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광장] 내 남편이 바람을 피웠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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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광장] 내 남편이 바람을 피웠다면

  • 승인 2021-05-26 14:34
  • 신문게재 2021-05-27 18면
  • 이현제 기자이현제 기자
최린아3
최린아 변호사
'여성 변호사'의 특성상 대전과 세종에서 이혼이나 상간자에 대한 손해배상(위자료) 청구 사건을 다수 진행하고 있다. 배우자가 바람을 피웠을 때 상간자에게 법적 책임을 묻기 위한 상대 배우자의 선택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배우자에 대한 이혼 절차(협의이혼이든 재판상 이혼이든)와 함께 상간자에게 위자료를 청구하거나, 이혼은 하지 않고 상간자에 대한 위자료만 청구하거나.



상당수의 피해자들(부정행위를 한 유부남/유부녀의 배우자들)은 자녀를 위해 또는 배우자에게 한 번 더 기회를 주기 위해 가족들이 반대해서 등 다양한 이유로 이혼은 하지 않거나 보류하곤 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간자에 대해서는 법적 책임을 묻고 싶어 하는 경우가 많다.

상간자에게 위자료를 청구하는 경우 손해배상액은 원고(부정행위 피해자)와 피고(상간남, 상간녀)의 나이, 원고와 배우자 사이의 혼인 기간, 배우자와 상간자 사이의 부정행위에 대한 상간자의 가담 정도와 부정행위 기간, 태양, 부정행위로 인해 원고와 배우자 사이의 혼인이 파탄됐는지(이혼에 이르렀는지) 여부 등 제반 사정을 참작해 정해지는데, 대개 이혼한 경우 1000~3000만 원, 이혼하지 않은 경우 500~1500만 원 정도 선에서 책정한다.



피해자가 겪게 되는 정신적 고통에 비하면 턱없이 적은 금액이지만, 법원에서 최종적으로 결정하는 현실의 위자료 시세(?)가 그러하니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간통죄가 폐지되면서 부정행위에 대한 위자료가 증액될 것이라는 예측이 많았으나, 아직까지는 변화가 미미해 보인다.

이혼을 하지 않고 위자료를 청구하는 경우 상간자에게 인정되는 손해배상액은 고작해야 500~1500만 원 정도임에도 불구하고 피해자들이 변호사를 선임해 소송까지 진행하는 이유에는 물론 금전적으로나마 정신적 고통을 위자(慰藉) 받기 위한 것도 있지만, 상간자들에게 잘못을 깨닫게 하고 다시는 같은 잘못을 저지르지 않게 하기 위한 경고적 의미도 큰 것 같다.

피해자들은 어떻게 하면 상간자의 직장 또는 친지들에게 불륜 사실을 알려 상간자에게 사회적 망신을 줄 수 있을지를 고민하기도 하는데, 민형사상 명예훼손이 문제 될 수 있다는 사실을 고지하고 (사내 불륜의 경우) 회사 인사팀에 정식으로 징계를 요구하거나 '부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을 피보전채권으로 상간자의 급여를 가압류하는 등 법의 테두리 안에서 액션을 취할 것을 조언한다.

여기까지가 그간 변호사로서 상간자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를 의뢰받을 때 피해자들에게 했던 루틴 한 조언인데, 피해자들이 이혼은 하지 않기로 결심한 이후에도 어떻게든 상간자 주변 사람들에게 불륜 사실을 알리려고 할 때, 한편으로는 이해가 가면서도 100% 공감하지는 못할 때도 있었던 것 같다. 얼마 전 그 꿈을 꾸기 전까지는.

남편의 여성 직장동료와 남편, 내가 나란히 앉아 저녁식사를 하게 되었는데, 남편이 나보다도 동료를 챙기는 모습에, '사랑에 빠진 사람'의 눈빛과 행동에 당황해 "와이프 옆에 두고 뭐하는 거야, 지금?"하고 자리를 박차고 나왔다. 쿨한 척 그 동료에게 "다음에 봐요"라는 인사까지 하고.

그런데 어두운 바깥으로 나온 후 남편이 날 따라오지도 않고, 그게 아니라고 오해라고 변명조차 하지 않았다는 걸 깨닫게 된 순간 내 마음은 용암이 분출되기 직전의 화산처럼 부글부글 끓기 시작했다. '이 **들 회사에 쫓아가서 시원하게 싸**를 날려?', '회사에 진정을 넣어?' 짧은 순간 오만가지 생각이 들었다.

다시 식당으로 들어가서 남편에게 언제부터냐고 물으니 "이제 시작이다. 어느 순간부터 좋아졌다"고 말하는데, 다른 이성을 좋아한다는 사실 자체보다 그 미안함 없는 당당한 모습에 더 큰 상처를 받았다. 그때 마침 야근 후 피로에 지친 남편이 집에 들어오는 소리에 잠에서 깼고, 현실의 남편은 영문도 모르고 '몹쓸 놈'이 돼 새벽 3시에 한참 동안 꿈속 피해자의 타박을 들어야 했다.

한낱 꿈속에서의 짧은 체험이었지만, 의뢰인들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더 이해하게 됐다. 상간자를 상대로 뭐라도 하지 않으면 그 화에 내가 죽을 것 같은, 어떤 방식의 응징이라도 해야만 내가 숨 쉬고 살 수 있을 것 같은 그 마음을.
최린아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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