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랑올랑 새책] 아래로부터의 역사, 다시 읽기

  • 문화
  • 문화/출판

[올랑올랑 새책] 아래로부터의 역사, 다시 읽기

대서양의 무법자, 흔들림없는 역사 인식

  • 승인 2021-12-01 13:53
  • 오희룡 기자오희룡 기자
책2
우리가 알고 있는 역사 대부분은 승자의 역사다. 권력자의 역사이기도 하고, 주류의 역사이기도 하다.

그래서 우리가 알고 있는 세계사는 늘 유럽중심의 역사였으며, 귀족 중심의 정복의 역사다.

하지만 그 시절 민중의 삶은 계속됐고, 육지가 아닌 바다위에서의 시간도 여전히 흘렀다.

그동안 우리가 배웠던 지난 시간을 한 발치 비켜 다른 시각으로 본 두 권의 역사서가 나왔다.



그동안 그저 미학적이고 감성적인 관조의 공간이었던 바다를 역사의 중심으로 놓은 '대서양의 무법자'(마커스 레디커 지음, 박지순 옮김, 갈무리 펴냄, 304쪽)가 유럽 중심의 역사에서 시각을 돌려 혁명과 노예제도의 폐지와 같은 역사적 변곡점이 선원에게 비롯됐다고 주장하고 있다면, '흔들림 없는 역사 인식'은 (다카자네 야스노리 지음, 전은옥 옮김, 삶창 펴냄, 288쪽) 일본의 패망과 함께 묻혀버린 조선인 원폭 피해자에 대한 일본 지식층의 시각에 통해 우리의 역사 역시 주류 중심으로 이뤄져 왔음을 날카롭게 지적한다.





▲그들의 생존법, 그들의 역사....대서양의 무법자='대서양의 무법자'는 그동안 해군대장, 상인, 국민 국가의 중심의 육지중심주의 관점이 아닌 선원과 노예, 계약하인, 해적, 그리고 다른 여러 무법자의 시점에서 17세기 후반에서 19세기 후반까지의 해상 모험세계를 담고 있다. 저자 마커스 레이커는 소위 무법자들로 불리는 이 다민족 부대가 미국 혁명의 원동력이자, 노예 해방에 영향을 미쳤다고 주장한다.

그동안 육지 중심의 역사에서 바다는 그저 '텅 빈 공간'이자 '미학적 공간으로서'의 아무것도 없는 공간으로 인식해 왔다면 저자는 런던항의 선원들이 임금삭감에 대한 집단 항의의 표시로 함선에서 함선으로 옮겨 다니며 돛을 내린 것(strike)이 '파업'의 탄생이었으며, 심해 범선의 선원들이 전 세계적 의사소통의 매개체라고 봤다. 또 이 다민족선원이 대서양과 카리브해를 누비며 대서양 전역에서 민주주의와 평등적 사고를 형성하고, 아메리카 혁명과 노예제도의 폐지에도 크게 기여했다고 말한다.

아래로부터의 역사적 관점에서 세계사를 써나가고 있는 레이커는 선원이 단순히 하급 계층이 아니라 세계 역사의 매개체로 보고, 철학과 정치적 사고, 역사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데 초점을 맞췄다.



▲잊혀진 그들....흔들림없는 역사 인식=일본 지식인의 양심으로 한일 과거사를 주장해왔던 다카자네 야스노리의 유고집이 발간됐다. 다카자네는 생전 "일본인 피폭자는 침략 전쟁을 자행한 국가의 국민이라는 입장을 비껴갈수 없지만, 조선인 피폭자는 아무런 전쟁책임도 없는데 원폭 지옥에까지 내던져진 완전한 피해자"라고 말해왔다.

일본의 양심으로 불리는 다카자네는 조선인의 원폭피해는 강제연행으로 인한 결과였음을 거듭 지적하고, 강제연행과 원폭 피해 문제에만 국한하지 않고 조선인 위안부 문제와 일제가 저지른 난징 대학살 등의 일본의 몰역사적인 태도를 비판한다.

2017년 고인이 된 다카자테가 발표한 논문들과 짧은글, 일생의 작업이라 할수 있는 조선인, 중국인 강제 연행 등의 생전 다카자네의 글들을 담았다.

