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만필] 인연이 모여 삶을 만든다

  • 오피니언
  • 교단만필

[교단만필] 인연이 모여 삶을 만든다

송경미 성동초 교사

  • 승인 2022-12-15 17:14
  • 신문게재 2022-12-16 18면
  • 조훈희 기자조훈희 기자
논산 성동초(송경미)
송경미 성동초 교사
"안녕하세요?"

"어? 나 알지?"하는 물음에 아이의 눈이 커진다. "나, 블라드 선생님이야."라고 이어진 말에 아이의 눈에는 웃음기가 번지며 이내 반가움이 보인다. 사실 이 학생은 성동초등학교 졸업생으로 초등학교 시절 나와의 인연은 없다.



아이를 보게 된 건 지난 여름의 어느 날이다. 현재 중학교 2학년으로 시험을 보고 일찍 끝나 모교에 방문했다는데, 하필 그날은 현장체험학습으로 담임선생님들은 모두 외부에 계셨고 학교엔 교과전담교사인 나만 남아있었다.

낯선 나를 보며 어쩔 줄 모르는 아이에게 재학 중인 학교 이름을 묻고, 예전에 근무했던 초등학교에서 한국어학급 담임을 맡아 한국어를 가르쳤던 외국인학생 중 블라드가 같은 학교에 다니는 것을 기억해냈다. "너희 학교에 다니는 블라드 알아? 한국말 잘하지? 내가 가르쳤단다."라며 의기양양하게 말하자, 블라드와 친구라며 신기하게 나를 바라봤던 적이 있다. 이번에도 시험으로 일찍 하교해 학부모교육에 참여하는 어머니를 따라 모교에 방문한 아이에게 아는 체를 하며 반갑게 맞아주었다.



이처럼 우리는 얼굴 한번 본 적 없는 사이인데도 공통으로 아는 지인이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마음이 말랑말랑해지고 유대감을 느끼는 일이 종종 있다.

지금으로부터 10년도 더 전에 알고 지냈던 사람이 자신이 근무하는 복지시설에 소액이라도 매달 후원을 해주면 어떻겠냐고 권하길래, 그곳이 논산 어디에 있는 어떤 시설인지 알아보지도 않고 매월 자동이체해두었다. 시간이 흘러 그 사람과의 연락도 끊겼지만, 워낙 소액이기도 하고 계좌이체를 해지하는 절차도 귀찮아서 그냥 유지하고 있었던 터였다.

그런데 올해부터 근무하게 된 성동초등학교에는 장애로 거동이 어려워 등교하지 못하고 순회교육을 하는 학생들이 있고, 그 학생들이 소속된 곳이 그간 후원했던 복지시설이라는 것을 알고 깜짝 놀랐던 적이 있기도 하다. 아무 생각 없이 후원한 대상이 지금 내가 가르치는 학생이 될 줄은 꿈에도 상상해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돌고 도는 인생이란 노래 제목처럼 한 사람의 삶은 다른 사람들과 강하고 약한 끈으로 모두 연결된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며 다시 한번 삶에서 만나는 모든 인연의 소중함을 느끼게 되었다.

모든 사람은 살면서 인생에 영향을 끼치는 인연들을 만나게 된다. 부모, 형제자매처럼 강하게 연결된 인연도 있지만 학교와 사회에서 만나는 친구와 동료, 때론 낙엽을 쓸다 인사를 건네는 경비 아저씨, 날씨 이야기를 나누는 이웃 동네 주민처럼 스쳐 지나가는 작은 인연들도 우리 삶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강하고 약한 인연들이 우리가 살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기도 하고, 새로운 정보로 관계의 지평을 넓혀주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요즘 학교 현장은 크고 작은 갈등이 생겼을 때, 서로 간의 관계 속에서 원만하게 해결되지 못하고 학교폭력, 아동학대, 교권침해 등 분쟁으로 비화하는 일이 잦아지고 있어 안타깝기 그지없다.

학교가 삶의 전부나 다름없는 초등학교 1학년 아이는 친구와 놀다 싸우기도 하고 그래서 친구가 밉기도 할 것이다. 하지만 학교가 좋은 점은 친구와 놀 수 있어서이고 가장 즐거운 시간은 점심시간이라고 말한다. 그 까닭은 밥을 먹어 몸이 성장하는 것보다 친구와 같이 먹고 놀면서 서로 연결되어있다는 기분을 느끼며 마음이 성장하는 에너지를 서로 주고받기 때문일 것이다.

