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기 그곳] 한국에도 사막이?…영화 최종병기 활 그곳 ‘태안 신두리 해안사구’

[거기 그곳] 한국에도 사막이?…영화 최종병기 활 그곳 ‘태안 신두리 해안사구’

  • 승인 2021-10-23 00:01
  • 박솔이 기자박솔이 기자
거기그곳 컷
중도일보는 매주 대전·충남·세종 지역의 드라마·영화 속 장소들을 소개하는 ‘거기 그곳’을 연재합니다. 촬영지로써의 매력, TV 속 색다른 모습의 장소들을 돌아보며 무심코 지나쳤던 ‘그곳’을 다시 한 번 만날 수 있도록 이야기를 담을 예정입니다. <편집자주>

최종병기활 포스터
영화 '최종병기 활' 포스터/제공=네이버 영화

한반도는 삼면이 바다다. 서·남해안은 ‘까만 진주’를 품고 있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블랙펄 ‘갯벌’이 그것이다.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한국의 4대 갯벌은 충남 서천, 전북 고창, 전남 보성과 순천의 갯벌을 묶은 것을 칭한다. 바다가 가깝다 보니 뻘(갯벗을 짧게 부르는말)도, 뻘에서 자란 식재료도 그저 친숙하다. 그중 서해안은 까만 진주 외에도 다른 보물을 품고 있다. 바로 ‘사막’이다. 

 

 ‘서해안의 기적’이라고 불리며 전 국민의 손길로 석유 오물을 벗겨낸 충남 태안군 앞바다에서 찾을 수 있다. 보물의 이름은 ‘신두리 해안사구’다. 영화 ‘마더(2009)’, ‘최종병기 활(2011)’의 촬영 로케이션으로 뽑힌 곳이다.  
최종병기활 박해일 단독
영화 '최종병기 활' 스틸컷/제공=네이버 영화

영화 최종병기 활은 병자호란을 배경으로 조선 최고의 신궁이 청나라 부대에 잡혀간 누이를 구하기 위해 벌이는 조선판 액션 영화다. 주인공 박해일(남이 역)은 조선에서 제일로 활을 잘 다루는 신궁이다. 그중에서도 촉이 긴 ‘장전’ 보다 짧은 ‘편전’을 사용해 조총에 못지않은 위력을 보였다. 청나라 부대를 유인해 백두산 호랑이를 맞닥뜨렸을 때도 오로지 활로 족히 몸의 4배가 넘어 보이는 들짐승을 눕힐 정도니 가히 조선 최고의 신궁답다. 

 

신두리해안사구 (1)
천연기념물 제431호 충남 태안군 신두리 해안사구/제공=게티이미지뱅크코리아

영화의 시대상은 조선. 회색 빌딩 숲이 우거진 현대사회에서 촬영은 어렵다. 촬영의 주된 장면에 활을 쏘는 액션이 많이 들어가기 때문에 넓은 공간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상황. 행여 잘못 발사된 활을 맞을 우려도 있어 로케이션 선정은 머리가 쥐가 날 정도였다고. 영화 제작진은 국내 로케이션을 물색 중 태안 신두리 해안사구를 접했다. 광활한 대지, 장애물 없는 넓은 공간, 조선 시대라 해도 믿을 만큼의 자연 그대로의 환경까지 완벽했다. 

 

 하지만 문제는 다른 곳에서 발생했다. 태안 신두리 해안사구는 2001년 11월 30일에 지정된 제431호 천연기념물로 촬영 허가를 받는 것이 순탄치 않았다. 당시 엔딩 장면 촬영을 앞둔 제작진은 태안군청을 비롯해 천연기념물 지정 및 관리를 맡은 당시 정부 부처 국토해양부, 문화재청, 지역 환경단체 등의 협의를 이끌어야 했다. 수없이 많은 시도 끝에 촬영 허가를 받아냈고 최고의 장면으로 뽑히는 엔딩 장면을 필름에 담을 수 있었다.

최종병기활 태안사구 기마씬
영화 '최종병기 활' 스틸컷/제공=네이버 영화

 엔딩으로 치닫는 영화는 청나라 기마 병사 류승룡(쥬신타 역)이 병사들을 이끌고 벌판을 내달리는 박해일을 추격하는 내용으로 이어진다. 보는 사람 손에 땀이 나는 추격전의 연출은 태안 신두리 해안사구에서 탄생했다.

 

 한국에서 만날 수 있는 작은 사막, 해안사구는 바닷바람으로 만들어진 모래 언덕이다. 해변을 따라 길이 약 3.4km, 너비 500m~1.3km로 형성돼있다. 그중 원형이 비교적 잘 보존된 북쪽 일부분이 천연기념물로 지정, 본격적으로 알려지게 되면서 관광객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영화가 스크린 오프 된 이후로 10년이 지난 지금도 관광객들의 사랑을 받는 이유는 따로 있다. 단순히 사막 언덕 구경으로만 끝나지 않는 점이 이유다. 바닷바람을 따라 고운 모래 입자가 살랑살랑 물결을 일으키자 마치 작은 중동에 온 것 같은 착각마저 들게 한다. 

