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에 없는 대전충남史] 도립병원 내준 충남·대전시민 첫 의과대 탄생 밑거름

[검색에 없는 대전충남史] 도립병원 내준 충남·대전시민 첫 의과대 탄생 밑거름

충남대 의과대학·부속병원 탄생과 역경
1963년 도립대전병원 이전요구 첫 언급
내무부 병원을 문교부로 무상양여 갈등
69년도 인가취소 위기에 지역사회 혼란

  • 승인 2021-04-21 14:32
  • 수정 2021-08-08 10:51
  • 신문게재 2021-04-22 10면
  • 임병안 기자임병안 기자
충남대 부속병원과 의과대학
대전시 대흥동 충남대 부속병원과 의과대학 모습. 1930년 충남도립 대전의원에서 시작해 1984년 철거됐다.   (사진=충남대의과대 총동창회)
충남도민들이 모은 성금을 기반 삼아 출범한 충남대학교는 도민들의 열망을 흡수하는 용광로이었다. 지역발전을 이끌 인재를 양성하자는 뜻에서 돈이 없는 도민들을 쌀과 보리를 내어 학교 설립을 도왔다. 1952년 6월 충남대 문리과대학은 대흥초등학교 교실과 법원 일부 건물을 강의실로 빌려 사용했고, 농과대학은 지금의 동산중학교 자리에 있던 충남농업기술원에서 강의했다. 대학의 창립 초기에 학교 부지와 교실 확보가 최대 과제였다. 중도일보는 1956년 10월 '규모 갖추어지는 충대' 제목의 기사를 통해 지난 5월 착공한 충대 본부건물이 이날 상량식을 갖고 내달 준공을 앞두고 있다고 전했다. 당시 충남도청 내에 있던 본부를 문화동으로 옮기는 사업으로 그동안 시설 면에서 가장 빈약했던 충남대학교는 훌륭한 교육시설과 규모를 갖춘 충남도 유일의 최고학부로 등장케 될 것이라고 응원했다.

▲내과 600원 외과 900원에 진료



의과대학은 출범 전부터 충남도민과 대전시민의 각별한 관심을 받았다. 뇌염과 콜레라, 장염에도 손쓸 수 없어 가족과 사회구성원을 잃은 열악한 보건의료를 개선되기를 바라는 염원이 담겼을 것이다. 충남대에 의과대학 설치가 인가된 것은 1967년도이었으나, 사실은 1963년도부터 의과대 설립 움직임이 있었다. 1963년 9월 중도일보는 윤태호 충남지사의 기자회견 소식을 전하며 "의과대학 설치를 위해 도립대전병원을 양도해달라는 요청을 받았다"라는 도지사의 타전했다. "의과대학 건물과 병원만 확보되면 중앙에서 승인이 내려질텐데, 의과대가 인가될 때 부속병
충남대학교병원-02
1984년 준공 당시 현 충남대병원 모습.  (사진=씨엔유건축사사무소)
원으로 함께 사용하도록 개방은 하되 (도립대전병원)양도는 할 수 없다"라는 설명도 달았다. 윤 지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도립병원이 없어지면 영세민들에 대한 무료진료의 혜택이 없어지지 않겠느냐고 해명했다. 충남도립대전병원은 현재 대전시 중구 대흥동 현대아파트 자리에 1930년(충남도청사는 1932년) 일제에 의해 세워진 것으로 전쟁 후 충남도가 운영하는 가장 규모 있는 병원이었다. 1962년 11월 중도일보는 도립대전병원을 종합병원 규모의 메디칼센터로 발전시킬 충남도 구상을 소개하며 현 도립대전병원의 규모를 7개 과에 69개 병상으로 소개했다. 1966년 보도에서는 "내과 600원과 외과 900원만 받고 어떠한 중환자던지 치료해주는 '메디컬센터'는 시범 보건도의 유일한 사업이다"라며 충남도립의료원으로 간판을 바꾼 도립대전병원을 소개했다.

