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소리] 재(財)테크보다 중요한 우(友)테크

  • 오피니언
  • 풍경소리

[풍경소리] 재(財)테크보다 중요한 우(友)테크

이동구 한국화학연구원 전문연구위원, (사)소비자시민모임 감사

  • 승인 2021-05-03 09:24
  • 신문게재 2021-05-04 19면
  • 김소희 기자김소희 기자
이동구 한국화학연구원 RUPI 사업단장
이동구 전문연구위원
연두 대군이 몰려온 새잎달이 지나갔다. 꽃이 진 목련은 녹색 세상으로 돌아섰고, 게으름뱅이 감잎은 윤기가 반질반질하다. 단풍잎은 일곱 손가락을 쫙 폈고, 잎사귀에 몸을 숨긴 매실과 버찌는 여름을 재촉하고 있다. 신록의 계절이 열리면서 눈꽃 축제의 주인공인 이팝나무가 만개하고 아카시아꽃이 기지개를 펴기 시작했다. 뭐니뭐니해도 푸른 잎 하면 역시 느티나무가 으뜸 아니던가. 느티나무는 두 눈을 푸르게 만들어주며 내일의 희망으로 가슴을 부풀게 한다.

코로나로 인해 세상이 혼란스럽다. 그러나 과학기술의 눈부신 발달과 삶의 질 향상으로 인생 100세 시대가 현실로 다가왔다. 이는 인류에게 찾아온 선물이기도 하지만, 사람에 따라서는 끔찍한 비극이 될 수 있다. 운 좋게 60세에 퇴직한다 해도, 적당한 경제력과 건강이 받쳐주지 않으면 이후의 40년을 고통스럽게 살 수도 있기 때문이다. 아쉽게도, 돈과 건강을 가졌다고 마냥 행복한 일도 아니다. 부와 지위가 정점에 올랐던 사람들조차 노년에 스스로 몰락하는 모습을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다. 그 이유가 뭘까.



한마디로, 우리나라의 잘못된 경쟁교육이 낳은 능력주의 때문이다. 우리는 지금껏 앞만 보고 달려오느라 학창시절엔 공부 잘하는 방법을, 사회생활에서는 돈 잘 버는 방법에만 귀를 쫑긋 세웠다. 여유를 가지고 옆을 돌아볼 기회를 만들지 못했다. 일방통행식 교육정책이 가져온 폐단이 노년에 나타난 것이다. 돌아보니 일생을 함께 동반할 절친 사귀는 방법은 등한시했다. 재(財)테크에 쏟는 시간과 노력의 십 분의 일이라도 세상 끝까지 함께할 친구를 만들고 관리하는 일에 정성을 쏟아야 했다. 우(友)테크는 행복 공동체를 만드는 기술이며 행복하게 사는 전략이다. 필자가 저녁 시간에 짬을 내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신선한 지식을 얻는 경험은 훗날 훌륭한 자산이 되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우테크는 어떻게 하면 좋을까. 우테크는 그다지 비용이 들지 않는다. 우테크는 재테크와 마찬가지로 시간과 노력을 들인 만큼 성공 확률이 높아진다. 우연히 마주친 친구와 "언제 한 번 만나자"는 상투적인 말로 돌아서지 말자. '언제 한 번'은 절대 오지 않는다. 그 자리에서 점심 약속을 잡던지 다음 날 전화나 이메일로 먼저 연락하면 된다. 평생 갑으로 살아온 사람일수록 퇴직하면 더 외롭게 지내는 것을 종종 본다. 항상 남들이 만나자고 하는 약속만 자기가 골라서 만났기 때문이다. 누구나 약속 날짜와 시간을 조율하며 장소를 예약하고 회비 걷는 일은 성가시다. 그러나 귀찮은 일을 묵묵히 해낼 때 그와 비례해 친구는 늘어난다.



젊은 친구도 많이 만들어야 한다. 자기 나이보다 한참 어린 사람도 언제나 존댓말로 대하고, 특히 혼자서만 말해선 안 된다. 상대방의 말을 잘 경청해야 한다. 좋은 모임을 찾아 열심히 활동하다 보면 그곳에서 당신은 멋진 친구를 만나게 될 것이다. 외출할 때는 반짝반짝 잘 씻고 가능하면 깨끗하고 멋진 옷을 입어야 한다. 동성이라도 매력을 느껴야 좋은 관계가 오래간다. 후줄근한 모습을 보면 내 인생도 함께 괴로워진다. 육체적 아름다움만 매력이 아니다. 끊임없이 책을 읽고 영화도 보고 새로운 음악도 들어야 매력 있는 대화 상대가 될 수 있다.