해방후 제대로된 일본 흔적 지우기도 없었지만, 독립운동가나 강제 동원에 대한 조명도 없었던 우리에게 일본인 양심의 울림이 큰 이유다.
오희룡 기자 huily@



*'올랑올랑'은 '가슴이 설레서 두근거린다'는 뜻의 순 우리말입니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충남 제9회 환황해 포럼 개최… 김태흠 "국제 지방정부 연합체 창설 제안"
  2. 대전 골령골 발굴유해서 첫 신원확인… 4·3사건 김한홍씨
  3. 대전시-자치구, 청소년복지시설 담당 주체 놓고 신경전 ‘팽팽’
  4. 공공협업네트워크, 지역 축산물 공동 구매 캠페인 전개
  5. ‘보름달처럼 풍성한 추석 보내세요’
  1. '과학기술 R&D 삭감' 미래 연구세대 1200명 사라질 위기 놓여
  2. 심사평가원 박인기, 공진선 상임이사 직무청렴계약 체결
  3. 세종시의회 민주당 의원, 북한이탈주민 생활 지원 성금 전달
  4. 추석맞이 사랑나눔 후원물품 전달식
  5. '홍키호테' 홍경석 작가의 첫 장편소설 '평행선' 출간

헤드라인 뉴스


정부 램프 지원대학 8곳 선정… 이번에도 충청권 몫 없었다

정부 램프 지원대학 8곳 선정… 이번에도 충청권 몫 없었다

정부가 26일 선정한 램프(LAMP) 지원대학 공모사업에 충청권의 몫은 이번에도 없었다. 특히 대전·충남지역에선 윤석열 정부의 영남권 몰아주기가 선을 넘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교육부와 한국연구재단은 이날 램프사업 신규 지원대학 예비선정 결과를 발표했다. 올해 신규로 추진하는 램프사업은 대학이 기초과학 분야의 새로운 지식 창출 중심지로 거듭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골자로, 대학 1곳당 최대 5년간 140억원을 지원하는 대규모 사업이다. 대학들은 기초과학 10개 분야 중 1개 분야를 선택해, 학과·전공 칸막이가 없는 '테마' 중심의..

대전 공공자전거 ‘타슈2’ 특정 대여소 쏠림현상 해결되나
대전 공공자전거 ‘타슈2’ 특정 대여소 쏠림현상 해결되나

대전시가 26일 일류 자전거 도시 실현을 위해 공용자전거 ‘타슈2’의 일부 대여소 쏠림 현상을 완화하고 사적 이용 등 위반행위에 강력 대처하기로 했다. 이장우 대전시장은 26일 시청 2층 기자회견실에서 열린 시정브리핑을 통해 "시민 요구에 부응하는 자전거 정책을 추진해 일류 교통도시 대전을 건설해 나가겠다"며 일류 자전거 도시 조성을 위한 4개년 계획을 발표했다. 4개년 계획의 골자는 공영자전거 타슈2를 활용할 자전거 인프라 구축과 다양한 시민 참여 콘텐츠를 선보이는 것으로, 타슈 시즌2 도입 이후 폭발적으로 증가한 시민 수요에 부..

긴 추석 연휴 마음도 힐링하자… 대전에서 볼만한 전시는?
긴 추석 연휴 마음도 힐링하자… 대전에서 볼만한 전시는?

추석 연휴가 코앞으로 다가왔다. 장장 6일이다. 사랑하는 사람들과 단란한 시간을 보내기에도, 바쁜 일상에서 벗어나 숨을 고르기에도 충분한 시간이다. 연휴기간 뱃속 든든한 하루를 보내고, 산책하듯 나와 전시장을 가보는 것은 어떨까. 허기진 마음도 채워줄 수 있는 문화예술 전시가 풍성하게 열리고 있다 <편집자 주>◆ '이건희 컬렉션' 아직 못 봤다면 '주목'=대전시립미술관은 10월 1일까지 '이건희컬렉션 신화가 된 화가' 전시를 개최한다. 국립현대미술관 협력망 사업의 일환으로 고(故) 이건희 삼성 회장이 국현에 기증한 1488점 중 한..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넉넉한 한가위 되세요’…이주민 가족들의 추석 인사 ‘넉넉한 한가위 되세요’…이주민 가족들의 추석 인사

  • 추석 앞 농특산물 직거래장터 ‘북적’ 추석 앞 농특산물 직거래장터 ‘북적’

  • 추석 손님 기다리는 과일 상자 추석 손님 기다리는 과일 상자

  • ‘보름달처럼 풍성한 추석 보내세요’ ‘보름달처럼 풍성한 추석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