▲1967년 의과대 설치 통과



이후 충남대에 의과대학을 설립하는 논의는 수면 아래에 내려간 채 수년을 보냈다. 1952년 도립으로 세워진 충남대가 국립으로 전환되고 1962년 3월 충북대학과 통합돼 국립충청대학으로 개칭돼 1년 만에 다시 분리되는 등 홍역을 앓았다. 1966년 10월 중도일보는 국립대학을 민가에게 불하하려는 정부의 정책을 "팔려넘어갈 운명"이라고 비판하며 김영묵 충남대학원장과 이창갑 공대학장, 박광서 문리대생의 인터뷰를 통해 "대학이 없어지는 결과밖에 초래되지 않는다"며 한 개 지면을 할애해 대학 민영화 반대 목소리를 전달했다. 충남대에 의과대 신설이 다시 논의된 것은 1967년이었다. 1979년 발행된 의과대학생들의 소식지 '의행(醫杏)'에 따르면 1967년 2월 28일 충남대가 충남도에 공문을 보내 도립대전병원을 대학 부속병원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요청했다고 기록했다. 그러면서 1966년 8월 하순 이 지방의 유지들이 충남대학교 의과대학 설립 기성회를 결성해 그해 12월 국회에서 충남대 의과대학 설치법안이 가결됐다고 소개했다.

1968년 12월 31일 충남대의대 설립위기aaaa
1968년 12월 충남대의대 인가취소 위기 대책회의 보도(사진 왼쪽)와 1972년 7월 충남대 부속병원 개원식 보도.
▲1년 만에 의과대 인가 취소위기

충남대 의과대는 신입생 선발 1년 만에 인가 취소라는 위기를 맞는다. 임상 실습할 부속병원을 확보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1968학년도 신입생 80명이 입학했는데 그해 12월 중도일보 지면에는 '충남의대 존폐위기에'라는 기사가 게재됐다. 충남의대가 내용부실로 내년도 신입생 모집마저 불가능하다는 문교부 측의 지시를 통지받고 의대기성회 측과 연석회의를 갖고 대비책을 논의했다고 사진을 달아 보도했다. 당시 문교부는 충남대에 의대를 인가할 때 도립대전병원을 대학 부속병원으로 사용한다는 조건이었다며, 무상양여가 이뤄지지 않으면 의대인가를 취소하고 그 TO를 전북의대로 바꾸겠다는 으름장을 놨다. 이때 내무부와 충남도는 스칸디나비아에서 의료지원을 받은 계약관계, 지방자치단체의 10억 원 규모 재산을 정부에 무상양여하는데 적절한 행정절차와 명분이 서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신입생 모집이 취소될뻔한 위기는 김윤환 충남도지사가 의료원을 무상양여키로 방침을 세우고 문교부도 이를 받아들여 신입생 선발을 모집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극복했고, 충남대는 그해 의과대 신입생 원서접수를 가까스로 연장했다. 1971년 문교부와 내무부 두 장관이 충남도립의료원을 충남대 부속병원으로 운영하는 협정서를 체결하는 것으로 문제는 종결됐다.

▲한밭도서관 밑거름 된 도립대전병원

중도일보는 1972년 7월 충남대 부속병원이 개원한 소식을 전하며 간호학과 3학년 28명이 첫 임상 실습에 들어갔다고 전했다. 그날 기사는 충남대 의과대가 겪은 여러 곡절을 소개하며 "이러한 난산의 고통을 겪었기 때문에 감개무량한 것이며, 도민에 폭넓은 진료혜택과 임상연구에 대한 지역사회가 거는 기대 또한 큰 것으로 해석된다"라고 전했다. 충남대 부속병원이 된 대흥동 옛 도립대전병원 동측에는 높이 7층짜리 의과대학과 대학병원 숙소가 나란히 만들어졌다. 시설확장을 준비하던 충남대는 1984년 현재 대학병원이 위치한 문화동 보운캠퍼스인 문리대학이 있던 자리에 병원을 신축해 이전했다. 기존 도립대전의료원이었던 대흥동 충남대 부속병원은 매각돼 한밭도서관 건설 자금이 되었고, 의과대학과 대학병원 숙소는 대전대 대전한방병원이 사용했으나 이마저도 매각돼 현재는 완전히 철거됐다. 도립병원을 무상양여 끝에 설립한 충남대 의과대는 지난 54년간 의사 5000여 명을 배출했으며 충남대병원 1300병상에 하루 평균 3800여 명의 외래환자가 찾아 아픈 부위를 보이고 치료하는 은행나무가 되었다.
임병안 기자 victorylba@
중도일보 4월 22일자 10면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인천 미추홀구, ‘시 특색 가로수길 평가’ 최우수기관 선정
  2. 강성삼 하남시의원, '미사강변도시 5성급 호텔 유치' 직격탄
  3. 대전시, 6대 전략 산업으로 미래 산업지도 그린다
  4. [특집]대전역세권개발로 새로운 미래 도약
  5. 충남대·한밭대, 교육부 양성평등 평가 '최하위'
  1. 9개 국립대병원 "복지부 이관 전 토론과 협의부터" 공개 요구
  2. 대전경찰, 고령운전자에게 '면허 자진반납·가속페달 안전장치' 홍보 나선다
  3. [종합] 누리호 4차 발사 성공… 차세대중형위성 3호 양방향 교신 확인
  4. 대전을지대병원, 바른성장지원사업 연말 보고회 개최
  5. 금은방 새벽 침입했지만, 금고는 못열어…절도미수 40대 징역형

