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간의 취재 기록-27] 성우향 명창의 '가야금병창’ 희귀음반 발견…70년 소리인생 첫 병창곡

[10년간의 취재 기록-27] 성우향 명창의 '가야금병창’ 희귀음반 발견…70년 소리인생 첫 병창곡

동서편·중고제 중요 인물 성우향, 1976년 영월노래 모음 LP음반서 단가 ‘영월팔경’ 불러
성우향, 기존 단가 아닌 작창으로 부른 영월팔경 높은 가치…‘학계 주목’
노재명 국악학자, “성우향 폭넓은 소리 활동, 다시 짚어봐야”

  • 승인 2021-11-01 11:14
  • 수정 2021-11-01 13:55
  • 손도언 기자손도언 기자
27편_사진3영월음반
1976년에 '영월문화원 설립 20주년 기념'으로 제작된 성우향 명창의 단가 '영월팔경' LP음반 앞·뒷표지. <국악음반박물관·영월문화원 제공>
국가무형문화재 제5호 판소리 예능보유자 성우향(成又香·본명 성판례·1933~2014년) 명창의 희귀음반이 발견됐다. 이 희귀음반의 발견으로 성 명창과 관련한 '소리 인생길' 연구가 크게 탄력을 받게 됐다. 국악계는 성 명창의 '소리 역사'도 다시 되짚어 봐야한다고 보고 있다.

무엇보다 성 명창의 폭넓은 소리 활동 가운데 알려지지 않았던 역사가 밝혀졌다는 점에서 매우 소중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성 명창은 판소리 동편제·서편제뿐 아니라 중고제와 관련해서도 매우 중요한 인물로 평가되고 있다.

그의 스승은 정응민 명창이다. 정응민 명창은 현재 가장 왕성하게 전승되고 있는 판소리 '보성소리'의 시조이자 거장으로 일컬어지는 인물이다.

노재명 국악학자의 저서, '동편제 심청가 흔적을 찾아서(2021년)'에 따르면 정응민 명창의 첫 스승은 중고제 거장 이동백 명창이다. 전라도 소리인 '보성소리' 곳곳에서 동·서편제뿐 아니라 중고제 창법도 강하게 나타난다. 그래서 정응민 명창의 수제자인 성우향 명창은 중고제 측면에서 볼 때 주목되는 인물이다.

7인치 싱글로 제작된 LP음반 한 장이 최근 경매시장을 통해 나왔다. 국악음반박물관 노재명 관장이 이 음반을 낙찰 받았다. 이 LP음반의 경우 표지 뒷면은 소실된 채 발견됐다.

음반 알판과 표지 앞면으로만 본 이 LP는 어떤 내용을 담고 있을까. 본보는 지난달 28일 서울에 거주 중인 노 관장을 만나 음반 등을 직접 확인했다.

먼저 음반의 제목은 '향토노래모음'이다. 이 LP음반은 1976년 9월 18일 강원도 영월군이 '영월문화원 설립 20주년 기념'으로 발행하고 대한음반이 제작했다.

27편_사진1노재명손도언
국악음반박물관 노재명 관장(왼쪽)이 지난달 28일 서울시 성동구의 한 찻집에서 성우향 명창의 1976년 단가 '영월팔경' LP음반에 대해 본지 손도언 기자에게 설명하는 모습. 제천=손도언 기자 k-55son@

LP음반의 구성은 이렇다. LP음반 앞면(1면)은 합창 '영월의 노래'(한상일 등 노래)와 시조 '자규시'(김월하 시창), 뒷면(2면)은 대중가요 '두견새 우는 청령포'(심수경 노래)와 단가 '영월팔경'(성우향 가야금병창) 녹음이 담겨있다. 여기서 주목할 만한 제목은 '영월팔경'이다. 노 관장의 말을 종합하면 성 명창이 '영월팔경'을 단가로 불렀다. 단가는 5분여 짜리인데, 특이한 점은 판소리 고수가 아닌 가야금과 장고 반주로 돼 있다는 점이다.

노 학자는 이 음반의 음성과 표지 앞면 기록만으로 성 명창의 육성을 1차로 밝혔다. 음반 알판 표면과 표지 앞면에는 취입자 이름이 적혀있지 않았고, 표지 뒷면이 없는 상태에서 녹음만 듣고 이를 고증해낸 것이다.

노 학자의 1차 분석 결과는 놀라웠다. 우선 이 단가의 반주를 장고와 가야금이 담당했다는 것이 특이하다. 무엇보다 성 명창이 기존 단가(강상풍월·진국명산 등)를 부르지 않고 새로 작창한 소리를 녹음했다는 점도 이색적이다.

