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에는 반드시 새살이 피어나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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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에는 반드시 새살이 피어나듯이

전용수 공주 유구중학교 교사

  • 승인 2022-11-30 17:15
  • 신문게재 2022-12-01 18면
  • 김성현 기자김성현 기자
전용수 유구중 교사
전용수 교사.
누군가는 인생이 마라톤이라고 했다. 정말 그럴까. 매일 살아가는 순간마다 "나는 반드시 결승선에 도달해야만 한다"라는 생각으로 사는 사람이 있을까. 결승선에 닿으면 완벽하게 끝이 나는 마라톤 같은 상황은 사람을 대하는 모든 일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선생님으로서 아이들에게 해줄 수 있는 긍정적인 말은 다 해본 것 같다. 학생의 변화를 기대하고 확실한 결과를 얻기 위해 발버둥 치는 선생님의 기다림은 고통스러울 수밖에 없다. 이러한 고된 과정을 거치며 생기는 생채기들로 몸과 마음은 기댈 곳이 없어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새살은 반드시 피어난다.

나 자신이 가장 힘들다고 생각하며 모든 것을 내려놓고 멀리 떠나고 싶을 때가 많았다. 책임감, 중압감, 부담감으로부터 훌훌 털어버리고 개인적인 행복을 위한 삶을 살아보고자 모든 것을 포기하고 싶을 때 역시 많았다. 아이러니하게도 막상 다 내려놓으려니 시야가 넓어지면서 더 힘들고 지쳐 쓰러지는 주변 사람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가장' 힘든 사람은 내가 아니었다. 단지 부정적인 편견의 안대를 쓰고 나를 평가하고 있던 것뿐이었다. 숨을 깊게 들이마시고 천천히 내뱉어 보면서 나를 바라보는 애정 어린 시선들에 관심을 가져보자. 사랑스러운 제자들, 가족들, 친구들, 동료들을 생각해서라도 이를 악물고 즐겨보자.



한번은 친구에게 "선생님이라는 직업은 참 힘들다"며 20분 동안 연설을 한 적이 있다. 가만히 듣고 있던 친구가 잠시 후 말문을 열었다. 친구는 "세상에 안 힘든 직업은 없지만 너 처럼 누군가를 가르치고 인생을 바꿀 수 있는 직업은 없으니 소중히, 사명감을 가지고 임해라"라고 말했다.

우리는 매우 이타적인 직업을 가지고 있다.

아주 느리고, 천천히, 한 걸음씩. 결승점에 도달하기 위해 서두를 필요는 없다.

돌아가도 좋다. 기어가도 좋다. 잠시 쉬어가도 좋다. 함께 가도 좋다. 다만 선생님으로서의 성직관은 잊지 말자. 선생님은 성스러운 직업이다. 아이들에게 치여서 힘들고 지칠 수 있지만 절대로 포기하지 말자.

모든 인생은 소중하다. 선생님의 인생도 소중하다.

지금 가장 소중한 시기를 보내고 있는 당신, 자책하지 말고 속상해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지금 자신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는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이 길을 묵묵히 걸어가고 있는 자신에게 감사하길, 지금 충분히 가치 있는 당신의 삶을 사랑하고 소중히 여기길 바란다./전용수 공주 유구중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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