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생의 시네레터] 상상의 시공간 속 욕망과 투쟁 '듄'

  • 오피니언
  • 김선생의 시네레터

[김선생의 시네레터] 상상의 시공간 속 욕망과 투쟁 '듄'

김대중(영화평론가/영화학박사

  • 승인 2021-12-02 14:21
  • 신문게재 2021-12-03 9면
  • 오희룡 기자오희룡 기자
듄 (1)
시간은 지금부터 8천 년 뒤인 1만 년 대, 공간은 지구가 아닌 외계 행성. 우리는 이것을 경험하지 않았습니다. 상상의 시공간입니다. 그런데 거기 사람이 삽니다. 물론 사람 아닌 존재도 나옵니다. 그런데 그토록 오랜 시간이 흐르고, 그토록 익숙하지 않은 행성이건만(적어도 우리가 사는 태양계가 아닌 것은 틀림없음), 어쩌면 그렇게 사람들은 생김새나 하는 짓이 우리들과 같은지. 남의 부인을 사랑해서 아들을 낳고, 세력을 키우기 위해 다른 세력과 연합하기도 합니다. 오랜 세월 인류가 투쟁해서 얻은 자유나 민주주의 같은 것은 간데없고, 황제가 다스리는 세계에 제후국이 있고, 우주선이 방향을 잡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물질을 얻기 위해 무자비한 폭력을 행사하기도 합니다.

그리스 신화가 생각납니다. 신들이 사랑도 하고, 질투도 하고, 아이도 낳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미래 시대의 사람들인지라 신화 속 존재들처럼 현재 우리보다는 뛰어난 초능력이나 예지력을 지니기도 합니다. 그런데 거기 기독교의 메시야를 연상하게 하는 청년이 나옵니다. 이름조차 폴(신약 성경의 유명한 사도 바울)입니다. 그가 와서 민족을 구원하는 영도자가 될 거라는 믿음이 오래도록 이어져 왔고, 드디어 나타났습니다. 배경이 사막인 것도 신비한 종교적 분위기를 만들어 내는 데 기여합니다. 서구인의 상상과 이야기가 그리스 신화를 중심으로 하는 헬레니즘과 기독교 신앙을 바탕으로 하는 헤브라이즘에 기원을 두고 있다는 게 이 작품에서도 여실히 드러납니다.

대형 스크린을 가득 채운 우주 공간과 사막은 말 그대로 스펙터클입니다. 손 안의 스크린으로까지 작아진 추세에 비추어 이 작품은 영화가 지닌 원초의 강력한 힘을 보여줍니다. 초창기 영화의 두 기원이라 할 뤼미에르 형제의 '열차의 도착'(1896)과 멜리에스의 '달세계 여행'(1902)을 생각합니다. 현실을 그대로 재현하거나, 현실이 아닌 곳을 상상하는 영화. 이 작품은 후자에 속합니다. 그러나 거기도 사람이 있습니다. 어떤 이가 말했습니다. 영화란 사람이 사람을 찍어 사람에게 보여주는 것이라고. 그러니 영화는 결국 사람에 대한 것이라고 말입니다. 도저히 1960년대 영화라고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충격적인 SF 영화의 명작 '2001 : 스페이스 오디세이'(1968)가 그렇듯 이 영화도 인간이 어떤 존재인지 성찰하게 만듭니다. 거기 사람이 있고, 욕망하고, 투쟁합니다. 그리고 구원의 영웅을 고대합니다. 우리처럼 말입니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갑천 야경즐기며 워킹' 대전달빛걷기대회 5월 10일 개막
  2. 수도 서울의 높은 벽...'세종시=행정수도' 골든타임 놓치나
  3. 충남 미래신산업 국가산단 윤곽… "환황해권 수소에너지 메카로"
  4. 이상철 항우연 원장 "한화에어로 지재권 갈등 원만하게 협의"
  5. [근로자의 날] 작업복에 묻은 노동자 하루…"고된 흔적 싹 없애드려요"
  1. 충청권 학생 10명 중 3명이 '비만'… 세종 비만도 전국서 가장 낮아
  2. 대학 10곳중 7곳 올해 등록금 올려... 평균 710만원·의학계열 1016만원 ↑
  3. 함께 새마을, 미래로! 세계로!
  4. [춘하추동]삶이 힘든 사람들을 위하여
  5. 2025 세종 한우축제 개최...맛과 가격, 영양 모두 잡는다

헤드라인 뉴스


[근로자의 날] 작업복에 묻은 노동자 하루…"고된 흔적 싹 없애드려요"

[근로자의 날] 작업복에 묻은 노동자 하루…"고된 흔적 싹 없애드려요"

"이제는 작업복만 봐도 이 사람의 삶을 알 수 있어요." 28일 오전 9시께 매일 고된 노동의 흔적을 깨끗이 없애주는 세탁소. 커다란 세탁기 3대가 쉴 틈 없이 돌아가고 노동자 작업복 100여 벌이 세탁기 안에서 시원하게 묵은 때를 씻어낼 때, 세탁소 근로자 고모(53)씨는 이같이 말했다. 이곳은 대전 대덕구 대화동에서 4년째 운영 중인 노동자 작업복 전문 세탁소 '덕구클리닝'. 대덕산업단지 공장 근로자 등 생산·기술직 노동자들이 이용하는 곳으로 일반 세탁으로는 지우기 힘든 기름, 분진 등으로 때가 탄 작업복을 대상으로 세탁한다...

`운명의 9연전`…한화이글스 선두권 경쟁 돌입
'운명의 9연전'…한화이글스 선두권 경쟁 돌입

올 시즌 절정의 기량을 선보이는 프로야구 한화이글스가 9연전을 통해 리그 선두권 경쟁에 돌입한다. 한국프로야구 10개 구단은 29일부터 다음 달 7일까지 '휴식 없는 9연전'을 펼친다. KBO리그는 통상적으로 잔여 경기 편성 기간 전에는 월요일에 경기를 치르지 않지만, 5월 5일 어린이날에는 프로야구 5경기가 편성했다. 휴식일로 예정된 건 사흘 후인 8일이다. 9연전에서 가장 주목하는 경기는 29일부터 5월 1일까지 대전 한화생명볼파크에서 열리는 LG 트윈스와 승부다. 리그 1위와 3위의 맞대결인 만큼, 순위표 상단이 한순간에 뒤바..

학교서 흉기 난동 "학생·학부모 불안"…교원단체 "재발방지 대책"
학교서 흉기 난동 "학생·학부모 불안"…교원단체 "재발방지 대책"

학생이 교직원과 시민을 상대로 흉기 난동을 부리고, 교사가 어린 학생을 살해하는 끔찍한 사건이 잇따라 발생하면서 학생·학부모는 물론 교사들까지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경찰과 충북교육청에 따르면 28일 오전 8시 33분쯤 청주의 한 고등학교에서 특수교육대상 2학년 A(18) 군이 교장을 비롯한 교직원 4명과 행인 2명에게 흉기를 휘둘러 A 군을 포함한 모두 7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경계성 지능을 가진 이 학생은 특수교육 대상이지만, 학부모 요구로 일반학급에서 공부해 왔다. 가해 학생은 사건 당일 평소보다 일찍 학교에 도착해 특..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2025 유성온천 문화축제 5월 2일 개막 2025 유성온천 문화축제 5월 2일 개막

  • 오색 연등에 비는 소원 오색 연등에 비는 소원

  • ‘꼭 일하고 싶습니다’ ‘꼭 일하고 싶습니다’

  • 함께 새마을, 미래로! 세계로! 함께 새마을, 미래로! 세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