해안사구1
천연기념물 제431호 충남 태안군 신두리 해안사구/제공=게티이미지뱅크코리아
사막 위로 만들어진 산책로는 크게 두 가지 코스로 나눠 걸을 수 있다. 모래 언덕을 중심으로 돌거나, 고라니 동산을 둘레길 삼아 넓게 산책하는 코스가 있다. 산책로는 눈에 거슬리는 건물 하나 없이 미세먼지, 네온사인으로 찌푸린 눈가를 펴준다. 모래 위 나무데크를 따라 걷다  보면 모래 언덕을 뒤로 펼쳐진 바다, 그리고 가을 하늘이 펼쳐진다. 액자 없는 풍경화가 펼쳐진 셈이다. 군데군데 보이는 낮은 수풀들이 어우러져 보는 맛도 쏠쏠하다. 고운 모래 알갱이는 한 줌 줍기가 무섭게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간다. 그 촉감마저 너무 오랜만이라 마치 소꿉장난을 하는 듯 착각이 든다. 신두리 해안사구를 걷다 보면 곰솔 생태숲을 만날 수 있다. 소나무 군락을 사이로 피톤치드를 온몸으로 느낄 수 있어 또 다른 자연 치유를 선물을 받을 수 있다. 바다, 모래 언덕 그리고 소나무 군락까지. 선선한 가을바람에 맨발로 걷고 싶어지는 기분이다. 태안 신두리 해안사구는 3월부터 10월까지 오전 9시~오후 6시, 11월부터 2월까지는 오전 9시~오후 5시까지 개방된다. /박솔이 편집부 기자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천안 쌍용동 아파트서 층간소음 문제로 살인사건 발생
  2. 교실 CCTV 설치 근거 생길까… 법사위 심의 앞두고 교원단체 반발
  3. '대량 실직 위기'…KB국민카드 대전 신용상담센터 노동자 150여 명 불안 확산
  4. 어깨·허리 부상 잦은 소방공무원에게 물리치료사협회 '도움손'
  5. 대전교육청 공무직 4일 총파업… 94개 학교 급식 차질
  1. "역대 최대 1조 2천억 확보" 김해시, 미래 성장동력·안전망 구축 탄력
  2. 동구 정다운어르신복지관, 2025년 '정담은 김장나눔'
  3. 4일 밤사이 세종·충남 1~5㎝ 적설 예고
  4. 대덕구노인종합복지관, 김장김치 나눔 행사
  5. [2026학년도 수능 채점] 입시 전문가들이 말하는 정시 전략

헤드라인 뉴스


대전·충남 행정통합 탄력받나… 李대통령 "모범적 통합" 언급

대전·충남 행정통합 탄력받나… 李대통령 "모범적 통합" 언급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이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대전·충남 행정통합에 대해 긍정적으로 언급하면서다. 김태흠 충남지사와 이장우 대전시장은 이 대통령의 긍정적 반응에 대해 환영의 뜻을 밝히며 행정통합 법안 처리에 적극적으로 나서줄 것을 요청했다. 이 대통령은 5일 충남 천안 한국기술교육대학교에서 '첨단산업의 심장, 충남의 미래를 설계하다'라는 주제로 열린 타운홀미팅에서 '5극 3특' 체제를 거론하며 "지역 연합이 나름대로 조금씩 진척되는 것 같다"면서도 "협의하고 협조하는 수준이 아니라 대규모로 통합하는 게 좋다고 생..

충남도, 당진에 2조 원 규모 `AI데이터센터` 유치
충남도, 당진에 2조 원 규모 'AI데이터센터' 유치

충남도가 2조 원 규모 AI데이터센터를 유치했다. 김태흠 지사는 4일 도청 대회의실에서 오성환 당진시장, 안병철 지엔씨에너지 대표이사, 정영훈 디씨코리아 대표이사와 당진 AI데이터센터 건립을 위한 투자협약을 체결했다. 협약에 따르면, 지엔씨에너지는 당진 석문국가산업단지 내 3만 3673㎡(1만 평) 부지에 건축연면적 7만 2885㎡ 규모로 AI데이터센터를 건립한다. 이를 위해 지엔씨에너지는 디씨코리아 등과 특수목적법인(SPC)을 구성하고, 2031년까지 2조 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지엔씨에너지는 이와 함께 200여 명의 신규 고용..

11월 전국 민간아파트 평당 분양가 2797만 원 달해
11월 전국 민간아파트 평당 분양가 2797만 원 달해

전국 민간아파트 ㎡당 평균 분양가가 사상 처음으로 800만원을 넘어섰다. 평당(3.3㎡) 분양가로 환산하면 2797만 원에 달했다. 5일 리얼하우스가 청약홈 자료를 분석한 결과, 11월 전국 민간아파트 ㎡당 평균 분양가격은 827만 원이다. 관련 통계를 작성한 이후 최고치로 1년 새 6.85% 올랐다. 전국 ㎡ 당 분양가는 지난 2021년 530만 원에서 2023년 660만 원으로 오른 데 이어 2024년에는 750만 원까지 치솟았다. 올해 들어 상승 흐름은 더 빨라져 9월 778만 원, 10월 798만 원, 11월 827만 원으로..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충남의 마음을 듣다’ 참석한 이재명 대통령 ‘충남의 마음을 듣다’ 참석한 이재명 대통령

  • 2026학년도 수능 성적표 배부…지원 가능한 대학은? 2026학년도 수능 성적표 배부…지원 가능한 대학은?

  • ‘추울 땐 족욕이 딱’ ‘추울 땐 족욕이 딱’

  • 12·3 비상계엄 1년…‘내란세력들을 외환죄로 처벌하라’ 12·3 비상계엄 1년…‘내란세력들을 외환죄로 처벌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