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인칼럼]강간죄

  • 오피니언
  • 전문인칼럼

[전문인칼럼]강간죄

한국무역협회 대전세종충남전문무역상담센터 전문위원·이승현 山君(산군)법률사무소 변호사

  • 승인 2021-02-21 12:08
  • 신문게재 2021-02-22 18면
  • 박병주 기자박병주 기자
변호사이승현증명사진
한국무역협회 대전세종충남전문무역상담센터 전문위원·이승현 山君(산군)법률사무소 변호사
이 글을 쓰기 전날 경찰서에 강간죄에 관한 야간조사에 입회했다. 그래서 다소 무거운 주제일 수 있지만, '강간죄'에 관한 주제로 이야기해볼까 한다.

우리 형법 제297조는 '폭행 또는 협박으로 강간한 자는 3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한다'라고 정하고 있다. 그리고 강간의 수단인 '폭행 또는 협박'은 강학상 최협의의 폭행·협박으로 '상대방의 반항을 현저히 곤란하게 하는 정도'에 이르는 것을 말한다. 저 역시 사법시험을 공부하며 교과서에서 강간죄의 폭행 또는 협박을 최협의의 폭행·협박이라고 읽어왔고, 이에 대해 어떠한 의심을 갖지 않았다.



그런데 막상 변호사 자격을 취득해 강간죄에 관한 사건을 처리해 보니 강간죄의 폭행·협박에 관한 교과서의 고전적인 태도는, 현재 우리 사회의 실무와는 한참 동떨어진 개념에 불과함을 알게 됐다. 상대방의 의사에 반한 이상 그 유형력이 중하지 않음을 들어 강간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판례는 현재 실무상 찾아보기 어렵다. 즉 이러한 판례의 경향에 대해 상대방의 의사에 반하는 유형력 행사가 있는 이상 상대방의 반항을 현저히 곤란하게 하지 않았더라도 강간죄를 인정하는 것이라고 평가할 수도 있을 것이다.

『강간죄가 성립하기 위한 가해자의 폭행·협박이 있었는지 여부는 그 폭행·협박의 내용과 정도는 물론 유형력을 행사하게 된 경위, 피해자와의 관계, 성교 당시와 그 후의 정황 등 모든 사정을 종합해 피해자가 성교 당시 처했던 구체적인 상황을 기준으로 판단해야 하며, 사후적으로 보아 피해자가 성교 이전에 범행 현장을 벗어날 수 있었다거나 피해자가 사력을 다해 반항하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 가해자 폭행·협박이 피해자의 항거를 현저히 곤란하게 할 정도에 이르지 않았다고 섣불리 단정해서는 아니 된다(대법원 2018. 10. 25. 선고 2018도7709 판결).』



나아가 최근에는 이른바 '비동의 강간죄'를 신설해 처벌해야 한다는 논의도 있다. 앞선 판례 경향이 고전적인 개념의 최협의의 폭행·협박의 정도에 해당하지 않더라도 폭행·협박으로 볼 수 있는 유형력 행사만 있더라도 강간죄로 처벌할 수 있다는 것이라면, 비동의 강간죄는 어떠한 유형력 행사가 없더라도 강간죄로 처벌해야 한다는 것을 뜻한다.

위와 같은 판례의 경향 내지 비동의 강간죄 신설 등이 과연 적절한 것인지는 별론, 우리는 적어도 우리 사회가 성폭력 행위에 대해 보다 엄격한 기준을 통해 엄중한 처벌을 하는 경향으로 나아가고 있음을 확실하게 인지해야 한다.

이러한 사회 경향에 걸맞게 우리가 갖추어야 할 소양은 무엇일까요? 그건 바로 흔히 말하는 성인지 감수성(性認知 感受性, gender sensitivity)일 것이다. 성인지 감수성이란 성별 간 불균형에 대한 이해와 지식을 갖춰 일상생활 속에서의 성차별적 요소를 감지해 내는 민감성을 말하며, 판례는 위 성인지 감수성을 성범죄 사건 등 관련 사건을 심리할 때 피해자가 처한 상황의 맥락과 눈높이에서 사건을 바라보고 이해해야 한다는 개념으로 사용한다.

