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광장] 혐오와 차별에 대응하는 방법

  • 오피니언
  • 목요광장

[목요광장] 혐오와 차별에 대응하는 방법

국가인권위원회 김재석 대전사무소장

  • 승인 2021-02-03 09:46
  • 이현제 기자이현제 기자
clip20210203083611
김재석 소장
'외국인은 범죄위험이 크다', '여성은 관리자로 부적합하다', '장애인은 집에나 있지'…….

그동안 한두 번 이상 말하거나 들어보았을 법한 말들이다. 그러나 이는 모두 혐오표현에 해당한다. 일상적인 의미로써 혐오란 싫어하고 미워한다는 뜻이다. 혐오식품, 혐오시설과 같이 대다수가 싫어하고 기피하는 사물을 대상으로 사용하는 혐오는 차별의 문제와는 관련이 없기 때문에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러나 앞에서 열거한 표현들은 외국인, 여성, 장애인 등을 대상으로 하는 차별적 표현이다.

이처럼 개인이 갖는 특정한 속성을 이유로 그러한 속성을 공유하는 사람이나 집단에 대한 부정적인 관념이나 편견을 갖는 혐오는 개인이나 집단에 대한 차별로 이어질 수 있으므로 문제가 된다. 개인 내면의 생각과 감정에 머무르지 않고 이를 외부로 표현하게 되면 해당 집단 또는 개인에게 모욕감을 주거나 차별 또는 폭력을 조장·정당화·강화하는 부정적 효과를 낳게 되기 때문이다. 특정 대상과 속성에 대한 혐오의 감정 그 자체는 사상과 양심의 자유 영역에 속하므로 이를 규제할 수 없지만 이를 외부로 표현할 때에는 차별과 괴롭힘의 문제와 연결될 수 있으므로 사회적 규제의 대상이 될 수 있다.



혐오표현에는 욕설이나 특정 대상을 비하하는 용어와 같이 그 자체가 혐오를 담고 있는 표현도 있지만, 용어 자체로는 중립적이지만 혐오나 차별과 배제를 조장하는 의미를 담고 있는 경우에도 혐오표현이 될 수 있어 배경과 맥락 속에서 드러나고 구분된다.

그렇다면 혐오표현은 왜 문제가 될까? 먼저 혐오표현은 그 자체로 대상이 되는 사람의 인격권을 훼손해 정신적 고통을 줘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부정하는 행위다. 나아가 대상이 되는 사람이나 집단에 대한 차별의 가능성을 높여 사회구성원으로서 평등한 삶을 누릴 기회를 박탈하고 사회적 통합을 저해하며 다양성과 다원성을 본질로 하는 민주주의를 왜곡하기도 한다. 즉 혐오표현은 표현 그 자체로 끝나는 것이 아니고 차별로 이어지고 차별이 심화하면 개인과 집단을 대상으로 증오범죄를 양산하기까지 이른다.

혐오표현에 대해 우리 사회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혐오표현에 대응하는 방식으로는 법률을 통해 직접적으로 규제하는 방법, 대항표현을 통해 대응하는 방법, 다양성·다원성 존중 교육과 의식개선을 통해 편견을 줄이는 방법, 캠페인 등을 통해 여론을 환기하고 사회적 분위기를 조성하는 방안 등이 있을 것이다.

이 중에서 가장 강력하고 직접적인 것은 법률을 통해 대응하는 것이다. 즉 차별금지법과 같은 법률을 제정해 금지대상 차별 사유와 행위를 규정하고, 차별을 예방하고 구제할 방안들을 실행하도록 하는 것이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지난해 6월 30일 국회로 '평등 및 차별금지에 관한 법률'(약칭 평등법)의 제정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표명하면서 법률 시안을 제시했다.

법률 시안에는 성별, 장애, 병력, 나이, 출신 국가, 출신 민족, 인종, 피부색, 출신 지역, 용모·유전정보 등 신체조건, 혼인 여부, 임신 또는 출산, 가족형태 및 가족상황, 종교, 사상의 차별을 금지하고 있다. 또 정치적 의견, 전과, 성적지향, 성별 정체성, 학력, 고용형태, 사회적 신분 등으로 인해 고용, 재화·용역, 교육·직업훈련, 행정·사법 절차서비스의 영역에서 비합리적 차별 금지를 다루고 있다. 열거한 21가지 차별금지 사유는 모든 사람이 반드시 갖게 되거나 가질 가능성이 있는 속성들이므로 그 누구도 차별문제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그동안 정부와 국회에서 차별금지법을 입법화하려는 시도가 여러 번 있었으나 번번이 무산됐다. 제21대 국회에서는 지난해 6월 29일에 정의당 장혜영 의원이 '차별금지법안'을 대표 발의했고, 더불어민주당 이상민 의원도 '(가칭)평등·차별금지법안'의 발의를 준비하고 있다고 한다.

