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즘] 기운은 밝음에서 온다

  • 오피니언
  • 프리즘

[프리즘] 기운은 밝음에서 온다

임숙빈 을지대 간호대학장

  • 승인 2021-03-16 08:20
  • 신가람 기자신가람 기자
을지대 간호대학장 임숙빈
임숙빈 을지대 간호대학장
지인으로부터 책 한 권을 선물 받았다. 유리 새의 눈동자가 인상적인 파란색 표지에 이끌려 머리맡에 두고 며칠 감상하다가 주말을 이용해 읽기 시작했다. 시력이 급격히 나빠진 이후로 업무와 관련되지 않은 책을 잡은 게 얼마 만인가 싶었다. 책은 흥미로웠고, 시력도 마음 따라 변하는지 크게 피로감을 느끼지 못한 채 한달음에 다 읽을 수 있었다.

책의 줄거리는 어느 사찰과 사하촌을 배경으로 나름의 사연을 지니고 다양한 특성을 드러내는 인물들의 이야기로 전개됐다. 그중 큰 비중을 차지하는 J는 단란한 가정이라는 보호막 속에서 평온하게 살다가 말기 암 수술을 받고 병원에 있는 동안 파산과 함께 사라져버린 남편에 대한 원망과 허망함 속에 아들마저 군대에 가게 되어 심신이 무너져버린 상태였다.



항암치료 후 기력이 약해질 대로 약해진 채 공양간에서 일을 도우며 사찰에 머무는데, 너무 쇠약해진 탓에 계단을 오를 때면 기어야 할 정도로 힘들게 지내다가 한약으로 기력을 돋우라는 동료에게 이끌려 한의원에 간다. 하지만 약도 쓸 수 없는 상태라며 침만 놓아주고 하루에 10m씩 늘여가며 열흘만 산에 올라가고 오라는 처방을 받아 온다.

나름대로 발걸음 처방을 좋은 의미로 받아들이고 매일매일 온 힘을 다해 목표를 이루던 날, 숲에서 쉬고 있던 J에게 다가온 스님은 산꼭대기까지 올라가자고 제안한다. 여기까지 오는데도 죽는 줄 알았다는 J의 호소를 단호하게 자르고 지팡이를 쥐여주며 앞장서는 스님을 따르던 J는 사람의 기운은 어디에서 오느냐고 묻는다. 잠깐의 망설임도 없이 스님은 "밝음에서 오지. 어두우면 에너지가 안 생기지, 환해야 에너지가 나지"라고 답했다.



J가 어쨌거나 기운이 없어 죽겠다는 말을 하자, 기운이 없어 죽겠다는 말이 기운을 다 삼켜버린다며 환한 얼굴로 스님이 쳐다보자 J는 "기운이 있어 살겠어요"라고 말을 바꾼다. 어렵지 않았다. 반대로 말하면 되는 일이었다.

그러자 놀랍게도 생각 없이 발걸음에만 집중하면서 정상에 오를 수 있었고, 이후 기운을 차리기 시작한 J는 홀로서기의 단단한 삶을 찾아간다는 이야기였다.

소설 속의 이야기이니까 기적처럼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하겠지만, 긍정성이 역경을 딛고 일어나게 할 뿐만 아니라 그 이상의 성취도 가능하게 한다는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사람은 기분이 좋을 때 문제해결도 더 잘하고 집중력과 기억력도 향상되며 생각도 더욱 유연하게 할 수 있어서 보다 진취적이고 도전적으로 행동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이는 마음의 근력이라고 하는 회복 탄력성을 나타내는 것이고, 그 잠재력은 사람마다 각기 다르다고 한다. 그래서 회복 탄력성이 높은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더 행복하게 산다는 것이다.

이쯤에서 중요하게 생각되는 점은 어떻게 하면 긍정성을 높일 수 있느냐는 것이다. 학자들은 자기에게 일어나는 일상의 크고 작은 일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습관을 기르라고 한다.

습관은 어떤 행위를 오랫동안 반복하는 과정에 저절로 익숙해진 행동방식으로, 몸이 익혀버려 굳이 따지고 생각해볼 것도 없이 나오는 반응양식이기 때문이리라.

매사 선선하게 받아들이고, 좋게 말하고, 웃으며 이겨내자. 부정적인 생각이 들면 휙 돌려 바꾸어 말해보자. 이런 행동이 습관화되면 뇌의 긍정적 정보처리 루트도 더욱 활성화되며 선순환을 이룰 것이다.

