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광장] 중대재해처벌법 이해하기

  • 오피니언
  • 목요광장

[목요광장] 중대재해처벌법 이해하기

법무법인 윈 신기용 대표변호사

  • 승인 2022-02-16 10:29
  • 이현제 기자이현제 기자
신기용
신기용 변호사
2022년 1월 27일.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됐다.

우리나라의 연간 산업재해 사고 사망자 수는 800여 명에 이른다. 이와 같은 사고 사망자 비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들과 비교했을 때에도 심각한 수치다. 매일 2명이 넘는 근로자가 산업현장에서 목숨을 잃고 있는 현실은 안타까움을 감추기 어렵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이러한 산업재해를 예방하고자 제정된 법이다. 사업주 등 경영을 총괄하는 최고 책임자에 대한 강력한 처벌과 피해액의 5배에 달하는 징벌적 손해배상 책임을 규정함으로써 기업들로 하여금 산업재해를 예방하게 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절실한 입법목적에도 불구하고 중대재해처벌법의 제정 과정부터 지금까지 많은 논란과 반발이 뒤따르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특히 문제로 지적되고 있는 부분은 법률규정이 모호하다는 점이다. 많은 기업가가 '어떻게 법을 지켜야 할지조차 모르겠다'며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충분한 인력과 법률지원 체계를 갖춘 대기업의 상황은 그래도 양호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여건을 갖추지 못한 중소기업들은 아직도 혼란에 처해 있는 것이 현실이다. '중대재해법, 대기업은 20억 컨설팅… 중소기업은 법 해석도 못 해'라는 한 언론기사의 타이틀은 중소기업의 처지를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중대재해처벌법의 내용을 조금이라도 쉽게 이해하자면 사업주 등이 '능동적으로' 근로자의 안전과 보건을 확보할 수 있는 조치를 하라는 것이다. 그리고 그 조치의 내용은 산업재해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는 '체계'를 마련하라는 것에 방점이 맞춰져 있다.

산업현장마다 각각의 특성을 고려해 사고가 발생할 수 있는 위험요소가 무엇인지를 파악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 우선이다. 이를 위해 위험에 직접적으로 노출된 근로자들의 의견을 주기적으로 들을 수 있는 절차를 마련하는 것도 필수적이다. 파악된 위험 요인을 개선할 수 있도록 예산이 편성하고 집행해야 한다. 산업현장을 규율하는 법령에서 요구하는 의무가 제대로 이행되고 있는지 점검하는 시스템도 갖춰야 한다.

중대재해처벌법의 내용을 보다 더 간략히 하자면 '기업 운영의 최우선 중점을 안전에 두라'라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 그간 안전이라는 가치를 인력과 비용 등 현실적인 문제에 뒤처지는 후순위의 문제로 평가해 왔다면 이제는 기업의 사활을 건 가장 중요한 문제로 인식하라는 것이다.

물론 수없이 다양한 사고의 가능성을 완벽하게 파악하고 그 모든 대비책을 마련하는 것은 불가능할 것이다. 그러나 중대재해처벌법의 취지가 그러한 불가능을 요구하는 것으로 해석되지는 않는다. 사업주가 나서서 경각심과 책임의식을 갖고 사고를 조금이라도 더 방지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라는 취지에 더 가깝다. 이렇게 크고 간략한 관점에서 접근한다면 중대재해처벌법의 구체적인 내용을 이해하는 것이 그리 어렵지만은 않다.

