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만필] 어쩌다 마주친 깨달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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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만필] 어쩌다 마주친 깨달음

  • 승인 2023-01-26 16:11
  • 신문게재 2023-01-27 18면
  • 김성현 기자김성현 기자
서천 동강중학교 교사 박우성 사진
박우성 교사
'교단 만필' 글을 쓰기 위해 곰곰이 생각했다. 무엇을 써야 하는지에 대해. 그리고 그 고민 끝에 "나의 교직 생활에 대해 성찰해보자" 라는 결론이 났다.

처음 교단에 선 나는 학생을 올바르게 이끌어가는 교사가 돼야 하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는 교단에 선지 한 달 만에 불가능한 일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작은 학교에서 교사의 역할은 교과 지도와 학생 생활지도 뿐 아니라 행정업무 및 공문처리라는 가장 큰 업무도 맡아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수업은 급조된 수업, 학생과의 만남은 누군가에게 쫓기듯 종료되기 일쑤였다. 자연스럽게 교사의 소명감과 책임을 업무에 미루며 하루하루 흘러갔다.

"기술은 하나의 도구에 불과하다. 어린아이들의 협동심을 고취하고 의욕을 불어 넣은 데는 교사가 가장 중요하다."

이는 마이크로소프트사의 창업자이자 현재 기술고문으로 있는 빌 게이츠가 한 말이다. 어느 휴게소 화장실에서 무심코 읽은 이 문장은 나에게 소명감과 약간의 설렘을 불러 일으켰다. 이제는 익숙해진 무너진 공교육, 학생과 교사의 지나친 갈등과 같은 말을 방송과 신문에서 보고, 들으며 교사라는 직업을 가진 나조차도 "과연 교사의 역할이 무엇인가" 라는 물음표를 가졌던 나에게 느낌표를 던져주었다. 마치 "네가 할 일은 이거야."라는 말과도 같았다.



나는 빌 게이츠가 가장 중요하다고 느끼는 교사의 역할에 한번 충실해 보고자 했다.

먼저 나의 수업에서 학생들의 흥미와 의욕이 가득한 모습을 보기 위해서는 국어를 국어로만 수업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학생들의 역량을 키울 수 있고, 다양성이 있는 수업을 해보고자 2년 전, AI 융합교육전공 대학원에 입학했다.

교과 전공이 국어인 나에게는 꽤 어려운 과정이었다. 대학원을 다니면서 굳이 국어와 관련되어 전문성을 키우지 굳이 컴퓨터, 수학 전공과 밀접한 관련 있는 AI융합교육 전공을 왜 다니냐는 소리도 많이 들었다. 그러나 시간이 흘러 졸업을 앞둔 지금, 나에게는 변화가 없는 국어 수업이 아닌, 학생들이 궁금해하는 국어 수업을 할 수 있다는, 학생의 의욕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자신감과 빌게이츠가 하나의 도구에 불과하다는 나름의 기술도 얻었다.

그리고 학생들과 수업을 하다 보니 학생들의 의욕을 불어 넣고, 협동심을 고취하는 데에는 무엇보다도 교사와 학생, 학생과 학생 간의 라포 형성이 제일 중요하다고 느꼈다. 그렇기에 학생들과 틈나는 대로 이야기를 하고 학생들 사이의 고민에 최대한 공감하고자 했다. 충남교육청의 '으라차차-아이사랑' 프로그램과 같은 교우관계 개선 프로그램에 학생들과 함께 참여하며 나와 학생들, 그리고 학생들 사이의 라포 형성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 노력했다.

이처럼, 나 자신이 교사로서의 소명감과 책임감을 찾기 위해 나름 노력할 수 있었던 것은 오롯이 나만 생각하고 노력해서 이루어진 것은 결코 아니다.

매년, 교사들의 교과 지도와 학생생활지도에 집중할 수 있도록 업무를 최적화 및 불필요한 과정을 축소하고자 노력하는 충남교육청의 혁신적이고 다양한 시도와 연구, 그리고 이를 지역의 특성에 맞게 적용하는 지역 교육청의 노력, 마지막으로 매일 학생들의 이야기와 고민을 나누는 학교 선생님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처음 교단에 선 이후 많은 장학사님과 선생님들께 도움을 정말 많이 받았다. 이러한 도움은 아직도 많이 부족하고 서툰 나에게 기댈 수 있는 든든한 나무와도 같다.

앞으로의 교직 생활도 청사진은 아닐 것이다. 시대가 변하면서 교육에 대한 요구도 달라질 것이고, 교사의 역할에 대한 눈높이도 지속해서 높아질 것이다.

이러한 쉽지 않은 미래에도 선생님이라 불러주며 수업을 듣는 학생들, 그리고 3년간의 교육과정을 거치며 몸과 마음이 성장하여 졸업하는 학생들을 보며 지내다 보면 그 과정이 하루하루는 힘도 들고 불평도 많은 날이겠지만, 되돌아보면 교사로서의 보람과 소명감으로 아름답게 보이는 날이 있으리라 생각해본다./박우성 동강중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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