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자들이 준비한 특별한 퇴임식…"마지막 수업, 그리고 새로운 시작"

  • 사회/교육
  • 교육/시험

제자들이 준비한 특별한 퇴임식…"마지막 수업, 그리고 새로운 시작"

33년간 아이들과 함께 울고 웃은 교사가 마지막 수업에서 남긴 말
"아름다운 동행, 선생님과 학생이 함께 걸었습니다"

  • 승인 2022-02-14 16:24
  • 수정 2022-04-29 09:46
  • 신문게재 2022-02-15 7면
  • 박수영 기자박수영 기자
춘샘 마지막 수업모습1
대신고 박병춘 교사가 14일 제자들과 어느 때보다 특별한 '마지막 수업'을 갖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사진 제공=대신고
훌쩍 다가온 봄이 지척에서 꿈틀 댄 2월 14일. 대전 대신고 한 교실에서는 특별한 수업이 진행됐다.

학생으로 3년 그리고 33년간 교직에 몸담으며 오직 아이들의 눈과 마음으로 아이들 편에 서 있던 박병춘(61) 교사의 정년 퇴직을 하는 마지막 수업시간이다. 마지막 수업은 어느 때 보다 특별했다.

학급 학생들, 오량신문 편집반 동아리, 박병춘 교사 팬카페 학생들 그리고 1학년 담임 선생님들이 함께 준비한 수업이다.

박 교사의 교육철학은 '아름다운 동행'이다.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는 말이 있다. 그가 교단에 선지 33년이 흐르는 동안 교육 현장은 조금씩 변했지만, 아이들을 가르치는 마음은 오로지 학생들에게 있었다. 그 긴 세월 동안 모교에서 아이들만 가르친 박 교사의 스토리는 대신고의 역사와도 같다. 꾸준히 학생들과 소통하며 함께 희노애락 하고, 무언가를 만들어 갔다.



퇴임을 앞둔 마지막까지 담임을 맡은 이유이기도 하다.

담임으로서의 역할, 학교에서 맡은 업무 다양한 인간관계까지 어느 한 곳에서 부족함이 없었다. 아이들을 위해 때론 엄한 선생님이 돼야 했지만 아버지처럼 아이들을 품어주었기에 학생들과 학부모, 동료 교사들은 시간이 지날수록 박 교사를 잊지 못한다. 박 교사의 마지막 담임 반인 강서진 학생은 "인생 선생님이죠. 춘샘을 만난 건 행운이였어요. 1년만 늦게 입학했으면 평생 못 만날 뻔 했어요"라고 말했다.

마지막 수업시간에는 학생들의 사진이 영상으로 비춰졌다. '앨범 영상 산' TV 방송에서 함께 등산하는 제자들, 결혼을 앞두고 주례를 부탁하러 온 제자들, 모교에 장학금을 보내온 제자 등의 모습이 담겼다.

수업이 끝날 때 쯤엔 합창이 이어졌다. 1년 동안 함께 생활해온 담임 선생님들과 학급 학생들이 봄여름가을겨울의 '브라보 마이 라이프'라는 노래를 개사해 뭉클한 감동을 남겼다.

30번이 넘는 주례/일만 번이 넘는 조회 속/제자들에게 말했지/애들아 많이 힘들지 지금/하지만 앞으로 나가/네가 가는 곳이 길이다/브라보 브라보 춘샘 인생아/지금껏 달려온 춘샘의 인생을 위해…….

1학년 학년부장이자 23년을 학교에서 함께 생활해온 최장문 교사는 "박병춘 선생님 같은 분이 되고 싶습니다"라며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특히 교직 생활을 마무리할 때 가슴을 울리는 마지막 수업을 꼭 따라 하고 싶습니다"라고 소감을 말했다.