걱정은 법의 운용 방식이다. 산업재해라는 결과가 발생했다고 해서 일단 의무 불이행이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부족한 부분을 찾아내려는 수사가 이뤄져서는 안된다. 기우에 불과하기를 바라지만 이처럼 '일단 기소할 테니 알아서 무죄를 입증해 보라'는 식의 수사와 기소가 이어질 경우 설령 무죄 선고가 뒤따른다고 하더라도 산업계 전반에 감당하기 어려운 법률 리스크를 발생시킬 수 있다. 무엇보다 기업에서 안전보건 시스템을 마련하려는 노력을 포기하고 '어차피 처벌될 텐데 그저 기도나 하는 게 낫다'고 느끼게 된다면 오히려 기업의 능동적인 노력을 유도하려는 중대재해처벌법의 간절한 취지가 무색해질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산업현장에서의 비극이 계속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사업주들은 재해 예방을 위한 방법이 무엇인지 스스로 고민하고 당장 할 수 있는 것부터 차근차근 위험을 제거해야 한다. 정부도 기업들의 이해를 돕고 함께 재해를 예방하려는 노력을 경주해야 한다. 또한, 재해예방을 위한 기업의 진정성 있는 노력이 적극적으로 반영되는 사법절차 역시 어렵게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의 안착을 위해 필수적일 것이다.
/법무법인 윈 신기용 대표변호사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대전 중앙로지하상가 비대위, 대전시에 공청회 요구... 경쟁 입찰 조회수 부풀리기 의혹 제기도
  2. [대전다문화] 열대과일의 나라 태국에서 보내는 여름휴가 ? 두리안을 즐기기 전 알아야 할 주의사항
  3. 중앙로지하상가 비대위, 대전시에 공청회 요구
  4. [대전다문화] 7월 17일 '제헌절', 대한민국 헌법이 태어난 날입니다
  5. [대전다문화] 세계 일회용 비닐봉투 없는 날
  1. 한국영상대 학생들, 웹툰·웹소설 마케팅 현장에 뛰어들다
  2. 중·고등학생 수행평가 2학기부턴 진짜 학교에서만 "본래 목적 집중"
  3. [대전다문화] 대전시 가족센터·다문화가족지원센터 7월 프로그램 안내
  4. 의정활동 체험 ‘재미있어요’
  5. 더 길어진 여름에…지난해 열대야 발생일수 역대 1위

헤드라인 뉴스


이재명 대통령, 4일 취임 후 첫 대전 방문 ‘타운홀미팅’

이재명 대통령, 4일 취임 후 첫 대전 방문 ‘타운홀미팅’

이재명 대통령이 4일 취임 후 처음으로 대전을 방문한다. 이 대통령은 이날 오후 대전 유성구 도룡동 대전컨벤션센터에서 ‘국민소통 행보 2탄, 충청의 마음을 듣다’를 주제로 타운홀 미팅 시간을 갖는다. 국민의 현장 목소리를 듣고 자유롭게 토론과 질문을 하는 자리로, 불황으로 어려움을 겪는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를 비롯해 과학기술인 등 300여명이 참석할 예정이다. 이번 미팅은 사전에 참석자를 선정하는 관행에서 벗어나 전날인 3일 오후 2시 대통령실 홈페이지를 통해 행사 일정을 공개하고 행사 당일 현장에서 선착순으로 300여 명을 참석시킨..

[대전 자영업은 처음이지?] 41. 대전 서구 가장동 돼지고기 구이·찜
[대전 자영업은 처음이지?] 41. 대전 서구 가장동 돼지고기 구이·찜

자영업으로 제2의 인생에 도전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정년퇴직을 앞두거나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자신만의 가게를 차리는 소상공인의 길로 접어들기도 한다. 자영업은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음식이나 메뉴 등을 주제로 해야 성공한다는 법칙이 있다. 무엇이든 한 가지에 몰두해 질리도록 파악하고 있어야 소비자에게 선택받기 때문이다. 자영업은 포화상태인 레드오션으로 불린다. 그러나 위치와 입지 등을 세밀하게 분석하고, 아이템을 선정하면 성공의 가능성은 충분하다. 이에 중도일보는 자영업 시작의 첫 단추를 올바르게 끼울 수 있도록 대전의 주요 상권..

트로트 신동 김태웅, 대전의 자랑으로 떠오르다
트로트 신동 김태웅, 대전의 자랑으로 떠오르다

요즘 대전에서, 아니 대한민국에서 가장 잘 나가는 초등생이 있다. 청아하고 구성진 트로트 메들리로 대중의 귀를 사로잡고 있는 대전의 트로트 신동 김태웅(10·대전 석교초 4) 군이다. 김 군이 대중에게 얼굴을 알린 건 2년 전 'KBS 전국노래자랑 대전 동구 편'에 출연하면서부터다. 당시 김 군은 '님이어'라는 노래로 인기상을 받으며 관객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공중파 TV를 통해 강렬한 인상을 남긴 김 군은 이후 케이블 예능 프로 '신동 가요제'에 출연해 화제를 모았다. 김 군은 이 무대에서 '엄마꽃'이라는 노래를 애절하게 불러 패..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취약계층을 위한 정성 가득 삼계탕 취약계층을 위한 정성 가득 삼계탕

  • 대통령 기자회견 시청하는 상인들 대통령 기자회견 시청하는 상인들

  • 의정활동 체험 ‘재미있어요’ 의정활동 체험 ‘재미있어요’

  • 도심 열기 식히는 살수차 도심 열기 식히는 살수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