법원이 성폭행이나 성희롱 사건 심리를 할 때는 그 사건이 발생한 맥락에서 성차별 문제를 이해하고 양성평등을 실현할 수 있도록 '성인지 감수성'을 잃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양성평등기본법 제5조 제1항 참조)(대법원 2018. 10. 25. 선고 2018도7709 판결).』

그런데 위 성인지 감수성이란 개념은 너무나도 모호해 실제 구체적인 사례에서 어떤 명확한 기준을 제시한다고 보기 어렵다. 다만 적어도 우리 사회는 '강간죄'에 있어 성인지 감수성의 기준을 '상대방에게 명시적 동의를 구했는지 여부'로 정해 나아가고 있음은 확실해 보인다. 이러한 사회 경향을 한 번 정도는 생각해보는 것이, 나 자신을 나아가 다른 사람을 보호하는 하나의 방법이 될 것으로 본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구미, 주민안전 무시한 보행자 보도정비공사 논란
  2. 안양시, 평촌신도시 정비 ‘청신호’ 가속
  3. 영천, '신성일기념관 개관 기념' 고향사랑기부 이벤트
  4. "아산페이 안 쓰면 손해"-연말까지 18% 할인 연장, 법인 10% 연장 할인
  5. 아산소방서, 전통사찰 화재 예방훈련
  1. 천안시, 청소년유해환경 개선 합동점검·단속 및 캠페인
  2. 삼성디스플레이, 취약가정에 1억5천만원 후원
  3. 아산시 음봉어울림도서관, '시선 너머의 이야기' 전시
  4. 천안법원, 음주 측정 거부한 50대에 '징역형'
  5. 천안법원, 지인 간 법적소송에서 위증한 혐의 50대 남성 무죄

헤드라인 뉴스


국정자원 화재 나비효과 막아라

국정자원 화재 나비효과 막아라

사상 초유의 국가 전산망 마비를 불러온 대전 국가정보자원관리원 화재. 정부는 신속한 시스템 복구에 나서 최악의 상황은 막았지만, 이번 사태가 대전 등 충청권에 가져온 과제는 만만치 않다. 무엇보다 지역 공공 자산인 국정자원 이전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나온다. 공공기관이 특정 지역의 주요 성장 동력으로 작용한다는 점에서 달갑지 않다. 갈수록 심화되는 수도권 일극체제를 극복하고 국가균형발전을 견인하기 위해선 지역의 공공기관을 지키고 새로운 인프라를 유치하는 노력이 시급하다. 중도일보는 '국정자원 화재 나비효과 막아라' 시리즈를 통해..

한미 통상·안보 팩트시트 발표… 상호관세 15% 인하, 핵잠 승인 담겨
한미 통상·안보 팩트시트 발표… 상호관세 15% 인하, 핵잠 승인 담겨

자동차와 반도체 분야 관세율을 포함한 한미 간의 무역 협상이 최종 마무리됐다. 한국의 핵추진 잠수함 건조와 우라늄 농축 및 사용후핵연료 재처리를 포함한 양국의 안보 협상도 문서 형태로 공식화됐다. 대통령실과 백악관은 14일 오전 이 같은 내용이 담긴 양국의 관세·안보 협상에 대한 '조인트 팩트시트'(공동 설명자료)를 동시에 공개했다. 지난달 한미정상회담 직후 나올 예정이던 팩트시트 발표가 지연되면서 세부 내용에서 이견을 보이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왔지만, 이날 공개된 팩트시트에는 지난 정상회담 당시 발표된 내용이 고스란히 반영됐다..

대전시의회, "대전교도소 이전 지지부진…市 대책시급"
대전시의회, "대전교도소 이전 지지부진…市 대책시급"

대전교도소 이전사업이 8년째 진척을 보지 못하면서 대전시의 명확한 추진 전략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시의회 행정사무감사에서 제기됐다. 교도소 과밀화와 시설 노후 문제는 이미 한계를 넘었지만, 이전 사업이 장기간 답보 상태에 놓이며 후적지 개발 계획 역시 실효성이 떨어지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14일 열린 대전시의회 제291회 정례회 도시주택국 행정사무감사에서 방진영 의원(더불어민주당·유성구2)은 "대전교도소는 수용률이 142.9%에 달해 전국 평균(122.1%)을 크게 웃돌고, 노후 시설로 국가인권위원회의 개선 권고까지 받..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2025 청양군수배 풋살 최강전…초등 3~4학년부 4강전 2025 청양군수배 풋살 최강전…초등 3~4학년부 4강전

  • 2025 청양군수배 풋살 최강전…초등 5~6학년부 예선 2025 청양군수배 풋살 최강전…초등 5~6학년부 예선

  • ‘수능 끝, 해방이다’ ‘수능 끝, 해방이다’

  • 202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시작 202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시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