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선생님, 왜 '교사노조' 하세요?

  • 오피니언
  • 독자 칼럼

[기고]선생님, 왜 '교사노조' 하세요?

남호진 충남교사노조 대변인

  • 승인 2022-02-06 09:54
  • 신문게재 2022-02-03 18면
  • 원영미 기자원영미 기자
남호진 충남교사노조 대변인
남호진 충남교사노조 대변인
'교사' 하면 어떤 낱말이 떠오르는지 궁금하다. 뉴스를 살펴보면 참으로 슬프다. 교사에게 호의적인 기사는 90%의 확률로 거의 없다. 선생님은 잠재적 아동학대범, 방학 때 노는 월급 루팡 정도로 평가절하되고 있다. 하지만 이 세계(?)에 들어오시면 깜짝 놀랄 것이다. 할 일이 정말 많다. 교사만큼 누가 시키지 않아도 수업을 계속해서 공유하고, 자발적으로 연수를 듣고, 저서를 발간하는 이런 집단은 흔치 않다.

맘카페보다 많은 자료가 쏟아지는 곳이 학년별, 학교별, 과목별 교사카페, 교사밴드, 교사 홈페이지다. 하루에도 수백 건의 새로운 수업기록이 전국 각지에서 올라오고 함께 공부하자는 게시물이 넘쳐난다. 서점에 가보면 현직 교사가 쓴 저서가 얼마나 많은지 아는가? 이처럼 교사는 가장 독립적이면서 창조적으로 연대하는 유기적 집단이다. 참으로 안타깝게도 교사는 이 창조성을 강요받기도 하고 정책에 따라 적절히 억압당하면서 어찌저찌 살아가고 있다.



나도 예외는 아니었다. 학교에 가자마자 산더미처럼 쌓여있는 공문을 먼저 처리한다. 자료집계는 덤이다. 수업을 못 해도 불려가진 않지만, 공문이 잘못되면 교무실에 불려가는 경우가 많다. 정작 아이들을 위한 에너지는 왜 늘 마지막에 써야 하나, 라는 회의감이 몰려올 무렵, 교사노조의 출범소식을 들었다. 그리고 망설임 없이 가입했다. 몇 개월 뒤 정신차려보니 나는 집행부에 들어가 보도자료를 쓰고 있었다.

보도자료를 쓰며 알게 된 선생님의 고충은 상상초월이었다. 수업과 생활지도가 업무 뒤로 밀려나는 경우는 기본이다. 학교장 재량권이라는 이름 하에 원칙 없는 갑질이 만연한다. 행정업무가 교사의 능력이 된다. 교권 침해, 수업권 침해가 발생해도 교사 개인의 책임으로 돌리기도 한다. 어떤 학교에는 아직도 강제적인 조직문화가 판을 친다. 원격으로 수업을 하는 시대임에도 불구하고 대면보고를 강조하거나 불필요한 회의를 지속되는 학교도 많다. 이러한 위기 속에서 목소리조차 내지 못하는 교사가 많다는 것을 깨달은 선생님들이 모여서 '교사노동조합'을 결성했다.



많이 묻는다. 굳이 '교사노동조합'이 필요하느냐고. 교사노조에 가입한 선생님들에게 여쭈었다. 왜 '노조'와 함께하기로 마음먹었는지 말이다. 선생님들의 대답은 비슷했다. 아이들과 학생 지도에 전념하기 위해서, 내가 선생님이라는 자부심을 느끼고 싶어서, 그리고 당당한 교사로 살아갈 수 있는 여건을 만들기 위해서 함께 하고 있다고 답해주셨다. 교사가 '노조' 한다고 색안경 끼는 사람도 많을 줄 안다. 왜 모르겠는가? 하지만 선생님들이 수업하며 보람을 느끼고 싶어하는 기본적인 욕구를 억압당하는 꼴을 더는 보고싶지 않다. 선생님들은, 그저 수업을 하고, 학생과 한 번 더 눈을 맞추며 이야기 나누고 싶다. 그렇게 하루하루 아이들을 위한 시간로 선생님의 시간을 채우고 싶다. 그래서 '노조'한다. 그것만 기억해주신다면 참으로 좋겠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세종시 '이응다리+중앙공원'서 빛의 향연...22일 개막
  2. 우송정보대 간호학과, 재학생 위한 '취업 멘토링 프로그램' 개최
  3. 대전대·건양대·목원대 SW중심대학 사업단, 지·산·학 협력 활성화 위해 맞손
  4. (사)충남지역혁신사업단, 나사렛대 평생교육원과 업무협약 체결
  5. 건양대 인공지능학과 'KAICTS 2025 추계학술대회' 최우수논문상 영예
  1. [기고]성암 이철영 선생의 사불응(死不應)과 매헌 윤봉길 의사의 생불환(生不還)
  2. 조승래 국회의원, 충남대 후배들과 만나 소통
  3. 배재대 IPP사업단 2026년도 일학습병행 참여기업 모집
  4. 대전과학기술대, 한국스마트혁신기업가협회와 산학 협력 강화 협약
  5. 주택재건축 부지 내 장기 방치 차량 ‘눈살’

