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코로나19 시대 어르신들의 우울한 자화상

  • 사람들
  • 동정

[기고]코로나19 시대 어르신들의 우울한 자화상

서산시의회 의원 안원기

  • 승인 2021-02-23 09:47
  • 임붕순 기자임붕순 기자
안원기
서산시의회 의원 안원기
몇 일 전의 일이다.

시내버스 정류장에 어르신들 일곱분이 삼삼오오 모여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장면을 목격했다.

단순히 버스를 기다리는 것 같지는 않아 어르신들께 다가가 연유를 물어봤다.

돌아온 대답이 의외였다.



마땅히 갈 곳이 없어 버스정류장에 모였다는 것이다.

버스정류장은 바람막이와 발열의자가 있어 추위를 피하며 대화를 나누기에 제격이란 것이다.

코로나19 확산으로 마을 경로당이 문을 닫은 지 오래다.

치매예방 교실과 같은 경로당 방문 프로그램도 전면 중단됐다.

복지관이나 주민자치센터에서 운영하는 프로그램도 중단되거나 정원이 대폭 축소되었다.

여기에 5인 이상은 모이지 말란다.

한 마디로 어르신들이 갈 곳이 없다.

갈 곳이 없고 동선이 제한된 어르신들은 자연스레 집 안에 머물 수 밖에 없다.

오랜 방콕 생활은 답답하고 무료하다.

실제로 의정활동을 통해 만난 대부분의 어르신들이 우울증과 극심한 스트레스를 호소하고 있다.

특히 농촌지역 어르신들은 코로나19 이후 주변의 이웃이나 친구들이 부쩍 많이 세상을 떴다고 입을 모은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어르신들이 자구책으로 마련한 장소가 버스정류장이다.

버스정류장에라도 모여 서로 안부도 묻고 담소도 나누며 심적 안정을 되찾는 것이다.

어쩌다 버스정류장이 어르신들의 쉼터가 되었을까?

씁쓸하고 안타깝다고 밖에 달리 표현할 방법이 없다.

지난 18일은 대구에서 코로나19 첫 확진자가 발생한 지 1년이 되는 날이다.

1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연일 수백 명의 확진자가 발생하고 있다.

일상공간 곳곳에서 집단감염이 끊이지 않고 있다.

퇴근 후 삼겹살에 소주 한 잔으로 회포를 풀던 평범한 일상이 아득한 꿈이 되어 버린 세상.

방역이 최선임을 부인할 수 없다.

집합금지다 영업제한이다 해서 국민 모두가 너나없이 어렵고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

선별지원이니 보편지원이니 재난지원금을 두고 이런 저런 논란이 뜨겁다.

그런데 정작 어르신을 위한 지원 대책은 찾아보기 힘들다.

어찌보면 코로나19로 가장 어렵고 힘든 계층은 어르신들일 것이다.

우리나라는 65세 이상 노인자살률이 OECD 회원국 중 가장 높고, 회원국 평균의 3배에 이른다.

노인 고독사와 자살 같은 노인문제는 사회적 유대감의 약화에서 오는 측면이 매우 강하다.

노년의 외로움은 빈곤만큼이나 견디기 힘들다는 것이 어르신들의 한결같은 목소리다.

공동체가 협력해서 해결해야 할 책임이 있다.

경로당은 어르신들에게 있어서 단순한 노인복지시설 그 이상을 역할을 하는 소중한 공간이다.

서로 안부를 확인하고 함께 모여 웃고 즐기는 소통의 공간이다.

기쁜 일이 있으면 기쁨을 더하고 슬픈 일이 있으면 위로해주는 마음의 안방이자 사랑방이다.

이런 경로당이 문을 닫고 그 기능이 멎은 지 어느덧 1년이 다 되어 가고 있다.

언제까지 코로나19 종식만 바라보며 일률적으로 경로당 문을 닫아야 하나.

'운영의 묘미'가 필요하다.

생활방역을 철저히 준수하고 하루 이용 인원을 제한하며 경로당 운영을 재개하는 것을 생각해 볼 수 있다.

고용 위기 극복을 위한 일자리사업의 하나로 생활방역인력을 선발해 발열체크, 이용자 건강관리대장 기록, 식사 자제 등 방역수칙 준수를 강화하는 방안도 있다.

이런 고민 없이 면역력이 약하고 감염병에 취약하다는 이유로 무기한 경로당 문을 닫는 것은 어르신들에게 너무 가혹하다.

사실 어르신들만큼 방역수칙을 철저히 준수하는 분들이 없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손주들이 보고 싶어도 5인 이상 가족모임 금지에 명절에도 자식들 고향에 못 오게 하는 분들이 어르신들이다.

