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속으로] 에너지 위기는

  • 오피니언
  • 세상속으로

[세상속으로] 에너지 위기는

이성만 배재대 명예교수

  • 승인 2022-11-07 10:15
  • 신문게재 2022-11-08 18면
  • 김소희 기자김소희 기자
이성만 배재대 항공운항과 교수
이성만 배재대 명예교수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것 중 하나가 무엇일까? 에너지다. 산업혁명과 더불어 에너지는 더욱 요긴해졌다. 풍요롭다 못해 넘치는 의식주, 현대의 찬란한 문명도 모두 에너지의 최대 수혜자라 할 수 있다.

그런 에너지가 위기를 맞았다. 러시아산 가스에 힘입어 승승장구하던 유럽의 산업은 엄청난 위협에 직면했다. 겨울에 직면한 유럽인의 삶은 장작과 난로가 상징하듯 중세로 돌아간 느낌이다. 가스와 전기 요금이 치솟은 탓이다. 전 세계의 에너지 시장도 직격탄을 맞았다. 우리와는 달리 유럽은 거리의 가로등뿐 아니라 마트도 개점시간을 단축하고 있다. 누구나 전기와 가스를 절약하고 싶겠지만 고객은 따뜻하고 밝은 것을 좋아한다.

겨울이 가까워지며 어둠도 한층 더 빨리 드리운다. 오후 5시에 벌써 해는 저물고 조명등이 켜진다. 그러니 전기가 많이 들고 비싸질 수밖에 없다. 게다가 추워지니 난방도 해야 한다. 그러나 치솟는 에너지 가격을 생각하면 얼마나 많은 빛과 열을 기대할 수 있을까.

이러한 참담한 상황에서도 전문가들은 새로운 전환점을 찾는 노력을 멈추지 않았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이 위기를 에너지의 전환이 속도를 낼 수 있는 기회로 본다. IEA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촉발된 지구촌 에너지 위기는 에너지 전환을 가속화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계획이 실현된다면 청정에너지 투자는 2030년까지 연간 2조 달러로 50% 증가할 것이다.



한 가지 노력의 결실을 보자. 제2차 세계 대전 이후, 석유 값은 너무나 저렴해서 기존의 히트 펌프는 값싼 석유 난방 시스템과는 비교 불가였다. 그러나 1973년 석유 파동으로 석유에 의한 난방비용이 300%나 치솟았다. 그래서 기존의 것을 더욱 개량하여 양산함으로써 CO2와 비용을 동시에 절약한 것이 지열 에너지를 사용하는 히트 펌프 기술이었다.

스위스의 초콜릿 회사 매스트라니(Maestrani)는 냉난방 기술에 착안하여 자체 냉각 기계의 폐열을 콘칭 온도를 공급하는 히트 펌프에 사용한다. 매스트라니의 개량 히트 펌프는 현재는 냉기와 열기를 모두 효율적으로 생산한다. 이는 전체 공장의 에너지 소비를 20% 감소시켜 연간 170톤의 CO2 배출량을 절감하는 효과를 가져왔다.

1935년에 탄생한 냉동 기술은 히트 펌프와 원리가 같다. 전기냉장고는 내부를 식히고 외부로 열을 전도하는 반면, 히트 펌프는 외부에서 열을 추출하여 생활용 난방 에너지로 전도한다. 대형 히트 펌프를 설치하여 건물 난방에 적용한 사례가 스위스의 취리히 시청사이다. 1938년에 가동한 히트 펌프가 지금까지 가동 중이다. 취리히 구시가를 관통하는 리마트 강물을 열원으로 사용한다. 이에 비견되는 것이 2017년에 완공된 서울의 롯데월드타워이다. 높이 555m의 이 타워도 히트 펌프로 냉각과 가열이 되는데, 200m 깊이에서 지열 에너지를 얻고 한강물을 냉난방에 사용한다.

세계 최대의 해수 히트 펌프는 스웨덴의 수도 스톡홀름에서 1986년부터 가동 중이다. 6개의 대형 히트 펌프가 발트 해의 열기를 이용하여 지역난방 네트워크에 공급한다. 스톡홀름의 건물 약 60%가 현재 이 지역난방 혜택을 입고 있다. 노르웨이의 수도 오슬로에서는 폐수를 열원으로 사용한다.

