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 다시 에너지전환을 생각할 때다

  • 오피니언
  • 월요논단

[월요논단] 다시 에너지전환을 생각할 때다

박재묵 충남대 사회학과 명예교수

  • 승인 2021-03-14 07:43
  • 이해미 기자이해미 기자
박재묵 충남대 사회학과 명예교수
박재묵 충남대 사회학과 명예교수
지난 3월 11일은 일본에서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발생한 지 꼭 10년이 되는 날이었다. 후쿠시마 사고가 체르노빌 사고와 함께 원자력 사고 중 가장 높은 등급인 7등급 사고에 속하는 중대사고였던 만큼 관심 있는 사람들이라면 그냥 지나쳐갈 수 없는 날이었다. 환경단체들은 이날 퍼포먼스를 벌였고, 언론에서는 사고의 후유증과 그 영향을 다루는 기사들을 다양하게 내보냈다. 한편에서 이러한 기념 활동이 있었지만, 누군가 말했듯이 기억의 풍화로 인해 일반 시민들 사이에서는 후쿠시마 사고가 점차 잊히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후쿠시마 사고로 인근 지역사회가 입은 피해는 엄청나게 컸고 그 일부는 지금까지 지속되고 있다. 사고의 원인인 쓰나미는 지나갔고, 노심용융과 수소 폭발도 끝났지만, 이 사고로 확산된 방사능 오염으로 파괴된 주민들의 삶은 아직도 회복되지 않고 있다. 방사능 오염의 제거는 극히 미진해서 정부의 피난 지시로 고향을 떠났던 피난민의 상당수가 이전 거주지로 귀환하지 못하고 있다.

그린피스의 조사에 따르면, 정부가 책임지고 오염을 제거하게 되는 제염특별구역 중 15%에서만 작업이 완료되었다고 한다. 그러다 보니 11개 시정촌에서 발생한 피난민 8만 8000여 명 중에서 아직도 3만6207명이 고향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 방사선 피폭량이 일정 기준을 초과해 이들이 돌아가지 못하는 귀환곤란구역의 면적이 무려 여의도 면적의 116배에 이르고 있다.

또 하나 주목해서 볼 점은 정부의 피난 지시가 해제된 곳에서도 주민의 귀환은 10% 내외로 매우 저조하다는 사실이다. 정부가 다시 들어가서 살아도 좋다고 해도 주민들은 들어가지 않는다. 잔존 방사능 피폭에 대한 우려도 작용하겠지만, 피난민들은 그동안 임시로 살아온 외지에서 나름대로 생활네트워크를 형성했을 뿐만 아니라 공동체가 소멸한 곳으로 되돌아갈 엄두가 나지 않기 때문이다.



현재 후쿠시마지역에서는 물론 국제사회에서 가장 뜨거운 쟁점이 되는 것은 방사성물질 오염수 처리 문제다. 오염수는 핵연료 냉각수, 빗물, 지하수 등으로 하루에 140t씩 발생하고 있는데, 이 오염수를 1차로 정화 처리한 뒤 발전소 내 1000여 개의 탱크에 담아 보관하고 있다. 그 양은 약 124만7000t에 이른다고 한다. 일본 당국은 2022년에 오염수 보관 시설이 포화 될 것에 대비해 오염수를 바다에 방류할 계획임을 밝히고 있는데, 이것이 논란거리가 되고 있다. 현지 주민들은 수산물 품평 피해를 우려하여 반대하고 있고, 국제사회에서는 해양오염을 우려해 반대하고 있다. 이러한 제반 상황을 고려해보면 후쿠시마 사고는 아직도 현재진행형이라는 말이 나올 법하다.

후쿠시마 사고가 세계 에너지정책에 미친 영향도 엄청나게 컸다. 사고 후 원자력발전에 의존해 왔던 국가들이 원자력발전의 안전성 강화에 나섰고, 또 많은 나라가 에너지전환의 길을 선택했다. 사고 당시 54기의 원전을 운영하고 있던 일본은 사고 후 원전 가동을 전면 중단했다가 현재 다시 9기를 가동하고 있다. 원전을 추가로 가동하자는 주장도 나오고 있지만, 탈원전 지지 세력이 국민의 70%에 이른다. 독일은 2022년에 모든 원전을 폐쇄하기로 했고 프랑스는 원전 의존율을 낮추기로 했다. 우리나라도 공론화 과정을 거쳐 신고리 5, 6호기 건설은 재개하되, 신규 원전 건설은 억제하는 방향으로 정책의 가닥을 잡았다.

