜨자

  • 오피니언
  • 풍경소리

[풍경소리] 지속가능한 '가치소비'에 눈뜨자

이동구 한국화학연구원 전문연구위원·(사)소비자시민모임 감사

  • 승인 2021-01-18 08:13
  • 김소희 기자김소희 기자
clip20210117103001
이동구 전문연구위원·감사
2030 세대를 중심으로 '가치소비'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소비란 모름지기 ‘가성비’가 좋은 상품을 고르는 것인데, 가치소비는 자신이 지향하는 가치를 포기하지 않으며 소비하는 성향을 뜻한다. 가치소비를 선호하는 이들은 식물성 ‘대체육’으로 만든 햄버거를 먹고, 동물을 도축하지 않고 만든 대체가죽으로 생산한 옷을 입으며, 식물성 성분만 들어간 ‘비건화장품’을 바른다. 이들은 인류의 과한 욕심이 자연을 파괴하면서 발생한 기후위기가 결국 코로나19 같은 또 다른 재앙을 불렀다고 본다. 그래서 다소 비싸더라도 지속가능성이나 동물복지 등의 가치에 충실한 제품에 지갑을 열겠다는 것이다.

가치소비와 함께 중요한 트렌드가 바로 '서스테이너블(sustainable)'이다. '지속가능한'이라는 뜻으로 결과보다는 과정에서의 윤리적 혹은 도덕적 경영을 지향하는 행위를 일컫는다. 에코(eco) 개념 역시 서스테이너블의 일부지만, 서스테이너블은 기업이 이윤을 줄여서라도 환경과 인권, 공정성 등을 더 중요하게 여기는 적극적이고 강력한 의미다.

이미 서스테이너블은 전 세계의 메가트렌드로 떠올랐다. 경제성장이 역설적으로 빈부 격차와 환경파괴를 심화시킨다는 경험이 누적되면서 지속가능한 기업 및 소비의 개념이 빠르게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인류생존을 위해서라도 서스테이너블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대표적인 사례를 살펴보자. 미국의 신발 브랜드 탐스는 '지속가능한 기부'를 실천한다는 이미지를 소비자에게 확실히 각인시켰다. 탐스 창업자는 2006년 아르헨티나 여행 중 신발 없이 맨발로 살아가는 아이들을 만난 후 이들을 꾸준히 도와줄 수 있는 사업모델을 고민하게 된다. 마침내 그는 '내일을 위한 신발'이라는 뜻의 탐스(TOMS)를 창업한다.

그리곤 고객이 신발 한 켤레를 구매할 때마다 신발이 필요한 아이들에게 한 켤레를 전달하는 '원포원(One for One)' 기부를 이어왔다. 브랜드 론칭 이후 최근까지 약 8800만 켤레의 신발을 지원했다. 2015년에 출시한 탐스의 커피 브랜드 역시 원두 한 팩을 소진할 때마다 물 부족을 겪는 빈민층에게 일주일 동안 사용할 수 있는 140리터의 물을 전달하는 캠페인 방식의 사업이다. 지난해까지 1억 리터가 넘는 식수가 제공됐다.

현재 탐스는 세이브더칠드런, 유엔난민기구, 칠드런인터내셔널 등 100개 이상의 비영리단체와 '원포원' 기부를 함께하며 탐스 철학을 전 세계에 알리고 있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몇 년 전부터 탐스가 부진의 늪에 빠졌다. 착한 기업이 빠지기 쉬운 오류를 범한 것이다. 탐스는 장기적으로 수익이 발생해야 생존이 가능한 영리회사다. 착한 소비를 강조하는 마케팅은 단기적으론 수익을 주지만 장기적으론 관심받기 어려운 전략이다. 상품의 질이나 서비스, 디자인 등의 업데이트 없이 착한 소비만 강조하면서 소비자의 재구매를 유도하긴 힘들다.

서스테이너블 커피에 대한 관심도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종전의 공정무역 커피는 정당한 대가를 지불함으로써 커피 재배 농민들의 생활여건을 개선하는데 한정됐다. 하지만 서스테이너블 커피는 여기에 수질, 토양, 생물 다양성 보호라는 개념을 추가했다. 대표적으로 국내 커피 프랜차이즈 최초로 할리스커피는 전 매장에서 열대우림연맹(RA) 인증 원두를 사용한다. 개구리 마크로 알려진 RA 인증은 인권보호를 받은 노동자들이 친환경 농법으로 키워낸 농작물에 부여하는 마크로, 환경과 노동자 인권을 생각하는 가치소비가 가능하다.

