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상현의 재미있는 고사성어] 제64강 공자산법(孔子算法)

  • 문화
  • 장상현의 재미있는 고사성어

[장상현의 재미있는 고사성어] 제64강 공자산법(孔子算法)

장상현/ 인문학 교수

  • 승인 2021-03-30 00:00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제64강 孔子算法(공자산법) : 공자의 계산법

글 자 : 孔(구멍 공 / 성 공) 子(아들 자 / 존칭 자) 算(셀 산) 法(법 법)



출 처 : 중국신화전설



계산은 정확하고 공정해야 한다. 그러나 때로는 엉뚱한 계산이 맞는 경우도 있다.



유머로 사과 다섯 개가 있는데 두 개를 먹으면 몇 개가 남는가? 라는 질문에 모두 세 개라고 대답한다. 산술적 계산으로 정답이다. 그러나 필자는 두 개가 남는다고 한다. 왜? 먹는 것이 남는 것이니까! 두 개 먹었으니 두 개가 남는 것이다.

공자의 수(首)제자인 안회(顔回)는 배움을 좋아하고 성품도 훌륭해 공자가 가장 기대하고 있는 제자였다. 그가 일찍 죽자 공자는 통곡을 하였다고 논어에 기록되어있다.

안회가 공자의 심부름으로 시장에 들렸다. 그런데 한 포목점(布木店) 앞에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어 무슨 일인가 해서 가보니 가게주인과 손님이 시비가 붙은 것이다.

포목을 사러 온 손님이 큰 소리로 주인에게 "3X8은 분명히 23인데, 당신이 왜 나한테 24전(錢)을 요구하느냐 말이야~!" 안회는 이 말을 듣자마자 그 사람에게 먼저 정중히 인사를 한 후, "3X8은 분명히 24인데 어째서 23입니까? 당신이 잘못 계산을 한 것입니다."

그러자 포목을 사러 온 사람이 안회에게 화를 내며 "누가 당신더러 따지라고 했냐! 도리를 평가하려거든 공자님을 찾아야지! 맞고 틀림은 공자님만이 정확한 판단을 내릴 수가 있다!" 하며 막무가내였다.

안회는 "좋습니다. 갑시다. 만약 공자께서 당신이 틀렸다고 하시면 어떻게 할 건가요?" 그러자 그는 "그러면 내 목을 내 놓을 것이다. 그런데 그대는?" 안회가 "제가 틀리면 관(冠)을 내 놓겠습니다." 두 사람이 내기를 걸고 공자를 찾아갔다.

공자는 두 사람의 말을 다 듣고 나서 안회에게 웃으면서 말씀하셨다.

"네가 졌으니 이 사람에게 관을 벗어 내어 주거라!" 안회는 순순히 관을 벗어 포목을 사러 온 사람에게 주어 보냈다. 그 사람은 의기양양하게 관을 받고 돌아갔다.

공자의 판결에 대해 겉으로는 아무런 표현이 없었지만 안회는 속으로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리고 그는 자기 스승이 이제 너무 늙었고 우매(愚昧)하니 더 이상 배울 게 없다고 생각했다. 다음 날, 안회는 공자에게 집안일을 핑계로 잠시 고향에 다녀오겠다는 말씀을 드렸다. 공자는 아무 얘기도 하지 않고 고개를 끄덕이면서 허락하였다.

떠나기 직전에 안회는 공자에게 작별인사를 하러갔다.

공자는 일을 처리하고 즉시 돌아 올 것을 당부하면서 안회에게 '천년고수막존신 살인불명물동수(千年古樹莫存身 殺人不明勿動手)'라고 두 마디의 글을 써 주었다. 안회는 작별인사를 한 후 고향집을 향해 달려갔다. 그런데 도중에 갑자기 천둥과 번개를 동반한 소나기를 만나 비를 피하려고 급한 김에 길옆 오래된 고목나무 밑으로 뛰어들어 가려고 했다. 순간 스승의 첫 당부 말씀인 '千年古樹莫存身 : 천년 묵은 나무에 몸을 숨기지 말라'는 말씀이 떠올랐다. 바로 그 순간 번쩍하면서 그 고목이 벼락에 맞아 산산 조각이 되어 버린 것이다.

안회는 놀라움을 금치 못하고. 한참을 달려 고향집에 도착하니. 이미 밤이 깊었다. 그는 집 안으로 들어가 조용히 보검으로 아내가 자고 있는 내실의 문고리를 풀었다. 컴컴한 침실 안에서 손으로 천천히 더듬더듬 만져보았다. 아니 그런데 침대 위에 두 사람이 자고 있는 것이 아닌가! 안회는 순간 화가 치밀어 올라와 검을 뽑아 내리 치려는 순간 또 다시 스승님의 두 번째 당부 말씀이 생각났다. '殺人不明勿動手 : 분명치 않고서는 함부로 살인 하지마라.' 얼른 촛불을 켜보니 침대 위에 한쪽은 아내이고 또 한쪽은 자신의 누이동생이 자고 있었다.

안회는 다음 날, 날이 밝기 무섭게 되돌아가 스승님께 무릎을 꿇었다.

"스승님의 당부 말씀 덕분에 저와 제 아내와 누이동생의 목숨을 살렸습니다. 어떻게 사전에 그런 일이 일어날 것을 알고 계셨습니까?"라고 물으니 공자는"어제 날씨가 건조하고 무더워서 다분히 천둥번개에 비가 내릴 수 있을 것이고, 너는 분개한 마음에 또한 보검을 차고 떠나기에 그런 상황을 미리 예측을 할 수 있었던 것이다."