아이의 말에서 우리가 만나는 모든 인연은 나를 성장시키기도 하고, 나를 변화시키기도 하고, 또한 나를 단련시키기도 한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서로의 것을 조금씩 양보하고 함께 삶의 길을 걸어가는 동반자로 인식한다면 누가 이기고 지는 것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갈등과 어려움이 변화하고 단련하며 성장하기 위해서 거쳐야 할 통과의례라면 의연하게 맞닥뜨리는 우리가 되길 바란다. 아이의 삶도 어른의 삶도 인연과 인연이 만난 결과물임을 명심한다면, 해결해 나갈 지혜와 힘은 연결된 인연 속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송경미 성동초 교사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박범계, 6·3 지방선거 불출마… "통합 논의 멈춰, 책임 통감"
  2. 2027학년도 충청권 의대 입학정원 118명 증가…지역의사제에 단계적 확대
  3. 박용갑, 택시운송법·조세특례 개정안 발의… 택시 상생 3법 완성
  4. 대전농협, '백설기데이' 홍보 캠페인 진행
  5. 금강환경청, 아산 인주산단에서 '찾아가는 환경관리' 상담창구 운영
  1. 이 대통령 “충남·북, 대전 통합 경제권·행정체계 고민해봐야”
  2. 천안시, 물총새공원 주차장 조성안 주민설명회 개최
  3. 첼리스트 이나영, '보헤미안' 공연으로 음악적 깊이 선보인다
  4. 황운하 “6월 개헌 위해 여야 국회 개헌특위 구성에 나서달라”
  5. 장기수 천안시장 예비후보, 'NOVA 엘리트 아카데미' 강연··· 지역 현안 놓고 대담 진행

헤드라인 뉴스


[르포] 방파제 테트라포드, 이런 원리로? KIOST 연구현장 가보니

[르포] 방파제 테트라포드, 이런 원리로? KIOST 연구현장 가보니

방파제 테트라포드(tetrapod)는 어떤 기준으로 설치될까? 지난 12일 오후에 찾은 해양수산부 산하 한국해양과학기술원의 수리실험동에선 해양구조물과 장비 등을 설치·운영하기 위한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었다. 일상 속 당연시 여겨온 해양 구조물들의 설치 배경엔 수백번, 수천번 끈질긴 연구 끝 최적의 장비 규격을 찾아낸 한국해양과학기술원 연구원들의 끈질긴 노력이 숨어 있다. 부산시 영도구 동삼동에 위치한 한국해양과학기술원(KIOST) 내 4005㎡ 규모의 수리실험동은 파도나 흐름을 인공적으로 발생시킬 수 있는 실험시설을 갖추고 있..

이 대통령 “충남·북, 대전 통합 경제권·행정체계 고민해봐야”
이 대통령 “충남·북, 대전 통합 경제권·행정체계 고민해봐야”

이재명 대통령은 13일 “충남·북, 대전까지 통합해서 하나의 거대한 경제권, 행정체계를 만들어볼 거냐는 한번 고민해보셔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오후 충북 청주 오스코에서 ‘첨단·바이오 산업으로 도약하는 대한민국의 중심, 충북’이라는 주제로 열린 ‘충북의 마음을 듣다’에서 충남과 대전의 행정통합이 “급정거를 한 상태”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 대통령은 “도시들이 경쟁력을 올리려면 광역화가 시대적 추세가 됐다”며 “충청도 지금 대전, 세종, 충남·북으로 많이 나누어져 있는데, 지역 중심의 경쟁력을 강화하려면 지역연합..

2027학년도 충청권 의대정원 118명 증가…지역의사제에 단계적 확대
2027학년도 충청권 의대정원 118명 증가…지역의사제에 단계적 확대

지역의사제 도입으로 올해 치러지는 2027학년도 대입 전형에서 서울권을 제외한 지역 의대 모집 정원이 늘어남에 따라 충청권 7개 의과대학이 총 118명을 증원한다. 지역 거점 국립대인 충남대는 27명, 충북대는 39명이 늘어 각각 137명, 88명을 모집하고, 건양대와 순천향대 등 5개 사립 의대 역시 52명을 증원해 314명을 선발한다. 13일 교육부가 발표한 '2027학년도~2031학년도 의과대학 학생 정원 배정안'에 따르면, 2027학년도 지역 의대 32곳의 신입생 모집정원 증원 규모는 총 490명이다. 앞서 교육부는 지난달..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석유 최고가격제 시행에 떨어진 기름값 석유 최고가격제 시행에 떨어진 기름값

  • 반갑다 야구야! 반갑다 야구야!

  • 내가 최강소방관 내가 최강소방관

  • ‘저희 동아리가 만든 자동차랍니다’ ‘저희 동아리가 만든 자동차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