최근 들어 우리 사회에서 혐오와 차별의 심각성에 대한 국민의 인식과 차별금지법 제정의 필요성에 대한 공감도 높아진 만큼 2021년은 차별금지법의 원년이 되기를 기대해본다.
김재석 국가인권위원회 대전사무소장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구미, 주민안전 무시한 보행자 보도정비공사 논란
  2. 안양시, 평촌신도시 정비 ‘청신호’ 가속
  3. "아산페이 안 쓰면 손해"-연말까지 18% 할인 연장, 법인 10% 연장 할인
  4. 영천, '신성일기념관 개관 기념' 고향사랑기부 이벤트
  5. 아산소방서, 전통사찰 화재 예방훈련
  1. 천안시, 청소년유해환경 개선 합동점검·단속 및 캠페인
  2. 삼성디스플레이, 취약가정에 1억5천만원 후원
  3. 아산시 음봉어울림도서관, '시선 너머의 이야기' 전시
  4. 천안법원, 음주 측정 거부한 50대에 '징역형'
  5. 천안법원, 지인 간 법적소송에서 위증한 혐의 50대 남성 무죄

헤드라인 뉴스


국정자원 화재 나비효과 막아라

국정자원 화재 나비효과 막아라

사상 초유의 국가 전산망 마비를 불러온 대전 국가정보자원관리원 화재. 정부는 신속한 시스템 복구에 나서 최악의 상황은 막았지만, 이번 사태가 대전 등 충청권에 가져온 과제는 만만치 않다. 무엇보다 지역 공공 자산인 국정자원 이전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나온다. 공공기관이 특정 지역의 주요 성장 동력으로 작용한다는 점에서 달갑지 않다. 갈수록 심화되는 수도권 일극체제를 극복하고 국가균형발전을 견인하기 위해선 지역의 공공기관을 지키고 새로운 인프라를 유치하는 노력이 시급하다. 중도일보는 '국정자원 화재 나비효과 막아라' 시리즈를 통해..

한미 통상·안보 팩트시트 발표… 상호관세 15% 인하, 핵잠 승인 담겨
한미 통상·안보 팩트시트 발표… 상호관세 15% 인하, 핵잠 승인 담겨

자동차와 반도체 분야 관세율을 포함한 한미 간의 무역 협상이 최종 마무리됐다. 한국의 핵추진 잠수함 건조와 우라늄 농축 및 사용후핵연료 재처리를 포함한 양국의 안보 협상도 문서 형태로 공식화됐다. 대통령실과 백악관은 14일 오전 이 같은 내용이 담긴 양국의 관세·안보 협상에 대한 '조인트 팩트시트'(공동 설명자료)를 동시에 공개했다. 지난달 한미정상회담 직후 나올 예정이던 팩트시트 발표가 지연되면서 세부 내용에서 이견을 보이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왔지만, 이날 공개된 팩트시트에는 지난 정상회담 당시 발표된 내용이 고스란히 반영됐다..

대전시의회, "대전교도소 이전 지지부진…市 대책시급"
대전시의회, "대전교도소 이전 지지부진…市 대책시급"

대전교도소 이전사업이 8년째 진척을 보지 못하면서 대전시의 명확한 추진 전략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시의회 행정사무감사에서 제기됐다. 교도소 과밀화와 시설 노후 문제는 이미 한계를 넘었지만, 이전 사업이 장기간 답보 상태에 놓이며 후적지 개발 계획 역시 실효성이 떨어지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14일 열린 대전시의회 제291회 정례회 도시주택국 행정사무감사에서 방진영 의원(더불어민주당·유성구2)은 "대전교도소는 수용률이 142.9%에 달해 전국 평균(122.1%)을 크게 웃돌고, 노후 시설로 국가인권위원회의 개선 권고까지 받..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2025 청양군수배 풋살 최강전…초등 3~4학년부 4강전 2025 청양군수배 풋살 최강전…초등 3~4학년부 4강전

  • 2025 청양군수배 풋살 최강전…초등 5~6학년부 예선 2025 청양군수배 풋살 최강전…초등 5~6학년부 예선

  • ‘수능 끝, 해방이다’ ‘수능 끝, 해방이다’

  • 202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시작 202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시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