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속으로]능력주의가 만든 새로운 질서! 특권층은 정의인가!

  • 오피니언
  • 세상속으로

[세상속으로]능력주의가 만든 새로운 질서! 특권층은 정의인가!

신천식 한양대 특임교수

  • 승인 2021-01-18 09:27
  • 신성룡 기자신성룡 기자
2020122101001714100069691
신천식 특임교수
'현대 사회에서 특권층은 사라졌는가?' '현대 사회에도 귀족과 양반은 존재하는가?' 과거의 양반과 귀족은 사라졌지만, 능력주의(Meritocracy)라는 이름으로 각 분야의 최정상에 위치하며 온갖 혜택을 독점하는 계급과 세력은 이 시대에도 존재한다.

원칙적으로는 누구에게나 개방된 기회와 능력에 따른 분배라는 거역할 수 없는 논리를 앞세워 한 자리씩 차지한 소위 정치적,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으로 강력한 영향력을 갖게 된 능력주의의 수혜자들이 특권층이라는 이름으로 군림한다.

그들은 온갖 혜택을 누리면서 탈법과 일탈 행위를 예사로 저질러도 무사한 이 시대의 새로운 귀족과 양반이 되고 있다. 한두 번의 시험 성공이나 운 좋은 선택으로 특권층에 포함될 자격을 얻고 먹이 사슬의 최정상에 위치하는 특권층은 도덕과 윤리를 저버린 일탈과 비상식적인 기행으로 돌팔매질은 당할지언정 결단코 사라지지 않는 계급이 되어버렸다.

능력주의는 과도한 혜택과 배려조차도 능력에 따른 결과이고, 공정한 분배라는 구실로 둔해여 대중의 지지를 교묘히 끌어내고 점점 더 세를 확산시키고 있다. 능력주의는 능력의 이름으로 부와 권력을 집중시키고 대를 이어 세습시키며 장기간 지속 가능할 조짐을 보인다.

능력주의는 열심히 노력하고 최선을 다해 이룬 성취에 따르는 한계 없는 보상이야말로 하늘이 주는 당연한 축복이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대중의 심금을 울린다. 이제 누구에게나 접근 가능한 기회가 주어진 개방 체제에서 능력 있는 자가 누리는 혜택은 공정한 배려이며 누구도 이의를 제기할 수 없는 참 진리로 등극하고 있다. 그래서 능력주의의 모순과 과도한 편향적 배분을 선뜻 반대하기는 어렵다. '능력주의는 절대로 완벽한 논리인가?'

능력주의가 지향하는 목표, 내용, 결과는 인류 역사를 바꿀만한 커다란 흐름임에는 틀림이 없다. 그러나 능력주의는 인류 역사를 이끄는 핵심 주체를 지속적인 과열 경쟁에서 살아남은 소수의 엘리트로 한정함으로써 시민 대다수를 주변부로 몰아내고, 발전의 성과를 균등하게 누릴 수 없게 하며, 대중과 엘리트 간 증오와 갈등의 흑역사를 쓰도록 내몰고 있다. 능력주의는 부의 지나친 양극화, 불평등의 확대 및 심화, 기회의 배제와 결과의 배제라는 예상치 못한 사태를 양산하고 구조화하고 있다.

주목할 사실은 능력주의의 특성상 당사자들이 누리고 있는 특권과 혜택 또한 지속해서 누리고 세습하기 위한 치열한 노력을 단 한 순간도 멈출 수 없다는 점이다. 정상을 향하여 바위를 끝없이 굴려 올리고, 내리박히면 다시 굴려 올려야 존재하는 비운의 시시포스 (Sisyphus)처럼 능력을 축적하고 유지하려는 노력은 잠시도 멈출 수 없다, 멈추는 순간 누구도 예외 없이 나락으로 떨어질 것이기에 그 자리를 지켜내는 처절한 생존 투쟁을 계속할 수밖에 없다.

능력주의는 결국 모두에게 소모적이며 파괴적인 자기 파멸의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개인이 보유한 능력과 노력의 결과에 합당한 공정한 대우라는 설정 또한 개인의 능력이란 것이 어디까지를 순수한 본인의 능력 범위로 인정할지에 관하여도 얼마든지 이론과 반론이 가능하다. 그가 어떤 부모를 만나고, 어떤 선천적 특성을 가졌으며 어떤 시대와 문명권에서 생활하였으며, 그의 선택은 운이 따랐는지 아닌지에 따라서도 그의 능력이 달라지고 그가 누리는 혜택 또한 바뀔 것임에랴!