자리를 옮긴 영산홍 나무가 이른 봄볕에 이제야 기운을 차렸는지 칙칙하던 잎이 푸르러지면서 꽃망울마다 잔뜩 부풀리고 있다. 아, 새로운 시작이다, 약동하는 생명력이다.

봄이 오니 기운이 난다고 외쳐보자. 봄 노래라도 목청껏 불러보자, 코로나로 인한 길고 긴 제한이 나를 삼키는 어둠이 되지 않도록 마음의 빛을 환히 밝혀보자. / 임숙빈 을지대 간호대학장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주말 사우나에 쓰러진 60대 시민 심폐소생술 대전경찰관 '화제'
  2. [기획]3.4.5호선 계획으로 대전 교통 미래 대비한다
  3. 충청권 광역철도망 급물살… 대전·세종·충북 하나로 잇는다
  4. [사이언스칼럼] 아쉬움
  5. [라이즈 현안 점검] 거점 라이즈센터 설립부터 불협화음 우려…"초광역화 촘촘한 구상 절실"
  1. "성심당 대기줄 이제 실시간으로 확인해요"
  2. [사설] 이삿짐 싸던 해수부, 장관 사임 '날벼락'
  3. 금강유역환경청, 화학안전 24개 공동체 성과공유 간담회
  4. '금강을 맑고푸르게' 제22회 금강환경대상 수상 4개 기관 '한뜻'
  5. 실패와 편견 딛고 환경보전 실천한 빛나는 얼굴들…"금강환경대상이 큰 원동력"

헤드라인 뉴스


‘도시 혈관’ 교통망 확충 총력… ‘일류도시 대전’ 밑그림

‘도시 혈관’ 교통망 확충 총력… ‘일류도시 대전’ 밑그림

민선 8기 대전시가 도시의 혈관인 교통망 확충에 집중하면서 균형발전과 미래 성장동력 기반 조성에 힘이 실리고 있다. 대전 대중교통의 혁신을 이끌 도시철도 2호선 트램 사업이 전 구간에서 공사를 하는 등 2028년 개통을 위해 순항하고 있다. 이와 함께 충청권 광역철도와 CTX(충청급행철도) 등 메가시티 조성의 기반이 될 광역교통망 구축도 속도를 내고 있다. 대전의 30여년 숙원 사업인 도시철도 2호선은 지난해 연말 착공식을 갖고, 올해부터 본격적인 공사에 들어가 현재 본선 전구간(14개 공구)에서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도시철도 2..

`금강을 맑고푸르게` 제22회 금강환경대상 수상 4개 기관 `한뜻`
'금강을 맑고푸르게' 제22회 금강환경대상 수상 4개 기관 '한뜻'

금강을 맑고 푸르게 지키는 일에 앞장선 시민과 단체, 기관을 찾아 시상하는 제22회 금강환경대상에서 환경과 시민안전을 새롭게 접목한 지자체부터 저온 플라즈마를 활용한 대청호 녹조 제거 신기술을 선보인 공공기관이 수상 기관에 이름을 올렸다. 기후에너지환경부 금강유역환경청과 중도일보가 공동주최한 '제22회 금강환경대상' 시상식이 11일 오후 2시 중도일보 4층 대회의실에서 개최했다. 이날 행사에는 유영돈 중도일보 사장과 신동인 금강유역환경청 유역관리국장, 정용래 유성구청장, 이명렬 천안시 농업환경국장 등 수상 기관 임직원이 참석한 가운..

[기획]2028년 교통 혁신 도시철도2호선 트램 완성으로
[기획]2028년 교통 혁신 도시철도2호선 트램 완성으로

2028년이면 대전은 도시철도 2호선 트램 완공과 함께 교통 혁신을 통해 세계적으로 지속 가능한 미래 도시로 성장할 전망이다. 11일 대전시에 따르면 대전 도시철도 2호선 트램 사업은 지난해 12월 착공식을 개최하고, 현재 본선 전구간(14개 공구)에서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2027년까지 주요 구조물(지하차도, 교량 등) 및 도상콘크리트 시공을 완료하고, 2028년 상반기 중 궤도 부설 및 시스템(전기·신호·통신) 공사를 하고, 하반기에 철도종합시험 운행을 통해 개통한다는 계획이다. 최근에는 내년 대전시 정부 예산안에 공사비로 1..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트램 2호선 공사현장 방문한 이장우 대전시장 트램 2호선 공사현장 방문한 이장우 대전시장

  • ‘자전거 안장 젖지 않게’ ‘자전거 안장 젖지 않게’

  • ‘병오년(丙午年) 달력이랍니다’ ‘병오년(丙午年) 달력이랍니다’

  • 풍성한 연말 공연 풍성한 연말 공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