헤드라인 뉴스


도시 체질개선 통한 `NEXT대전` 만들기 집중

도시 체질개선 통한 'NEXT대전' 만들기 집중

민선 8기 대전시가 도시 체질을 완전히 개선하며 'NEXT대전' 만들기에 집중하고 있다. 근대도시를 거쳐 철도 중심 도시와 과학도시를 거치면서 150여만명의 인구가 살아가는 대전에 공간은 물론 산업과 문화 구조를 변화시키며, 미래 일류도시로 나아가고 있다. 대전시는 기존에 갖고 있던 대덕특구를 기반으로 한 과학도시에서 6대 전략 산업 'ABCD+QR(나노·반도체, 바이오, 우주, 국방, 양자, 로봇·드론)'을 중심으로 육성하면서 기술 사업화에 초석을 만들어 가고 있다. 이를 뒷받침 할 수 있게 안산, 교촌, 원촌, 장대도첨, 탑립·..

대전의 자연·휴양 인프라 확장, 일상의 지도를 바꾼다
대전의 자연·휴양 인프라 확장, 일상의 지도를 바꾼다

대전 곳곳에서 진행 중인 환경·휴양 인프라 사업은 단순히 시설 하나가 늘어나는 변화가 아니라, 시민이 도시를 사용하는 방식 전체를 바꿔놓기 시작했다. 조성이 완료된 곳은 이미 동선과 생활 패턴을 바꿔놓고 있고, 앞으로 조성이 진행될 곳은 어떻게 달라질지에 대한 시민들의 인식을 변화시키는 단계에 있다. 도시 전체가 여러 지점에서 동시에 재편되고 있는 셈이다. 갑천호수공원 개장은 그 변화를 가장 먼저 체감할 수 있는 사례다. 기존에는 갑천을 따라 걷는 단순한 산책이 대부분이었다면, 공원 개장 이후에는 시민들이 한 번쯤 들어가 보고 머무..

‘줄어드는 적십자회비’… 시도지사협의회 모금 동참 호소
‘줄어드는 적십자회비’… 시도지사협의회 모금 동참 호소

연말연시 어려운 이웃에게 온정을 나누기 위한 적십자회비가 매년 감소하자, 대한민국시도지사협의회(회장 유정복 인천시장)가 27일 2026년 대국민 모금 동참 공동담화문을 발표했다. 국내외 재난 구호와 취약계층 지원, 긴급 지원 등 도움이 필요한 이웃에 대한 인도주의적 활동에 사용하는 적십자회비는 최근 2022년 427억원에서 2023년 418억원, 2024년 406억원으로 줄었다. 올해도 현재까지 406억원 모금에 그쳤다. 협의회는 공동담화문을 통해 “최근 경제적 어려움으로 인해 적십자회비 모금 참여가 감소하고 있다. 이럴 때일수록..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구세군 자선냄비 모금 채비 ‘완료’ 구세군 자선냄비 모금 채비 ‘완료’

  • 가을비와 바람에 떨어진 낙엽 가을비와 바람에 떨어진 낙엽

  •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행복한 시간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행복한 시간

  • 대전시의회 방문한 호치민시 인민회의 대표단 대전시의회 방문한 호치민시 인민회의 대표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