 

그렇다면 이 단가의 작사는 누가 했을까. 노 학자가 풀어야할 과제였다. 이 LP음반의 표지 뒷면만 있다면 이러한 미스터리는 풀릴 것이다. 노 관장은 이 LP음반의 표지 뒷면 찾기에 나섰다. 추적 결과 강원도 영월군 영월문화원이 이 LP음반의 뒷 표지까지 포함, 온전하게 보존하고 있었다. 이 희귀음반은 지금까지 확인된 바로는 국악음반박물관(표지의 경우 앞면만)과 영월문화원(표지의 경우 앞·뒷면 모두)에만 소장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로써 성 명창의 단가 '영월팔경'의 미스터리는 노 관장의 2차 분석에 의해 풀리기 시작했고, 궁금증을 불러왔던 퍼즐도 완성됐다. 노 관장은 1차 분석에서 이 단가의 작사가를 당시 영월문화원장이나 지역의 지식인이 맡았을 가능성이 있다고 추측했다. 그의 예상은 정확했다. 노 관장은 이 음반의 뒷 표지를 추적해 '영월팔경'의 작사자가 안학모 초대 영월문화원장으로 기록돼 있었다는 것을 확인했다. 또 이 단가에서 황득주 가야금 연주자가 장고로 반주했다는 것도 밝혀냈다 단가는 판소리를 시작하기 전에 목을 풀 목적으로 부르는 짧은 소리다. 단가 '영월팔경'은 "聖王(성왕)이 버리시니~"로 시작되는데, 영월의 여덟 명승지를 유람하는 내용으로 돼 있다. 성 명창이 한창 전성기 무렵인 44세 때 녹음한 것이다.  

 

27편_사진2성우향 가야금
판소리 인간문화재 성우향 명창의 가야금 연주 장면. 성우향 명창은 1960년쯤에 성금연 명인에게 가야금산조를 배웠다. <국악음반박물관 제공>

성 명창이 가야금병창으로 소리한 음반은 그의 소리 인생에서 유일무이하다는 게 '판소리 명창 성우향'(1998년)의 저자인 노재명 관장의 설명이다.

노 관장은 "1차 분석 당시, 성 명창이 단가를 부르고 장고와 가야금 반주자들이 함께 녹음한 것으로 봤다"며 "그런데 음반 뒷 표지를 추가로 추적해 보니, 성 명창이 직접 가야금까지 반주하며 가야금병창으로 '영월팔경'을 불렀다"고 말했다.

노 관장은 이어 "성 명창은 생전에 '진국명산'이나 '강상풍월' 등 스승에게서 배운 단가를 즐겨 불렀다"며 "'영월팔경'의 경우 성 명창 본인이 작창을 해서 부른 것으로 보이는데 만일 그렇다면 이 '영월팔경'은 성 명창이 작곡해서 남긴 유일한 단가 녹음"이라고 강조했다.

남해웅 국립창극단 단원(성우향 명창 제자)은 "성우향 선생님이 산 공부 시절, 가야금을 타는 것을 종종 봐 왔다"며 "그런데, 가야금병창으로 소리했다는 것은 처음 들었고, 또 음반으로 기록을 남겼다는 것 역시, 매우 놀랍다"고 말했다.

조동언 판소리 명창(성우향 명창 제자)은 "성우향 선생님과 관련한 연구를 지속적으로 해 왔는데, 이런 이야기(성우향 가야금병창)는 처음 들어봤다"며 "매우 가치있는 음반"이라고 강조했다.

영월문화원 나명길 사무국장은 "단종의 시신을 수습한 엄흥도 초상화도 인지도가 가장 높았던 운보 김기창 화백이 그렸다"며 "음반에 담긴 단가 '영월팔경' 역시 당시 최고의 명창에게 위촉해 녹음했으리라 생각된다"고 말했다.

성 명창은 1972년 심청가, 1974년 춘향가, 1976년 심청가, 1977년 흥보가를 완창했다. 이때가 그의 최고 전성기였고 이러한 완창 활동은 당시 주요 언론에 대서특필됐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성 명창은 1976년 '영월팔경'을 취입하게 된 것이다.

성 명창은 전남 화순 출신이다. 그는 당대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었던 명창으로 평가받는다. 그는 2014년 5월 1일 새벽 3시쯤 노환으로 별세했다.