공자는 이어서 "사실 나는 이미 다 알고 있었네. 자네가 집에 돌아간다는 것은 그저 핑계였고, 내가 포목을 사러 온 사람에게 그런 평결을 내린 것에 대해 너는 내가 너무 늙어서 사리 판단이 분명치 못하다고 여겨 더 이상 배우고 싶지 않기 때문에 그런 것이 아니냐? 한번 잘 생각해보아라. 내가 3X8= 23 이 맞는다고 하면 너는 지게 되어 그저 관하나 내 준 것뿐이다. 하지만 만약에 내가 3X8= 24가 맞는다고 했다면 그 사람은 목숨 하나를 내 놓아야 하지 않겠는가? 관이 더 중요한가? 아니면 사람 목숨이 더 중요한가?" 안회는 비로소 이치를 깨닫게 되어 스승님께 엎드려 예(禮)를 올렸다.

"부끄럽기 짝이 없습니다. 스승님은 대의(大義)를 중요시하고 보잘 것 없는 작은 시비(是非)를 무시하는 그 도량과 지혜에 탄복할 따름입니다."

그 이후부터 공자가 가는 곳마다 안회는 그의 스승 곁을 떠난 적이 없었다고 한다.

공자는 과연 인류의 큰 스승이시다. 생명을 살리는 교훈을 가르친 위대한 큰 스승이신 것이다.

한결같이 부지런하면 천하에 어려울 것이 없다.(一勤天下無難事/일근천하무난사)

백 번 참으면 집안에 큰 화평이 있다.(百忍堂中有泰和/백인당중유태화)

남송(南宋)때 주희(朱子)와 당(唐)나라 장공예(張公藝)고사에서 나온 말 명심해야겠다.

장상현/ 인문학 교수

2020101301000791400027401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드디어~맥도날드 세종 1호점, 2027년 장군면 둥지
  2. 성탄 미사
  3. 이장우 대전시장에 양보? 내년 지방선거, 김태흠 지사 출마할까?
  4. [다문화] 이주배경인구, 전체 인구 5% 돌파
  5. [대전 다문화] "가족의 다양성 잇다"… 2025 대덕구 가족센터 성과공유회
  1. [충남 10대 뉴스] 수마부터 행정통합까지 다사다난했던 '2025 충남'
  2. [세상보기]섬세한 도시
  3. 대전·충남 행정통합, 가속페달…정쟁화 경계도
  4. [대전 다문화] 다문화가정 대상 웰다잉 교육 협력 나서
  5. 크리스마스 기념 피겨쇼…‘환상의 연기’

헤드라인 뉴스


대전·충남 행정통합, 가속페달…정쟁화 경계도

대전·충남 행정통합, 가속페달…정쟁화 경계도

대전·충남 통합특별시 출범 지원을 위한 범정부적 논의가 본격화되는 등 대전·충남 행정통합에 가속페달이 밟히고 있다. 일각에선 이를 둘러싼 여야의 헤게모니 싸움이 자칫 내년 초 본격화 될 입법화 과정에서 정쟁 증폭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하는 경계감도 여전하다. 행정안전부는 24일 대전·충남 통합특별시 출범과 관련해 김민재 차관 주재로 관계 부처(11개 부처) 실·국장 회의를 개최하고, 통합 출범을 위한 전 부처의 전폭적인 특혜 제공 협조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행안부는 이날 회의에서 대전·충남 통합특별시 출범을 위한 세부 추진 일정을 공..

[2025 대전·세종·충청 10대뉴스]  윤석열 탄핵에서 이재명 당선까지…격동의 1년
[2025 대전·세종·충청 10대뉴스] 윤석열 탄핵에서 이재명 당선까지…격동의 1년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정국과 조기대선을 통한 이재명 대통령 당선. 이 두 사안은 올 한해 한국 정치판을 요동치게 했다. 지난해 12·3 비상계엄 선포 이후 국회는 연초부터 윤 대통령 탄핵 심판 국면에 들어갔고, 헌법재판소의 심리가 이어졌다. 결국 4월 4일 헌법재판소가 탄핵을 인용하면서 대통령 궐위가 확정됐다. 이에 따라 헌법 규정에 따라 60일 이내인 올해 6월 3일 조기 대통령선거가 치러졌다. 임기 만료에 따른 통상적 대선이 아닌, 대통령 탄핵 이후 실시된 선거였다. 선거 결과 이재명 대통령이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를 꺾고 정권..

[2025 대전·세종·충청 10대뉴스] 대통령 지원사격에 `일사천리`…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2025 대전·세종·충청 10대뉴스] 대통령 지원사격에 '일사천리'…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대전·충남 행정통합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대전·충남 행정통합의 배를 띄운 것은 국민의힘이다. 이장우 대전시장과 김태흠 충남지사다. 두 시·도지사는 지난해 11월 '행정통합'을 선언했다. 이어 9월 30일 성일종 의원 등 국힘 의원 45명이 공동으로 관련법을 국회에 제출했다. 정부 여당도 가세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충청권 타운홀미팅에서 "(수도권) 과밀화 해법과 균형 성장을 위해 대전과 충남의 통합이 물꼬를 트는 역할을 할 수 있다"면서 전면에 나섰다. 더불어민주당은 '대전·충남 통합 및 충청지역 발전 특별위원회'(충청특위)를 구성..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유류세 인하 2개월 연장…기름값은 하락세 유류세 인하 2개월 연장…기름값은 하락세

  • 성탄 미사 성탄 미사

  • 크리스마스 기념 피겨쇼…‘환상의 연기’ 크리스마스 기념 피겨쇼…‘환상의 연기’

  • 크리스마스 분위기 고조시키는 대형 트리와 장식물 크리스마스 분위기 고조시키는 대형 트리와 장식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