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도시평] 대학이 살아야 지역이 산다

  • 오피니언
  • 중도시평

[중도시평] 대학이 살아야 지역이 산다

원성수 공주대 총장

  • 승인 2021-02-02 15:00
  • 신문게재 2021-02-03 18면
  • 박수영 기자박수영 기자
원성수 공주대총장
원성수 공주대총장
올해 대입 정시 모집에서 비수도권 대학의 경쟁률이 일제히 하락했다. 소위 말하는 거점대학들도 예외는 아니었다. 문제는 이런 현상이 더 심화될 것이라는 점이다. 파격적인 장학금 등을 제안하며 신입생 유치에 나선 대학들도 있으나 백약이 무효인 듯하다. 그야말로 "벚꽃 피는 순서로 대학이 망할 것"이란 우려가 현실이 되고 있다.

학령인구 감소로 예측은 되었지만 이유 불문하고 대입 경쟁률 하락의 피해가 오로지 지방대학들에게 집중되는 현실에 지방의 미래가 심각히 걱정된다. 이런 현상이 지속된다면 지방대학들은 더 이상 생존이 어려울 것이다.



지방대학의 쇠퇴는 정부의 핵심정책인 '국가균형발전'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 따라서 지역과 국가균형발전이란 대의를 위해서라도 지방대학은 살아야하고, 또 생존을 넘어 더욱 발전해야 한다. 대학이 해당 지역에 미치는 영향은 실로 지대하다. 우선 대학은 지역에 필요한 인재를 배출하고 그 인재는 각 분야에서 나름대로 역할을 수행하며 지역발전을 견인한다. 또 지역발전으로 더 많은 일자리가 생기면 주민들의 삶의 수준도 높아질 수 있기에 정부와 특히 지자체는 대학과 상생하는 선순환 구조를 서둘러 만들어야 한다.

대학도 생존을 넘어 더 발전하기 위해서는 스스로의 자구노력을 게을리 하지 말아야 한다. 지역상생 철학을 실현하며 시대를 이끌 수 있는 첨단학과도 개설하고 또 과감한 구조조정도 도모하며 혁신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특히 지방대학의 발전은 중앙정부와 지자체의 특별한 관심과 지원이 없으면 기대하기 힘들기에 더욱 근본적이며 과감한 지방대학 육성정책이 요구된다.



그래서 필자는 정부와 지자체에게 다음과 같은 정책적 노력을 제안한다. 첫째, 국가는 과감하게 대입 정원감축을 유도해야 한다. 수도권과 비수도권 대학의 입학정원을 모두 감축하되, 특별히 수도권 대학의 입학정원을 상대적으로 더 많이 감축할 것을 제안한다. 학령인구가 감소하는 상황에서 현재와 같은 입학정원정책을 유지할 경우 지방대학의 쇠퇴는 불을 보듯 뻔하다. 수도권 대학부터 지방대학 순으로 입학정원이 채워지는 기현상이 심화 되는 상황에서 수도권 대입 정원을 그대로 유지한다면 지방대학의 학생 충원율은 더 악화될 것이다. 여기서 파생되는 문제로 지방대학은 수도권 대학에 비해 충원율이 낮기 때문에 각종 평가에서 어려움을 겪게 된다. 예를 들면, 올 상반기에 진행되는 3주기 대학 구조개혁 평가인 '2021년 대학 기본역량 진단평가'에서 학생 충원율이 차지하는 비중은 전체 점수의 20%를 차지한다. 그렇기 때문에 충원율이 낮은 지방대학은 대학평가에서 상대적으로 불리하고 정부의 재정지원 사업에서도 당연히 불이익을 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에 지방대학의 위기를 증폭시키는 큰 요인이 되고 있다.

둘째, 지방을 살린다는 차원에서 지역의 경쟁력 있는 대학에게는 정부 차원의 근본적이고 장기적이며 과감한 행·재정적 지원이 폭넓게 가해져야 한다. 거점도시에 위치한 몇몇 대학들을 중심으로 정부사업을 중복 지원하며 예산을 분배하는 선에 그쳐서는 결코 현재와 같은 중소지역의 암울한 현실을 개선할 수 없을 것이다. 그리고 혁신도시로 이전된 공공기관들의 지역인재할당 비율을 파격적으로 높여 지역 학생들이 양질의 취업을 할 수 있는 기회를 높이고, 남은 공공기관의 지방이전에도 과감성이 있어야한다.

