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속으로] 민주당 서자들의 옥쇄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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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속으로] 민주당 서자들의 옥쇄전쟁

김재석 소설가

  • 승인 2022-02-21 17:01
  • 신문게재 2022-02-22 18면
  • 김소희 기자김소희 기자
김재석 소설가
김재석 소설가
요즘 대선과 맞물려 '킹메이커'(1월 26일 개봉, 설경구, 이선균 주연)란 영화가 꾸준히 인기를 끌고 있다. 고 김대중 대통령과 그의 숨겨진 선거전략가 엄창록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통해 한국 현대 정치사를 스크린에 옮겨낸 작품이다. 실화가 가진 궁금증도 있고, 시대상을 반영한 내용 때문에 많은 이들의 공감대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 영화에는 1971년 4월 27일 고 박정희 대통령과 고 김대중 대통령의 첫 대선 대결이 나오는데, 한국을 동서로 갈라놓는 그 유명한 '지역감정 조장' 선거 전략이 탄생한다.

"호남인이여, 단결하라. 영남에 빼앗긴 대통령 호남인이 찾아오자."

그로부터 50년간 한국 현대정치사는 지역감정이란 고질병이 뿌리박혀버린다. 세월이 흘러 계층간, 세대간 갈등으로 다소 희석되기는 했지만 여전히 보수와 진보라는 다른 이름으로 선거판을 좌지우지한다.



이번 3월 9일 대선은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대선후보 중에 한 명이 대통령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이재명 후보는 민주당의 서자에 가깝다. 진보 계열의 정치인으로 한 길을 걸어왔지만 왕위계승권을 이어받을 만큼의 적통은 아니었다. 오히려 민주당 내에서는 조국 전 법무장관이 적통에 더 가까웠다. 실제로 밀어주는 분위기도 있었다. 그런데 지난 정권의 적폐청산을 이끌던 당시 민주당의 아이콘 윤석열 검찰총장과 대립하면서 낙마하고 만다. 이 일로 민주당 내에서 미운털이 박힌 윤석열 검찰총장도 결국 옷을 벗고 만다. 아이러니컬한 이야기는 적폐청산의 민주당 아이콘이었던 윤석열 총장이 국민의 힘 지지자에게는 무능하고 분열을 조장하는 문 정부에 당당히 맞서 싸운 대항마로 어필된 것이다. 국민의 힘 내부에서는 대통령후보로 나설 마땅한 적통을 찾지 못하고,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불러들여 그들의 적통 자리를 내주는 꼴이 되었다. 이렇게 이번 대선은 민주당 서자들의 옥쇄전쟁이 시작되었다.

대선까지 선거일정은 20여일 남았다. 역대급 미지수 선거라는 말처럼 누가 당선될지 아직까지도 오리무중이다. 마지막 한 번 더 변수가 있다면 야권 후보 단일화일 것이다. 이럴 때 엄창록 같은 선거책사가 있다면 어떤 전략을 들고 나올까? 엄창록은 이미 1988년에 고인이 되었다. 영화에서는 지역감정조장이 김대중 대통령과 갈라선 뒤에 나온 그의 작품일 것이라는 데 비중을 두고 다루고 있다. 당시 서슬 퍼런 박정희 후보과 신참 김대중 후보의 표 차이는 100만 표 정도였다. 관권선거가 횡횡하던 그 시절에 그 정도 표차이면 지역감정조장 전략이 없었으면 뒤집힐 수도 있었을 거라는 이야기도 나돈다. 그만큼 독재정권에 대한 피로도도 있고, 정권교체에 대한 열망도 있었던 시기였다.

지금 대선은 양 당의 마타도어 전략 때문에 후보 이미지에 흠집 내기를 하고 있지만 결국 양 당 후보 모두 적폐청산의 아이콘이었고, 한쪽은 검찰에서, 한쪽은 도지사로 활약을 했다. 지금은 진보와 보수를 대변하는 당의 후보로 갈라서 있다. 누가 대통령이 되던 앞으로의 선거는 1971년 선거의 리바이벌이 되어서는 안 된다. 미래세대를 위해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는 어른들의 지역감정조장 때문에 대한민국이 한 치도 앞으로 나아가지 못한다면 이보다 더 큰 적폐는 없을 것이다. 나는 두 후보가 적어도 이것만은 실천해서 동서를 화합하는 많은 정책을 내놓았으면 한다.

"내가 바로 분열된 대한민국을 화합하는 적폐청산의 적자입니다."

이런 선거 슬로건이 내 걸리는 날이 꼭 왔으면 한다. 두 후보 모두 각자의 자리에서 부패와 맞서 싸웠고, 정의로운 대한민국을 세울 수 있는 자질이 있는 후보이다. 마타도어로 인해 두 후보의 이미지가 실추된 면은 없지 않지만 그들이 이룬 일을 가릴 정도는 아니라고 본다. 선거가 끝나고 나면 서로를 부둥켜안고 "이제 당신이 적자가 되었으니 대한민국을 화합으로 잘 이끌어 달라"는 당부의 말을 건네기를 바란다. 김재석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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