헤드라인 뉴스


대전 특화 방산기술 유럽시장서 `호평`…수출상담 성과

대전 특화 방산기술 유럽시장서 '호평'…수출상담 성과

대전 방산기업들이 동유럽 시장에서 1521만 달러 규모의 수출 상담 성과를 올렸다. 한화로는 223억 4195만 원에 달한다. 21일 대전테크노파크에 따르면 지난 13일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열린 '방위산업 기술 비즈니스 교류'에서 대전 지역 7개 방산·드론 기업이 이같은 결과를 냈다. 이번 상담회는 대전TP와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가 공동으로 방산 사절단을 파견해 진행한 1대 1 비즈니스 상담회로, 폴란드 바르샤바 현지에서 개최됐다. 폴란드는 최근 동북 지역 국경 안보 강화에 나서며 국방예산을 확대하고 군 현대화를 추진하고..

3·8민주의거사업회, 기념관 운영 맡아 민주 교육과정 연다
3·8민주의거사업회, 기념관 운영 맡아 민주 교육과정 연다

대전3·8민주의거기념사업회가 내년부터 3·8민주기념관을 직접 운영하며 일반 시민이 참여하는 민주주의 교육프로그램 신설을 준비한다. 20일 대전시와 (사)대전3·8민주의거기념사업회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4일 개관한 중구 선화동 3·8민주의거기념관을 그동안 대전시가 직접 운영하던 것에서 기념사업회에 운영을 위탁하는 방식으로 내년 1월 전환된다. 3·8민주의거기념관은 1960년 3월 8일 대전에서 시작된 고등학생들의 민주화 시위로, 당시 이승만 정부의 부정부패와 불의에 항거하며 민주주의를 위해 나섰던 학생들의 용기와 희생을 상징하는..

한겨울에 피어난 봄...국립세종수목원 `제라늄 전시회` 개막
한겨울에 피어난 봄...국립세종수목원 '제라늄 전시회' 개막

연일 계속되는 초겨울 추위 속에서도 국립세종수목원 지중해온실에서는 봄을 미리 만날 수 있는 특별한 전시가 열린다. 한국수목원정원관리원(이사장 심상택)은 11월 22일부터 2026년 3월 1일까지 국립세종수목원 지중해온실에서 제라늄 품종 전시회 '우린, 지금부터 봄'을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제라늄전문협회와 협업해 진행되며, 약 350종의 제라늄을 한자리에서 만나볼 수 있다. 제라늄은 남아프리카가 원산지로, 화려한 꽃과 쉬운 관리로 한국 베란다 정원에 적합한 식물로 인기를 끌고 있다. 특히 겨울철에도 꽃을 피워 봄을 미리 준비하는 식..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주택재건축 부지 내 장기 방치 차량 ‘눈살’ 주택재건축 부지 내 장기 방치 차량 ‘눈살’

  • 은빛 물결 억새의 향연 은빛 물결 억새의 향연

  • 구직자로 북적이는 KB굿잡 대전 일자리페스티벌 구직자로 북적이는 KB굿잡 대전 일자리페스티벌

  • 크리스마스 트리 앞에서 ‘찰칵’ 크리스마스 트리 앞에서 ‘찰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