전문가들은 에너지 시장과 에너지 정책은 향후 수십 년 동안 변화를 거듭할 것으로 예측한다. 현재의 정치적인 틀에서 보면, 석탄 사용은 향후 몇 년에 걸쳐 감소할 것이며, 천연 가스 수요도 10년 이내에 정체될 것이다. 더불어 전기 자동차의 판매 증가로 2030년대 중반이면 석유 수요도 꽤나 잦아들 것이다. 이는 작금의 에너지의 위기를 새로운 기회로 활용하려는 지구촌 사람들의 부단한 노력과 동참이 수반될 때 비로소 가능할 것이다.
이성만 배재대 명예교수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이진숙 교육장관 후보자 첫 출근 "서울대 10개 만들기, 사립대·지방대와 동반성장"
  2. '개원 53년' 조강희 충남대병원장 "암 중심의 현대화 병원 준비할 것"
  3. 법원, '초등생 살인' 명재완 정신감정 신청 인용…"신중한 심리 필요"
  4. 33도 폭염에 논산서 60대 길 걷다 쓰러져…연일 온열질환 '주의'
  5. [한성일이 만난 사람 기획특집]제97차 지역정책포럼
  1. 세종시 이응패스 가입률 주춤...'1만 패스' 나오나
  2. 필수의료 공백 대응 '포괄2차종합병원' 충청권 22곳 선정
  3. 폭력예방 및 권리보장 위한 협약 체결
  4. 임채성 세종시의장, 지역신문의 날 ‘의정대상’ 수상
  5. 건물 흔들림 대전가원학교, 결국 여름방학 조기 돌입

헤드라인 뉴스


야권에서도 비충청권서도… 해수부 부산이전 반대 확산

야권에서도 비충청권서도… 해수부 부산이전 반대 확산

이재명 정부가 강공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해양수산부 부산 이전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보수야권을 중심으로 원심력이 커지고 있다. 그동안 충청권에서만 반대 여론이 들끓었지만, 행정수도 완성 역행과 공론화 과정 없는 일방통행식 추진되는 해수부 이전에 대해 비(非) 충청권에서도 불가론이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원내 2당인 국민의힘이 이 같은 이유로 전재수 장관 후보자 청문회와 정기국회 대정부질문, 국정감사 등 향후 정치 일정에서 해수부 이전에 제동을 걸고 나설 경우 이번 논란이 중대 변곡점을 맞을 전망이다. 전북 익산 출신 국민의힘 조배숙..

李정부 민생쿠폰 전액 국비로… 충청권 재정숨통
李정부 민생쿠폰 전액 국비로… 충청권 재정숨통

이재명 정부가 민생 회복을 위해 지급키로 한 소비쿠폰이 전액 국비로 지원된다. 이로써 충청권 시도의 지방비 매칭 부담이 사라지면서 행정당국의 열악한 재정 여건이 다소 숨통을 틀 것으로 기대된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는 1일 전체회의를 열어 13조2000억원 규모의 '민생회복 소비쿠폰' 지급 관련 추가경정예산안을 의결했다. 행안위는 이날 2조9143억550만원을 증액한 2025년도 행정안전부 추경안을 처리했다. 행안위는 소비쿠폰 발행 예산에서 중앙정부가 10조3000억원, 지방정부가 2조9000억원을 부담하도록 한 정부 원안에서 지방정..

대전·충남기업 33곳 `초격차 스타트업 1000+` 뽑혔다
대전·충남기업 33곳 '초격차 스타트업 1000+' 뽑혔다

대전과 충남의 스타트업들이 정부의 '초격차 스타트업 1000+ 프로젝트'에 대거 선정되며, 딥테크 기술창업 거점도시로 거듭나고 있다. 1일 중소벤처기업부가 주관하는 '2025년 초격차 스타트업 1000+ 프로젝트'에 전국 197개 기업 중 대전·충남에선 33개 기업이 이름을 올렸다. 이는 전체의 16.8%에 달하는 수치로, 6곳 중 1곳이 대전·충남에서 배출된 셈이다. 특히 대전지역에서는 27개 기업이 선정되며, 서울·경기에 이어 비수도권 중 최다를 기록했다. 대전은 2023년 해당 프로젝트 시행 이래 누적 선정 기업 수 기준으로..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수영하며 야구본다’…한화 인피니티풀 첫 선 ‘수영하며 야구본다’…한화 인피니티풀 첫 선

  • 시구하는 김동일 보령시장 시구하는 김동일 보령시장

  • 故 채수근 상병 묘역 찾은 이명현 특검팀, 진실규명 의지 피력 故 채수근 상병 묘역 찾은 이명현 특검팀, 진실규명 의지 피력

  • 류현진, 오상욱, 꿈씨패밀리 ‘대전 얼굴’ 됐다 류현진, 오상욱, 꿈씨패밀리 ‘대전 얼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