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가능한 문화도시 프로젝트] ③철도관사촌과 옛 충남도청사를 둘러싼 논란

  • 문화
  • 문화 일반

[지속가능한 문화도시 프로젝트] ③철도관사촌과 옛 충남도청사를 둘러싼 논란

사라져가는 대전의 근대건축물

  • 승인 2021-08-28 11:53
  • 수정 2021-08-30 13:23
  • 한세화 기자한세화 기자

철도관사촌 F&B기업들 점령...경제논리에 내몰려

등록문화재 지정도 안돼...가치소멸 후 원형복구 불가

옛 충남도청사 과거 임시정부 주둔 ‘역사적 공간’

“시대가치 담아낼 기관 들여야"... 향후 행보 '초미의 관심'

 

 

원도심 활성화는 대다수 지자체의 숙제다. 재개발과 재건축에 따른 신도시 확장으로 나타나는 기존 시가지의 노후 쇠락 등 도심공동화를 방지한다는 명분에 힘이 실리고 범위도 커진다. 하지만 도시의 건물과 도로가 말끔해질수록 그곳을 품었던 역사적 의미들은 빛이 바랜다. 원도심에 밀집해 있는 근대건축물들이 도시개발 회오리 속에서 단단한 생명력을 기약할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근대건축물과 도시재생의 슬기로운 공존을 위해 경제적 가치추구를 넘어 외형은 물론 건축물 내부공간이 지닌 역사적 의미를 되새기는 문화적 고찰이 선행돼야 한다며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최근 활용방안 논의가 한창인 소제동 철도관사촌과 옛 충남도청사도 그렇다.

관사촌-1
소제동 철도관사촌 전경(2015)<출처=한국철도학회>
소제동 '철도관사촌'은 과거 철도 노동자들과 기술자들이 살았던 곳으로 대전이 철도교통 근대도시였음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공간 중 하나다. 당시 대동천 끝자락의 소제호 주변에는 소제와 솔랑이로 불렸던 전통마을이 존재했고, 대전역 동쪽 소제동과 삼성동 일대에 걸쳐 1920년대~1930년대까지 100호 이상 관사가 밀집해 전국에서 가장 큰 규모였다. 동관사와 서관사, 남관사촌 중 현재 동관사촌에 40여 채만 남았다.

원도심 활성화가 본격화하면서 대전역세권 개발과 도시철도 2호선(트램) 대전역 경유 등 호재와 맞물려 철도관사촌도 변화의 바람을 피하지 못했다. 관사촌 일대가 철거되고, 주거형 건물 신축이 가시화되면서 역사 속으로 사라질 위기에 놓였다. 1960년대 초 민간으로 소유권이 넘어간 후 주민들이 떠난 집에는 경제논리를 빠르게 읽어낸 서울발 F&B 기업들이 이름을 내건 카페와 음식점들이 들어섰다.

관사촌-2
소제동 철도관사촌 골목<출처=월간샘터>
문제는 요식업 행위에 따른 내부공간의 변형과 훼손이 심각한 상태에서 경제적 가치를 상실했을 때 이후의 활용방안에 대한 구체적인 해결책이 없다는 것이다. 지역의 중요성을 알고 근거지를 둔 경우와 달리 경제적 가치를 추구하는 입장에서 공간의 유지와 보존 의지까지 요구하기에 현실적인 어려움이 따른다는 것이다. 또 대전시가 지난 5월 소제동 일대 도시재생을 위한 용역 착수보고회를 열고 민관 거버넌스 여론을 담아낸 마스터플랜 수립을 예고했지만, '철도관사로의 기능적 구조형태가 남아 있지 않다'라는 이유로 기대를 모았던 국가등록문화재 선정이 좌초되면서 시 정책 방향성에도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게 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옛충남도청사-1
대전 중구 선화동에 있는 옛 충남도청사<출처=연합>

'옛 충남도청사'를 둘러싼 논란도 뜨겁다. 지난 6월 첫 논의를 시작으로 정권 임기 내 '마지막'을 다짐하며 전문가협의체가 꾸렸지만, 문체부의 인재개발원 건립 구상이 알려지면서 비난여론이 거셌다. 등록문화재(본관건물)가 포함된 부지에 한 기관의 시설물이 들어서는 것 자체가 문화유산 가치 보존 취지와 상반된다는 이유에서다.

과거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상주하면서 국무회의를 주재했던 공간이라는 점에서 역사적 정신과 대전의 정체성을 잘 녹여내야 하며, 이를 형상화할 미술기관 건립이 타당하다는 여론도 적지 않다. 오는 10월까지 두어 차례 논의가 남은 상황에서 개방형 미술품 수장고 조성을 제안하는 시의 염원이 힘을 발휘하기 위해 운영주체인 시의 명확한 입장이 수반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유병우 건축평론가는 "당시 국회개회를 통보했으나 전란 등으로 성원 충족이 어려워지면서 진행되진 못했다"라며 "우리나라 정부가 머물렀던 공간의 정체성을 살려 가치의 훼손이 없어야 하며, 지켜지지 못한다면 역사가 사라지는 것과 같다"라고 강조했다.