개인의 능력이 국가와 사회에 미치는 영향은 개인이 속한 다양한 범위와 수준의 공동체가 지닌 영향력에 비하면 미미하다고 할 수밖에 없다. 결국, 공동체의 합의 범위 안에서 이루어지는 제한된 범위 내의 능력주의적 성과 배분만이 실질적 정의구현을 보장할 것이라는 목소리가 힘을 얻어가고 있다. 이 시대의 경구가 될 한마디를 선지자로 불려야 마땅할 1987년 노벨상 수상자 소로우(Robert Merton Solow 1924)의 입을 빌려 대신 전한다. '내가 만들어 낸 모든 것은 얼굴도 모르는 숱한 타인들의 기여가 축적된 것이며, 결코 독점해선 안 되는 것이다'

/신천식 한양대 특임교수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통합 무산 충남대 ‘다음 수’ 찾기 고심
  2. '행정수도특별법 제정' 마침표… 어게인 여·야 합의로 찍어야
  3. 안전하고 세련된 모습으로 바뀐 무궁화호
  4. 충청권 성적 촬영물 협박·강요 증가…대전 최다
  5. 국민의힘, '사고당협' 조직위원장 임명… 대전 서구을은 추가 논의
  1. 대전 중학교 배정 달라진다…다자녀 첫째도 ‘선배정’
  2. [현장에서 만난 사람]정주진 연세대 국가관리연구원 연구교수
  3. 권아름 충남농기원 연구사, '제36회 과학기술우수논문상' 수상
  4. 남상호 대전대 총장, 재신임...2년 더 대학 이끈다
  5. 대전기상청·충청권질병대응센터, 폭염 대응 머리 맞대

헤드라인 뉴스


이젠 공소청·중수청 시대… 업무공백 우려 속 출범

이젠 공소청·중수청 시대… 업무공백 우려 속 출범

검찰청이 폐지되고 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이 2일 새롭게 문을 연다. 지역에서는 대전고등검찰청이 대전광역공소청으로, 대전지방검찰청이 대전지방공소청으로 변경돼 이날부터 공식 업무를 시작한다. 개정 정부조직법이 시행되면서 검찰청은 1948년 설립 이후 78년 만에 폐지되며 업무는 10월 2일부터 수사·기소 분리 방침에 따라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과 공소청으로 이원화됐다. 쉽게 말하면 검찰에서 수사 기능은 떼어내고 공소, 그러니까 재판 관련 업무만 남긴 '공소청'이 새로 출범한 것. 이와함께 기존의 경찰과 검찰, 공수처가 아닌 '중수청'이..

충청광역연합 `돈·권한` 싣는다… 특별법 제정 첫발
충청광역연합 '돈·권한' 싣는다… 특별법 제정 첫발

충청권 4개 시·도를 하나의 생활·경제권으로 견인할 충청광역연합의 권한과 재정 기반을 강화하는 특별법 제정 논의가 본격화된다. 현재 시·도에서 넘겨받은 사무를 수행하는 수준에서 벗어나 국가 권한과 재원을 확보해 충청권 공동사업을 보다 주도적으로 추진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초점이 맞춰질 전망이다. 1일 대전시와 충청광역연합 등에 따르면 2일 서울 여의도 켄싱턴호텔에서 대전·세종·충남·충북과 충청광역연합이 참여하는 '충청광역연합 특별법 제정을 위한 정책토론회'가 열린다. 이날 4개 시·도는 특별법의 조속한 제정을 위해 국회와 중앙정부에..

대전·충북 아파트 매매가 상승폭 축소…세종 상승 전환, 충남 하락세 유지
대전·충북 아파트 매매가 상승폭 축소…세종 상승 전환, 충남 하락세 유지

대전과 충북의 아파트 매매가격이 상승세를 이어갔으나 오름폭은 축소됐다. 세종은 상승 전환했으며, 충남은 낙폭을 줄였다. 전세가격은 충청권 4개 시·도 모두 상승세를 나타냈다. 1일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2026년 9월 넷째 주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에 따르면 대전 집값은 전주보다 0.01% 상승했다. 7월 중순 상승 전환한 이후 오름세를 이어갔지만 전주(0.03%)보다 상승폭은 0.02%포인트 줄었다. 충북은 0.04% 올라 상승세를 유지했지만, 전주(0.07%)보다 오름폭이 0.03%포인트 축소됐다. 충남은 -0.03%를 기록..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국군의 날 기념행사 참석한 이재명 대통령 국군의 날 기념행사 참석한 이재명 대통령

  • 안전하고 세련된 모습으로 바뀐 무궁화호 안전하고 세련된 모습으로 바뀐 무궁화호

  • ‘대전시는 수소트램 원점 재검토하라’ ‘대전시는 수소트램 원점 재검토하라’

  • 금빛으로 빛난 대전의 영웅들 금빛으로 빛난 대전의 영웅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