철저한 방역대책 마련을 통해 경로당 운영 재개를 서둘러야 한다.

또한 코로나19로 특히나 힘든 홀로 사는 어르신에 대한 촘촘한 돌봄체계 구축과 따뜻한 사회적 관심이 절실하다.

오갈 데 없어서 버스정류장에 모인다는 어르신들의 말씀에 씁쓸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갑천 야경즐기며 워킹' 대전달빛걷기대회 5월 10일 개막
  2. 수도 서울의 높은 벽...'세종시=행정수도' 골든타임 놓치나
  3. 충남 미래신산업 국가산단 윤곽… "환황해권 수소에너지 메카로"
  4. 이상철 항우연 원장 "한화에어로 지재권 갈등 원만하게 협의"
  5. [근로자의 날] 작업복에 묻은 노동자 하루…"고된 흔적 싹 없애드려요"
  1. 충청권 학생 10명 중 3명이 '비만'… 세종 비만도 전국서 가장 낮아
  2. 대학 10곳중 7곳 올해 등록금 올려... 평균 710만원·의학계열 1016만원 ↑
  3. 함께 새마을, 미래로! 세계로!
  4. [춘하추동]삶이 힘든 사람들을 위하여
  5. 2025 세종 한우축제 개최...맛과 가격, 영양 모두 잡는다

헤드라인 뉴스


[근로자의 날] 작업복에 묻은 노동자 하루…"고된 흔적 싹 없애드려요"

[근로자의 날] 작업복에 묻은 노동자 하루…"고된 흔적 싹 없애드려요"

"이제는 작업복만 봐도 이 사람의 삶을 알 수 있어요." 28일 오전 9시께 매일 고된 노동의 흔적을 깨끗이 없애주는 세탁소. 커다란 세탁기 3대가 쉴 틈 없이 돌아가고 노동자 작업복 100여 벌이 세탁기 안에서 시원하게 묵은 때를 씻어낼 때, 세탁소 근로자 고모(53)씨는 이같이 말했다. 이곳은 대전 대덕구 대화동에서 4년째 운영 중인 노동자 작업복 전문 세탁소 '덕구클리닝'. 대덕산업단지 공장 근로자 등 생산·기술직 노동자들이 이용하는 곳으로 일반 세탁으로는 지우기 힘든 기름, 분진 등으로 때가 탄 작업복을 대상으로 세탁한다...

`운명의 9연전`…한화이글스 선두권 경쟁 돌입
'운명의 9연전'…한화이글스 선두권 경쟁 돌입

올 시즌 절정의 기량을 선보이는 프로야구 한화이글스가 9연전을 통해 리그 선두권 경쟁에 돌입한다. 한국프로야구 10개 구단은 29일부터 다음 달 7일까지 '휴식 없는 9연전'을 펼친다. KBO리그는 통상적으로 잔여 경기 편성 기간 전에는 월요일에 경기를 치르지 않지만, 5월 5일 어린이날에는 프로야구 5경기가 편성했다. 휴식일로 예정된 건 사흘 후인 8일이다. 9연전에서 가장 주목하는 경기는 29일부터 5월 1일까지 대전 한화생명볼파크에서 열리는 LG 트윈스와 승부다. 리그 1위와 3위의 맞대결인 만큼, 순위표 상단이 한순간에 뒤바..

학교서 흉기 난동 "학생·학부모 불안"…교원단체 "재발방지 대책"
학교서 흉기 난동 "학생·학부모 불안"…교원단체 "재발방지 대책"

학생이 교직원과 시민을 상대로 흉기 난동을 부리고, 교사가 어린 학생을 살해하는 끔찍한 사건이 잇따라 발생하면서 학생·학부모는 물론 교사들까지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경찰과 충북교육청에 따르면 28일 오전 8시 33분쯤 청주의 한 고등학교에서 특수교육대상 2학년 A(18) 군이 교장을 비롯한 교직원 4명과 행인 2명에게 흉기를 휘둘러 A 군을 포함한 모두 7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경계성 지능을 가진 이 학생은 특수교육 대상이지만, 학부모 요구로 일반학급에서 공부해 왔다. 가해 학생은 사건 당일 평소보다 일찍 학교에 도착해 특..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2025 유성온천 문화축제 5월 2일 개막 2025 유성온천 문화축제 5월 2일 개막

  • 오색 연등에 비는 소원 오색 연등에 비는 소원

  • ‘꼭 일하고 싶습니다’ ‘꼭 일하고 싶습니다’

  • 함께 새마을, 미래로! 세계로! 함께 새마을, 미래로! 세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