이상희 목원대 교수는 "경제적 가치를 우선 추구하다 보면 공간의 유지나 애착이 모자랄 수밖에 없고, 목표치가 떨어진 이후의 행보는 알 수 없는 일"이라며 "소제동 철도관사촌은 근대도시 대전을 표현하기에 가장 적합한 공간으로 재개발에 따른 자리이동 시 외관은 물론 지붕의 재료나 벽재 등 부자재들을 따로 보존할 필요가 있으며, 행정 주관부서 여부와 상관없이 '문화공간' 성격을 간과해선 안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한세화 기자 kcjhsh99@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AI헬스케어부터 전통음식까지… 중소기업들 제품 홍보 '구슬땀'
  2. 국민의힘 대전시당 "이재명 정부, 충청권 철저히 배제"… 이 대통령 방문 전 기자회견
  3. 충남도의회 오인철 의원, 후계농업인 미래 위한 헌신 공로 인정받아
  4. 건양대병원, 전 교직원 대상 헌혈 참여 캠페인 전개
  5. 2025 대한민국 중기박람회 부산서 개막 '전국 중소기업 총출동'
  1. 대전시한의사회, 한국조폐공사와 우즈베키스탄 의료봉사 협약
  2. 이재명 대통령, ‘충청의 마음을 듣다’
  3. 중도일보·대전MBC, 2025년 2분기 '목요언론인클럽 이달의 기자상' 수상
  4. 월드비전, 아산시에 1,000만원 냉방용품비 지원
  5. 동구아름다운복지관, 폭염대비 시원한 여름나기 사업 진행

헤드라인 뉴스


대전 온 李대통령 "대전, 前정부 R&D 예산 삭감에 폭격"

대전 온 李대통령 "대전, 前정부 R&D 예산 삭감에 폭격"

이재명 대통령은 4일 대전컨벤션센터에서 '국민소통 행보, 충청의 마음을 듣다'라는 제목으로 진행된 타운홀미팅에서 "우리가 기억하는 박정희 시대에는 성장을 위해 결국 한 쪽으로 (자원을) 집중할 수밖에 없었다"며 "고도성장기에는 성장을 위한 자원 배분이 한 쪽으로 몰릴 수밖에 없었고, (그 결과) 거의 특권 계급화된 사람들이 생겼다. 이제 이를 근본적으로 바꾸고 균형발전 전략을 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식민지에서 해방된 나라 중 경제성장과 민주화를 이룬 나라는 대한민국밖에 없다"며 "재벌이라고 하는 대기업 군단으로 부작..

[대전 자영업은 처음이지?] 41. 대전 서구 가장동 돼지고기 구이·찜
[대전 자영업은 처음이지?] 41. 대전 서구 가장동 돼지고기 구이·찜

자영업으로 제2의 인생에 도전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정년퇴직을 앞두거나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자신만의 가게를 차리는 소상공인의 길로 접어들기도 한다. 자영업은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음식이나 메뉴 등을 주제로 해야 성공한다는 법칙이 있다. 무엇이든 한 가지에 몰두해 질리도록 파악하고 있어야 소비자에게 선택받기 때문이다. 자영업은 포화상태인 레드오션으로 불린다. 그러나 위치와 입지 등을 세밀하게 분석하고, 아이템을 선정하면 성공의 가능성은 충분하다. 이에 중도일보는 자영업 시작의 첫 단추를 올바르게 끼울 수 있도록 대전의 주요 상권..

트로트 신동 김태웅, 대전의 자랑으로 떠오르다
트로트 신동 김태웅, 대전의 자랑으로 떠오르다

요즘 대전에서, 아니 대한민국에서 가장 잘 나가는 초등생이 있다. 청아하고 구성진 트로트 메들리로 대중의 귀를 사로잡고 있는 대전의 트로트 신동 김태웅(10·대전 석교초 4) 군이다. 김 군이 대중에게 얼굴을 알린 건 2년 전 'KBS 전국노래자랑 대전 동구 편'에 출연하면서부터다. 당시 김 군은 '님이어'라는 노래로 인기상을 받으며 관객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공중파 TV를 통해 강렬한 인상을 남긴 김 군은 이후 케이블 예능 프로 '신동 가요제'에 출연해 화제를 모았다. 김 군은 이 무대에서 '엄마꽃'이라는 노래를 애절하게 불러 패..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이재명 대통령, ‘충청의 마음을 듣다’ 이재명 대통령, ‘충청의 마음을 듣다’

  • 취약계층을 위한 정성 가득 삼계탕 취약계층을 위한 정성 가득 삼계탕

  • 대통령 기자회견 시청하는 상인들 대통령 기자회견 시청하는 상인들

  • 의정활동 체험 ‘재미있어요’ 의정활동 체험 ‘재미있어요’

모바일 버전으로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