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즘] 자치경찰, 민생치안으로 온다

  • 오피니언
  • 프리즘

[프리즘] 자치경찰, 민생치안으로 온다

이상훈 대전대 경찰학과 교수

  • 승인 2021-02-09 08:21
  • 수정 2021-02-10 08:35
  • 신문게재 2021-02-10 19면
  • 신가람 기자신가람 기자
KakaoTalk_20201229_093933168
이상훈 대전대 경찰학과 교수
서울시·대전시·세종시·충청남도 등 광역시·도(이하 '시·도') 중심의 자치경찰제가 1월 1일부터 시행되었다. 행정자치와 교육자치가 실시된 지 이미 30여 년이 된 것에 비하면 치안자치는 사실상 이제 막 첫발을 뗀 셈이다. 이로써 이들 자치정부(self government)는 행정과 교육 그리고 민생치안에 이르는 주민 맞춤형 종합행정을 보다 안정적이고 의욕적으로 추진할 수 있게 되었다.

이미 서울시는 올해 시작과 함께 '자치경찰제도팀'을 출범시켰고, 강원도도 지난달 29일 강원도자치경찰위원회 위원추천위원회 구성을 마쳤다. 충청남도 역시 지난 3일 '자치경찰사무와 자치경찰위원회 조직 및 운영 등에 관한 조례 제정안'을 입법예고하였다. 이런 일련의 변화는 지난달 4일 대전경찰이 지금까지의 '대전지방경찰청' 현판을 '대전광역시경찰청'으로 바꾸면서 예고된 것이기도 하다. 올해 6월 30일까지 이러한 준비와 시범실시를 거쳐 7월 1일부터 시도마다 저마다 특색 있는 자치경찰, 민생치안이 시행된다.



자치경찰제 시행으로 주민들이 느끼게 될 가장 큰 변화는 시·도마다 자치경찰사무를 관장할 자치경찰위원회를 구성하고 자치경찰사무에 관하여 시도경찰청장을 직접 지휘·명령한다는 점이다. 종래 경찰청장이 전국치안을 통일적으로 관장하던 것과 구별된다. 자치경찰위원회는 자치경찰사무에 관한 경찰인사, 예산, 임용, 평가 및 인사위원회 운영 등에 관하여 일정한 권한을 갖고 지역의 자치경찰사무 전반에 관한 책임을 지는 것이다. 특히 시도경찰청장의 임용과 관련하여 경찰청장과 협의하고, 경찰서장의 자치경찰사무 수행에 관한 평가결과를 경찰청장에게 통보함으로써 시도경찰청장과 경찰서장 인사에 법적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그만큼 자치경찰위원회의 주민 중심적 구성과 운영 여부는 민생치안과 직결되는 매우 중요한 일이 되었다.

될 성부른 나무라면 떡잎부터 달라야 한다. 새로운 제도가 세상에 나올라치면 소위 힘 좀 쓰는 자리와 감투 욕심에 부적절한 인사들의 설레발로 눈살을 찌푸렸던 기억이 새삼스럽다. 자치경찰위원회 위원장은 고위급으로, 대개 정무직공무원 1급이나 2급으로 보하게 되는데, 시도지사가 자치경찰위원회 위원 1명 지명할 수 있고 나아가 위원장을 임명할 수 있는 것을 고려한다면, 시도지사의 권한행사를 주목할 일이다.



첫 술에 배부르지 않는다지만 제1기 자치경찰위원회의 구성과 운영은 뒷날 선례로 남기에 매우 중요하다. 더구나 주민의 생명·신체 및 재산을 보호하고 주민공동체의 안녕과 질서유지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시도자치경찰위원회 위원 구성권을 가진 시도의회, 교육감, 위원추천위원회 등의 위원추천은 그 어느 때보다도 엄중하다. 모두가 제1기 자치경찰위원회가 주민의 눈높이에서 가장 적합한 인사로 구성되는지 관심을 두고 지켜볼 일이다. 시도지사가 어떠한 면면의 자치경찰위원장 혹은 위원을 지명하고 임명하는가를 살펴야 한다. 추천권자들 또한 어떤 위원을 추천하는지도 따져 볼 일이다.

