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속으로]능력주의가 만든 새로운 질서! 특권층은 정의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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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속으로]능력주의가 만든 새로운 질서! 특권층은 정의인가!

신천식 한양대 특임교수

  • 승인 2021-01-18 09:27
  • 신성룡 기자신성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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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천식 특임교수
'현대 사회에서 특권층은 사라졌는가?' '현대 사회에도 귀족과 양반은 존재하는가?' 과거의 양반과 귀족은 사라졌지만, 능력주의(Meritocracy)라는 이름으로 각 분야의 최정상에 위치하며 온갖 혜택을 독점하는 계급과 세력은 이 시대에도 존재한다.

원칙적으로는 누구에게나 개방된 기회와 능력에 따른 분배라는 거역할 수 없는 논리를 앞세워 한 자리씩 차지한 소위 정치적,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으로 강력한 영향력을 갖게 된 능력주의의 수혜자들이 특권층이라는 이름으로 군림한다.

그들은 온갖 혜택을 누리면서 탈법과 일탈 행위를 예사로 저질러도 무사한 이 시대의 새로운 귀족과 양반이 되고 있다. 한두 번의 시험 성공이나 운 좋은 선택으로 특권층에 포함될 자격을 얻고 먹이 사슬의 최정상에 위치하는 특권층은 도덕과 윤리를 저버린 일탈과 비상식적인 기행으로 돌팔매질은 당할지언정 결단코 사라지지 않는 계급이 되어버렸다.

능력주의는 과도한 혜택과 배려조차도 능력에 따른 결과이고, 공정한 분배라는 구실로 둔해여 대중의 지지를 교묘히 끌어내고 점점 더 세를 확산시키고 있다. 능력주의는 능력의 이름으로 부와 권력을 집중시키고 대를 이어 세습시키며 장기간 지속 가능할 조짐을 보인다.

능력주의는 열심히 노력하고 최선을 다해 이룬 성취에 따르는 한계 없는 보상이야말로 하늘이 주는 당연한 축복이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대중의 심금을 울린다. 이제 누구에게나 접근 가능한 기회가 주어진 개방 체제에서 능력 있는 자가 누리는 혜택은 공정한 배려이며 누구도 이의를 제기할 수 없는 참 진리로 등극하고 있다. 그래서 능력주의의 모순과 과도한 편향적 배분을 선뜻 반대하기는 어렵다. '능력주의는 절대로 완벽한 논리인가?'

능력주의가 지향하는 목표, 내용, 결과는 인류 역사를 바꿀만한 커다란 흐름임에는 틀림이 없다. 그러나 능력주의는 인류 역사를 이끄는 핵심 주체를 지속적인 과열 경쟁에서 살아남은 소수의 엘리트로 한정함으로써 시민 대다수를 주변부로 몰아내고, 발전의 성과를 균등하게 누릴 수 없게 하며, 대중과 엘리트 간 증오와 갈등의 흑역사를 쓰도록 내몰고 있다. 능력주의는 부의 지나친 양극화, 불평등의 확대 및 심화, 기회의 배제와 결과의 배제라는 예상치 못한 사태를 양산하고 구조화하고 있다.

주목할 사실은 능력주의의 특성상 당사자들이 누리고 있는 특권과 혜택 또한 지속해서 누리고 세습하기 위한 치열한 노력을 단 한 순간도 멈출 수 없다는 점이다. 정상을 향하여 바위를 끝없이 굴려 올리고, 내리박히면 다시 굴려 올려야 존재하는 비운의 시시포스 (Sisyphus)처럼 능력을 축적하고 유지하려는 노력은 잠시도 멈출 수 없다, 멈추는 순간 누구도 예외 없이 나락으로 떨어질 것이기에 그 자리를 지켜내는 처절한 생존 투쟁을 계속할 수밖에 없다.

능력주의는 결국 모두에게 소모적이며 파괴적인 자기 파멸의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개인이 보유한 능력과 노력의 결과에 합당한 공정한 대우라는 설정 또한 개인의 능력이란 것이 어디까지를 순수한 본인의 능력 범위로 인정할지에 관하여도 얼마든지 이론과 반론이 가능하다. 그가 어떤 부모를 만나고, 어떤 선천적 특성을 가졌으며 어떤 시대와 문명권에서 생활하였으며, 그의 선택은 운이 따랐는지 아닌지에 따라서도 그의 능력이 달라지고 그가 누리는 혜택 또한 바뀔 것임에랴!

개인의 능력이 국가와 사회에 미치는 영향은 개인이 속한 다양한 범위와 수준의 공동체가 지닌 영향력에 비하면 미미하다고 할 수밖에 없다. 결국, 공동체의 합의 범위 안에서 이루어지는 제한된 범위 내의 능력주의적 성과 배분만이 실질적 정의구현을 보장할 것이라는 목소리가 힘을 얻어가고 있다. 이 시대의 경구가 될 한마디를 선지자로 불려야 마땅할 1987년 노벨상 수상자 소로우(Robert Merton Solow 1924)의 입을 빌려 대신 전한다. '내가 만들어 낸 모든 것은 얼굴도 모르는 숱한 타인들의 기여가 축적된 것이며, 결코 독점해선 안 되는 것이다'

/신천식 한양대 특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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