결국, 소비가 위축된 저성장 국면에서 소비자의 지갑을 열 수 있는 마케팅은 화려함이나 기능적 우월함이 아니라 소비와 동시에 환경, 윤리, 도덕 등의 감성을 향유할 수 있는 스토리텔링이다. 이제 소비자들은 디자인과 가격뿐만 아니라 그 기업의 소신을 엿볼 수 있는 브랜드 스토리까지 주목하며 제품을 구매한다. 저성장, 가치소비, 환경에 대한 고민이 맞물리면서 서스테이너블은 메가트렌드로 확고히 자리 잡았다. 이제 소비자는 기업의 윤리적 혹은 도덕적 경영에 주목하고 제품을 구매하는 중요한 기준으로 삼기 시작했다. /이동구 한국화학연구원 전문연구위원·(사)소비자시민모임 감사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단양군엔 3억6000만원 내라면서…105억 발전소 수익은 감춘 한국수자원공사
  2. 대전역세권 복합2-1개발 무산 수순... 전략 재정비해야
  3. "가족에게 쉼을, 마음에는 행복을"
  4. 대전시립손소리복지관 청각장애인 복지 증진 위한 업무 협약(MOU)
  5. 유성구장애인종합복지관, 장애인 가정 위한 따뜻한 나눔 전달받아
  1. 밀알복지관, '안전하고 따뜻한 집 만들기 프로젝트'
  2. 대덕구노인종합복지관 네이버해피빈 온라인모금함 명절선물세트 지원
  3. 수사권 개편에 인력 몰아놓은 대전경찰… 생활치안 균형 ‘시험대’
  4. 가을빛 물든 탑정호, 음악으로 하나 되다… ‘제3회 육군병장 전국가요제’ 성료
  5. 충주시, 내년 생활임금 13.5% 인상…시급 1만 2630원

헤드라인 뉴스


세종 행정수도특별법, 9월 논의 불발… 국감 이후 격랑 속으로

세종 행정수도특별법, 9월 논의 불발… 국감 이후 격랑 속으로

세종 행정수도 완성을 위한 특별법이 사실상 오는 12월 정기국회 막바지, 예산 정국 아래 논의 테이블에 오를 가능성이 높아졌다. 대여 공세에 집중하고 있는 야당이 10월 국정감사 이후 논의 입장을 고수하면서, 이달 말 회의 개최가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28일 국회 등에 따르면 국토교통위원회 국토법안심사소위원회 회의 일정을 둘러싼 여·야 간사 간 협의가 끝내 매듭을 짓지 못한 것으로 파악됐다. 앞서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측은 10월 국감에 앞서 이달 29~30일 회의 개최를 제안한 바 있다. 그러나 국민의힘이 국감 이후인 11월 개최를..

가을야구 멀어진 한화… 남은 시즌은 ‘내년 찾기’
가을야구 멀어진 한화… 남은 시즌은 ‘내년 찾기’

길었던 11연패에서 벗어난 한화 이글스가 사실상 멀어진 가을야구 대신 내년 시즌을 위한 전력 점검에 나설지 주목된다. 정규시즌이 막바지에 접어든 만큼 신인과 퓨처스 선수들의 가능성을 확인하는 동시에 올 시즌 뚜렷한 주인을 찾지 못한 중견수 등 취약 포지션의 해법을 찾는 것이 남은 과제로 떠올랐다. 한화는 28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롯데 자이언츠와의 경기에서 6-2로 승리하며 11연패에서 탈출했다. 한화는 55승 76패 4무로 9위에 머물며 5위권과 격차가 크게 벌어져 포스트시즌 진출은 사실상 어려워졌다. 남은 경기의 초점은 승수..

충청권 암 환자들 수도권 병원 진료·수술 쏠림 뚜렷
충청권 암 환자들 수도권 병원 진료·수술 쏠림 뚜렷

충청권 '암 수술 자체 충족률'이 전국 5대 권역 중에 가장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암 환자들이 수술을 받으러 충청 소재 병원이 아니라 수도권 병원으로 간다는 얘기다. 그러다 보니 비수도권 암 환자 중 수도권 주요 병원에서 진료받는 환자 역시 충청권이 가장 많았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더불어민주당 박용갑 의원(대전 중구)이 28일 제공한 보건복지부와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시도별 10대 암 수술 자체 충족률' 자료를 분석한 결과, 최근 5년간(2021∼2025년) 대장암과 폐암, 위암, 간암 등 10대 암 수술의 자체 충족률은 서울 9..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10월부터 안전모 미착용 집중단속…벌점 10점도 부과 10월부터 안전모 미착용 집중단속…벌점 10점도 부과

  • ‘다시, 집으로’ ‘다시, 집으로’

  • 막바지 귀경길 막바지 귀경길

  • 세월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건 추석의 의미 세월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건 추석의 의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