자치경찰의 성공적 안착에 있어서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주민의 관심과 참여다. 최근 어느 자치정부가 실시한 시민인식조사에서 자치경찰 실시 내용을 잘 알고 있는 응답이 5%를 넘지 못하였다. '자치'경찰이란 이름이 무색할지경이다. 그동안 자치경찰제도 도입 논의에 있어서 경찰청 등 중앙정부가 국가경찰 중심의 관점에서 자치경찰의 사무구분과 후속 법령작업을 주도하였고, 상대적으로 시도와 주민은 도입절차에서 소외되어 왔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여기에는 시도와 주민의 미온적 태도와 무관심도 일조한 면이 없지 않다. 몇몇 시도의 경우를 보면 자신의 자치경찰사무를 정하는 조례 입법예고 내용에 중앙정부가 제시한 '표준 조례안'을 토씨하나 바꾸지 않고 그대로 옮겨다 놓았다. '표준'이라는 의미 그대로 하나의 '틀'로 삼되, 시도의 특색에 맞게 이를 적극 수정할 권한이 있음에도 망설이는 것이다. 자치정부의 '자치'에 대한 고심과 저마다의 치안환경에 맞는 자치경찰사무 개발 노력이 아쉽다. 향후 주민의 안전을 위해 얼마나 절실한 내용을 자치경찰사무로 삼아 시도 조례로 제정할는지 궁금해진다. 주민만을 바라보며 주민의 눈높이에 걸 맞는 자치분권을 기대한다./이상훈 대전대 경찰학과 교수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온기 페스티벌" 양산시, 동부 이어 서부 양산서 13일 축제 개최
  2. 천안 불당중 폭탄 설치 신고에 '화들짝'
  3. 대전 학교 냉난방 가동 체계 제각각 "중앙통제·가동 시간 제한으로 학습권·근무환경 영향"
  4. 천안시, 2026년도 노인일자리 및 사회활동 지원사업 참여자 모집
  5. [중도초대석]김연숙 심평원 대전충청본부장 “진료비 심사, 의료질 평가...지속가능한 의료 보장”
  1. ‘조진웅 소년범’ 디스패치 기자 고발당해..."소년법, 낙인 없애자는 사회적 합의"
  2. [충남 소상공인 재기지원] 노후 전선·붕괴 직전 천장… 충남경제진흥원 지원 덕에 위기 넘겨
  3. 부산으로 이사가는 해양수산부
  4. 대전경찰, 지난 대통령선거 선거사범 50명 송치… 지난 20대보다 174%↑
  5. [충남 소상공인 재기지원] 위기의 소상공인 다시 일어서다… 경영·디지털·저탄소 전환까지 '맞춤형 종합지원'

헤드라인 뉴스


‘호국영령, 충남 품으로’… 부여국립호국원 건립사업 탄력

‘호국영령, 충남 품으로’… 부여국립호국원 건립사업 탄력

조국을 위해 헌신한 호국영령을 기리고 모시는 ‘부여국립호국원’ 조성사업이 탄력을 받게 됐다. 전국 광역도 중 유일하게 국립호국원이 없었던 설움을 씻어내고 충남에서도 호국영령을 제대로 예우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더불어민주당 박수현 의원(충남 공주·부여·청양)은 9일 총사업비 495억원 규모의 부여국립호국원 조성사업을 위한 2026년 타당성 연구용역비 2억원을 반영했다고 밝혔다. 올해 1월 말 기준 충남 보훈대상자는 3만3479명으로, 참전유공자·제대군인 등을 포함한 향후 국립묘지 안장 수요는 1만8745명으로..

흔들리는 국내 증시에도…충청권 상장기업, 시총 179조 원 돌파
흔들리는 국내 증시에도…충청권 상장기업, 시총 179조 원 돌파

인공지능(AI) 버블 우려와 미국 12월 금리 변동 불확실성으로 국내 증시가 흔들리고 있지만, 충청권 상장사들의 주가는 상승세를 지속하고 있다. 특히 일반서비스와 제약 업종의 활약이 돋보이면서 한 달 새 충청권 상장법인의 시가총액은 전월 대비 4조 5333억 원 증가했다. 한국거래소 대전혁신성장센터가 9일 발표한 '대전·충청지역 상장사 증시 동향'에 따르면 11월 충청권 상장법인의 시가총액은 179조 446억 원으로 전월(174조 5113억 원) 보다 2.6% 늘었다. 같은 기간 충북 지역의 시총은 2.4%의 하락률을 보였다. 대전..

태안화력발전소 폭발 사고 발생… 2명 중상입고 병원 이송
태안화력발전소 폭발 사고 발생… 2명 중상입고 병원 이송

한국서부발전 태안화력발전소에서 폭발로 인한 화재가 발생해 2명이 중상을 입었다. 소방당국에 따르면 9일 오후 2시 43분께 "태안화력발전소 후문에서 가스폭발로 연기가 많이 나고있다"는 신고가 접수돼 소방인력 78명과 소방차 등 장비 30대가 현장으로 출동했다. 해당 폭발로 인해 중상을 입은 2명은 병원으로 이송 중이며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소방당국은 현장에 도착한 지 1시간여 만인 오후 3시 49분께 초진을 완료했고 현재 자세한 사고원인을 조사하고 있다.내포=오현민 기자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졸업 축하해’ ‘졸업 축하해’

  • 부산으로 이사가는 해양수산부 부산으로 이사가는 해양수산부

  • 알록달록 뜨개옷 입은 가로수 알록달록 뜨개옷 입은 가로수

  • ‘충남의 마음을 듣다’ 참석한 이재명 대통령 ‘충남의 마음을 듣다’ 참석한 이재명 대통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