박 교사는 "아름다운 동행이었습니다. 선생님과 학생이 그 길을 함께 걸었습니다"라는 33년의 교직 생활의 마지막 말을 남겼다.
박수영 기자 sy870123@

강서진 학생이 그린 춘샘
강서진 학생이 그린 박병춘 교사의 모습


춘샘 마지막 수업 모습
박병춘 교사의 퇴임식 모습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대전 중·서구 새마을금고 파크골프 어울림 한마당 성황
  2. 9월의 식물 '아스타', 세종호수·중앙공원서 만나보세요~
  3. 대산산단 산업위기대응지역 지정에도 '대기업들은 효과 글쎄'
  4. 대전 양성평등주간 기념식
  5. 찾아가는 복지서비스 '경로당 활성화 지원사업' 맞춤형 프로그램 마무리
  1. ‘5대 반칙운전 집중 단속합니다’
  2. 꼬마선비의 유생체험
  3. 취약계층 아동에게 희망과 용기 전하다
  4. [대전 특수학교대란 긴급진단] 갈 곳 없는 아이들, 2029년만 기다리는 대전교육청
  5. [행복한 대전교육 프로젝트] 대전태평초, 차세대 리더 육성 위한 혁신 교육 프로젝트

헤드라인 뉴스


메가충청스퀘어 조성사업, 연내 첫 발 뗄 수 있을까

메가충청스퀘어 조성사업, 연내 첫 발 뗄 수 있을까

대전 도심융합특구의 중심 사업인 '메가충청스퀘어'가 연내 청신호가 켜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 정부의 공공기관 2차 이전이 초읽기에 들어감에 따라 대전 혁신도시에 자리한 '메가충청스퀘어 사업'의 차질 없는 추진이 중요해지고 있다. 3일 대전시에 따르면 메가충청스퀘어 조성 사업은 대전 역세권 동광장 일원에 연면적 22만 9500㎡, 지하 7층-지상 49층 규모로 컨벤션, 상업·주거시설, 호텔 등 주요 시설을 포함한 건물 2개 동을 짓는 사업이다. 대전역 동광장 일대를 중심으로 조성되는 대규모 복합 개발 프로젝트로 경제와 문화의 중심지로..

정부, 美 관세 피해기업 긴급경영자금 연말까지 13.6조 푼다
정부, 美 관세 피해기업 긴급경영자금 연말까지 13.6조 푼다

정부가 미국의 관세 조치로 피해를 입은 수출기업에 연말까지 13조6000억원 규모의 긴급경영자금을 공급한다. 대전·세종·충남의 경우 대미 수출기업은 1317곳으로 지역 전체의 30.2%를 차지하는 만큼, 상당수 기업이 수혜를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는 3일 관계부서 합동으로 경제관계장관회의 및 산업경쟁력강화 관계장관회의를 열고 '美 관세협상 후속 지원대책'을 발표했다. 앞서 정부는 미국과 관세협상을 통해 상호관세를 15% 수준으로 낮췄지만, 수출 하방 요인이 여전해 이번 지원대책을 마련했다. 통상환경 변화에 대응 여력과 자금력이..

이재명 대통령 취임 100일 기자회견 9월 11일 개최
이재명 대통령 취임 100일 기자회견 9월 11일 개최

이재명 대통령의 취임 100일 기자회견이 9월 11일 열린다. 이규연 대통령실 홍보소통수석은은 3일 오후 브리핑을 통해 “이재명 정부 출범 100일을 기념하는 기자회견을 개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올해 7월 3일 취임 한 달 기자회견을 진행한 이후 70일 만에 열리는 두 번째 회견이다. 회견의 슬로건은 '회복을 위한 100일, 미래를 위한 성장'으로, 90분간 민생·경제와 정치·외교안보, 사회·문화 등 세 분야로 진행하며, 150여 명의 내외신 기자가 참석할 예정이다. 이 수석은 "이 대통령은 이번 회견에서 미래 성장을 위한 정부..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늦더위를 쫓는 다양한 방식 늦더위를 쫓는 다양한 방식

  • 2026학년도 수능 전 마지막 모의평가 2026학년도 수능 전 마지막 모의평가

  • 꼬마선비의 유생체험 꼬마선비의 유생체험

  • ‘5대 반칙운전 집중 단속합니다’ ‘5대 반칙운전 집중 단속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