큰 별이 지고 7년이 흐른 현재. 그의 거대한 판소리 업적이 안타깝게도 조금씩 잊혀지고 있지만 그의 '판소리 성음과 공력 가치' 만큼은 판소리계에서 여전히 높게 평가되고 있다. /제천=손도언 기자 k-55son@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대전시 공무원 숨진 채 발견..."건물서 추락 추정"
  2. '중수청·공소청·경찰청·통일부·외교부'도 세종행 초읽기
  3. 세종 장기초 특별한 요가 행사… "더욱 가까워졌어요'
  4. 지거국 경쟁률·합격선 동반 상승…'빅3 선도대학' 충남대, 2027 대입 변수 되나
  5. 안면도부터 제천까지… 개청 전부터 대전중수청 ‘수사범위 딜레마’
  1. “대전 안전재난문자, ‘주의하세요’ 넘어 구체적 정보 담아야”
  2. [2026 기초기본캠페인] “읽는 힘이 학습의 출발”…대전교육청, 초등 문해력 지원 촘촘히
  3. 충남대, BK21 대학원혁신평가 최상위권…연차평가 상승세
  4. 목원대 이희학 총장 취임…‘72년 전통에 AI 더한’ 비전 2030 제시
  5. [2027 수시로 간다-대학의 색, 미래의 선택] 한남대 ‘전통’ 넘어 첨단산업·글로벌 대학으로

헤드라인 뉴스


2차 공공기관 이전안 4분기 윤곽… 세종 유치 가능성은?

2차 공공기관 이전안 4분기 윤곽… 세종 유치 가능성은?

정부가 2027년 공공기관 2차 이전을 추진하기로 하면서, 세종시도 행정수도 기능 강화를 뒷받침할 공공기관 이전 대상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올 4분기 내 발표가 예고된 공공기관 이전은 혁신도시를 중심으로 이뤄질 전망이지만, 43개 중앙행정기관과 16개 국책연구기관을 품고 있는 세종으로선 이전 연계 시너지를 기대하고 있다. 시는 현재 입주한 공공기관 26곳에 더해 기관 간 집적화 시너지를 극대화할 수 있는 유치 전략을 검토하며 실무 작업에 힘을 쏟고 있다. 이에 따라 향후 어떤 기관들이 세종에 추가로 자리 잡을지 주목된다. 3일 세..

전세 밀어내는 월세… 충청권 아파트도 ‘월세화’ 가속
전세 밀어내는 월세… 충청권 아파트도 ‘월세화’ 가속

주택 임대차 시장의 '전세의 월세화'가 수도권을 넘어 충청권을 비롯한 지방으로 빠르게 번지고 있다. 원룸이나 빌라 등 비아파트에서 주로 나타났던 월세 중심의 임대차 구조가 아파트까지 확산하는 모습이다. 충청권에서는 대전과 충남·북의 아파트 월세 거래가 이미 전세를 넘어섰다. 전세 물량이 줄어드는 가운데 대출 규제와 금리 부담까지 겹치면서 목돈이 필요한 전세 대신 월세나 반전세를 선택하는 수요가 늘어난 영향으로 풀이된다. 3일 부동산업계 등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아파트 전월세 거래 114만 7423건 중 월세는 53만9028건으로 4..

`중수청·공소청·경찰청·통일부·외교부`도 세종행 초읽기
'중수청·공소청·경찰청·통일부·외교부'도 세종행 초읽기

법무부와 성평등가족부의 세종시 우선 이전에 이어 통일부와 외교부도 2029년과 2033년 세종 대통령실·국회의사당 완공 시점 사이에 추가 이전 대상에 오른다. 행정안전부 소속 중대범죄수사청(6대 범죄)과 경찰청, 법무부 소속 공소청(공소·영장 청구) 역시 행정수도 완성 취지에 따라 세종시에서 신청사를 연다. 앞서 언급한 '법무부·성평등부' 아전 관련 기사는 본보의 해당 기사 링크()를 통해 확인 가능하다. 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은 3일 오전 11시 정부서울청사에서 행정·공공기관 이전 및 공공기관 기능개혁 관련 기자회견을 갖고, 이..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운동하기 딱 좋은 날씨네’ ‘운동하기 딱 좋은 날씨네’

  • ‘자전거 안전하게 탑시다’ ‘자전거 안전하게 탑시다’

  • 추석 앞두고 벌초 한창인 국립대전현충원 추석 앞두고 벌초 한창인 국립대전현충원

  • 수능 전 마지막 모의평가…집중하는 수험생들 수능 전 마지막 모의평가…집중하는 수험생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