늘 가까이 있어 느끼지 못하지만, 우테크 1순위는 배우자다. 배우자를 영원한 동반자로 만들기 위해선 우선 배우자의 건강을 살펴야 한다. 공동의 관심사를 갖기 위한 공통 취미를 만들고, 되도록 같은 종교를 믿는 것도 필요하다. "내 힘으로 할 수 없는 일에 도전하지 않으면, 내 힘으로 갈 수 없는 곳에 이룰 수 없다. 산고를 겪어야 새 생명이 태어나고, 꽃샘추위를 겪어야 봄이 오고, 어둠이 지나야 새벽이 온다."라는 백범 선생의 말씀은 나태하게 늘어진 정신을 죽비로 일깨운다. 아끼고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하는 인생이 없다면, 누구든 고독한 말년을 각오해야 한다. 외로운 노년에 친구는 연금만큼 중요한 자원이다. 친구나 좋은 이웃이 있으면 최소한 고독사는 피할 수가 있기에 재테크보다 우테크가 더 중요하다. /이동구 한국화학연구원 전문연구위원, (사)소비자시민모임 감사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의정부시, 시민 김지민 씨 저소득층에 성금 100만 원 전달
  2. 김해시, 2026년 노인일자리 7275명 확대 모집
  3. 대전을지대병원, 바른성장지원사업 연말 보고회 개최
  4. 대전상의, 청양지회-홍성세무서장 소통 간담회 진행
  5.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행복한 시간
  1. 공공사업 낙찰 규모 계룡건설산업 연말에 1위 탈환할까
  2. 이장우 시장 맞은 충남대병원, "암환자 지역완결형 현대화병원 필요" 건의
  3. 노사발전재단 충청중장년내일센터, '대전 기업 밋업데이' 개최
  4. 대청호 가을녹조도 하향추세…조류경보 '관심'으로
  5. “따뜻한 겨울 함께 만들어요” 충청우정청 연탄배달 봉사

헤드라인 뉴스


`K-스틸법` 국회 본회의 통과… 대한민국 철강산업 재도약 발판

'K-스틸법' 국회 본회의 통과… 대한민국 철강산업 재도약 발판

침체를 겪는 대한민국 철강산업의 재도약의 발판을 마련할 이른바, ‘K-스틸법’이 27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국가 경제의 탄탄한 동력을 확보하게 됐다. 충청 의원들이 대표 발의한 여러 민생법안들도 국회 문턱을 넘었으며, 여야 갈등의 정점인 국민의힘 추경호 의원 체포동의안도 국회 가결됐다. 국회는 이날 오후 본회의장에서 여야 합의로 상정된 ‘철강산업 경쟁력 강화 및 탄소중립 전환을 위한 특별법안’(K-스틸법)에 대한 표결을 진행한 결과, 재석 의원 255명 중 찬성 245명, 반대 5명, 기권 5명으로 가결했다고 밝혔다. K-스틸..

대전의 자연·휴양 인프라 확장, 일상의 지도를 바꾼다
대전의 자연·휴양 인프라 확장, 일상의 지도를 바꾼다

대전 곳곳에서 진행 중인 환경·휴양 인프라 사업은 단순히 시설 하나가 늘어나는 변화가 아니라, 시민이 도시를 사용하는 방식 전체를 바꿔놓기 시작했다. 조성이 완료된 곳은 이미 동선과 생활 패턴을 바꿔놓고 있고, 앞으로 조성이 진행될 곳은 어떻게 달라질지에 대한 시민들의 인식을 변화시키는 단계에 있다. 도시 전체가 여러 지점에서 동시에 재편되고 있는 셈이다. 갑천호수공원 개장은 그 변화를 가장 먼저 체감할 수 있는 사례다. 기존에는 갑천을 따라 걷는 단순한 산책이 대부분이었다면, 공원 개장 이후에는 시민들이 한 번쯤 들어가 보고 머무..

‘줄어드는 적십자회비’… 시도지사협의회 모금 동참 호소
‘줄어드는 적십자회비’… 시도지사협의회 모금 동참 호소

연말연시 어려운 이웃에게 온정을 나누기 위한 적십자회비가 매년 감소하자, 대한민국시도지사협의회(회장 유정복 인천시장)가 27일 2026년 대국민 모금 동참 공동담화문을 발표했다. 국내외 재난 구호와 취약계층 지원, 긴급 지원 등 도움이 필요한 이웃에 대한 인도주의적 활동에 사용하는 적십자회비는 최근 2022년 427억원에서 2023년 418억원, 2024년 406억원으로 줄었다. 올해도 현재까지 406억원 모금에 그쳤다. 협의회는 공동담화문을 통해 “최근 경제적 어려움으로 인해 적십자회비 모금 참여가 감소하고 있다. 이럴 때일수록..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구세군 자선냄비 모금 채비 ‘완료’ 구세군 자선냄비 모금 채비 ‘완료’

  • 가을비와 바람에 떨어진 낙엽 가을비와 바람에 떨어진 낙엽

  •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행복한 시간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행복한 시간

  • 대전시의회 방문한 호치민시 인민회의 대표단 대전시의회 방문한 호치민시 인민회의 대표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