각국에서 내놓는 탈원전 선언보다 더 주목되는 흐름은 최근 세계 각국에서 조용한 가운데 일어나고 있는 재생 가능 에너지의 빠른 성장이다. 재생 가능 에너지의 성장은 탈원전은 물론 탈석탄 정책을 추진할 수 있는 실질적 기반이라는 점에서 의미 있는 변화다. 후쿠시마 사고 10주년을 맞이해서 에너지전환의 필요성과 그 방안에 대한 국민적 합의가 한층 높아지고 정부의 관련 정책이 다듬어지기를 기대해본다. /박재묵 충남대 사회학과 명예교수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국민의힘 대전시당 "이재명 정부, 충청권 철저히 배제"… 이 대통령 방문 전 기자회견
  2. 충남도의회 오인철 의원, 후계농업인 미래 위한 헌신 공로 인정받아
  3. AI헬스케어부터 전통음식까지… 중소기업들 제품 홍보 '구슬땀'
  4. 대전시한의사회, 한국조폐공사와 우즈베키스탄 의료봉사 협약
  5. 이재명 대통령, ‘충청의 마음을 듣다’
  1. 2025 대한민국 중기박람회 부산서 개막 '전국 중소기업 총출동'
  2. 건양대병원, 전 교직원 대상 헌혈 참여 캠페인 전개
  3. 중도일보·대전MBC, 2025년 2분기 '목요언론인클럽 이달의 기자상' 수상
  4. 월드비전, 아산시에 1,000만원 냉방용품비 지원
  5. 동구아름다운복지관, 폭염대비 시원한 여름나기 사업 진행

헤드라인 뉴스


대전 온 李대통령 "대전, 前정부 R&D 예산 삭감에 폭격"

대전 온 李대통령 "대전, 前정부 R&D 예산 삭감에 폭격"

이재명 대통령은 4일 대전컨벤션센터에서 '국민소통 행보, 충청의 마음을 듣다'라는 제목으로 진행된 타운홀미팅에서 "우리가 기억하는 박정희 시대에는 성장을 위해 결국 한 쪽으로 (자원을) 집중할 수밖에 없었다"며 "고도성장기에는 성장을 위한 자원 배분이 한 쪽으로 몰릴 수밖에 없었고, (그 결과) 거의 특권 계급화된 사람들이 생겼다. 이제 이를 근본적으로 바꾸고 균형발전 전략을 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식민지에서 해방된 나라 중 경제성장과 민주화를 이룬 나라는 대한민국밖에 없다"며 "재벌이라고 하는 대기업 군단으로 부작..

[대전 자영업은 처음이지?] 41. 대전 서구 가장동 돼지고기 구이·찜
[대전 자영업은 처음이지?] 41. 대전 서구 가장동 돼지고기 구이·찜

자영업으로 제2의 인생에 도전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정년퇴직을 앞두거나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자신만의 가게를 차리는 소상공인의 길로 접어들기도 한다. 자영업은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음식이나 메뉴 등을 주제로 해야 성공한다는 법칙이 있다. 무엇이든 한 가지에 몰두해 질리도록 파악하고 있어야 소비자에게 선택받기 때문이다. 자영업은 포화상태인 레드오션으로 불린다. 그러나 위치와 입지 등을 세밀하게 분석하고, 아이템을 선정하면 성공의 가능성은 충분하다. 이에 중도일보는 자영업 시작의 첫 단추를 올바르게 끼울 수 있도록 대전의 주요 상권..

트로트 신동 김태웅, 대전의 자랑으로 떠오르다
트로트 신동 김태웅, 대전의 자랑으로 떠오르다

요즘 대전에서, 아니 대한민국에서 가장 잘 나가는 초등생이 있다. 청아하고 구성진 트로트 메들리로 대중의 귀를 사로잡고 있는 대전의 트로트 신동 김태웅(10·대전 석교초 4) 군이다. 김 군이 대중에게 얼굴을 알린 건 2년 전 'KBS 전국노래자랑 대전 동구 편'에 출연하면서부터다. 당시 김 군은 '님이어'라는 노래로 인기상을 받으며 관객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공중파 TV를 통해 강렬한 인상을 남긴 김 군은 이후 케이블 예능 프로 '신동 가요제'에 출연해 화제를 모았다. 김 군은 이 무대에서 '엄마꽃'이라는 노래를 애절하게 불러 패..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이재명 대통령, ‘충청의 마음을 듣다’ 이재명 대통령, ‘충청의 마음을 듣다’

  • 취약계층을 위한 정성 가득 삼계탕 취약계층을 위한 정성 가득 삼계탕

  • 대통령 기자회견 시청하는 상인들 대통령 기자회견 시청하는 상인들

  • 의정활동 체험 ‘재미있어요’ 의정활동 체험 ‘재미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