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즘] 대전형 자치경찰, 청출어람(靑出於藍)이어야

  • 오피니언
  • 프리즘

[프리즘] 대전형 자치경찰, 청출어람(靑出於藍)이어야

이상훈 대전대 경찰학과 교수

  • 승인 2021-05-05 07:36
  • 신가람 기자신가람 기자
사진_이상훈2021
지난달 29일 대전시 초대자치경찰위원회 공식 출범식을 가졌다. 대통령 소속 자치분권위원장과 경찰청장 등 중앙정부를 대표한 인사들이 대전을 방문하여 축하해 주었다. 이번 출범은 특별·광역시 가운데 전국 최초라는 데 의미가 적지 않은 만큼 기대치도 사뭇 높다. '출범(出帆)'이란 배의 출발을 위해 돛을 펼치는 일이다. 바야흐로 육지를 떠나 미지의 세계를 향해 출발하는 것이다. 망망대해에서는 조심스럽지만, 때론 과감하게 나가야 할 필요도 있을 것이다.

준비하는 동안 일부 우려의 목소리도 없지 않았다. 돛을 서둘러 올리려다 보니 자치경찰위원에 여성위원이 한 분도 없다는 비판이 그것이다. '경찰법'은 특정 성(性)이 10분의 6을 초과되지 아니하도록 '노력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어서 법 해석상 강제력은 없다. 하지만 추천권자와 지명·임명권자 모두가 여성위원 영입에 소홀하였다는 비판은 피할 수 없다.



이와 관련해 1996년 제정된 '여성발전기본법'에서 출발한 '양성평등기본법' 제21조는 이를 강행규정으로 두고 있음에 유의해야 한다. 차제에 자치경찰위원회 구성 주체를 다섯 곳으로 하고 각각 추천과 지명을 통해 7명을 임명하도록 한 경찰법 운영에서 여성위원 임명을 담보해 낼 수 있는 보완 입법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다행스러운 것은 대전경찰청이 전국 유일의 여성청장을 두고 있고, 사무국에도 여성과장이 임명되었다는 점이다. 남성으로만 구성된 위원회를 비판한 시의회나 여성단체는 대전자치경찰의 각종 정책에서 여성적 시각이 부족한 게 있는지를 지속해서 검증해 주길 기대한다.

자치경찰위원회는 7월 1일 본격 시행을 앞두고 할 일이 많다. 먼저, 경찰법상 심의·의결기관에 불과한 국가경찰위원회도 월 2회 정기위원회를 두고 운영되는 것을 고려한다면, 자치경찰위원회는 합의제 행정기관이라는 막중한 역할에 비추어 적어도 그 이상의 정기적 운영이 필요하다. 1991년부터 설치된 국가경찰위원회가 2018년 정기위원회 제도 도입을 계기로 월평균 상정 안건 수가 9.2건에서 17.6건으로 2배 가까이 늘어나고 있다는 점도 긍정적 요소이다. 예산을 이유로 위원회의 중요한 심의기능이 형식에 흐르지 않도록 경계해야 한다.



둘째, 경찰인사업무에서 반칙과 특혜가 없도록 엄정해야 한다. 현장 경찰관의 동기부여와 사기관리는 자치경찰제의 성패를 좌우한다. 양성평등 문화를 정착시키고 합리적 인사를 시행하기 위하여 자치경찰위원회 스스로 인사원칙을 세우고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 경찰인사의 평정요소도 미리미리 손보아야 한다. 지구대와 파출소 근무 경찰이 비번에 범인을 잡으러 다니지 않고 예방 순찰과 시민 응대만 잘해도 높은 평가를 받을 수 있도록 하여 경찰조직 분위기를 주민밀착형으로 바꾸어야 한다.

셋째, 치안서비스의 고객인 시민의 소리(VOC)를 경청할 수 있는 다양한 통로를 활짝 열어야 한다. 국가경찰의 성공 경험에 매몰되면 시민들의 넘치는 다양한 생활 치안 수요에 부응하기 어렵다. 현장 경찰의 소리를 듣고 정책 입안에 반영하기 위하여 현장 경찰관으로 구성된 대전청년경찰정책단과 주민 중심의 공동체치안정책단을 운영하는 것도 좋겠다.

무엇보다도 시민 개개인은 물론 시의회, 시민단체가 합리적이고 생산적인 비판을 통해 협업의 손을 맞잡아 주어야 한다. 자치경찰위원회는 경찰의 법 집행을 견제하고 시민을 지켜내는 민주적 기관이 될 때 비로소 그 존재의의가 있다. 공정(公正)을 갈망하는 시대정신과 대전시민의 민주화 의식에 부응하고 현장 경찰이 신명 나게 일할 수 있는 실효성 있는 정책 수립과 투명한 관리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야 한다.