마지막으로, 지자체, 지역기업, 대학 간에 긴밀한 협조체계가 강화돼야 한다. 지역의 전략산업 및 핵심 발전전략, 그리고 미래 인력수급 계획 등에 관한 정보교환과 논의를 위해 지역협의체를 구성해 상시적이며 실효성 있게 운영할 필요가 있다. 이 협의체를 통해 논의된 결과를 바탕으로 대학의 특성화가 추진되면 대학경쟁력도 높아질 것이고, 인력의 수요와 공급 간에 발생하는 미스매칭도 상당부분 해소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지방대학의 몰락은 결국 해당 지역의 몰락을 의미한다. 더 이상 망설임 없이 지방대학의 발전과 소멸해가는 지역을 살리고 국토의 균형발전을 위해 모두가 지혜를 모을 때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천안 쌍용동 아파트서 층간소음 문제로 살인사건 발생
  2. [이차전지 선도도시 대전] ②민테크"배터리 건강검진은 우리가 최고"
  3. 대전시 2026년 정부예산 4조 8006억원 확보...전년대비 7.8% 증가
  4. 대전시, 소상공인과 중소기업 공유재산 임대료 60% 경감
  5. [기고]농업의 미래를 설계할 2025년 농림어업총조사
  1. [문화人칼럼] 쵸코
  2. [대전문학 아카이브] 90-대전의 대표적 여성문인 김호연재
  3. 농식품부, 2025 성과는...혁신으로 농업·농촌의 미래 연다
  4. [최재헌의 세상읽기]6개월 남은 충남지사 선거
  5. 금강수목원 국유화 무산?… 민간 매각 '특혜' 의혹

헤드라인 뉴스


대전시, 산단 535만 평 조성에 박차…신규산단 4곳  공개

대전시, 산단 535만 평 조성에 박차…신규산단 4곳 공개

대전시가 산업단지 535만 평 조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장우 대전시장은 4일 대전시청 기자실에서 브리핑을 갖고 신규 산단 4곳을 공개하며 원촌 첨단바이오 메디컬 혁신지구 조성 확장안도 함께 발표했다. 대전시의 산업단지 535만 평 조성계획은 현재 13곳 305만 평을 추진 중이며, 이날 신규 산단 48만 평을 공개해 총 353만 평을 추진할 수 있게 됐다. 원촌 첨단바이오 메디컬 혁신지구는 유성구 원촌동 하수처리장 이전 부지를 활용한 바이오 중심 개발사업이다. 당초 하수처리장 이전 부지에 약 12만 평 규모로 조성계획이었으나,..

꿈돌이 협업상품 6개월 만에 23억 매출 달성
꿈돌이 협업상품 6개월 만에 23억 매출 달성

대전시는 지역 대표 캐릭터 '꿈돌이'를 활용한 지역기업 협업 상품 7종이 출시 6개월 만에 23억 원의 매출을 기록했다고 4일 밝혔다. '꿈돌이 라면'과 '꿈돌이 컵라면'은 각각 6월과 9월 출시 이후 누적 110만 개가 판매되며 대표 인기 상품으로 자리 잡았다. 첫 협업 상품으로 성공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11월 말 기준 '꿈돌이 막걸리'는 6만 병이 팔렸으며, '꿈돌이 호두과자'는 2억 1100만 원의 매출을 올리며 청년일자리 창출과 사회적경제 조직 상생 모델로 주목받고 있다. 이 밖에도 '꿈돌이 명품김', '꿈돌이 누룽지',..

2025년 세종시 `4기 성과` 토대, 행정수도 원년 간다
2025년 세종시 '4기 성과' 토대, 행정수도 원년 간다

2022년 7월 민선 4기 세종시 출범 이후 3년 5개월 간 어떤 성과가 수면 위에 올라왔을까. 최민호 세종시장이 4일 오전 10시 보람동 시청 브리핑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행정수도를 넘어 미래수도로 나아가는 '시정 4기 성과'를 설명했다. 여기에 2026년 1조 7000억 원 규모로 확정된 정부 예산안 항목들도 함께 담았다. ▲2026년 행정수도 원년, 지난 4년간 어떤 흐름이 이어지고 있나=시정 4기 들어 행정수도는 2022년 국회 세종의사당 기본계획 확정 및 대통령 제2집무실 법안, 2023년 국회 세종의사당 건립을 위한 국..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추울 땐 족욕이 딱’ ‘추울 땐 족욕이 딱’

  • 12·3 비상계엄 1년…‘내란세력들을 외환죄로 처벌하라’ 12·3 비상계엄 1년…‘내란세력들을 외환죄로 처벌하라’

  • 급식 차질로 도시락 먹는 학생들 급식 차질로 도시락 먹는 학생들

  • 양자 산업화 전초기지 ‘KAIST 개방형 양자팹’ 첫 삽 양자 산업화 전초기지 ‘KAIST 개방형 양자팹’ 첫 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