국가경찰에서 자치 경찰로의 이행은 치안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혁신이다. 자치 경찰의 새로운 코드 역시 '혁신'이어야 한다. 과거의 프레임에서 벗어나 자치 경찰사무를 새롭게 해석하려는 노력이 있어야 새로운 희망을 이야기할 수 있다. 청출어람(靑出於藍)이다. 자, 돛을 더 높이 올리자. /이상훈 대전대 경찰학과 교수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환자 목부위 침 시술 한의사, 환자 척수손상 금고형 선고
  2. 대전서 교통사고로 올해 54명 사망…전년대비 2배 증가 대책 추진
  3. 인문정신 속의 정치와 리더십
  4. 위기 미혼한부모 가정에 3000만 원 후원금 전달
  5. 인천 연수구, ‘집회 현수막’ 단속 시행
  1. 대학 라이즈 사업 초광역 개편 가능성에 지역대학 기대·우려 공존
  2. 대전교육청 교육위 행감서도 전국 유일 교권보호전담변호사 부재 지적
  3. 교통사망사고 제로 대전 선포식
  4. "행정수도 세종 완성, 당에서 도와달라"
  5. [썰] 박범계, 검찰 대장동 항소 포기 사태… "득 or 실?"

헤드라인 뉴스


충남도, 보령에 2조원 투입해 도내 3번째 AI 데이터센터 건립

충남도, 보령에 2조원 투입해 도내 3번째 AI 데이터센터 건립

충남 보령에 도내 3번째 AI 데이터센터가 들어선다. 도는 2조 원의 사업비가 투입되는 해당 센터를 통해 전력 절감, 일자리 창출 등의 기대효과가 있을 것이라 내다봤다. 김태흠 지사는 18일 도청 대회의실에서 김동일 보령시장, 김용호 웅천에이아이캠퍼스 대표와 투자협약을 체결했다. 협약에 따르면 웅천에이아이캠퍼스(이하 캠퍼스)는 보령 웅천산업단지 내 10만 3109㎡의 부지에 AI 특화 최첨단 데이터센터를 건립한다. 캠퍼스 측은 민관 협력 프로젝트 파이낸싱(PF)을 구성하고, 내년부터 2029년까지 2조 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데이터..

2025 청양군수배 풋살 최강전 성황리 마무리… `풋살 기량 뽐냈다`
2025 청양군수배 풋살 최강전 성황리 마무리… '풋살 기량 뽐냈다'

'2025 청양군수배 풋살 최강전'이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11월 15~16일 이틀간 충남 청양공설운동장에는 선수들을 향한 환호와 응원으로 떠들썩했고, 전국에서 모인 풋살 동호인들은 신선한 가을 하늘 아래 그동안 갈고닦은 기량을 맘껏 뽐냈다. 중도일보와 청양군체육회가 공동으로 주최·주관하고, 청양군과 청양군의회가 후원한 이번 대회엔 대전, 세종, 충남, 충북 등 충청권 4개 시도를 비롯해 서울, 경기, 대구, 경북, 전북 등 전국 각지에서 선수들과 가족, 지인, 연인 등 2500여 명이 참여해 대회 분위기를 뜨겁게 달궜다. 이날..

김태흠 충남지사 "천안아산에 5만석 규모 돔구장 1조원 들여 추진"
김태흠 충남지사 "천안아산에 5만석 규모 돔구장 1조원 들여 추진"

충남도가 천안아산 지역에 5만석 규모 다목적 돔구장 건설을 추진한다. 도는 돔구장에서 프로야구경기, K-POP공연, 전시 등을 개최해 글로벌 문화 거점지로 도약하겠다는 계획이다. 김태흠 지사는 18일 도청 프레스센터에서 '천안아산 야구+K팝 돔구장' 건립 추진과 관련해 "해당 사업을 통해 천안아산을 인구 150만의 문화도시로 육성하겠다"고 강조했다. 도는 12월부터 돔구장 건립을 위한 부지 선정과 타당성 조사용역을 추진한 후 2027년 예비타당성조사 및 설계를 거쳐 2028년 착공, 2031년 완공하겠다는 계획이다. 천안아산 돔구장..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계절의 색 뽐내는 도심 계절의 색 뽐내는 도심

  • 교통사망사고 제로 대전 선포식 교통사망사고 제로 대전 선포식

  • 2025 청양군수배 풋살 최강전…초등 3~4학년부 4강전 2025 청양군수배 풋살 최강전…초등 3~4학년부 4강전

  • 2025 청양군수배 풋살 최강전…초등 5~6학년부 예선 2025 청양군수배 풋살 최강전…초등 5~6학년부 예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